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46화 (546/803)

546====================

골든 마우스

첫 번째 세트에 이어 두 번째 세트까지.

후반 캐리형 챔프가 꼭 후반에만 캐리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

올마스터는 마치 그러한 의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어찌 됐든 올마스터가 오늘 8강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하나다.

후반형 원딜러로도 충분 중반 한타에서 캐리가 가능하다.

고작 1코어 갖춘 꼬그모로 미친 듯이 카이팅을 해댄다.

<한 대! 딱 한 대만 때리면 되거든요?! 그런데 사거리 절대 안 주죠!>

<철저하게 카이팅해서 박살을 냅니다. 크레이브즈 전사! 루나 전사! 탈리반 살아서 도주하지만 말카림이 백업을 왔습니다..! 꼬그모 트리플 킬! 궁극기로 기가 막히게 받아 먹었어요.>

세 명이 잠복해서 꼬그모를 노렸다.

작전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중계진도 여기서 불밤이 역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면 분위기를 한껏 띄웠었다.

그런데 까고 보니 아니더라.

올마스터가 귀신 같은 반응속도 탈리반이 깃창-점멸을 피해냈다.

난데없이 덮쳐오는 깃창만 피해도 오! 소리가 절로 나올 지경인데 말도 안되는 플레이다.

-올마스터 혹시 헬퍼쓰니??

-대회에서 무슨 헬퍼야 말도 안되는 소릴ㅋ

-ㄷㄷ드립이지. 진지충 보소.

-근데 저게 헬퍼가 아니면 너무 불공평 하긴 해. 재능충ㅅㅂ

-손가락 이식 받아야지 뭐 별 수 있나..

-왜 뇌는 빼먹니..?

롤챔스를 중계하던 각종 플랫폼의 채팅창들도, 로드 오브 로드 관련 커뮤니티들도 폭발했다.

올마스터가 기가 막힌 슈퍼 플레이를 해내며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시켰다.

아군의 지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혼자 세 명을 상대한 한 셈이다.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탈리반이 깃창과 동시에 점멸을 사용하면 에어본 거리가 늘어납니다. 천상계에서 종종 보이는 고급 테크닉이죠. 탈리반 잘하는 유저들이 이걸로 킬각 귀신 같이 잡아냅니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건 이걸 올마스터 선수는 피했다는 사실이에요. 눈으로 보고 피하는 건 절대 불가능합니다. 상대가 깃창-점멸을 쓸 거라 예상을 하고 점멸을 사용했다, 즉 상대의 행동을 꿰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같지만 그것 밖에 해설이 불가능합니다..!>

김은준 해설위원의 입에서 두두두두 침이 튀길 정도로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이러다 한 5년 지나면 전범준 캐스터 닮아가는 건 아닌지 조금 궁금하긴 하지만 어쨌든 명쾌한 해설이다.

확실히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무슨 밥아저씨도 아니고 참 쉽죠야?ㅋㅋㅋㅋ

-해설 들으니 납득은 가는데 그걸 해버리는 올마스터도 참..

-근데 저거 다 맞아도 죽는 각 아니었냐? 빅캡틴맨도 엄청 잘 들어갔는데.

-올마스터가 엄청 단단했어. 거눙이라도 보는 줄.

-ㅋㅋㅋ무슨 거눙 드립이야. 올마스터는 힌두인이나 워울프 같은 쫄보템 안 올려.

과거 얼밤의 원딜러 거눙은 탱원딜로 유명했다.

적팀의 포커스가 원딜러에게 쏟아진다는 사실을 역이용해 탱탱하게 아이템을 가는 것이다.

하지만 올마스터는 가지 않았다.

탱템을 가지 않았음에도 단단하다.

<아마 삼종신기에 붙은 약간의 체력, 그리고 카이팅 보조 덕분인 거 같습니다. 이속 덕분에 적의 추적을 아슬아슬 뿌리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킬을 쓸어담을 수 있었죠. 트리플 킬! 꼬그모가 트리플 킬을 먹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아이템이 잘 나오기 때문이죠!>

안 들으면 섭할 노릇인 강빈 해설의 강소리가 오늘도 시청자들의 배꼽을 빼놓는다.

사실 곱씹어보자면 영 틀린 말은 아니다.

트리플 킬 먹어서 안 좋은 챔피언 로드 오브 로드에 없다.

그렇긴 해도 꼬그모의 트리플 킬은 더없이 각별하다.

<이제 겨우 1코어임에도 정말 셉니다. 아마 삼종신기 템트리도 올마스터 선수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겠죠. 하지만 꼬그모의 진짜 위력은 아직 시작도 안했거든요?>

<그렇습니다. 원딜러 중에 성장 기대치가 가장 높은 챔피언은 테러스티나가 맞습니다만, DPS가 가장 높은 건 꼬그모에요. %뎀이 탱커 녹이는데 그야말로 직빵입니다.>

간만에 죽이 맞아 떨어진 김은준 해설과 강빈 해설위원이다.

