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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마우스
롤챔스의 참가팀이 무려 열여섯으로 늘었다.
그 탓에 유난히 길고 길었던 조별 리그도 드디어 막바지에 다다랐다.
A조부터 D조까지 각 조의 1,2위가 본선인 8강에 진출한다.
그리고 3,4위는 안타깝게도 2부 리그인 LML로 격하된다.
─거봐, 이러니저러니 해도 얼밤은 결국 올라가잖아!
본선부터가 시작이다.
노장은 죽지 않았다.
얼밤이여 영원하라!
└운 좋게 쩌리조 걸려서 2위 진출한 거 뿐인데..?
글쓴이-원래 조별 리그는 적당히 하는 거 몰라?
└그냥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안 좋아서 까이는 거신데.. 뎃데로게~♪
└뭐, 글쓴이 말대로 본선부터는 잘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상대가 삼선 레드ㅋㅋ
각 조의 1위는 타 조의 2위와 겨룬다.
반대로 2위는 1위와 겨룬다.
똑같은 본선 진출이라도 1위에게 약간의 어드밴티지는 있다.
A조의 2위로 진출한 얼밤은 D조의 1위인 삼선 레드와 맞붙게 되었다.
─서머 시즌 8강 대진표 총정리.txt
A조 SKY T1 S VS 가짜에어 독수리
B조 신세상-매직 VS 불밤
C조 삼선 레드 VS 얼밤
D조 SKY T1 K VS KTX 롤러코스터 B
전자가 1위팀, 후자가 2위팀임.
SKY T1 S 빼고는 지난 스프링 시즌이랑 흡사하네.
아, 마진 공격대 떨어진 것도.
└신세상 매직은 삼선 블루의 후신인 셈인가?
글쓴이-팀원도 포지션도 다르긴 한데 포스는 대강 비슷하지.
└맛밤 게임단은 말 많더만 다 올라갔네.
└근데 곧 떨어질걸? 상대팀이 삼선 레드랑 올마팀ㅋ
└우리 맛밤 선수들이 떨어질 리 없습니다.. 흑흑T.T
8강의 대진표가 완성됐다는 사실은 의미가 깊다.
어느 팀이 올라가고 떨어지고 예상하는 재미도 재미지겠지만 두 가지 더.
하나는 롤드컵이 진출팀이 어디로 갈지.
다른 하나는 골든 마우스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다.
─크! MVP 경쟁 생각 이상으로 빡세네ㅋㅋㅋ
각 팀 에이스들 MVP받으려고 눈 뻘개짐ㅋㅋ
두 번 받은 선수들이 지금 올마스터, 테이커, 다대기, 스마일?
골든 마우스가 엄청 탐나긴 하나 봐.
└당연하지. 갤럭시 크래프트 시절엔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었는데. 그리고 언제 또 줄지 모르잖아?
└골든 마우스 얼마나 할까? 수백 하겠지?
└돈이 문제겠냐ㅋㅋ 롤챔스 최초 골든 마우스 수상자라는 명예가 평생 붙어 다녀.
└그런데 스마일은 솔직히 사기 아니야? 팀 구조상 무조건 원딜이 받게 돼있는데.
└ㄹㅇㅋㅋ 가짜에어 독수리가 결승전만 가도 스마일이 골든 마우스 확정이겠다.
가짜에어 독수리는 극단적인 원딜 캐리의 특성을 띈 팀이다.
스노우볼 없이 극후반만을 바라보기로도 유명하다.
원딜러인 스마일 선수에게 모든 것을 밀어주며 그의 캐리만을 바란다.
그렇게 꾸역꾸역 스마일 선수를 성장시키면 한타에서 쓸어 담는다.
가짜에어 독수리가 이기는 경기에서는 스마일 선수가 무조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즉, MVP에 선정이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는 구조다.
더욱이 골든 마우스는 우승팀이 아닌, MVP에 선정된 횟수로 정해진다.
다른 정상적인 팀들은 아무리 에이스라 하더라도 MVP를 받기 어렵다.
실제로 신세상 매직은 조별 리그에서 3승을 했지만 올마스터 선수는 MVP를 두 번 받았다.
KTX 롤러코스터 B팀과의 접전에서 상대가 올마스터만을 지독하게 노려 말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스마일은 결승전만 가도 골든 마우스는 확정이겠다.
충분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인생사 그렇게 쉬이 풀릴 리 없다.
올라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될 상대팀들이 최근의 기세가 등등하다.
─SKY T1은 뭔가 팀 이름부터 포스가 넘쳐.
SKY T1 K도 지난 시즌에 엄청 잘하더니 S도 괜찮네.
미드라이너가 바꼈다고 했나?
걔가 수비적으로 파밍하면서 한타에서 쓸어 담더라.
성향 보면 가짜에어 독수리의 스마일과 흡사함.
└아니, 그건 할 소리가 아니지. 이지범은 자기 할 거 딱딱 하면서 성장하는 거고 스마일은 그냥 성장만 하는 거고.
