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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마우스
헤이클린과 한나는 라인전 버티기에 이보다 더를 찾기 힘들 듀오다.
대신에 딜링이 좀 부족하긴 해도 그만큼 안정적인 픽이다.
플레이 여하에 따라서는 라인전도 꽤나 압박할 수 있다.
'하지만 CS 차이를 압도적으로 벌리지 못하면 갈수록 유통기한이 오는 조합이야.'
이전에 나와 고질라가 헤이클린과 한나를 했을 때 이러한 단점을 감안해서 강한 압박을 넣었다.
문제는 상대, 가짜에어 비둘기의 봇듀오는 그럴 만한 실력이 되지 못한다.
나름 준수한 건 사실이지만 실력이란 건 모름지기 상대적인 거다.
<크흐흐! 슬슬 움직여 볼까?>
적절하게 귀환 타이밍을 잡은 덕에 빌지워터의 해군칼이 완성됐다.
그러나 이 타이밍의 토이치는 그다지 강력하지 못한다.
이유인 즉, 공격속도 때문이다.
토이치는 스킬딜 위주의 원딜러가 아니다.
평타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나는 공격속도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다.
하다못해 단도 두 자루만 있어도 DPS가 몰라보게 달라질 거다.
'나름대로 방법이 있지.'
토이치의 Q스킬 쥐도 새도 모르게.
가진 바 의미 그대로 쥐도 새도 모르게 적의 숨통을 끊기에 알맞은 효과를 가졌다.
수 초 은신하며 은신 시간 동안 이동속도가 상승한다.
간혹 토이치가 정글로도 쓰이는 이유와도 같은 스킬이다.
하지만 그 하나를 믿기에는 나와 헤이클린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다.
헤이클린은 조금이라도 라인 이득을 보기 위해 라인을 밀고 이제 귀환하고 있다.
혹시라도 내가 은신으로 다가올까 아주 안전하게 멀찌감치 떨어진 상태다.
미니언의 시야를 생각한다면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거리.
도착하기 전에 반드시 은신이 풀리고 만다.
나와 CS차이를 벌리지 못했던 헤이클린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가 맞다.
하나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 발목을 붙잡게 되겠지만.
<오우~! 안녕? 끄하하하!>
아무것도 없었을 공간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와 덮친다.
적어도 헤이클린에게는 그렇게 보였을 거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현실은 적나라하다.
쨍그랑!
한나는 귀환했지만 헤이클린은 1초 늦었다.
따가운 독소가 헤이클린의 귀환을 끊어낸다.
빌지워터의 액티브까지 박아 넣으며 두 가지 더.
하나는 내가 암살의 묘를 살리기 위해 발화를 들었다는 사실이다.
촹!
촹!
고질라의 인어가 보태준 비누 방울이 평타에 묻어나간다.
느려질 대로 느려진 헤이클린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집돼지다.
여기에 발화까지 끼얹자 급속도로 체력이 깎여나간다.
화들짝 놀란 헤이클린은 투망에 점멸, 실드 있는 거 다 사용하며 내뺐지만 헛수고.
독과 발화의 고정 데미지가 헤이클린의 생명을 갉아먹는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헤이클린의 판단은 분명 완벽했다.
조금이라도 내 성장늘 늦추기 위해 라인을 푸쉬하고 귀환한 것.
그리고 귀환 장소를 멀찌감치 떨어진 뒷 부쉬로 정한 것.
와드까지 박아 놨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 이상의 대처는 없다.
한 가지 예상을 빗나간 사실은 내가 일반적인 E선마가 아닌 Q선마라는 거다.
토이치가 암살기인 Q를 먼저 선마스터하면 은신의 지속시간이 늘어난다.
헤이클린의 예상을 뛰어넘은 먼 거리에서 접근이 가능했다.
'부족한 공격속도도 보충이 되고.'
쥐도 새도 모르게는 은신 해제 직후 5초 동안 스킬 레벨이 비례해 상당 수치의 공격속도를 상승시킨다.
Q선마를 한 덕에 헤이클린을 무리 없이 잡아낼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계산된 선택이다.
현재 토이치의 E스킬, 맹독 폭발은 초반 데미지가 높다.
그러니까 굳이 먼저 선마스터할 이유가 없다.
지금 시점에서는 낯선 선택이지만 차후 시즌3, 시즌4가 지나가고.
여러 챔피언들이 재발견되는 이유 중 하나가 아이러니하게도 스킬 선마스터를 바꿔서였다.
일례로 W스킬, 날조를 먼저 찍는 르풀랑이라던지.
갈고리 찍기를 먼저 진화하는 카지트라던지.
분명 같은 챔피언임에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된다.
Q선마 토이치 또한 여기에 해당된다.
탕!
타앙!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라인에 복귀한 헤이클린이 천천히 파밍한다.
가죽 신발을 사온 것 보면 절대 죽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세상에 절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탈칵!
바로 지금.
안전하다고 방심하고 있는 순간이 기회가 된다.