어쨌든 간에 꼬그모가 트리플 킬을 먹었다.

강빈 해설의 말마따나 아이템이 잘 나오기 때문에 좋다.

뿜어져 나올 꼬그모의 폭딜을 불밤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정답이 정해진 우문이었다.

푸슝-!

미드 라인에서의 대치 상황.

꼬그모가 평타 한 방, 궁 한 방 교대로 짤짤이를 넣는다.

불밤도 마음 같아서는 확마! 들어가고 싶지만 안된다.

신세상-매직에서 강한 건 꼬그모만이 아니다.

윗라인은 이미 잘 성장했었다.

그런데 아까의 교전으로 용까지 나갔다.

글로벌 골드 차이는 한두 번의 한타로는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벌어졌다.

<결국 1차 포탑은 무난하게 내주는 선에서 양보합니다. 그런데 신세상-매직의 움직임이 심상찮아요?>

<이거 혹시 바론..? 아닙니다. 페이크입니다. 불밤 지금 따라가다가는 전멸하는 그림인데....!>

김은준 해설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만약 평소의 불밤이었다면 조금은 살펴 갔을 것이다.

신세상-매직의 화력을 생각해서 발걸음을 한 타이밍 늦췄을 것이다.

하지만 불밤의 멘탈은 이미 반쯤 갈려버렸다.

상황을 냉정하게 살필 눈따위 없었다.

─해일이당-!

쏟아져 들어오는 압도적인 질량.

거대한 파도가 일렬로 몰려오던 불밤의 선수들을 한꺼번에 휩쓴다.

탈리반 3세나 전기쥐는 도망갈려면 도망갈 수 있었다.

문제는 브루저인 그 둘이 도망가면 원딜러의 죽음이 확정된다는 사실이었다.

<말카림 이니시! 아링 들어가면서 전기쥐 순삭냅니다. 궁극기 쓰자마자 죽었죠!>

<꼬그모 완벽한 프리딜 각입니다. 궁극기 아낌없이 펑! 펑! 펑! 더블 키일~! 이러면 바론은 보너스입니다.>

가까스로 전멸은 면했다.

불밤의 미드라이너 빅빠따맨 선수의 미달리가 퓨마폼으로 변신해 도망갔다.

구사일생 목숨만 부지했을 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미달리의 포킹이 제법 위협적이라고는 해도 중반이다.

라바둔의 죽음투구도, 관통의 지팡이도 완성되지 않았다.

간절한 희망을 담은 투창으로 스틸을 노려봤으나 실패.

뮴뮴 선수의 거미여왕이 독어금니와 함께 단타로 깔끔하게 막타를 챙겼다.

<스노우볼 굴러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LML때도 정말 수준 높은 플레이 보여줬지만 롤챔스에 올라와서는 군더더기가 사라졌어요.>

비슷한 류의 챔피언을 픽했다.

하지만 게임의 진행 방향은 전혀 다르다.

사릴 때는 사리지만 몰아칠 때는 화끈하게!

후반 지향형 원딜러로도 충분 게임을 재미나게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어중간한 상대도 아니고 그 불밤을 압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크! 역시 믿고 보는 올마스터.

-이거 잘하면 30분 대에 경기 끝나겠다.

-30분 대가 뭐야. 여기서 바로 게임 끝날 수도 있어.

-에이, 그건 에바참치지ㅋㅋ 억제탑 두 개 정도 깨질 듯.

-이런 거 좀 가짜에어 독수리가 제발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후반캐하는 건 좋은데 쌈 좀 하라고 ㅅㅍ!

어제 경기가 대체 얼마나 지루했으면?

시청자들의 혀 차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이해는 가지만 올마스터에게 비교되는 스마일이 안타깝다는 시청자들도 제법 있었다.

비교할 상대도 상대 나름이지 참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작 단계에서는 다소 걱정을 샀으나 기대를 시키지 않으며 경기력으로 보답하는 올마스터.

첫 번째 세트에이어 두 번째 세트까지 승기를 잡아간다.

바론 버프를 두른 신세상-매직이 불밤의 목을 서서히 조여나간다.

.

.

.

* * *

꼬그모는 시간이 갈수록 엄청나게 강력해진다.

맞는 말이지만 내가 하고 있는 삼종신기 꼬그모는 조금 다르다.

'솔직히 무극의 대검 나오기 전 타이밍에 힘 빠지는 감이 있긴 하지.'

세상사 얻기만 할 수 없는 법이다.

초중반의 강력함을 끌어 쓴 대신 중후반 타이밍에 조금 약해진다.

삼종신기는 분명 좋은 아이템이지만 비싸다.

슬슬 치명타 딜링이 고플 타이밍에 무극의 대검이 늦어지고 만다.

