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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마우스
해외의 수많은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은 대체 어디에서 한국 롤챔스를 시청할까?
차후 미래에서는 해외의 중계진이 직접 한국 경기장에서 와서 따로 방송을 진행한다.
하지만 현재 2013년 7월 말 경에는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다.
오프게임넷이 지원하는 한국어 방송으로 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자기 나라 언어로 듣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한 팬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현직 NA롤챔스 해설자이자, 과거 토이치TV 스트리머였던 몬테소리가 직접 나섰다.
<도라이븐! LML에서 에러갓이 선보였던 카드네요. 하지만 이거.. 리메이크 되었던 걸로 아는데요?>
정규 해설자인 몬테소리가 개인방송으로 중계를 해주다니 너무나도 감사하다.
어쨌든 간에 마진 공격대에서 꺼내든 도라이븐은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얼마 전, 지대한 관심을 받으면서 게임사로부터 너프 판정을 받았다.
사기성의 근원과도 같던 패시브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에러갓 앞에서 도라이븐을 꺼내다니 LOOOL
- 패시브 완전 안 좋아졌을 텐데?
-무슨 배짱이지?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나?
에러갓을 상대로 도라이븐을 꺼내들다니?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는 격이다.
토이치TV의 채팅창에선 난리가 나며 비웃어 댔지만 오직 한 사람만은 진중하다.
몬테소리가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충분히 기대해봄직하다고 봅니다. 레드팀이거든요? 게다가 상대가 배인이거든요?>
사람이 흥분하면 시야가 협소해진다.
아직 게임이 시작하지도 않은 판국에 결말을 섣불리 예상하는 건 오만이다.
마진 공격대 또한 시즌2 롤드컵의 본선에 진출했던 강호.
단순히 도발을 하기 위해서 도라이븐을 꺼낸 게 아니었다.
<배인은 도라이븐에게 엄청나게 약했죠? 프로들의 철저한 검증이 오갔던 부분입니다. 게다가 레드팀이라구요? 쌍도끼를 들고 오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상황을 진지하게 놓고 보니 대충 뽑은 픽이 아니다.
레드팀에서 쌍도끼를 돌리고 오는 도라이븐은 여전히 강력하다.
물론 이전처럼 버티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한 가지.
라인전 최약체로 손꼽히는 배인은 도라이븐에게 맛있는 한 끼 식사였다.
이윽고 경기가 시작되어 선수들이 소환자의 전장에 발을 디뎠다.
채팅창의 분위기는 조금 전과는 딴판으로 엄숙해졌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세상에는 만에 하나라는 게 있다.
어쩌다 실수가 나서 도라이븐이 킬을 먹게 된다면?
-지금 도라이븐 패시브가 추가 골드 획득이었나?
-YES. 그거 맞음.
-잘못 갱이라도 당해서 킬먹으면 야단 나겠네..
-오 마이 갓! 이거 완전 도박이잖아? 이런 거 정말 싫은데 제발 무난하게 이겼으면 좋겠다.
그 도박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마진 공격대는 상당한 공을 들였다.
도라이븐을 후픽하고, 레드팀에서 쌍도끼를 돌린다.
여기까지는 완벽하지만 마진 공격대는 하나 실수를 하였다.
이곳은 솔로랭크가 아니라 대회 무대다.
<에러갓이 이 도전을 받아줄지 말지. 사실 라인스왑하면 간단한 문제거든요. 구태여 정면 승부를 받아줄 이유가 없단 말이지요.>
몬테소리가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시청자들의 일희일비가 갈린다.
잔뜩 긴장 시키더니 이제는 해법을 던진다.
레드팀의 도라이븐은 무척 강력하지만 만약 라인스왑을 한다면?
실제로 배인의 약한 라인전을 커버하기 위해서 많은 프로팀들이 라인스왑이라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 경우 잘못하면 용을 내줘야 할 수도 있고, 약간의 리스크는 짊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게임을 길게 봤을 때 큰 손해는 아니다.
특히 헤이클린처럼 라인전이 무작정 강한 챔피언을 상대로는 썩 괜찮은 판단이다.
<오, 에러갓 역시 패기가 넘칩니다. 승부를 걸어온다면 회피하지 않겠다, 과감하게 맞라인전 선택하네요. 솔직히.. 조금 많이 불안하긴 합니다만.>
라인스왑을 택한다면 마진 공격대의 입장에서는 말릴 수가 없었다.
자신들은 역스왑이 불가능했으니까.
1레벨 쌍도끼라는 이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봇라인에서 라인전을 해야 했다.
그런데 신세상 매직은 대수롭지 않게 맞라인전 구도를 취해왔다.
경기의 시작만큼은 마진 공격대에게 웃어주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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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기분 좋게 시작하는 경기의 흐름.
자신들이 가질 수 있는 이상적인 구도 임에도 마진 공격대의 부스 안은 분위기가 무거웠다.
