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41화 (54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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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마우스

조별 리그는 아주 스무스하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진짜 시작은 본선부터다.

조별 리그에서는 대부분의 팀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여유가 있는 팀은 더더욱 그러하다.

'나도 슬슬 시동을 걸어야 할 텐데.'

나는 연습실의 컴퓨터 앞에 앉아 진지하게 상황을 곱씹었다.

조별 리그에서 진행한 세 경기 중 MVP에 두 번이나 선정됐다.

상당히 앞서가고 있다만 나와 동등한 경쟁자가 세 명은 더 있다.

8강부터는 더욱 더 악착같이 달려야만 한다.

우리가 속한 B조의 경기는 바로 내일,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오늘은 SKY T1 S와 가짜에어 독수리의 경기가 치러지지.'

8강의 경기는 A조부터 D조까지 순서대로 진행된다.

가장 첫 번째로 경기를 치르게 되는 A조에 속한 팀이 바로 저 두 팀이다.

잉벤을 포함한 커뮤니티에서는 어느 팀이 이길지 치열한 예측이 오가는 와중이었다.

─SKY는 팀 색깔이 정확히 반대네.

얼밤과 불밤은 둘 다 어느 정도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데 K와 S는 아예 딴 판이다

K가 극공격적이라면 S는 극수비적.

미드라이너의 성향부터가 완전 반대야.

└테이커 걔가 공격적으로 게임 잘하더라. 스프링 시즌 때도 나름 선전했지.

└에이, 그래도 빠른달에 비하면 한 수 아래지.

└얼밤충 겁나 끈질기네ㄷㄷ

└역시 빠른달님이 체고시다!

잉벤을 둘러보니 대충 이러한 반응이다.

저 역빠체는 매라신에 이은 주문 같은 거라서 특별한 의미는 없다.

최근 기세가 그다지 좋지 않은 빠른달 선수 힘내라고 하는 한 마디다.

'얼밤의 팬들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결말이 돼버리는 셈이네.'

물론 역사는 바뀐다.

이번 생에서도 그렇게 되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현재 흘러가고 있는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마도 비슷하게 되어버릴 공산이 크다.

어쨌든 간에 K와 S의 성향이 반대라는 소리는 타당하다.

SKY T1 K의 미드라이너 테이커가 날카로운 창이라면.

SKY T1 S의 미드라이너 이지범은 튼튼한 방패다.

물론 방패라는 것은 날카로운 모서리로 찍어버리는 사용법도 존재한다.

한 마디로 이지범은 가짜에어 독수리의 스마일보다 융통성이 있다.

이러한 면을 근거로 들어 신생팀인 SKY T1 S의 승리를 점찍는 팬들이 제법 많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지만.'

곧 경기가 시작될 시간이다.

나는 미리 즐겨찾기를 해놓은 파프리카TV의 링크로 들어갔다.

오프게임넷의 공식 채널에서 롤챔스가 송출되고 있다.

화면에는 익숙한 두 얼굴, 전범준 캐스터와 김은준 해설위원이 보인다.

<사전 투표로 진행된 승리 예측의 결과가 45대 55입니다! 양 팀이 정말 팽팽하네요!>

<이 정도면 거의 차이가 안 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SKY T1 S가 아직 인지도 낮은 신생팀임에도 이 정도의 지지를 받은 이유가 있죠. 지난 조별 리그에서 이지범 선수가 정말 각별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전범준 캐스터에 의해 명명된 Easy Tiger.

나도 경기를 보기는 했지만 이지범의 활약은 대단했다.

미드에서 절대 갱킹에 당하지 않으며 꾸역꾸역 파밍해 상대와 격차를 벌렸다.

단순하게 파밍만 한 게 아니라 시기적절한 백업까지 완벽했다.

한타에 들어가서는 코리아나의 광역 궁극기를 입롤처럼 실현해내며 캐리해냈다.

가히 수비형 미드라이너의 모범과도 같은 선수다.

차후 그가 황제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필연이었다.

'이지범의 실력은 인정해. 문제는 팀 간의 상성이지.'

물과 불이라기 보단 불과 마그마의 관계다.

비슷한 속성끼리도 엄연히 상하관계가 존재하는 법이다.

똑같이 후반에 가면 미드라이너 보다 원딜러의 힘이 막강해진다.

그전에 SKY T1 S가 승부수를 띄운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예상컨대 그리 되진 않을 것이다.

어설픈 공격으로 뚫을 수 있을 만큼 가짜에어 독수리는 만만한 벽이 아니다.

지난 스프링 시즌 당시 직접 맞붙어봤기에 잘 알고 있다.

