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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마우스
한타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게임의 승패를 바꿔버릴 수도 있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이것을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진중한 의논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
[그냥 이대로 형 스플릿 돌려서 4코어까지만 갖추면 필승 아닐까요?]
고질라의 의견이었다.
이는 더없이 타당하다.
[코어템도 갖춰졌고 그냥 한타하자? 윗라인이 세서 넌 받아먹기만 해도 돼.]
씨지맥의 의견이었다.
이는 더없이 타당하다.
황희 정승의 일화 같은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어느 쪽도 타당한 말이다.
전자가 굳히기 운영이라면 후자는 능동적인 움직임.
고민을 해봤지만 역시 가만히 파밍만 하는 건 성격에 안 맞는다.
'여기서 허구헌날 파밍하면 스마일과 다를 게 뭐야.'
타이밍도 좋지 않다.
바로 어제 가짜에어 독수리의 경기가 있었다.
또다시 비슷한 양상의 경기가 나온다면 먹던 치킨 집어던진다.
내가 만약 시청자의 입장이라면 그 정도로 화가 날 것이다.
그리고 비단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찰칵!
20분 가까이 돈템 파밍을 한 보람이 빛을 발한다.
두란검을 파는 것으로 2코어가 완성됐다.
무극의 대검과 스토커의 단검.
문제가 있다면 2코어가 떠도 테러스티나는 그다지 안 세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갔다면 분명히 그랬겠지.'
현재 테러스티나가 안 쓰이는 이유는 한 마디로 노딜이다.
최소한 4코어, 가능하면 마지막 템까지 딜템을 가야만 만족스런 딜이 나온다.
하지만 약간의 응용을 하는 것으로 2코어 타이밍에 딜을 뿜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쟤네 이블퀸 안 보인다, 조심해."
"용 적당히 치면서 한타 유도하자. 들어오면 뒤로 빼면서 앞라인부터 잡아 먹고."
진작 팀원들의 정비는 끝났고 전부 용 쪽으로 모였다.
상대팀 또한 무언가 준비하는 듯 주위를 서성이지만 다 보인다.
항시 은신인 이블퀸은 보이지 않지만 근방을 와드로 장악해놨다.
게임의 주도권이 있는 쪽은 이런 식으로 보다 유리하게 한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물론 시간을 끌면 와드가 사라지거나 지워지니 시급히 행동해야 한다.
치지지직!
평타로 용을 한 대 툭 치니 전류가 지직 거리며 마법 피해를 가한다.
내가 2코어로 맞춘 스토커의 단검이 가진 효과다.
'전류 데미지가 상당히 짭짤해.'
2코어가 나온 테러스티나는 노딜이다.
말해봐야 입만 아픈 소리지만 그건 원혼의 춤꾼을 갔을 때의 이야기다.
원혼의 춤꾼은 현재 모든 원딜러들이 무조건 맞추는 공속템이다.
그리고 내가 갖춘 스토커의 단검은 한 단계 격이 떨어지는 아이템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런 취급 받고 있지만 시즌4에 들어서 평가가 바뀐다.
스토커의 단검딜이 생각보다 적지가 않더라?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다는 점도, 돈템이 하위템이라는 점도 높이 볼만한 요소다.
대부분의 원딜러들이 2코어로 스토커의 단검을 선택하게 된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섞이면 중반 타이밍에 강력한 테러스티나가 만들어진다.
"쟤네 설마 용 이대로 주나? 그럴 리가 없는데?"
"이블퀸은 대체 어디에.. 뒤야!"
씨지맥이 소리 쳤을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상대가 이니시를 늦게 건 탓에 용은 우리가 챙겼다.
대신에 상대 이블퀸이 뒤를 뺑 돌아올 시간을 주었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아군이 이블퀸의 궁극기에 덮쳐졌다.
굉장히 좋지 않은 그림이다.
물론 아군도 이에 대처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사라라라랑~!
한나가 궁극기인 산들바람으로 이블퀸을 멀찍이 밀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넓다란 장판은 아군의 체력을 온전하게 회복시킨다.
시기적절한 판단 같지만 실수다.
광역 둔화로 이니시를 걸은 이블퀸은 할 일을 다했다.
쿠루루루룽!
진짜는 이블퀸이 아니라 반대쪽이다.
빅불꽃맨의 전기쥐가 제 몸을 불사를 각오로 달려들어 온다.
한나의 궁극기가 빠진 이상 받아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다.
퍼엉!
0.5초라도 반응이 늦었다면 광역 스턴에 휘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캐치해냈다.
정기쥐가 점멸로 들어오자마자 밀쳐냈다.
테러스티나의 궁극기 미사일 탄환이 가진 넉백 효과로 말이다.