특히 원딜러인 스프레이는 조금 화난 상태였다.
"당연히 스왑을 할 줄 알았는데.. 이거 웃어야 하나?"
"글쎄, 적어도 이것 하나는 확실하네. 쟤네 조금 기고만장하다."
스프레이와 그를 보조하는 서포터 캐인의 대화.
경기의 승산이 높아졌음에도 웃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픽한 도라이븐은 너프가 되었다고는 하나 라인전이 약하진 않다.
발톱이 뽑힌 사자에게도 이빨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법이다.
게다가 도라이븐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이 바로 올마스터다.
1레벨 쌍도끼와 원딜 간의 상성 우위를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정면 승부를 받아들인 이유는 단 한 가지.
완전히 얕보이고 있다.
"라인스왑을 상정해서 열심히 준비해왔는데 맥빠지게 됐네."
"..라인스왑을 안 한 걸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만들어주자."
올마스터가 최근 원딜러로서도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1년도 더 전부터 마진 공격대의 스프레이는 이름을 떨쳐왔다.
최근에는 다소 기세가 꺾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평가가 절하될 정도는 아니다.
'팬들의 시선을 인식한 모양인데.. 그 오만이 네 발목을 잡을 거다.'
스프레이는 이를 아득 씹었다.
프로게이머로서의 올마스터는 높이 평가한다.
홀로 해외에 나가 후배들의 길을 닦아 놓은 것은 존경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
허나 원딜러로서의 올마스터는 인정할 수 없다.
사이비 원딜러.
기괴한 방식으로 원딜러를 운용하여 시청자를 매혹시킨다.
현재까지는 제법 쏠쏠한 재미를 본 것 같지만 이제 곧 밑천이 드러날 게 분명하다.
라인전이 흥할 때나 그러한 운용법이 가능한 거지 반대로 망한다면?
항상 흥한 상태에서 게임을 하던 올마스터는 갈피를 못 잡을 게 분명하다.
서로 비슷한 구도만 돼도 한타에서 자신이 무조건 더 많은 딜링을 넣을 수 있다.
도라이븐의 패시브를 활용하여 압도적인 성장을 거둔다면 말할 것도 없다.
파앙!
블루 버프의 리시를 끝낸 스프레이는 쌍도끼를 돌리며 라인에 도착했다.
비록 패시브가 바뀌었다고 하나 일반 원딜의 반 배를 뛰어 넘는 평타.
스프레이는 그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초반부터 휘몰아칠 생각이었다.
파앙!
파앙!
자신감 있게 도끼를 돌리며 앞무빙을 밟는다.
목표는 올마스터의 배인.
쌍도끼를 돌리는 한 딜교환에서 밀릴 수가 없다.
여기에 서포터인 쓰렉귀까지 가세한다면 라인전은 여반장이다.
"하, 이렇게 뺄 거면서 맞라인전은 왜 받은 건지."
"그러게나 말이야. 여기서 갱만 안 당하면 무조건 승기 굳히겠는데."
혹시 무슨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
남아있던 일말의 불안감은 첫 딜교환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자신들이 들이대자 상대는 뺐다.
그것도 꼴사납게 뒷구르기를 하면서 말이다.
'한나 믿고 버티려는 속셈 같은데.. 이렇게 쭉 압박하다 보면 다이브 각이 무조건 나오거든?'
유리하게만 흘러가는 게임의 구도를 보며 스프레이는 미소를 지었다.
열에 아홉은 라인 스왑이 이루어질 것이다.
분명 그렇게 산정하고 도라이븐을 픽하긴 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상대가 바보같이 라인 스왑을 하지 않았을 때.
정글러가 봇라인 위주로 갱킹을 살피며 하드하게 압박하기로 의견이 맞춰졌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깔리긴 한다.
"봇라인 쭉쭉 밀면서 딜교환 빡세게 해놓을 테니 다이브각 잘 봐줘?"
"상대 정글 누님.. 흠흠! 아니, 선수 보이면 바로 달려갈게."
정글러인 워치가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빠르게 대답하려다가 그만 본심이 튀어나온 것.
소소한 말실수가 눈꼴 사납긴 하나만 라인전의 승기를 잡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스프레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여태껏 쌓은 스택의 개수를 보았다.
'여기서 킬 하나만 먹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겠는데.'
던진 도끼를 되받을 때마다 스택이 쌓이는 현재의 패시브.
도라이븐이 킬을 먹는 순간 스택은 골드로 환원된다.
쌍도끼를 돌리고 있는 지라 스택은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다.
이 스택이 터지는 순간 게임은 완전히 굳는다.
'킬을 안 내준다면 세워 놓았던 기존 전략으로 우회하면 그만이고.'
라인 스왑이 된다는 전제 하에 전략을 짜왔었다.
리워크된 도라이븐이 가진 특성.