한술 더 떠 대놓고 풀템 전까지 시간을 끌어도 이상하지 않은 팀이 가짜에어 독수리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이길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소름 끼치는 플레이도 망설임이 없이 한다.

그런 가짜에어 독수리가 방심 하다 틈을 내줄 리가 있을까.

철두철미 하게 자신들이 유리한 후반까지 제대로 붙지 않을 게 분명하다.

'올라온다면 당연히 밟아는 주겠지만.'

지난 번에도 자근자근 밟았지만 잡초처럼 잘도 살아남았다.

정말 어떤 의미에서는 메타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팀이다.

불과 1년 후부터는 롤챔스의 다반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쩌면 다시 반복될지도 모르는 역사.

조금 일러질지도 모르겠다는 나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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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이번 서머 시즌은 조별 리그부터 특별했다.

조별 리그도 그 정도였는데 8강은 대체 얼마나 재미질까?

어제부로 이미 8강 첫 번째 A조의 경기가 끝났다.

현장의 반응은 기름이 튀길 정도로 달아올랐다.

오늘자 B조의 경기는 더하면 더했지만 덜할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상암 E-스포츠 경기장을 찾아와주신 팬 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립니다..! 최고의 경기, 그리고 최고의 해설로 안락한 관람을 보장 드리겠습니다-!!>

기름이 튀길 정도로 달아오른 반응과 맞물려 전범준 캐스터의 입에서는 침이 튄다.

그는 언제나처럼 현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에 열심이다.

하지만 그 노력과는 별개로 이미 경기장은 장난이 아니다.

이제 막 방학을 했을 초중고생들이 바글바글!

지금껏 단 한 번도 문제가 제기된 적 없었던 상암 E-스포츠 경기장의 수용 인원이 너무 적은 거 아니냐?

그런 이야기가 오프게임넷의 고객지원 센터에 쏟아져 들어올 정도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 때문에 저희 오프게임넷에서도 당연히 대비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시기가 예상을 뛰어 넘어버렸죠..? 저희가 생각한 건 결승전이었거든요? 혼란을 야기한 점 죄송합니다만..! 저희 현장의 스태프들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양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어쩔래야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다.

젊음의 혈기가 넘치는 초중고생들이 하나하나 봉인이 풀리고 있다.

그들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괜히 매 여름 방학마다 인터넷 매체들이 난리가 나는 게 아니다.

초중고생들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성인들은 납득을 해준다.

물론 시기가 굉장히 이르게 8강부터 경기장이 폭발한 건 이유가 두 가지나 더 붙는다.

지난 스프링 시즌 이전과 진행 방식에서 차별화가 이루어졌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참가팀부터가 많았다.

팬들의 기대 또한 사뭇 뜨거웠다.

그러한 기대치에 보답하기 위해 오프게임넷은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이번 서머 시즌부터는 8강도 5전 3선승제로 진행됩니다. 대신에 준결승전부터는 특별함이 더해지죠?!>

<예, 그렇습니다.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 블라인드 픽! 우려가 많았던 승부 방식인데 팬들이 정해주셨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원한다면 하는 것이 저희 오프게임넷의 방식이기도 하거든요?>

본선의 경기는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며 마지막 세트가 블라인드 픽으로 이루어진다.

결승전이 7전 4선승제인 것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다.

매 시즌 진행 방식을 조금씩 바꾸는 이유는 시청자들의 바람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오프게임넷이 열과 성을 다하자 팬들의 성원은 자연스레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결정타까지 더해지자 금일 8강 B조의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달아오른다.

오늘 경기를 펼칠 양 팀은 한국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경기장이 하양과 빨강으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못 받으신 분들은 지금이라도 정문 쪽으로 나가시면 스태프분들이 친절하게 나눠드립니다.>

<하얀색이 신세상-매직, 빨간색이 불밤입니다. 혹시라도 착오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첩자라도 되면 큰일이잖아요?>

하얀색과 빨간색의 막대 풍선.

롤챔스에서 기본적으로 나눠주는 응원 도구다.

하지만 이 기본은 유료 티켓을 산 관중들에게만 허락된다.

당연하게도 입석으로 오는 무료 관중들에게까지 나눠 주면 적자가 나고 만다.

그럼에도 오늘 8강 B조의 경기는 대출혈 서비스다.

다름아닌 신세상-매직과 불밤의 경기.

두 팀 모두 팬들 많기로는 손에 꼽는다.

경기장에는 하얀 물결과 빨간 물결이 서로를 잡아먹기라도 할 듯 거세게 부딪힌다.

