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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마우스
준결승전의 첫 번째 매치업이 정해졌다.
A조에서 올라온 가짜에어 독수리.
B조에서 올라온 신세상 매직.
양 팀 모두 원딜러의 특출난 활약을 바탕으로 상대를 꺾고 진출했다.
챔피언 또한 테러스티나, 꼬그모, 토이치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플레이 스타일은 정반대.
게임 루즈하게 만들기로 소문난 가짜에어 독수리와 달리, 올마스터는 후반 캐리형 원딜러로도 참신한 활약을 펼쳤다.
─원혼의 춤꾼>>>스토커의 단검 아니었어?
올마스터는 왜 스토커의 단검 갔지?
이거 귤선장이나 가는 템 아닌가?
무극의 대검까지 들고 있으면 공속이랑 치명타 차이 무지 날 텐데.
└욕망의 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 거 아니야?
└이미 하위템 올려서 그랬던 거 같은데..
└마법 피해 은근 쏠쏠하긴 하더라. 치지지직! 치도리!
└ㅁㅊㅋㅋㅋ치도리래. 강빈이 마뎀 때문에 간 거 같다고 설명하긴 했음.
└김은준이 어시먹기도 쏠쏠하다고 덧붙였지.
테러스티나는 거의 순수한 평타 기반형 원딜러다.
이러한 평타 기반형 원딜러들은 초중반에 약하다는 리스크를 가졌다.
개중에서도 테러스티나는 특출나게 약해서 노딜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러한 단점을 스토커의 단검이 가진 전류 피해로 극복해냈다.
더더욱이 어시스트를 먹으면 점프의 쿨타임이 초기화되는 폭발 점프.
스토커의 단검 덕분에 어시를 챙기기 쉽게 된 테러스티나는 중반 용한타에서 의외의 활약을 선보였다.
전기쥐를 밀어낸 것도 밀어낸 거지만 점프로 방방 뛰어대며 적을 추살했다.
용한타 이후 격하게 성장한 테러스티나는 이후의 한타를 완전 캐리해냈다.
─꼬그모도 그렇고 올마스터가 하면 왜 좋아 보일까?
템트리랑 스킬 선마 좀 바꾸는 게 그렇게 차이가 크나?
진짜 신기하단 말이야.
그냥 올마스터가 잘하는 건가..
└봇라인에서 1대3으로 탈탈 턴 거 못 봄? 걍 올마가 잘하는 거지.
└그거 진짜 소름 돋음. 잘하는 사람은 뭘해도 잘하는 가 싶음 올마보면.
└노오오오력을 해야 하나 아니면 재능이란 수저를 물고 태어나야 하나..
└포기하면 편해….
금일 올마스터의 슈퍼 플레이들은 잉벤의 화제글 도배되었음은 물론이다.
이외에 불밤의 반응에 대한 합성이라던가 여러가지도 함께 말이다.
후자는 그렇다 치고 전자는 매드무비 등에 각별하게 활용되리란 전망이다.
올마스터가 펼칠 앞으로의 경기도 기대를 몰고 오고 있다.
─스프링 시즌에 이어 서머도 올마스터가 정29현 해주나요.
스프링 시즌 때 3대0으로 작살내는 거 장난 아니었는데.
이번에도 탈탈탈 탈곡 좀 해줬으면 좋겠다.
올마스터가 이번에도 해주려나..?
└으음..솔직히 글쎄. 결과적인 승리면 몰라도 그거까지 바라는 건 오바일 거 같다. 원딜러잖아.
└그때처럼 베티 서폿으로 강제로 걸고 다 때려 부수고 그게 가능하면 되겠지. 근데 신세상 서포터가 좀..
└고질라도 잘 하지. 잘하는데 공격적인 딜서폿 같은 거 못하잖아.
└연습해왔을 수도 있지 않아? 비밀병기 같은 느낌으로.
└사람 성향이 쉽게 바뀌나.. 그래도 도라이븐 리워크 전이었으면 가능성 있었는데ㅈㅈ
미드, 정글 뿐만 아니라 서포터, 심지어 이번에는 원딜러다.
올마스터는 그 어떤 라인도 최고의 기량으로 소화해낸다.
이 자체는 이제는 의문 달릴 구석도 없다.
후반 지향형 원딜러로도 이견이 나오지 않는 슈퍼플레이를 보여줬다.
다름아닌 불밤을 상대로 말이다.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던 서포터 고질러도 아쉽지 않은 실력을 내고 있지만 한 가지.
문제는 그 둘이 아무리 잘해도 상대가 가짜에어 독수리라는 부분이다.
─이건 뮴뮴 누님이 봇을 겁나게 후벼 파주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스노우볼 굴려서 올마스터가 암살이든 스플릿이든 활개치는 구도를 만들어줘야지.
고질라가 잘하긴 해도 성향이 수비적이라 킬은 따기 힘들 거야.
다른 상대면 몰라도 가짜에어 독수리라.
└근데 한타 구도로 가도 괜찮은 게 올마스터가 스마일한테 절대 안 밀려.
└신세상 매직은 다른 팀원들도 잘하는데 걱정 안 해도 되지 않을까?