쌍도끼를 활용해 라인을 쭉쭉 푸쉬 하면서 다이브 각을 본다.
정글러를 콜해서 어떻게 탑라이너를 따기만 하면 무조건 이득이다.
여기에 쌍도끼를 유지해서 용까지 먹는다면?
초반 글로벌 골드 차이를 확 벌릴 수 있었다.
그것도 완벽한 구도지만 배인의 성장을 저지할 수 있는 현 상황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웃어준다.
이대로 몰아붙인다면 반드시 빈틈이 나온다.
적 정글이 탑 지역에 보이는 순간 강제 다이브가 이루어질 것이다.
만약 상대가 라인 손해를 감수하고 귀환을 탄다면 예정대로 용을 먹으면 그만이다.
"한나도 슬슬 마나 떨어져 가고 이대로 계속해서 압박하자."
"배인만 점사하면 돼. 한나는 못 따도 상관 없어."
지금까지 잘 버티기는 했지만 시간 문제다.
한순간의 오만으로 인해 조금씩 갉아 먹히다 무력하게 킬을 내준다.
원딜러가 결코 쉬운 포지션이 아니라는 사실을 수천 관중, 수십만 시청자들 앞에서 낱낱이 증명해준다.
이제 곧 올마스터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스프레이는 포동포동한 볼살이 떨릴 정도로 깊은 미소를 지었다.
.
.
.
* * *
챵! 데구르-!
타앙!
배인 특유의 3타가 터지며 근거리 미니언의 체력을 뭉텅 깎아낸다.
그렇게 막타 하나를 챙기자마자 나는 뒤로 빼야만 했다.
도라이븐이 도끼를 무섭게 돌리며 달려왔기 때문이다.
파앙!
레벨 차이가 나는 탓에 데미지가 제법 얼얼하다.
출혈 피해가 사라졌다고는 하나 도라이븐은 역시 도라이븐이다.
쌍도끼를 돌리며 라인전을 압박하는 도라이븐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수밖에 없었다.
"레벨링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 반격 들어가자."
"저 마나 여유가 많지 않은데.. 일단 알겠습니다."
명실상부 라인전 강캐, 도라이븐과 쓰렉귀의 매서운 공격을 버티기 위해 고질라가 고생 좀 했다.
실드를 계속해서 덧씌워주며 어떨 때는 대신 맞아도 줬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제부터는 내가 주도적으로 딜교환을 걸 테니까.'
과거 리워크가 되기 전 도라이븐은 배인의 완벽한 카운터였다.
헤이클린은 그래도 미니언 좀 버리면 사릴 수라도 있지.
도라이븐은 그냥 대놓고 들어와서 도끼 퍽퍽 쳐댄다.
이속이 엄청 빨라서 안 맞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패시브가 리워크된 이후로 상성은 달라진다.
도라이븐의 강함이 퇴색되며 약점만이 남는다.
티링!
밀린 라인을 받아먹자 동등하게 4레벨이 된다.
도라이븐은 아직도 지 세상 만난 듯 날뛰고 있다.
또다시 쌍도끼를 돌리며 신나게 달려온다.
파앙!
서로 한 번 주고 받는 평타는 도라이븐이 우위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연계에서 압도해낸다.
데구르-! 챵!
터엉!
쓰렉귀를 피해 옆으로 구르며 평타 한 방.
이어서 들어가는 판결은 얼핏 딜교환의 패배로 보인다.
평타 한 방이 더 따라가지 않았다면 분명 그리 됐을 것이다.
타앙!
판결과 함께 평타를 쏘아내는 평E평 콤보.
뒤로 쭈욱 밀려버린 도라이븐에게 3타가 터진다.
2레벨에 올라 묵직해진 고정 피해가 체력바를 한 움큼 뜯어낸다.
방금 전 딜교환은 고작 체력 이득 볼라고 한 게 아니다.
"대박, 쟤 도끼 두 개 다 놓쳤어요."
"노리고 한 거야. 이제부터는 역으로 몰아붙인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아니, 애초에 도라이븐을 먼저 꺼낸 사람이 나다.
도라이븐의 약점이 무엇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판결로 밀어내면 도끼를 받을래야 받을 수가 없지.'
패시브 리워크 전에는 이것을 해내기 전에 배인이 맞아 죽었다.
출혈 데미지가 워낙 강력해서 라인전을 버티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출혈이 사라진 데다 아군 서포터가 한나.
4레벨까지 라인전을 버티는 게 어렵지가 않았다.
당하기만 하는 건 성미에 맞지 않지만 꾹꾹 참으며 기다렸다.
그리고 기회가 오자마자 제대로 받아먹었다.
과거 트리플리프트라 오해 받았을 정도로 배인은 자신이 있는 픽이다.
스프레이의 도라이븐은 내가 알고 있던 미래대로 꼴픽으로 흘러갈 운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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