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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마우스
스프레이는 한국 롤챔스에서 처음으로 도라이븐을 사용한 선수였다.
그리고 그 이후로 도라이븐은 대회 무대에 나오지 않았다.
프로 리그에서 쓰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정을 제대로 받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또 재현되게 생겼구만.'
처음으로 도라이븐을 사용했던 스프레이가 너무나도 안습한 결과를 내버렸다.
이후로 도라이븐이 롤챔스에 나오는 일은 없어졌다.
프로 리그에 나오기엔 난이도가 심각하게 걸린다는 이유다.
<심판의 시간이다..!>
궁극기를 사용한 채 무섭게 다가간다.
깜짝 놀란 도라이븐은 대형 도끼를 던져오지만 뻔한 반응.
구르기를 사용해 가볍게 회피해내며 추격한다.
챵! 챵! 타앙!
앞선 수 번의 딜교환으로 도라이븐은 체력 관리가 안된 상태다.
서포터인 쓰렉귀는 힐이 없어 회복도 할 수 없다.
라인 주도권이 있는 상태라면 미니언을 때려 피흡했겠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야금야금 체력을 깎아 먹던 나는 칼같은 킬각을 잡아냈다.
콰라라라락!
하지만 앞구르기는 조금 오바였던 것도 사실이다.
도라이븐이 궁극기를 던지며 역관광을 노려온다.
서로 킬교환만 해도 도라이븐이 이득.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나는 과감하게 점멸로 피했다.
그러면서 박는다.
터엉!
판결에 이은 점멸 콤보는 상대가 예측을 씹어버린다.
한 박자 빠르게 나가며 궤도 또한 점멸로 이동한 위치에서 쏘아진다.
도라이븐은 밀쳐지며 벽에 퍼억! 하고 박혀버린다.
곧바로 클린즈를 사용해 풀어내지만 누적된 데미지는 어디 가지 않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내가 도라이븐을 요리하는 사이에 적 서포터라고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쓰렉귀가 나를 저지하기 위해 채찍을 쓸며 선고를 던져왔다.
내가 그 두 번의 공격을 클린즈와 무빙으로 적절하게 피해냈을 뿐이다.
챵! 챵! 타앙!
남은 것은 스킬이 다 빠진 쓰렉귀 뿐.
킬각을 잡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체력 정도는 뺄 수 있다.
체력을 많이 빼내면 다이브도 가능하다.
쓰렉귀의 평타가 닿지 않는 거리에서 카이팅을 하며 은탄을 터트린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적팀의 커버가 빨리 왔다.
쿠! 챠앙!
어느새 도착한 탈리반 3세가 깃창-점멸로 나를 띄웠다.
일련의 콤보는 고난이도에 속하는데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것보면 최근 프로 리그의 수준이 오르긴 올랐다.
하지만 이쪽에도 서포터가 있다.
사라랑~!
도라이븐을 잡음으로서 6레벨을 찍은 한나가 궁극기를 사용한다.
한나의 궁극기 산들바람은 넓다란 범위의 아군을 회복시켜 준다.
그리고 부수적인 효과로 주의 적을 멀찌감치 밀어낸다.
지금 메인이 된 것은 오히려 후자였다.
"오, 슈퍼 세이브 기가 막혔어?"
"이 정도는 기본이죠. 얼마나 열심히 호흡을 맞췄는데."
한 것 자체는 별 것 없지만 타이밍이 예술이었다.
만약 탈리반이 평타를 한 대만 쳤어도 나는 죽었을 것이다.
치지 않았더라도 쓰렉귀가 걸은 발화 때문에 목숨이 간당간당했다.
그런데 한나가 점멸 궁극기로 적을 날리면 약간 회복시켜 줬다.
정확히 죽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말이다.
탈리반은 허탈하게 입맛을 쩝쩝 다시며 나를 쳐다보지만 너무 멀다.
따라와서 창을 찌른다고 해도 닿지 않을 애매한 거리다.