'뭐, 약해져봤자 꼬그모고 난 흥한 상태니 상관없지만.'

그렇지만 적에게 기회를 굳이 줄 이유는 없다.

그리고 MVP를 타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골든 마우스를 타기 위한 속 보이는 계산도 깔려있다.

"그냥 미드 뚫어서 끝내보자."

"돌려깎기 가는 게 안정적이겠지만.. 상황이 받쳐준다면 그래봐요."

내가 최근에 골든 마우슨에 눈이 멀었다는 사실은 팀원들도 잘 알고 있다.

조금 대놓고 노린 감은 있지만 이해는 해주고 있는 모양이다.

양보를 해준다와는 거리가 멀지만 말이다.

푸슝!

푸슝!

분비물 포격을 뿌려 적을 견제하며 평타로는 포탑을 툭툭툭.

삼종신기로 강화된 평타가 타워를 빠르게 허물어뜨린다.

정면 한타에서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적팀은 우물쭈물 발을 뺀다.

약간 더 뻐팅겨도 됐겠지만 기세에서 이미 밀려버렸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했습니다!

지체없이 쌍둥이 포탑을 향해 진격한다.

미니언도 적당수 모여있고 걸어볼 만한 타이밍이다.

먼저 이니시를 거는 건 초홍이의 아링이 되었다.

샤락!

궁극기로 과감하게 쌍둥이 포탑을 파고들어 유혹을 슈웅~!

상대의 앞라인인 탈리반 3세에게 적중한다.

탱커한테 걸어버린 셈이지만 이 정도 유리하면 아무 의미없다.

띠이잉..!

이니시를 한 대가로 적들의 시선이 아링에게 쏠리지만 조냐.

자기만 알던 초홍이도 제법 프로다운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내가 다 쓸어담을 차례다.

챠압!

챠압!

유혹을 당해 끌려 나오는 탈리반이 침을 덕지덕지 얻어 맞는다.

꼬그모 특유의 %뎀과 영락한 기사검의 %뎀이 더해지니 탱커고 나발이고 녹아버린다.

한타는 이미 걸렸고 적들의 입장에서는 회피할 수단이 없다.

<버거킹!>

탈리반이 죽기 직전에 묘지를 파며 나머지 적들도 나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온다.

한타도, 게임도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떻게든 나를 한 번 따낼 속셈이다.

역전을 노린다는 소리가 아니라 다음 경기의 멘탈을 위해서라도 잡겠다는 거다.

한 번이라도 잡지 못하면 도저히 속이 풀리지 않는다.

그 심정 충분 이해하지만, 이해하기 때문에라도 잡혀줄 수는 없다.

슈욱..!

점멸 궁을 걸어오는 전기쥐의 체력을 쪼옥 빨아버린다.

영락검의 액티브를 사용하며 곧바로 뒷점멸.

빨라진 속도 덕에 표창을 스무스하게 피해냈다.

맞았다면 3스택이 쌓여 스턴에 걸렸을 거다.

하지만 적팀은 그 이상으로 필사적이었다.

콰아앙!

내 머리 위로 직격탄이 떨어진다.

루나의 궁극기를 제대로 맞아버리면 둔화가 아닌 스턴이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금은 장식 머리띠로 구입해 놨다.

스턴을 곧장 풀어내며 안락하게 프리딜을 쏟아낸다.

꾸웨에엑-!

끈적한 타액을 굴려 안전 지대를 만들고 편하게 카이팅한다.

아군의 브루저인 말카림과 거미여왕이 적들을 휩쓴다.

쌍둥이 포탑의 존재가 우습게도 압도적인 유린이다.

한타에서 잘하는 원딜러 한 명이 만들어내는 그림.

아무리 차이가 나는 상태라고는 해도, 바론 버프가 있다고는 해도 이 정도로 쉬이 무너질 건 아니었다.

나 하나를 잡기 위해 너무나도 많은 스킬을 쏟아 부은 탓이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무리..!

농락에 가까운 한타가 끝이 나자 남은 것은 철거 작업 뿐.

포탑의 데미지를 버텨내기엔 이른 타이밍이라 씨지맥이 죽긴 했다.

하지만 압승을 해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쌍둥이 포탑이 철거되자 넥서스는 벌거숭이다.

두 번째 세트의 승리를 확정 짓고 상대의 멘탈까지 으깨 놓았다.

"아직 한 세트 남았으니까 다들 긴장 놓지는 마?"

"이 정도면 이미 작살났지! 회식으로 뭐 먹을 지나 정해놓셔."

"그렇기는 해요. 꿀은 올마형이 다 빨았지만요."

제아무리 불밤이라고는 하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거다.

멘탈 또한 박살이 났으니 짧은 휴식 시간동안 이어 붙이기는 힘들 테다.

서머 시즌 본선 첫 경기는 깔끔한 승리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