현재 헤이클린의 눈에는 인어 한 명만이 보일 거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부쉬 두 곳을 덫으로 밝혀두기까지 했으니 더더욱이다.
마음을 내려놓고 라인을 푸쉬한 후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중일 테다.
예를 들어 우물로 귀환을 탄 내가 복귀할 타이밍이라던지.
안타깝게도 나는 집에 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씹고! 뜯고! 맛보고! 꿰뚫고! 끄하하하하!>
헤이클린이 덫을 깔기 직전 타이밍에 나는 은신했다.
그러고서 한나가 깔아둔 핑크 와드를 피해 위로 빼앵 돌았다.
슬금슬금 기어가 헤이클린의 코앞에 도달하고 나서야 은신을 풀며 공격한다.
궁극기인 무차별 사격이 가미된 토이치의 평타 사거리는 무려 850.
공격력 또한 추가되며 강력해진다.
촤앙!
촤앙!
시원하게 뻗어나간 화살 줄기가 미니언과 함께 헤이클린을 통째로 꿰뚫는다.
간간히 궤도가 빗겨지며 한나까지 한꺼번에 맞는다.
사거리와 공격력이 강화되는 관통샷.
독병과 비누 방울에 느려진 헤이클린과 한나는 속수 무책 농락 당한다.
휘리리링~!
두웅-
한나가 나에게 회오리와 탈력을 걸며 딜로스를 유발시킨다.
하지만 이쪽도 혼자 만이 아니다.
고질라의 인어가 정확하게 점멸로 호응하며 헤이클린을 붙든다.
물방울을 맞히는 건 역시 무리였지만 물줄기와 탈력으로 지원한다.
회오리의 짧은 에어본이 끝나자마자 나는 앞무빙을 밟으며 사격했다.
똑같이 느려진 상황인지라 카이팅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첩된 맹독을 터트리는 것으로 헤이클린의 체력바가 삭제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토이치가 Q선마를 하게 되면 예상을 뛰어넘는 암살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초반 타이밍의 토이치는 길어봐야 4초 은신.
앞 부쉬에서 대놓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면 변수를 노리기 힘들다.
하지만 이렇듯 Q선마를 하게 되면 은신 시간과 길어져 적이 나의 움직임을 감 잡기가 힘들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상황에 적은 연달아 두 번 뼈아픈 실수를 경험한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포탑을 파괴하고 영락검을 뽑으면 깔끔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적 정글러가 봇라인에 커버를 왔다.
코어템을 뽑기 골드가 부족해서 아쉽기는 하다만 이러면 필연적으로 다른 라인에서 이득이 생긴다.
예은의 거미여왕이 탑라인의 강제 다이브를 성공시켰다.
"아자! 정글 캐리 인정?"
"어, 어어. 나이스 다이브."
기세 넘치는 예은의 하이파이브에 씨지맥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받아친다.
굉장히 당황한 듯한 모양새다.
뭐, 예은이 게임할 때 이러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말투가 그게 뭔가.
초홍이라는 나쁜 친구에 대해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한 듯 보인다.
'영락검은 안 나왔지만 시간문제겠네.'
결과적으로 적은 경험치 손해를 보진 않았다.
하지만 성장에 심각한 불균형이 이루어졌다.
이제 고작 5레벨인 헤이클린과 달리 나는 7레벨.
두 번이나 암살 당한 탓에 행동도 무지하게 조심스러워질 거다.
'내가 MVP를 타기에 더없이 적절한 흐름이지.'
얌전한 파밍 후에 한타를 기약한다면 정말 어지간해서야 MVP 못 받는다.
모르긴 몰라도 그 전에 다른 라인, 특히 예은이 미쳐 날뛰고 있을 확률이 높다.
자칫 고착화될 수 있었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행했던 시도는 멋들어지게 성공했다.
정확히 원하는 대로 판이 만들어졌다.
.
.
.
* * *
현재 주류로 쓰이고 있는 원딜러는 세 명이 있다.
너무도 보편화된 헤이클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노리는 배인.
라인전은 괜찮지만 뚜벅이라는 단점을 지닌 토이치.
1티어 원딜이 대략 이 정도고 프로팀들은 대부분 이 세 챔피언을 선호한다.
여기에서 조합이나 선수 성향에 따라 나머지 챔피언들도 할 여지가 있다.
그런 만큼 토이치는 결코 유별난 픽이 아니다.
<이 선수의 손에만 들어가면 전부 사기가 돼서 나옵니다! 올마스터, 오늘도 한 건 제대로 보여주네요!>
<이토록 토이치라는 챔피언의 특색을 잘 살린 선수가 있었던가요? 단언컨대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진짜 암살형 원딜러의 무서움이 무엇인지 전율하게 만드는 광경입니다..!>
토이치는 정글러로도 활용될 만큼 암살에는 일가견이 있다.
하지만 상위 구간에 갈수록 그 특색은 묻힌다.
대신에 사거리가 긴 한타 캐리형 원딜러라는 색깔만 남는다.
이유인 즉, 간단하다.