'도라이븐이 킬따는 데에 너무 집착했어.'
상대는 라인전의 시작부터 4레벨까지 꾸준하게 압박하는 입장이었다.
이후로도 쭈욱 라인 주도권을 잡을 줄 알았겠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내가 태세를 전환하며 판결 딜교환으로 도끼를 놓치게 만들었다.
당황한 도라이븐은 다시 어떻게든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려 했지만 실패.
거리 계산을 잘못하다 한나에게 탈력이 걸리고 나에게 얻어 맞았다.
그런 상태임에도 포기를 못하고 어슬렁 거리다 나의 앞구르기에 킬을 내주고 만다.
탈리반의 백업을 기대했던 모양이지만 결과는 이 모양 이 꼴이다.
정글러가 한 발 늦자 도라이븐은 죽었고 나는 살아 돌아간다.
적팀이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찰칵!
킬을 먹은 나는 코어템이 무난하게 나온다.
무난하게 성장하기만 해도 좋은 배인이다.
그에 반해 상대 도라이븐은 어설프게 성장하면 애매하기 짝이 없는 원딜러다.
'라인전 무빙부터 군상이 많아 보이던데 조금 더 연습하고 뽑지 그랬나.'
완벽에 가까워도 실수가 생기는 게 도라이븐이라는 챔피언이다.
스킬 메커니즘이 지나치게 까다롭다.
상대는 도끼를 어찌저찌 받을 수 있었을 뿐이지 제대로 된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만약 고질라가 풀리츠크랭커라도 했다면 반드시 끌렸을 무빙이다.
그런데 한 번 죽어 말리기까지 했으니 인생 쫑났다.
도라이븐은 죽으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스택이 반토막 난다.
만약 킬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추가 골드가 얼마 되지 않을 거다.
'어차피 기회가 올 일도 없겠지만 말이야.'
배인이 기본적으로 라인전 약챔인 건 맞다.
하지만 어떻게 한 번 라인 주도권을 잡아버리면 상성은 역으로 변한다.
도라이븐의 피를 야금야금 깎아먹었단 평E평 콤보.
차후에는 사기성이 짙어 밸런스 패치가 이루어질 정도다.
그렇게 계속해서 체력을 깎아내다 종국에는 킬각을 잡는다.
앞으로의 게임은 쭈욱 방금과 마찬가지의 흐름으로 이루어진다.
킬 못 먹은 도라이븐의 비참한 말로는 이미 예정돼있다.
.
.
.
* * *
사람 당황케 만드는데 정말 일가견이 있다.
도라이븐 역으로 카운터 맞았을 때 한 번 놀랐다.
그 도전을 피하지 않고 받아줌으로서 두 번 놀랐다.
도전자를 깔끔하게 격파해내며 세 번 놀라게 만들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궁극기를 사용한 올마스터의 배인이 부쉬에서 굴렀다.
은신의 지속시간은 고작 1초지만 충분하다.
허겁지겁 미니언을 먹고 있던 도라이븐은 반응이 느렸다.
터엉!
거대한 화살에 밀려난 도라이븐이 벽에 박혀버렸다.
그 효과로 1.5초간 지속되는 스턴.
하지만 도라이븐은 클린즈가 있었다.
빠르게 스턴을 풀어내고 모든 것을 내던지며 도주를 기획했다.
클린즈도, 대형 도끼도, 점멸도 모두 다.
슈욱..!
그러나 불가능하다.
추격전에서 배인을 떨쳐낼 수 있는 챔프는 몇 없다.
그마저도 벽꿍이 박힌 상태에서 시작한다면 제로에 가깝다.
적을 추격할 때 이동속도가 대폭 상승하는 배인의 패시브.
앞구르기로 적을 때리기 시작하면 어지간한 도주기는 씹어먹는다
여기에 영락검의 액티브가 더해지면 화룡점정이다.
데구르-!
타앙!
두 번째 구르기에 3타가 터진 순간 도라이븐의 목숨은 정해졌다.