무대 최상단에 설치돼 있는 카메라가 파도의 장관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있다.

<방금 막 선수들의 세팅이 완료되었다고 스태프에게서 희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신세상-매직 대 불밤의 첫 번째 세트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리셨을 밴픽! 함께~~ 보시죠-!>

현장의 열기는 적정치를 가볍게 초월했다.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열광케 만들고 있는 신세상 매직도.

시즌2부터 꾸준하게 팬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불밤도.

팬들의 열성에 보답하기 위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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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본선 8강 A조의 경기는 예상했던 대로 정확히 흘러갔다.

스코어는 3 대 1.

경기의 내용은 극후반까지 가는 장기전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가짜에어 독수리가 승리를 거두었다.

'시간이 갈수록 원딜러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치지.'

솔로랭크에서야 원딜러가 어이없이 죽어주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대회는 다르다.

프로 선수들은 자신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다.

미드라이너의 누킹이 강하다고는 하나 모두를 죽일 수는 없다.

그에 반해 원딜러는 살아남기만 하면 지속적으로 딜링을 박아 넣을 수 있다.

어떻게 상황이 맞물려 원딜을 자르고 시작하면 좋겠지만 힘들다.

아이템이 잘 갖춰진 원딜러를 어설프게 물다간 역으로 털린다.

가짜에어 독수리는 원딜 중심의 한타에 정말 이골이 났다.

그나마 3전 2선승제였다면 어떻게 비벼볼 여지가 있었겠지만 5전 3선승제에선 그게 힘들었다.

오늘 경기에서 불밤을 꺾는다면 가짜에어 독수리와 맞붙게 된다.

"첫 번째 세트는 계획했던 대로 안전하게 가자. 어차피 단기전으로 끝낼 수 있는 구도가 아니잖아."

"칫, 그냥 다 때려 패고 싶은데."

보이스 채팅을 통해 한 마디 하자 예은이 혀를 차온다.

이 녀석이랑 저 불밤의 주장 빅빠따맨이랑 세워 놓으면 불꽃 튀는 기싸움이 펼쳐지지 않을까.

장난스런 상상이 인다.

어쨌든 간에 5전 3선승제다.

3전 2선승제와 달리 첫 세트를 압도할 필요는 없다.

단기적인 전략은 세우지 않는 편이 타당하다.

'그보다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상대 입장에서 절망적이야.'

단순히 예상치 못한 돌뿌리에 걸려 넘어진 거라면 훌훌 털고 일어나면 그만이다.

그런데 3전 2선승제는 완전하게 털어낼 시간이 부족하다.

그에 반해 5전 3선승제는 충분히 털고 상대의 전략에 대한 분석까지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돌뿌리가 아닌 언덕, 아니 태산이라면 어떨까?

도저히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은 험준한 산맥.

내가 첫 번째 세트에서 목표로 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상대의 머릿속에서 신세상-매직이 어떤 팀인지 이미지를 확고히 박아버린다.

이미 게임은 시작 됐고 소환자의 전장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그 전부터 나의 심리전은 상대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초반부터 경기의 흐름이 웃어준다.

"상대가 역라인 스왑으로 받아치지 않네요?"

"그야 그럴 수밖에 없지. 그것까지 생각해서 전략을 짜놨잖아."

LML까지 포함한다 해도 처음이다.

우리 쪽에서 상대에게 라인스왑을 걸었다.

금일 첫 번째 세트에서 시도키로 결정한 전략이다.

'테러스티나는 성장에 시간이 필요한 챔피언이라 라인 스왑을 반드시 해야 해.'

이러한 사실을 경험 충만한 불밤이 모를 리 없다.

당연히 역라인 스왑으로 받아쳤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상대는 그러지 않았다.

조별 리그 마지막 세트에서 나는 배인으로 도라이븐을 뭉개버렸다.

모두가 라인 스왑을 예상한 가운데 정정당당 맞라인전을 서주었다.

불밤은 이를 의식한 나머지 심리전에서 말렸다.

'딱히 정정당당이라기 보단 라인전에서 이길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지만.'

상대가 그리 생각을 한다는 게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나와 고질라는 탑라인에, 불밤의 빅캡틴맨과 빅욕망맨은 봇에 있다.

크레이브즈와 조아라라는 강력한 압박 조합을 선택한 상대 봇듀오로서는 인상이 찌푸러질 상황이다.

물론 테러스티나는 성장에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챔피언이다.

풀템 가기 전까지는 1인분도 못한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곧이 곧대로 정석적인 플레이를 해줄 리 있을까.

이제 곧 라인 스왑으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수확을 거둘 차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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