치지지직!
그리고 따라가는 평타 한 방은 서비스.
미사일 탄환에 맞고 날아간 전기쥐가 감전된다.
뭐, 진짜로 감전된 건 아니고 이팩트 뿐이지만 스토커의 단검이 터졌다는 게 중요하다.
주위의 적에게도 스플래쉬가 퍼지며 소소한 피해를 입힌다.
'이렇게 되면 어시스트를 챙기기가 한결 쉬워져.'
이것 또한 테러스티나가 반드시 스토커의 단검을 가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고작해야 자잘한 마법 피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데미지다.
그렇지만 이 데미지가 어시스트와 연결된다면 어떨까?
원딜러의 입장상 한타에서 적을 고르게 때리기는 힘들다.
당연하게도 카지트 같은 챔피언처럼 포킹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니다.
스토커의 단검만이 테러스티나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광역 피해.
전기쥐를 밀쳐냄으로서 완벽한 한타 캐리 그림이 그려졌다.
.
.
.
* * *
신세상 매직 대 불밤의 첫 번째 세트.
이번엔 대체 올마스터가 어떠한 플레이를 보여줄까?
높았던 기대 만큼이나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었다.
<풀코어가 갖춰졌을 때 가장 좋은 원딜러는 누굴까? 테러스티나라는 말에는 이견이 달리지 않습니다.>
김은준 해설위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최강 가리기는 남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주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다른 포지션에서는 의견이 보통 갈린다.
구도에 따라, 적 조합에 따라 좋은 챔피언이 제각기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딜러에 한해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테러스티나, 명실상부 후반 최고의 원딜러다.
<사거리도 사거리지만 생존기가 있다는 점이 엄청난 메리트죠. 보통 사거리가 긴 원딜러들은 그에 따른 패널티를 받기 마련이니까요.>
사거리가 기준치보다 월등하게 긴 원딜러.
헤이클린은 중반 딜로스가 심하고 평타 강화 스킬이 없다.
꼬그모와 토이치는 사거리가 조건부로 올라가는 데다 생존기도 없다.
하지만 테러스티나는 정말로 모든 것을 다 갖췄다.
<문제는 사거리가 레벨에 비례한다는 부분입니다. 봇듀오의 특성상 레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원딜러입니다. 더욱이 초반 딜로스도 심해서 프로 레벨에서는 사용이 불가하다, 그러한 판정이 내려졌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에요.>
풀템 전까지 닥치고 파밍을 해야 했던 테러스티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러한 챔피언이었다.
올마스터의 손에 들리자 전혀 다른 챔피언으로 탈바꿈되었다.
당연히 팬들도 믿고는 있었지만 내심 불안한 건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바로 어제 있었던 가짜에어 독수리의 경기가 하도 지루했다.
때문에 혹시 올마스터가 스마일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오늘도 올마스터는 팬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게임이 시작하기 전만 해도 저 뿐만 아니라 시청자 분들도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올마스터일까요. 게임을 풀어내는 안목이 일반인들의 상상을 가뿐하게 초월합니다. 지금 경기를 하드 캐리하고 있는 테러스티나가 있기 위해서 올마스터 선수가 얼마나 한 노력을 쏟았는지 제가 감히 분석해보겠습니다.>
현재 경기 시간 30분.
테러스티나가 이제 막 어깨 좀 필랑말랑 하는 후반이다.
일반적인 테러스티나라면 으레 그러했겠지만 올마스터는 다르다.
20분 경에 열린 한타 때부터 이미 날라다녔다.
방방 뛰어대면 킬과 어시스트를 쓸어담았다.
도저히 테러스티나라고는 볼 수 없는 공격적인 움직임.
결정적으로 데미지가 생각 이상으로 강력했다.
<테러스티나의 레벨이 분명 11이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Q스킬을 마스터한 상태였죠. 공격속도가 엄청나게 빨랐습니다. Q선마를 했다는 증거에요.>
<스토커의 단검을 간 것도 한몫했죠. 보통 원딜러들이 선택을 잘 안 하는 아이템이잖아요? 특히 하드캐리형 원딜러들은 무조건적으로 원혼의 춤꾼을 선호합니다. 그럼에도 스토커의 단검을 간 이유는..뭘까요?>
김은준 해설의 말을 이은 강빈 해설이 끝맺음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눈여겨 봐야 하는 부분인 건 맞다.
치명타 확률이 10%나 차이나는 탓에 유저들은 원혼의 춤꾼을 선호한다.
하지만 올마스터는 스토커의 단검을 갔고 이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아, 잠시 말이 꼬였습니다. 전류 데미지가 상당히 세네요. 테러스티나의 부족한 공격력을 보충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잘 보면 어시스트를 챙기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올마스터 선수가 정말로 대충 꺼낸 카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경기의 내용으로 증명합니다.>
가짜에어 독수리의 누구 마냥 질질 끌지 않는다.