글쓴이-글쎄, 가짜에어 독수리도 절대 못하지 않는데. 게다가 극후반 원딜 싸움으로 가면 한타도 꽤나 잘해서.
└그렇긴 하지. 이니시 잘못 걸면 말려 들어서 카이팅 당하다 죽는 그림 허다해.
└난 큰 거 안 바람. 결승전에서 가짜에어 독수리만 안 보면 됨..
게임이 어떻게 잘 풀리면 좋겠지만 불리한 상황에서도 가짜에어 독수리는 잘 버텨낸다.
운으로 준결승전에 올라온 팀이 아니다.
스마일 선수도 플레이 성향상 인기가 없을 뿐이지 매니아층은 제법 두텁게 쌓였다.
원딜러로서 그만한 대우 받으며 플레이하는 것은 참 보기 드문 광경이다.
─C조 경기도 슬슬 시작하네.
삼선 레드 대 얼밤..
진성 얼밤충으로서 얼밤이 이겼으면 하지만 힘들겠지.
요즘 매일라이프 빼면 다들 기력이 쇠했어.
└매일라이프는 ㅇㅈ하는데 얼밤 자체는 쪼까..
└아냐, 아직 붙어보기 전에는 몰라. 난 얼밤을 믿는다.
└얼밤충 님들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롤챔스 서머 시즌 8강의 경기가 반절 끝났다.
그리고 나머지 반절, 준결승전 B조에 올라갈 팀들을 정한 차례다.
C조의 경기는 삼선 레드 대 얼밤.
한창 물이 오르고 있는 삼선 레드와 이빨 빠진 호랑이 얼밤의 대결.
하지만 이빨이 빠져도 호랑이는 호랑이다.
결코 만만이 볼 수 없는 두 팀의 대결이 펼쳐진다.
.
.
.
* * *
8강의 경기는 수월하게 챙겨갔다.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세트 이후.
마지막이 됐던 세 번째 세트까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뭐, MVP는 챙기지 못했지만.'
불밤 선수들의 멘탈이 생각 이상으로 많이 깎였다.
라인전에서 솔킬을 내주거나 어이없다는 스킬 미스를 하는 둥.
실수가 연이어 겹치다 보니 게임의 스노우볼이 빠르게 굴러갔다.
하지만 게임이 빨리 끝났다는 말은 원딜러가 활약할 구석이 적다는 말이다.
세 번째 세트의 MVP는 필연적이게도 예은이 되었다.
초반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포지션은 아무래도 정글러다.
"히히, 내가 MVP 뺏어서 우짜냐?"
"우짜긴 뭘 우째. 내가 그렇게 쫀쫀한 남자 같아?"
길거리에 흔하게 널려 있는 음식집 안.
나는 예은의 접시에서 큼지막한 돈까스를 뺏어 먹으며 말을 이었다.
정말 소심한 복수다.
그 인과응보로 내 새우튀김을 두 개나 뺏기긴 했지만 어쨌든.
'결국 결승전에 가냐 못 가냐의 차이로 판가름 지어질 테니 그다지 상관 없기도 하고.'
MVP를 악착같이 모으는 이유는 까놓고 골든 마우스 때문이다.
두 번 놓친 것은 아쉽긴 하다만 큰 문제는 없다.
가장 까다로운 적수라 할 수 있는 가짜에어 독수리의 스마일 선수.
다가오는 준결승전에서 만나게 됐다.
MVP는 결국 해당 팀이 승리해야 받을 수 있다.
높이 올라갈수록 더욱 더 기회가 많아지는 셈이다.
최소한 준결승전까지는 올라가야 어떻게 비벼볼 건덕지가 생긴다.
그런데 이번 서머 시즌에는 유별나게 눈에 띄는 선수들이 많다.
로드 오브 로드가 5대5의 팀게임이란 사실은 감안하면 정말 의아할 정도다.
오프게임넷 측에서 어지간하면 연속으로 MVP를 주지 않는다.
선수들이 인지도를 쌓기 좋은 무대는 롤챔스 말고는 거의 없다.
그러니 만큼 균등하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비슷하게 잘했다면 MVP를 못 받은 선수 위주로 돌린다.
즉, MVP를 주지 않으면 못 배길 정도로 압도적으로 잘해야 한다.
그래야만 연속MVP라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나조차도 힘든 일이었는데 그것이 가능했던 선수가 무려 세 명 더.
정말이지 이번 서머 시즌은 내가 알던 바 이상으로 빡세졌다.
"오늘 C조 경기 삼선이 이긴 거 알아?"
"그래? 어떻게 이겼는데?"
나는 적당히 맞장구치며 식사를 이어갔다.
오늘 데이트 준비 때문에 삼선 레드 대 얼밤의 경기 시청은 스킵한지라 못 봤다.
당장 맞붙을 팀이 아닌 만큼 중요도도 낮거니와 솔직히 누가 이길지도 알고 있었다.
'서머 시즌이 끝난 이후 있었던 대사건. 까먹을래야 까먹을 수가 없지.'