글쓴이-ㅇㅇ; 미안 잉벤에서 스마일 안 좋아했지. 난 근데 원딜 유저라 솔직히 로망임.
└그건 ㅇㅈ. 원딜러로서 저렇게 황제 취급 받는 건 완전 꿈이지.
8강 무대에서 가짜에어 독수리가 맞붙게 된 상대는 SKY T1 S.
지난 스프링 시즌에서는 성적이 저조했으나 이번 서머 시즌에서는 잘 나간다.
미드라이너로 새로이 영입된 이지범 선수가 팀의 구심점이 되어주고 있다.
전범준 캐스터에게 Easy Tiger, 만만한 호랑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이는 비아냥이 아니라 플레이 스타일에서 기인됐다.
이지범은 라인전에서 극도의 안정감을 지향하며 팀의 기둥이 되어준다.
그러다가 기회가 생기면 예리하게 받아 먹는다.
얼핏 스마일 선수와 비슷하지만 할 때는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다르다.
─준결승전 올라와도 어차피 상대가 올마스터임ㅅㄱ
우리 올마갓이 가짜에어 독수리 정의구현 해주시겠지.
저번 스프린 시즌처럼 개박살을 낼 듯.
└ㅋㅋ올마갓 게임 재밌게 하기로 유명해서 절대 루즈하게는 안 갈 거야.
└근데 이번에는 혼자 뭘 만들기 힘든 원딜러라 애매하지 않아?
└그렇게 따지면 서포터가 더 에바참치였지ㅋㅋ 올마스터는 플레이 방식이 특이해서ㄱㅊㄱㅊ
└벌써부터 원딜러로 스플릿하고 암살하고 난리도 아니잖아ㅋㅋ
└지난 조별 리그때처럼 사이다가 터져 나오면 좋겠다.
얼마 전 있었던 신세상 매직 대 마진 공격대와의 경기.
스프레이 선수가 도라이븐을 꺼내 도발했다.
그 도발이 결코 허세가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초반 라인전은 확실히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올마스터 배인의 슈퍼 플레이가 터져 나오며 경기는 역으로 뒤집혔다.
지난 스프링 시즌 때와 마찬가지로 맛깔난 플레이로 팬들의 눈을 사로 잡는다.
플레이하는 포지션도, 챔피언도 다르지만 기존의 상식을 깨부순다는 점은 일맥상통하다.
도라이븐으로 깡패처럼 다 패고 다닌다던지.
토이치나 배인으로 암살을 해버린다던지.
주도적으로 움직이며 게임의 흐름을 지배한다.
하지만 스프링 시즌 당시에 비하자면 살짝 임팩트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비유하자면 케찹 없이 먹는 감자 튀김 느낌이랄까.
짭짤한 맛으로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케찹이 없으면 입 안이 기름져 진다.
깔끔하게 탑티어 원딜러라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올마스터가 원딜도 잘하는 건 인정해.
아니, 솔직히 안 잘할 수가 없지.
원딜러는 피지컬 빨이고 올마스터는 피지컬이 좋으니 못할 수가 없겠지.
미드라이너 출신이라 과감하게 킬각 노리는 것도 잘해서 스노우볼도 잘 굴려.
근데 지금까지는 상대가 그렇게 엄청난 강팀이 아니었잖아.
강팀 상대로 반반 한타 하면 원딜만 하는 선수들보다는 특별히 잘하지는 못할 거 같은데?
나는 그렇게 예상하거든?
└하긴 지금까지 쉽게 온 감은 있어. 강팀 만나서 박 터지게 싸운 적은 없었으니까.
└니들이 말하는 엄청 잘하는 팀이 어딘데?
글쓴이-불밤이나 삼선 레드? 아니면 SKY T1 K?
└불밤은 8강에서 만날 테고.. 그럼 증명되겠네?
글쓴이-그럴 수도 있지만 신세상-매직이 올마스터만 잘하는 게 아니라 초중반에 비빌 수도 있겠지. 요즘 불밤 하락세잖아.
올마스터는 확실히 잘한다.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원딜러란 라인은 그런 게 아니다.
막 폭딜 때려 넣고 킬 따고.
지금까지야 챔피언의 특색을 잘 이용해서 어찌저찌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 게임단들이 한 번 당한 거에 또 당해줄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더더욱이 현재 올마스터는 지나칠 정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번 서머 시즌이 그의 독주가 되지 않도록 게임단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은 물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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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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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기껏해야 원딜 땜빵인 줄 알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혼자 독주를 하고 있다.
올마스터에게 또다시 서머 시즌의 우승을 내주기라도 한다면..?
굴러 들어온 올마스터에 박혀 있던 게임단들이 스트라이크 제대로 위기에 처했다.
[최순재 감독, 새로운 선수만 안 주면 힘을 못 쓸 거라 하지 않았었나?]