현재 시즌3에서 핑크 와드는 구입 개수에 한계치가 없다.
개인이 두 개든, 세 개든, 몇 개든 골드가 허락하는 한 박을 수 있다.
게다가 보이지도 않는다.
몸도 종잇장인 토이치가 잘못 기어가다가 핑크 와드에 걸린다면?
아니, 어설픈 CC기라도 걸리게 된다면 이어진 연계에 끔살이다.
게임 시간이 중반대가 넘어가면 원딜러 토이치는 자신의 특색을 살리지 못한다.
<핑크 와드는 라인전 단계에서 구입하기엔 가격이 부담됩니다. 보통 와드돌을 뽑고 난 이후부터 여분 골드로 핑크 와드를 구입하는데 말렸죠. 라인전이 너무 말려서 핑크 와드 살 여력이 안 나옵니다!>
올마스터의 토이치는 특이하게도 초반부터 밀어붙인다.
토이치의 라인전이 하드 캐리형 원딜러 치곤 나쁘지 않다고 하나 결코 강한 건 아니다.
라인전에 거의 몰빵하다시피 한 헤이클린을 상대로는 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다.
그럴 텐데도 올마스터는 그 상식을 가볍게 비틀어버린다.
암살자라는 토이치의 특색을 살려 퍼스트 블러드를 쟁취.
Q스킬을 먼저 찍은 탓에 은신의 시간이 길다.
게다가 발화를 들어 1대1이 강력하다.
<올마스터 선수의 원딜을 보면 정말 원딜스럽지가 않아요. 마치 LCF에서 선보였던 자드라도 하듯이 막가파입니다! 그런데 수준 높은 피지컬과 맞물리며 어마무시한 파괴력을 낳고 있어요!>
원딜스럽지가 않다
방금 전, 김은준 해설위원의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
LML에서 보여줬던 도라이븐도 그렇고, 배인도 그렇고.
누가 보면 암살자라도 하는 것처럼 과감하다.
단순하게 한타만 하는 게 아니라 암살, 혹은 스플릿이라던지.
고정관념 하나 없이 상황에 따라 알맞은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해낸다.
현재 토이치 또한 원딜러스럽지 않게 로밍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고 있다.
파앗!
파앗!
신세상-매직의 미드라이너, 아이돌 선수의 르풀랑이 불현듯 움직인다.
두 번의 대쉬로 한순간에 거리를 좁히며 속박의 사슬.
정확하게 들어맞으며 맞라이너인 코리아나의 옭아맨다.
하지만 코리아나도 침착하게 이를 받아친다.
수호 구슬로 자신을 보호하며 평타를 던진다.
노련함이 돋보이는 대처 능력이다.
결과적으로 딜교환은 코리아나의 우세.
당황하지 않고 평타를 우겨 넣은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긴 이르단다.
<오우~! 안녕? 끄하하하!>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한 토이치의 등장이다.
대체, 어디서, 어느 타이밍에?
코리아나의 머릿속에서는 의문만이 가득하다.
호롱!
콰드득!
이유야 어쨌든 간에 일단은 살아야 한다.
코리아나는 궁극기를 아낌없이 퍼부으며 토이치를 떼내려 했다.
그러나 토이치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앞점멸로 피하며 영락검을 쭈욱 빤다.
<봇라인이 너무 밀려서 토이치의 로밍에 대한 사인이 늦었던 모양입니다.>
<근데 이게 알려줘도 애매한 게 저희는 보이지만 가짜에어 비둘기의 선수들은 안 보입니다. 그러니까 토이치가 몰래 또 암살을 하려는 건지 로밍을 가는 건지 예상이 불가능하죠!>
한 가지가 더 있다.
코리아나는 안심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안정적으로 파밍을 하며 와드를 두 개나 사왔다.
그리고 이를 아래 방향에 둘 다 박아 놨다.
본래라면 위아래에 하나씩 박는 게 일반적인 선택이지만 상황이 상황.
봇라인이 터져버리면 용이 언제 먹힐지 모른다.
그리고 서포터가 올라오기라도 하면 곤란해진다.
이러한 코리아나의 선택은 분명 옳다.
예상을 벗어난 부분이 있다면 지나치게 긴 토이치의 은신 시간이었다.
<벌써 스킬 레벨이 5레벨에 달했군요! 이러면 은신 시간이 무려 8초나 됩니다?>
<가는 길에 미리 은신을 해서 와드를 건너 뛰었습니다! 이러면 못볼 만도 하죠. 기가 막힌 슈퍼 플레이입니다..!>
무대 중앙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흘러 나오는 리플레이가 중계진과 관중들의 의문을 해소해준다.
자칫 놓칠 뻔도 했지만 정말 뜬금없게도 강빈 해설이 제대로 짚어버렸다.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한다.
조별 리그라는 설렁설렁 가도 되는 리그임에도 올마스터는 봐주는 게 없다.
경기장의 관중도, 모니터 혹은 TV 너머로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있을 시청자들도 그의 플레이에 매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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