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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마우스
지난 주중을 가장 뜨겁게 들썩이게 한 매치업.
신세상 매직 대 불밤의 경기도, 삼선 레드 대 얼밤의 경기도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기대치가 적었던 D조가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와, 진짜 에러갓이 대리하는 줄 알았다.
테이커 겁나 잘하는데?
내가 게임 볼 줄 아는데 얘 좀 끼가 있어 보인다.
좀만 노력하면 세계 수준에서 먹히는 미드라이너 될 거 같아.
나의 눈은 정확하다 ㅅㄱ
└그 정확한 눈 좀 진작에 쓰던가.. 이미 다 띄워주는 분위기인데 이제 와서 뭘;
└이미 한국의 에러갓이라고 전범준 캐스터가 한 소리했잖아.
└정작 올마스터 본인은 원딜하고 있구만 뭔 소리래ㅋㅋ
└그만큼 잘하기도 했거니와 알맞는 비유잖아. 게임 구도가 딱 그랬는데.
SKY T1 K 대 KTX 롤러코스터 B팀의 마지막 세트는 치열했다.
그도 그럴 게 미러픽이다.
한 번 실수하기 시작하면 연쇄 작용이 다다다다!
종지부를 찍은 것은 아이템 하나 차이였다.
자드의 금은 장식 머리띠 유무에 의해 승패가 갈라졌다.
─테이커 듀 1대1 진짜 지려버렸다.
포탑 치다 딸피까지 깎였는데 거기서 역으로 킬각을 잡아버리네..
까딱 잘못하면 죽었는데 표창 다 피하고 역관광 ㄷㄷ
만약에 테이커 죽었으면 시간 끌리고 역전될 수도 있었겠지?
└역전은 모르겠지만 시간은 확실히 끌렸을 듯. 듀도 금은 장식 머리띠 갖춰지면 1대1 꿇릴 게 없고 시간 질질 끌다 보면 결국 한타 싸움 되고.
└ㄹㅇ지리긴 했음. LCF 결승전 빼다 박은 줄.
└그때보다는 그래도 할만 했지. 자드 대 자드는 금은 장식 머리띠 있는 쪽이 무조건 유리한데.
└에러갓도 뭐 하나 많지 않았나? 영혼검?
일방적으로 맞고 시작하는 자드 대 자드의 1대1 구도.
흡사 LCF 결승전 마지막 세트와도 같았다.
체력이 깎이고 깍인 상태에서 상대 자드의 모든 스킬을 피해낸다.
입으로도 하기 입롤을 대회 무대에서 실현해냈다.
만약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면 역대급 명장면으로 회자되었을 것이다.
누구나 그것 만큼은 인정했을 정도로 테이커의 자드는 엄청난 슈퍼 플레이를 선보였다.
─근데 결국 LCF 미러전이 한 수 위였어.
영상 두 개 놓고 비교해봤는데 LCF는 지금 봐도 말도 안됨.
적 스킬 다 피하면서 자기 스킬 다 넣고.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평타도 씹었더라?
그런데 왜 한국 와서는 미드 안 하고 봇라인..
└돈도 벌 만큼 벌었으니 자기 하고 싶은 라인 하는 건가.. 재능러의 취미 생활=롤챔스 우승
└확실히 테이커도 대단하긴 했는데 금은 장식 머리띠 유무가 크긴 해.
└어째서 하늘은 올마스터를 낳고 또 테이커를 낳았단 말입니까..
└ㄴㄴ둘 다 충분히 잘했지. 이건 둘이 자드 미러전으로 승부내는 수밖에 없다.
└응, 올마스터는 원딜이야.
설사 이대로 올라가 결승전에서 만난다 하더라도 이루어지지 못할 꿈의 매치업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은퇴라도 하지 않는 한 만나게 된다.
좁디 좁은 프로게이머 판에서 아무리 흩어져 봐야 결국은 코 닿을 운명이다.
그리고 굳이 맞라인전이 아니더라도 기대가 되는 매치업이다.
SKY T1 K도, 신세상 매직도 신생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뛰어난 경기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벌써 설레발을 치기에는 이르다.
이제 고작 첫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다가오는 준결승전, 양 팀이 넘어야 할 산은 결코 만만치 않다.
먼저 경기를 치르게 된 팀은 신세상 매직.
그들의 상대가 된 가짜에어 독수리는 여러가지 의미로 악명이 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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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난 주 네 번에 나뉘어 치러진 A조부터 D조까지 8강 매치업은 신선했다.
제각기 다른 구도의 게임이 나오며 질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준결승전의 매치업도 마찬가지다.
A조 가짜에어 독수리 대 신세상 매직.
B조 삼선 레드 대 SKY T1 K.
전자가 원딜 간의 구도를 눈여겨봐야 한다면 후자는 미드, 정글 싸움이다.