이제 남은 길은 반항 뿐이다.
도라이븐은 자랑하는 도끼를 내려 찍으며 궁극기를 굴렸다.
콰라라라락!
임팩트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멋있다.
하지만 올마스터가 플레이 했을 적처럼 압도적인 파괴력은 나오지 않는다.
당연하다.
라인전이 말린 도라이븐은 아직 1코어도 나오지 않았다.
그에 반해 배인은 1.5코어, 영락검에 정열의 칼까지 들고 있다.
데구르-!
챵! 타앙!
배인이 침착하게 먹잇감의 목숨을 깎아낸다.
도라이븐은 당황해서 도끼를 놓치기까지 한다.
추격전은 일방적인 끝맺음을 맞이했다.
<솔킬! 봇라인 솔킬 났습니다!>
<안 그래도 도라이븐 너무 힘든데 이렇게 파밍조차 방해 받으면 꿈도 희망도 없습니다. 정말 잔인하리 만큼 스노우볼 굴려버리네요.>
배인의 진짜 무서움은 한타가 아니다.
탱커 잘 잡기로 소문난 것도 맞지만 암살에는 더욱 더 특화돼 있다.
원딜간의 1대1에서 선빵을 친다면 무조건 필승.
그런데 은신이라는 특성상 그 선빵이 용이하다.
<부쉬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타악! 굴러오면 도망갈 방도가 없죠. 원딜계의 자드라 불리우는 배인이거든요!>
<스프레이 선수 입장에서는 안 당할 수가 없는 구도였습니다. 미니언 안 먹으면 성장할 곳이 없어요.>
망해버린 도라이븐은 어디 돌아 다닐 여력이 없었다.
봇라인에서 조용히 파밍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배인이 몰래몰래 암살까지 해대니 성장의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렇게 원딜러가 망해버리면 한타에서 마진 공격대가 힘을 쓸 수 있을까요?>
<하나 다행인 점은 네네톤이 순수 탱커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티아매트를 갔어요. 요즘 서양권에서 유행하는 템트리죠. 하지만 먼저 걸리게 된다면 받아칠 수 있을지, 저는 그게 걱정입니다.>
김은준 해설위원이 진중하지만 생기가 넘친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씨지맥이 가져간 챔피언을 보면 알 수 있다.
<젤리맨! 다소 너프가 되긴 했지만 아직 충분히 쓸 만하다. 현재 서머 시즌에서 밴픽률이 가장 높은 세 챔피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죽음을 불사하는 이니시 정말 무섭죠. 죽어도 다시 부활합니다. 그리고 저 젤리맨을 처음으로 사용했던 선수가 씨지맥 선수이기도 해요?>
지난 스프링 시즌의 결승전이었다.
두 번째 세트에서 젤리맨이 화끈한 활약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그 엄청난 임팩트로 인해 젤리맨이 꿀챔이란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정글로나 쓰이던 젤리맨이 탑솔러로 데뷔했다.
픽률이 급작스럽게 오르자 게임사가 너프를 하긴 했지만 도라이븐에 비하면 소소한 수준이다.
체젠과 스킬의 깡뎀이 조금 줄고 궁극기 강인함이 반절이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충분히 대세 탑솔러라는 게 프로게이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갑니까? 가나요?! 젤리맨 이니시~~!! 뚜루뚜 빠라빠라!>
미드 2차 포탑을 낀 채 사리고 있는 적을 향해 젤리맨이 대놓고 뛰어들었다.
마진 공격대라고 대비를 안 하고 있던 게 아니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난데없이 날아오는 하드 이니시.
젤리맨의 몸통 박치기는 말화이트의 궁극기보다 사거리가 길다.
여기에 궁극기인 뚜루뚜 빠라빠라까지 연계되면 주위는 난장판이 돼버린다.
