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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마우스
흔히 테러스티나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익히 알려진 왕귀 타이밍.
헤이클린과 비슷하게 풀템 비슷하게 갖춰져야 제 위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강제적인 라인 푸쉬다.
"형 진짜 독하게 하시네. 이거 몰고 가서 다이브 칠 거에요?"
"당연히 그래야지. E를 안 찍은 이유가 바로 그건데."
테러스티나의 E스킬, 폭렬 탄환은 한 마디로 마법 데미지를 주는 발화다.
도트 피해와 함께 치유 감소로 적을 괴롭힌다.
이전에 AP테러스티나를 했을 때도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문제는 이 폭렬 탄환에 있는 부수적인 효과다.
적을 처치하면 터트려버린다.
주위의 미니언들은 당연히 데미지를 입는다.
라인을 푸쉬하고 싶지 않아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스킬이다.
'그러니까 아예 폭렬 탄환을 안 찍으면 돼.'
이 고질적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스킬 포인트를 아낀다는 극단적인 수가 나온다.
차후 시즌4에 테러스티나가 1티어 원딜로 부상하면서 생겨버린 전략이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라인 푸쉬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미니언을 몰아나간다.
"전기쥐 못 빠지게 조여 봐."
"난 골렘 먹으면서 기둘리는 중이니까 너나 빨리 오셔."
미니언 웨이브를 몰아 탑에 도착하는 사이.
쌍버프를 두른 예은의 거미여왕은 진작 탑에 도착해 적 쌍둥이 골렘을 빼먹고 있다.
사실상 예정된 다이브고 적도 당연히 알고 있다.
'라인 스왑에 대한 대처가 깔끔하지 않다 보니 생기는 군살 같은 거지.'
라인 스왑은 차후 시즌6까지 우려먹게 되는 사골이다.
사골도 끓이다 보면 진해지는 것처럼 라인스왑도 점점 더 진국이 된다.
하지만 현재는 시즌3 중반기.
서로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깔끔하게 취하지 못했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라인스왑이 이루어지면 다이브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그냥 당하는 건 아니다.
반대쪽에서 씨지맥이 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대도 빼지 않는 거다.
서로 한 명씩 주고 받는 패기 싸움.
어차피 반반이면 경험치라도 조금 더 먹고 죽자는 심산도 깔려있다.
결정적으로 시즌3에는 다이브를 하는 쪽도 깔끔하지 못했다.
역으로 죽고, 더블 킬 당하고 그런 케이스가 심심찮게 나왔다.
"저희 딜이랑 CC기가 조금 부족한데 괜찮을까요?"
"내가 어떻게든 할 게."
안 하면 안 했지 한다고 말하고 못한 적은 없다.
나의 오더 하에 철저하게 다이브가 이루어진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다름아닌 내가 되었다.
"나 먼저 뛰어 들 테니 바로 엄호해줘."
테러스티나가 안 쓰이는 마지막 이유.
바로 생존기인 폭발 점프 때문이다.
아니, 대쉬 거리도 길고 킬리셋도 있고 괜찮은 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 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두 가지다.
하나는 쓰렉귀의 채찍 쓸기 같은 CC기에 너무 잘 끊긴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도약 중에 적 공격을 그대로 맞는다는 거다.
대쉬 거리가 너무 길기 때문에 생겨버린 고질점이다.
한 마디로 과유불급.
때문에 현재 테러스티나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낮다.
폭발 점프의 진정한 가치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융-!
이러한 단점은 있지만 대쉬 거리가 길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널찍이 뛰어 전기쥐를 깔고 앉았다.
파샥!
치지직..!
전기쥐는 보자마자 반격하지만 그래봤자 2레벨, 스턴은 걸리지 않는다.
포탑의 공격을 맞으면 곧바로 후퇴.
느려진 전기쥐를 향해 팀원들의 연계가 쏟아진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예은이 다이브에 일가견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깔끔하다.
점멸로 거미줄을 피해낸 전기쥐는 억울할 테지만 어쩔 수가 없다.
비결은 바로 내 폭발 점프에 있다.
'2.5초간 60%의 둔화. 이건 완전 이니시 스킬이지.'
원딜러에게 앞대쉬는 지양하지 않으면 자칫 가족드립을 들을 수 있는 나쁜 습관이다.
그렇지만 테러스티나에 한해서는 정반대.
앞점프 타이밍을 노련하게 잡는 것이 필수불가결이다.
이는 중반까지 존재감이 흐릿한 테러스티나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전기쥐를 수월하게 따냈지만 반대쪽에서 손해가 있었다.
필연적이게도 씨지맥 또한 다이브를 당했다.
애를 쓰기는 했다만 역부족이었다.
"이건 어쩔 수가 없네. 그래도 내가 전기쥐보다 미니언은 조금 더 먹었어."
"점멸도 두 개 뺐고. 충분히 이득이지."
불밤 또한 공격적인 운영에는 이골이 나있다.