비슷한 챔피언, 비스무리한 양상 물리는 구도가 나오지 않으니 참으로 기대가 되는 노릇이다.
<하늘에는 펑펑! 창 밖에는 주룩주룩! 경기장은 북적북적-!! 선수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서 무거운 걸음 해주신 E-스포츠의 팬 분들께 진심어린 감사 말씀 드리며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전범준 캐스터 인사 드립니다!>
올해의 장마는 유난히 일찍 끝나 7월 중순 경에 하늘의 수도꼭지가 꼬옥 잠가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화창한 날씨에서 경기가 펼쳐지리란 보장은 없었다.
현재 경기도권에는 난데없는 폭우가 행인들의 걸음을 지체하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상암 E-스포츠 경기장은 경기 시간이 되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북적인다.
유난스러운 소나기가 발걸음을 귀찮게 하고 높아진 습도가 귀나치즘을 불러 일으켰을 텐데도 불평 없이 모여들었다.
그만큼 오늘의 이루어지는 준결승전 A조 경기의 기대치가 높다는 반증이다.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현장 찾아주신 관중분들 실망시키는 일없이 재밌는 중계, 그리고 신나는 경기! 약속 드리겠습니다.>
<아, 정말 다행스럽게도 앞으로 두 시간 내에 비가 멎을 거라고 하네요. 경기 재밌게 보신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가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7월이 장마로 질척해지는 기간이지만 사실 8월도 못지 않다.
은근하게 짜증 불러일으키는 휴가철이다.
한 번쯤 자연 재해가 롤챔스의 흥행을 방해하는 것도 필연이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결승전에 뜬금없이 폭우가 들이닥친다면?
상상만 해도 싫은 일.
이유인 즉, 결승전은 야외 무대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발휘하자면 액땜이 된 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결승전에서 비라도 온다면 엄청난 큰일입니다. 야외 무대 아니겠습니까? 해운대 10만 관중의 재도전 아니겠습니까? 약간 홍보 느낌이 되긴 했지만 부디! 어느 팀이 올라오든 많은 성원 부탁 드리겠습니다..!>
서머 시즌의 결승전 무대는 누가 뭐래도 해운대다.
1세대 E-스포츠 갤럭시 크래프트 시절 있어왔던 관례다.
로드 오브 로드에 오면서 사라진 문화지만 다시금 부활한다.
추억의 골든 마우스와 맞물려 결승전의 해운대 무대의 재도입도 꿈이 아니다.
이번 서머 시즌이 얼마 만큼의 흥행을 몰고 오는 지에 따라 차후의 여부도 정해지게 된다.
그래도 한 가지 큰 문제였던 기상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란 전망이다.
정말로 액땜이 된 건지 아닌지는 모를 일이겠지만 말이다.
<현장에서 스태프분들이 맛있는 피자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폭우를 뚫고 오느라 지친 몸을 따끈한 피자와 시원한 콜라 한 잔으로 달래 주시길 바라며! 양 팀의 경기 준비 완료되자마자 바로 밴픽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가짜에어 독수리도, 신세상 매직도 원딜러가 지나치게 막강합니다. 물론 신세상 매직은 균형감이 있습니다만, 에이스는 역시 올마스터죠! 오늘 경기에 한해서는 원딜러의 픽, 주의 깊게 보신다면 재밌는 관전 포인트 될 것 같습니다!>
밴픽에서 경기의 승패가 반 이상 정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밴픽 구도는 당연히 중요하다.
두말해서야 입만 아픈 소리지만 오늘 준결승전 A조의 경기는 조금 다른 의미로 중요도가 높다.
가능하다면 제발 이것 좀 밴해달라.
파프리카TV등을 포함한 중계 플랫폼들의 채팅창은 뜨겁게 아니라 따갑게 달아올랐다.
-제발 꼬그모, 테러스티나 밴해라!
-올마스터는 괜찮지만 가짜에어 독수리가 가져가면 절대 안돼.
-요즘은 갱붐도 대놓고 라인클리어되는 챔프만 가져가더라. 그러면 상대팀 입장에서 노답임.
-제우스나 매미비아 같은 걸로 라인 클리어 계속 하면 뚫을래야 뚫을 수가 없지.. 그거 진짜 개노답임. 만든 놈 머리도 개노답.
지나칠 정도로 후반을 보는 가짜에어 독수리의 전략.
스프링 시즌 당시 올마스터의 서포터에게 개박살이 나면서 한풀 꺾이나 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번 서머 시즌에서도 잡초처럼 이어나간다.
오히려 한 번 뽑히고 나니 잔뿌리가 더욱 질기게 자라났더라.
안타깝게도 연구를 정말 많이 했는지 버티는 능력은 갈수록 탁월해진다.
특히 미드라이너인 갱붐 선수가 활약이 엄청나다.