<젤리맨 궁극기 터지면서 진형 붕괴! 점사를 할 수도 없어요. 패시브가 수호악마니까요!>
<도라이븐이 물려서 꼼짝도 못합니다. 난전 와중에 올마스터 선수의 배인이 무섭게 굴러갑니다. 은탄을 펑펑! 터트리며 프리딜! 프리딜 구도에서 가장 무서운 원딜러가 바로 배인이죠!>
탱커는 탱커대로, 딜러는 딜러대로 잘 잡는 게 배인이다.
유일한 약점이 사거리가 짧다는 점인데 이렇게 앞에서 전부 맞아주면 프리딜이다.
올마스터의 배인이 한 번 3타를 터트릴 때마다 마진 공격대의 두 탱커가 억 소리를 내뱉는다.
물론 마진 공격대라고 잠자코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저 배인만 잡는다면 어떻게 한 턴은 버틸 수 있다.
마진 공격대의 미드라이너 산다라가 난데없이 앞점멸로 궁극기를 때려 박았다.
여기에 그동안 샌드백처럼 맞고 있던 네네톤이 호응한다.
그 급박한 상황을 강빈 해설이 강소리로 콕 짚어준다.
<마크눔 선수가 점멸 스턴으로 호응합니다! 베인의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가 일방적으로 얻어맞으면 죽는다는 점이거든요?!>
일방적으로 얻어 맞으면 탱커든 바론이든 죽기야 하겠지만 상황 자체는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팀에서 그나마 정상적으로 성장한 미드와 탑이 동시에 배인을 물었다.
여기에 발화까지 더해지자 체력이 순식간에 위험한 지경까지 깎여버린다.
정말 한나가 아니었다면 순삭이 됐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엄청난 피지컬 컨트롤!!!>
<올마스터 선수의 피지컬도 빛났습니다만 이를 보조하는 고질라 선수의 플레이도 못지 않았습니다. 산들바람의 각도가 기가 막혔어요.>
한나가 아무 생각없이 적들을 날리기만 했다면 체력이 떨어진 배인은 전장 이탈이다.
하지만 점멸을 사용해서 네네톤과 산다라를 정확히 양분.
네네톤을 아군 쪽으로 배달해 배인의 물약으로 만들었다.
모든 대시기가 빠진 네네톤은 한 대만 툭 건드려도 죽을 배인을 허탈하게 바라보며 죽는다.
샤락!
슈웅~!
노리고 노렸던 배인 암살이 실패하자 한타는 급격하게 기운다.
궁극기와 점멸을 사용해 순간적인 대쉬.
아이돌 선수의 아링이 산다라를 요리한다.
뮴뮴 선수의 거미여왕이 뛰어들어 도라이븐을 마무리한다.
<하나하나 정리되어 갑니다. 딜러진이 다 살았기 때문에 이거 넥서스까지 밀릴 분위기에요.>
<넥서스를 지킨다 해도 문제입니다. 배인의 스펠이 없었던 방금의 한타가 그나마 승산을 노릴 수 있던 마지막 기회였거든요.>
마진 공격대로서는 말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셈이다.
침착하게 다이브를 받아치며 적의 스로잉을 노렸다.
안타깝게도 허사로 돌아가며 그 리스크는 고스란히 넥서스까지 이어진다.
이제 롤챔스에서 도라이븐을 보는 날은 영영 없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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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4월13일 오후 2시 경에 일부 내용 수정되었습니다.
수정 내용은
1.마진 공격대가 경기를 지면 본선 진출을 하지 못한다.
2.올마스터가 속한 조는 C조가 아니라 B조다.(제 미스입니다..)
3.올마스터가 속한 조에서 LK게이밍 대신 KTX 롤러코스터 B팀이 들어갔다 입니다.
이외에 변경점은 없으며 보시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KTX 롤러코스터 B팀과의 경기는 진행 내용상 이미 끝난 상태입니다.
부연 설명을 덧붙이자면 현재 작품 상에서 KTX 롤러코스터 B팀은 아웃섹이 없어서 그렇게 주목받진 않았습니다.(아웃섹은 삼선 레드에 속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