[난 자네만 믿었는데.., 이럴 거면 이참에 건수라도 크게 건질 걸 그랬어. 손해 봤지 뭔가?]
한국 프로 게임단 감독의 과반수는 속해 있다는 단톡방 안.
한 명의 비아냥이 시작대자 다른 이들도 한 마디씩 동조한다.
얼마 전, LML 당시 있었던 일이다.
어느 한 게임단을 견제하기 위해서 감독들이 흔히 말하는 단합을 하였다.
그 효과는 톡톡히 거둬 신세상-매직은 제대로 된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현재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롤챔스의 8강에 진출했다.
감독들은 계획을 꺼낸 이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었다.
[내가 면목이 없네 면목이 없어..]
[쯔쯧, 자네가 그 모양이니 마진 공격대도 덩달아 영향을 받는 것 아니겠나? 잘 좀 하게.]
[앞으로는 잘해 보겠네..]
책임을 묻는다고 해도 어차피 상하 관계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조합에 가까운 형태.
직접적인 불이익은 줄 수 없지만 되도 않는 일에 손을 벌렸다고 타박 정도는 한다.
이번 일의 실패로 인해 마진 게임단의 감독 최순재의 발언권과 체면은 땅에 떨어졌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이 바닥이 조금 좁다.
그러다 보니 흑역사는 고스란히 남는다.
그 실패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최순재 감독은 최선을 다했다.
도라이븐이라는 의외성 있는 픽.
뽑아내는 구도 또한 더없이 적절했다.
현장에서 코치와 함께 팀을 지휘했으나 결과적으로 망신만 당하고 끝났다.
변명을 할 한 가닥의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올마스터..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다고 나만 생각하나?]
[해외 애들의 창의성 넘치는 플레이가 아직까지 먹히고는 있지. 그렇지만 갤럭시 크래프트처럼 게임이 체계화가 되는 것도 이제 곧이야.]
그렇게 한 차례의 조리돌림이 끝난 후, 진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찌 됐든 올마스터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건 사실이다.
그의 실력이 대단하다고는 하나 또다시 우승 자리를 내주게 된다면 한국 게임단들로서는 가오가 상하는 일이었다.
그 또한 한국 사람이긴 하지만 적어도 해외의 팬들은, 그리고 게임단의 감독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올마스터가 북미에서 시작했으니 글로벌 프로게이머라는 해외 팬들의 논리는 접어두고.
올마스터는 예기치 못한 독특한 플레이를 주로 삼는 프로게이머다.
이러한 성향은 해외 선수들에게서 두드러진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운영과 승리에 대한 집착까지 더해지며 올마스터라는 완벽한 선수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박혀 있는 돌 입장인 감독들이 후자까지 인정해줄 리 없었다.
[이번 서머 시즌에서 한 번 꺾이면 제 풀에 지쳐 나가 떨어질 게 분명해.]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하네. 의외성 있는 카드들도 언제까지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일 테고.]
[골든 마우스를 타내려는 야심이 대단하더군. 하지만 너무 많은 카드를 노출했어. 섣부른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
각자의 생각은 물론 다르다.
그렇지만 공통되게 주고 받는 의견은 올마스터는 한계가 있는 선수라는 부분이다.
독특한 카드와 운용법으로 매번 세간을 놀라게 만드는 건 맞다.
그것은 NA롤챔스 때도, LCF 때도, 지난 스프링 시즌 때도 멈추지 않고 이어오고 있지만 이번 서머 시즌은 다를 거다.
그도 그럴 게 MVP에 대한 욕심이 너무 지나쳤다.
위기의 순간까지 아껴 놓아야 할 카드들을 벌써부터 낭비했다.
당연하게도 분석은 이루어졌고 대처법 또한 나왔다.
그리고 이를 해낼 올마스터 못지 않은 원딜러 또한 당연히 있다.
[원딜러의 슈퍼 플레이 하면 역시 가짜에어 독수리지. 우리 선에서 정리가 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 우리 불밤이 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가짜에어가 요즘 많이 컸어.]
공통된 적을 가지고 있다고 반드시 아군이 되는 건 아니다.
올마스터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서로에 대한 신경전도 치열하다.
가장 먼저 신세상-매직을 만나게 될 맛밤 게임단과 가짜에어 게임단의 감독이 가시 돋힌 한 마디를 주고 받는다.
[최근에 불밤도 그렇고 얼밤도 그렇고 휘청휘청 하길래 신경 좀 써줬더니 말뽄새 하고는 쯔쯧.]
[우리가 해먹은 게 있으니 잠깐 양보 좀 하는 거지. 하긴 우승을 해봤어야 여유도 갖는 거 아니겠나? 조급해 하는 것도 이해는 하네.]
여기까지 온 이상 실력 승부다.
감독들 간의 자존심 승부까지 되었다.
적당한 선에서 끊은 것 같지만 속은 아직 부글부글 하는 두 감독.
다가오는 8강의 본선 무대는 여러가지 방향으로 더없이 치열해지리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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