크레이브즈와 조아라, 그리고 정글러인 이블퀸이 교대로 타워에 맞으며 다이브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이쪽은 점멸이 하나 빠졌고 상대는 두 개, 게다가 이쪽은 선취점을 가져갔다.
찰칵!
뭐, 퍼블은 먹은 건 내가 아니라 예은이지만 괜찮다.
먹었어도 VF소드가 나올 골드는 안됐다.
아싸리 정글러가 킬을 먹고 스노우볼을 굴려주는 편이 옳다.
'나는 한동안 파밍만 할 테니까.'
보람찬 수확을 위한 밑거름.
내가 구입한 아이템은 다름아닌 욕망의 칼이다.
솔랭이었다면 아군 서포터에게 뺨맞을 선택이다.
'이즈로 여눈만 가도 서포터가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게 현재 메타니까.'
그나마 이즈는 Q파밍이라도 하지 욕망의 칼은 아예 노딜이다.
봇라인의 2대2 딜교환이 성립할 수가 없다.
고질라도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지만 내가 설득시켰다.
[왕귀 타이밍이 늦다는 건 초중반에 딜이 없다는 소린데, 어차피 딜이 없으면 돈템 좀 가도 되잖아?]
어처구니가 없는 논리지만 의외로 타당하다.
어차피 크레이브즈&조아라랑 딜교환하다간 갈가리 찢어진다.
그러니까 사리면서 성장을 도모하자.
아이러니하게도 욕망의 칼은 테러스티나에게 굉장히 잘 어울린다.
.
.
.
* * *
오늘의 경기를 위해 불밤은 칼을 갈아왔다.
삼선 블루 때문에 고배를 마신 경험이 무려 두 번이다.
윈터 시즌도, 스프링 시즌도 삼선 블루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물론 그 복수의 상대 삼선 블루는 사실상 해체 됐다.
오갈 데 없는 칼날의 방향은 신세상-매직을 향했다.
윈터 시즌 우승의 주역도, 스프링 시즌 우승의 주역도 신세상-매직에 속해있다.
"이번 게임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아, 진짜 라인스왑만 아니었어도."
"올마스터 저 사람 정말 심리전이 장난 아니야. 제대로 한 방 먹었어."
불밤의 봇듀오, 빅캡틴맨과 빅욕망맨이 투덜대듯 중얼거렸다.
신세상-매직에는 씨지맥과 올마스터가 속해있다.
전자라면 충분히 승산을 논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후자, 올마스터는 현재 슬럼프를 겪고 있는 자신들에게 너무나도 버거운 상대였다.
그러니까 픽에서부터 우위를 점하자.
다행스럽게도 올마스터는 테러스티나라는 라인전 약챔을 했다.
크레이브즈와 조아라, 이 두 챔피언이라면 숨도 쉬지 못하게 압박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건 라인스왑이었지만 결국 하지 않을 거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 조별 리그에서 올마스터는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와서 컨셉을 바꾸지는 않을 거라 보았다.
결과적으로 상대는 라인스왑을 걸었고 게임은 자신들에게 지극히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이 조합으로 파밍만 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니 망맨아?"
"어쩔 수가 없잖아, 형. 이걸 확 걸어버릴 수도 없고."
빅욕망맨이 가져간 조아라의 장점은 초반 견제다.
그것도 처음 라인전을 시작했을 때 첫 귀환 이전까지가 가장 세다.
식물로 적 체력을 야금야금 깎으며 스킬로는 체력바를 뜯어낸다.
어찌나 고통스러운지는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상대 봇조합은 약한 편에 속하고 정상적인 라인전 구도가 됐다면 올마스터고 나발이고 간에 필히 이겼다.
하지만 저렇게 라인스왑으로 레벨링을 하고 온 다음에 사리기만 하면 방법이 없다.
늦게라도 빡세게 견제를 하려 했던 적도 있었지만 포기했다.
펑!
견제를 위해 깔아 놓은 식물이 테러스티나의 공격에 시들었다.
고작 5골드인 식물은 적이 잡아도 별 상관이 없다.
그런데 욕망의 칼 때문에 적은 7골드를 얻게 됐다.
게다가 한나의 실드 때문에 체력 손실도 전혀 없다.
오히려 빠지는 것은 자신의 마나였다.
"답없다 망맨아~! 정글이 갱 와줘야 돼."
"나도 가고 싶은데 알잖아 윗라인 힘든 거. 그냥 파밍하면서 용한타 봐."
빅캡틴맨의 지속적인 투덜거림에 정글러인 빅태양맨이 짜증스러운 어조로 대답한다.
봇라인은 그래도 파밍이라도 하지 탑과 미드는 죽을 맛이다.
퍼블을 먹은 거미여왕이 아주 공격적으로 몰아붙인다.
진짜 여자만 아니었어도, 대회만 아니었어도 이거 미친X 아니냐고 한 마디 내뱉고 싶은 심정이었다.
"봇라인은 최대한 디나이 해보고, 탑과 미드는 사려보자. 한타 가면 우리가 이긴다."