내가 무슨 풀숲위키 마냥 세세하게 기억할 수는 없다.
하지만 큼지막한 사건은 머릿속에 강렬히 남는다.
얼밤은 서머 시즌을 기점으로 중대한 결정을 한다.
정확히는 얼밤의 구심점이었던 클끼리가 은퇴를 선언하게 된다.
당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게이머였던 클끼리의 이후 행보가 주목됐다.
혹시 코치로 가지 않을까?
그러한 전망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해설자의 길을 택했다.
2013 윈터 시즌부터 오프게임넷의 해설자로 정식 데뷔한다.
강빈 해설의 자리를 슬금슬금 밀어낼 정도로 퀄리티 높은 해설을 선보였다.
'요즘 보면 강빈도 잘하고 있으니 다시 또 그렇게 되리란 보장은 없긴 해.'
그래도 클끼리의 해설이 맛깔난 건 사실이다.
김은준 해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롤챔스에 없어서는 안될 감초로 자리 잡는다.
클끼리는 해설자로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어쨌든 간에 패배했다면 프로게이머로서 슬슬 은퇴를 결심하던 클끼리의 부진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나도 방금 폰으로 요약만 봤는데 3대1, 정글 차이가 조금 심하게 났나 봐."
"클끼리 요즘 많이 힘든가 보네. 매일라이프처럼 실력이 돌아오면 참 좋을 텐데."
그렇지만 클끼리의 은퇴를 확신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혹시 그도 매일라이프처럼 달라질지도 모른다.
최근 매일라이프의 기량은 눈에 띄게 급상승했다.
풀리츠크랭커가 대세 서폿에서 내려오며 주춤했던 그가 다시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뛴다.
매일라이프 특유의 플레이에 주도적인 로밍이 더해지며 한층 성숙해졌다.
나도 잉벤을 봐서 알지만 매일라이프의 평판은 지극히 높다.
얼밤은 패배했지만 그만은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가 일반론이 될 정도로 물이 올랐다.
지금의 기세라면 슬럼프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결국 골든 마우스 후보에서 탈락하게 됐으니 안타깝겠네.'
팀이 떨어진 이상 MVP는 더 받을 수 없다.
그 또한 유력한 후보였지만 이러면 이제 네 명으로 좁혀진다.
나와 스마일, 그리고 다대기와 테이커.
물론 SKY T1 K가 준결승전에 올라온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잘 먹었어. 데이트 저녁으로 돈까스는 쪼오금 그랬지만?"
"꼭 한 마디 토달기는. 맛있는 건 대회 끝나고 먹으러 가자. 시간도 많이 설렁설렁해질 테니."
사실 정말로 설렁설렁해질지는 모를 일이다.
서머 시즌과 윈터 시즌 사이에는 꽤나 긴 공백이 있긴 하지만 다른 대회.
롤드컵에 진출하게 될 경우 당연히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뭐, 이 녀석이랑 밥 먹을 시간까지 없겠냐만은 말이다.
'대진표가 꼬인 탓에 확률론이 돼버리긴 했지만.'
우승을 하게 된다면 높은 확률로 롤드컵에 진출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란 소리는 아니다.
이번 대회가 첫 번째 출전이 된 만큼 패널티는 분명 있다.
이를 테면 윈터 시즌부터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불밤.
불밤은 롤드컵의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준우승과 3위, 그리고 서머 시즌의 본선에 진출함으로서 리그 포인트가 충분 이상으로 쌓였다.
1위로 갈지, 2위로 갈지 정도의 차이지 롤드컵 진출 자체는 사실상 확정이 맞다.
'그리고 다음으로 진출 가능성이 높은 팀은 삼선 레드인데.. 그들이 결승전에 올라오기라도 한다면 물거품이야.'
삼선 레드는 결승전에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리그 포인트가 불밤을 앞선다.
우리 신세상 매직이 우승을 한다고 해도 롤드컵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한 가지 믿는 구석이 있다.
'내일 치러질 8강 마지막 경기가 SKY T1 K 대 KTX롤러코스터 B팀이었지.'
내가 LCF를 끝내고 귀국한 이후로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대표적인 것은 E-스포츠 판의 성장 가속화.
그 외에도 유명팀들의 선수 구성이라던가 특히 대진표는 하나도 맞지 않게 됐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기억 한구석에 자리잡은 큼지막한 사건들은 그대로 일어나는 경우가 잦았다.
얼마 전 마진 공격대의 도라이븐 돌발픽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SKY T1 K 대 KTX롤러코스터 B팀의 경기도 재밌는 양상으로 펼쳐지리라 내심 기대하는 중이다.
"영화라도 한 편 보고 갈까? 재밌는 걸루다가."
"키킥, 야한 거는 관심 없고?"
식당에서 나와 시계를 확인해 보니 데이트를 끝내기엔 아까운 시간이다.
간만에 영화라도 한 편 때리자고 예은을 꼬드겼다.
팔짱을 껴오는 것보면 긍정 같지만 언제나와 같은 사족이 붙어있다.
이런 농담도 싫진 않지만 그러다가 확 봉변을 당하는 수가 있다는 걸 알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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