갱붐은 라인 클리어가 굉장히 뛰어난 챔피언 위주로 픽을 가져간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는 최대한 잘리는 일없이 팀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 공로를 인정 받아 MVP에 한 번 선정되었을 정도다.
-보나마나 오늘도 또 버티는 챔피언 하겠지.
-그래도 신세상이 코리아나랑 매미비아 죽여서 ㄱㅊ을 듯?
-어, 그런데 가짜에어가 젤리맨 가져가네.. 이럼 안되는데..
-진짜 독수리네가 딴 건 몰라도 밴픽은 짜증나게 잘해.
가짜에어 독수리는 루즈한 경기를 펼치는 팀이다.
그러한 이미지는 뿌리 깊게 박혀 있지만 그렇다고 경기 준비를 덜하는 팀은 아니다.
소수나마 매니아층이 생겨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도 밴픽 싸움 정말 무섭게 합니다! 젤리맨! 씨지맥 선수의 주챔피언을 뺏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죠?>
<젤리맨에 이어 자드까지 가져갑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갱붐 선수가 최근에 솔로랭크에서 자드를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신세상 매직이 뒷통수를 얼얼하게 맞았습니다.>
양 팀의 밴픽 구도는 대략 이러했다.
신세상 매직은 쇈 등 라인전을 버티기 쉬운 챔피언들을 마크했다.
반대로 가짜에어 독수리는 암살자 위주의 밴을 보여줬다.
여기까지 라면 반반 주고 받은 셈이지만 문제는 픽순서다.
가짜에어 독수리가 블루팀의 이점을 살려 젤리맨을 가져갔다.
뭐, 그래도 말카림과 탈리반 3세를 가져가는 것으로 퉁칠 수 있었다.
문제는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상대가 자드까지 가져갔다는 사실이다.
라인 클리어 위주의 마법사 챔피언을 선호하던 갱붐 선수가 자드를?
자드가 뺏김으로서 신세상 매직의 미드라이너, 아이돌 선수에게 문제가 생겼다.
아링과 르풀랑이 밴된 그녀에게 있어 자드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아이돌 선수가 힘을 발휘하기 힘들게 됐습니다. 밴픽 구도에서는 가짜에어 독수리가 조금은 웃어줍니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팀을 위한 픽을 하겠다, 헤일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자드의 카운터로도 유명하죠!>
수 초간 아군 혹은 자신을 무적으로 만드는 궁극기.
헤일은 암살자 챔피언의 하드 카운터로도 유명하다.
특히 자드의 스킬 매커니즘을 완전히 씹어 먹는다.
그렇지만 익숙한 챔피언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는 극명할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숙련도가 극한에 수렴하는 프로게이머의 세계에서는 더더욱이다.
단순히 조합만 보고 픽을 했다면 안 좋은 결과를 낳게 될 공산이 크다.
<테러스티나! 얼마 전 8강에 올마스터 선수가 재미나게 활용했던 픽입니다. 스마일 선수도 못지 않은 활약 보여줄 거라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슬슬 양팀의 조합이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마스터 선수가 아직 픽을 안 했어요? 설마 하지만 무언가 준비해 왔을지도 모릅니다. 이와 비슷한 흐름이 LML에도 한 번 있었거든요?>
지금으로부터 약 두 달 전, LML 준결승전 무대에서 화제를 몰고 왔던 사건이다.
올마스터가 마지막까지 픽을 미루면서 끝끝내 공개하지 않았던 카드.
도라이븐으로 마진 수비대의 멘탈을 세로로 쪼개 버렸다.
경험이 부족한 LML의 중계진들은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김은준 해설은 역시 다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사전에 캐치해냈다.
물론 도라이븐이 치명적인 너프를 받은 만큼 재림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하지만 기대해봄직 한 것도 사실이죠? 팬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기로 유명한 선수입니다. 도라이븐이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카드! 어쩌면 부시안 혹은 따끈따끈한 신규 챔피언 핑크스의 깜짝 등장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과연 올마스터 선수가 지난 조별 리그, 그리고 8강에 이어 오늘은 어떤 챔피언을 준비해 왔는지.. 도라이븐! 믿을 수가 없네요. 도라이븐이 또다시 소환자의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볼 날이 없을 것만 같았던 챔피언.
아주 잠깐 화제를 몰고 왔으나 곧바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도라이븐이 다시금 나타났다.
게임의 향방이 어느 쪽으로 가든 결코 긴장이 풀릴 일은 없다는 미래를 올마스터가 예고한 셈이다.
높아지는 흥분감과 반비례로 초조함은 늘어만 간다.
경기장의 1만 관중과 수십만 시청자들은 안달이 났다.
경기가 대체 어떤 식으로 풀려갈지 예상할 수 없다.
관중들의 기대치를 최고조로 뽑아내며 준결승전 첫 번째 세트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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