"쟤네가 한타를 과연 걸어줄까요? 제가 쟤네 입장이면 한타 절대 안 하고 이대로 시간만 끌 텐데...... 아니, 물론 빠따형 말이 맞죠."
눈치 없이 말대꾸 하던 빅태양맨이 빅빠따맨의 눈초리 한 방에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이렇게 팀원들의 의견을 강제로 묵살하는 것은 굉장히 옳지가 않다.
그렇지만 빅빠따맨도 다 생각이 있어서 의견을 조율한 것이었다.
"올마스터가 라인스왑을 해버린 건 예상을 벗어났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했기 때문에라도 한타는 반드시 하겠지. 사람의 성향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아."
확실히 테러스티나는 초중반이 너무 약한 챔피언이다.
그런 챔피언을 픽한 이상 한 번 자신의 의견을 접고 팀원들의 말을 따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올마스터가 한타까지 거부하면서 밍기적 파밍만 할 위인은 결코 아니다.
더욱이 윗라인이 유리한 상대는 한타를 피할 이유가 없다.
중반 타이밍의 원딜러 딜량이라는 게 약하다고 해도 다 고만고만한 법이다.
리워크 전 도라이븐처럼 이상한 챔피언이 아닌 이상 일단은 그렇다.
"역시 주장입니다. 저는 주장이라면 반드시 해법을 제시해줄 거라 믿었어요."
"오오! 한타만 한다면 질 리가 없죠. 저희 광역딜 쩔어줍니다!"
"빠따맨 형이 정말 안목이 탁월하다니까. 어떻게 생각이 그리 깊을 수가 있지?"
팀내의 절대실세 빅빠따맨의 명령에 불밤의 팀원들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온다.
물론 빅빠따맨이 내놓은 의견이 고개를 끄덕일 만했기 때문이다.
그가 아니라면 이렇게 운에 거는 듯한 판단을 신뢰시킬 수 없기도 했다.
주장에 대한 신뢰감이 자칫 무너질 수 있었던 불밤은 하나로 뭉쳐냈다.
당장의 목표를 세우고 행동하는 것과 없이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빠르게 의견을 규합한 불밤은 더 이상의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라인전 단계에서 최대한 손해를 입지 않으며 한타를 바라본다.
"이제 곧이다. 한타 구도는 예상 외의 사태가 나오지 않는 이상 무조건 세운 대로 간다."
단체의 우두머리가 필요로 하는 능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카리스마, 다른 하나는 유능함.
어느 한 쪽도 부족해서는 균형이 무너진다.
그 두 가지를 고르게 갖춘 빅빠따맨은 훌륭한 주장이다.
그런 빅빠따맨의 주도 하에 작전은 빠르게 세워졌다.
이번 용한타에 모든 것을 건 만큼 허투루 임할 수는 없다.
작전의 제 1안은 바로 이블퀸의 기습이었다.
"탁월한 발상이십니다! 그런데 들어가면 저.. 죽겠죠?"
"그래서?"
무뚝뚝한 빅빠따맨의 대답에 빅태양맨이 입을 굳게 다문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뒤끝이 없는 편이 낫다.
빅태양맨은 조용히 작전대로 적의 후방을 향해 돌아갔다.
그 사이에 용은 먹히겠지만 이니시를 성공하면 게임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
"이블퀸이 걸자마자 전기쥐가 점멸로 들어가라."
"저 조냐도 없어서 들어가자마자 무조건 죽을.. 물론! 대의를 위해서 희생해야죠. 불만따위 전혀 없습니다 형님, 헤헤.."
주장인 빅빠따맨의 오더대로 불밤은 한타 준비를 완료했다.
하필이면 거미여왕이 퍼블을 먹은 탓에 라인전이 다소 말려버리긴 했으나, 지금부터라도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
격차가 큰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상대 원딜러는 테러스티나다.
매 경기에서 깽판을 쳐대는 올마스터가 정말 간만에 얌전한 챔피언을 골랐다.
첫 세트인 만큼 무난한 선택을 해온 셈이지만 이는 기회.
테러스티나의 코어템이 갖춰지기 전에 빠르게 몰아붙인다면 승산이 있다.
"한타 조합은 우리가 더 좋잖아. 이니시만 잘 걸면 돼."
"이니시도 괜찮고 광역딜도 좋지. 마무리는 당연히 내가 할 테고."
라인전에선 투덜투덜 거리던 빅캡틴맨이 진지하게 말을 끝맺는다.
빅캡틴맨은 약한 라인전과 맵리딩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그와 반비례하게도 한타는 정말 잘한다.
최근에는 다소 슬럼프를 겪고 있다만 한타 만큼은 아직 손색이 없다.
지난 스프링 시즌의 원한을 되갚아주기 위해서라도 실수따위 하지 않는다.
이는 불밤의 팀원들이 가진 공통된 마음이었다.
예정했던 대로 한타의 구도는 착착 그려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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