왕귀 챔피언의 특색을 잃지 않으면서 경기도 화끈하게 몰아붙인다.
경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올마스터에게 완벽한 판짜임을 당했다.
<오우! 템 잘 나와서 라인클리어 기가 막혀요.>
<이제 귀환하면 최후의 숨결 완성됩니다. 남은 차례는 레드 먹고 미드 압박 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테러스티나 못 막습니다. 지금까지도 무서웠지만 시간 지날수록 더더욱 무서워지는 하드캐리형 챔피언이거든요?>
유통기한 챔피언이었다면 후반이라도 노려 봤을 거다.
안타깝게도 테러스티나의 진면목은 시간이 갈수록 두드러진다.
괜히 원딜러 중 성장 기대치가 최강이라 평받는 챔피언이 아니다.
그런 테러스티나를 올마스터가 들었다.
아이템도 이 이상이 없을 정도로 잘 뽑혔다.
그리고 방금 전 레드 버프를 챙기고 미드 웨이브를 미는 것으로 18레벨을 달성했다.
만렙 찍어서 안 좋은 챔피언 어디있겠냐 만은 테러스티나에게 있어 레벨업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무려 700이 넘는 평타 사거리.
꼬그모가 침 마구마구 뱉기를 활성했을 때나 잠깐 얻을 수 있는 신기다.
그러한 사거리를 테러스티나는 단순히 레벨이 오름으로 가질 수 있다.
펑!
펑! 펑! 펑!
그 압도적인 사거리에 Q스킬의 공속 버프가 더해진다.
미드 라인의 억제 타워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밀린다.
불밤이라고 막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속수무책.
전기쥐는 들어가봤자 밀릴 테고 주위에는 핑크 와드가 깔려있다.
이블퀸은 어디까지나 안 보이는 거지 공격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다.
게임의 확정타를 박기 위해 신세상-매직은 엄청난 양의 핑크 와드를 사왔다.
불밤으로서는 이니시를 열어낼 수단이 없다.
<만렙 테러스티나, 소문대로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어떻게 물려고 해도 도망가고 밀쳐내고 답이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가장 완벽한 원딜러. 이렇게나 흥한 테러스티나는 솔랭에서도 보기 힘듭니다. 롤챔스에서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러한 기적을, 아니 필연을 올마스터가 일으켜냈습니다.>
팀원들의 도움에 의지해 억지로 성장한 스마일 선수와는 다르다.
제대로 해낼 작정으로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왔다.
그 노력은 결실을 맺어 경기의 승리가 목전이다.
미드의 억제탑이 깨지고, 재생되었던 봇라인의 억제탑도 또다시 깨진다.
텅텅 비어버린 불밤의 본진은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여기서 3억제탑을 완성한다면 사실상 승기를 굳힌 셈이지만 신세상-매직이다.
그리고 플레이 하는 이가 올마스터다.
지루하게 게임 질질 끌만한 위인이 아니다.
<부스터 켜고 쌍둥이 포탑 퉁퉁퉁퉁!! 이렇게 초인종 두들겨 대면 집주인 나와야죠! 이블퀸이 이니시를 겁니다!>
<이블퀸도 이제 못 버팁니다. 최후의 숨결이 나와서 힌두인 하나로는 턱도 없어요! 이블퀸 녹아내리면서 점프점프! 하나하나 마무리되어 가는 그림입니다..!>
절대 물 수는 없는데 사거리는 겁나게 길어서 멀리서 툭툭 때려댄다.
아이템이 갖춰진 테러스티나의 엄청난 폭딜.
그렇게 한 명 잡히면 폭발 점프의 쿨타임이 리셋된다.
모든 적을 섬멸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진격한다.
우물까지 따라가 결국 마무리를 띄워버리고 서렌을 받아내고 말았다.
<첫 경기부터 임팩트가 어마어마했습니다. 불밤 선수들 멘탈 괜찮을런지 진심으로 걱정이 되네요.>
<그럴 만도 하죠. 이게 그냥 말린 거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주도적으로 한타를 걸어서 대패를 하고 그 후로 어떻게 만회를 하려고 했지만 손 한 번 제대로 못 썼어요. 두 번째 세트에서 또다시 패배를 하게 된다면 위험합니다. 패패승승승이라는 기적은 결코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경기장의 반이 시끌벅적 난리가 나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기뻐한다.
그에 비해 나머지 반은 초상집 분위기.
이 지나친 고요함에 불밤이 반전을 선사할 수 있을지.
두 번째 세트가 지체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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