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50화 (550/803)

550====================

골든 마우스

경기장 왼편의 부스 안, 가짜에어 독수리의 선수들의 사뭇 진지한 태도가 엿보인다.

준결승전까지 올라왔는데 당연하다 마다인가.

옳은 말이지만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극혐이라 평해지는 소문과는 반대로 그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이상이 있었다.

"이렇게 중요도가 높은 경기에서 실험픽을 했을 리는 없을 텐데..? 아무리 첫 세트라고 해도 말이야."

"설마, 저 올마스터가? 설렁설렁 하는 척하다 또 뒷통수를 쳐오겠지. 또 실없는 소리 하긴."

가짜에어 독수리의 미드라이너, 갱붐의 얼탄 물음에 탑솔러인 선데이가 뚱하게 대답한다.

오늘을 위해 만전의 준비를 해온 그들은 올마스터의 성향을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

그가 얼마나 골때리는 상대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할 정도였다.

그런데 느긋한 성격의 갱붐이 안이한 소리를 해오니 살짝 짜증이 일 만도 했다.

"실험픽이든 아니든 변하는 건 없어.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게임만 한다, 잖아?"

"어, 그러네.. 애초에 고민하지 않아도 됐네."

게임이 어떻게 흘러가든 방심만 안 하면 된다.

이제는 명실상부 가짜에어 독수리의 중심이 된 스마일의 말에 갱붐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원하는 건 오직 승리고 그 과정은 알 바가 아니다.

승리에 대한 집착 만큼은 그 어느 팀보다 뒤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는 사실은 가짜에어 독수리의 선수들도 물론 안다.

하지만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이라도 고운 법 아니겠는가.

선수의 가치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결국 성적이다.

"특이한 픽 하나에 일 날 일도 없겠고, 후반 가면 도라이븐은 힘 빠지는 픽이지."

"그래, 연습한 대로만 가자. 단언컨대 밴픽은 우리가 확실하게 이겼어."

아무리 승리에 집착한다고 한들 성적이 나오리란 보장은 없다.

가짜에어 독수리의 진짜 무서운 점은 매경기에 엄청난 노고를 쏟는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8강에서 SKY T1 S를 상대로 경기 준비를 했을 때는 이러했다.

원딜러의 캐리력이 미드라이너의 캐리력을 넘어서는 시점이 언제인가.

수 차례 스크림을 통해 대략적인 시간을 통계했다.

여기에 상대의 조합별로 상성을 띄는 원딜러 등 모든 것을 완벽하게 분석했다.

게임 지루하다고 욕은 먹지만 경기 준비 만큼은 최고의 반열에 든다.

가짜에어 독수리의 선수들은 매경기 최선에 최선을 다한다.

팬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조차 묵과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뻔뻔해질 수 있을 정도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노파심에 한 번 더 말해두는데 적이 무언가 하려고 해도 자판으로 받아주지 말고 팀원들과 반드시 상의해. 특히 갱붐은 자드 잡았다고 암살하지 마, 절대.'

"예, 감독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헤헤"

안 그래도 노력파인 가짜에어 독수리지만 이번 준결승전은 더없이 유난했다.

신세상-매직을 격파하기 위해서 김태호 감독까지 최전선에 나섰다.

그는 타 게임단의 감독들과 달리 선수 경력이 짧게나마 있다.

진심전력을 발휘한다면 큰 보탬이 됨은 물론이다.

'마진도 맛밤도 기고만장 하더니 결국 떨어졌지. 오늘 승리를 챙긴다면 어느 누구도 내 말을 가벼이 흘려들을 수는 없을 거다.'

김태호는 감독들 간의 대화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내색은 안 했지만 가짜에어 독수리가 부진했던 시즌2 적만 해도 어지간히 당하고 살았다.

그들의 은근한 자부심을 즈려밟고 가짜에어 독수리를 최고의 게임단으로 올려둘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

신세상 매직을 꺾기 위해서 잠시간을 줄여가면서 까지 내부 회의를 거듭했다.

그들은 초반 스노우볼 잘 굴리기로 일가견이 있다.

독특한 챔피언으로 시선을 뺏는 것도 장기로 삼는다.

난해하기 짝이 없는 신세상 매직의 전략에 어떻게 대항해야 할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갔고 결국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젤리맨과 자드를 뺏은 것은 준비해온 수많은 대응책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럼 저는 감독님 말씀대로 라인클리어 위주로 플레이하면서 궁은 위협용으로 아껴두겠습니다."

"유통기한 걱정하지 말고. 어차피 어떤 챔피언을 하든 너의 역할은 큰 틀에서 바뀌지 않아."

당장의 이야기만 놓고 보면 섭할 수 있겠지만 이래 봬도 갱붐은 가짜에어 독수리의 세컨드 에이스다.

갱붐이 시간을 끌고 스마일이 캐리한다.

조역 없는 주역은 있을 수 없다.

결정적으로 갱붐의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여기에 알맞다.

이 또한 김태호 감독의 입김이 닿아있는 용병술이었다.

'오늘 신세상 매직을 잡아내면 최소 골든 마우스.. 우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한없이 높아진다..!'

오늘 준결승전의 승자가 높은 확률로 골든 마우스를 받게 될 것이다.

세간에서 퍼지고 있는 일련의 소문은 당사자들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골든 마우스라는 과거 E-스포츠 황금기를 장식했던 유물.

로드 오브 로드의 1대 골든 마우스 수상자가 팀에서 나온다면 더없는 영광이다.

지금까지 MVP 누적 갯수를 따져 보자면 올마스터와 스마일이 선두 주자를 달린다.

에이스가 분산돼 있는 다른 팀들보다 명백히 유리한 입장이다.

결승전까지만 가면 골든 마우스는 따놓은 당상이다.

물론 골든 마우스는 팀이 아니라 개인이 받는 상이다.

스마일이 0대 골든 마우스 수상자가 되고 주목 받으면 이적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김태호는 스마일이 다른 게임단에 갈 염려를 딱히 하지 않았다.

플레이 스타일 자체를 가짜에어 독수리에 최적화시켰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단에서는 지금 만큼의 활약을 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그 본인도 인지하고 있을 터다.

"다들 최선을 다해 작전대로 가고, 조급해 하지 말고, 오늘의 경기를 결승전이라는 각오로, 알지?"

""예, 알겠습니다!""

전쟁에서 장수가 병사들의 사기를 최고조로 이끌어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장수 본인이 위험부담을 감수한다.

최전선에서 휘하의 병사들에게 모범을 보인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구태여 그러지 않는다.

주요 업무가 다른 만큼 능력도 떨어질 뿐더러 귀찮기만 하다.

하지 않아도 될 일임에도 김태호 감독은 도맡았다.

그래서 인지 가짜에어 독수리의 선수들이 사기는 드높은 상태다.

'여태껏 팀단위로 이만한 규합을 이루어낸 팀은 없었지. 내가, 우리가 한국의 메타를 주도한다.'

가장 앞서 나가는 자가 된다.

이번 서머 시즌은 중요도가 남다르다

지금껏 있어왔던 어느 롤챔스보다 의미가 깊다.

마진 공격대, 얼밤, 불밤 등 나이 먹은 호랑이들의 이빨이 빠졌다.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과도기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자 세상은 새로운 패자를 원한다.

이번 서머 시즌의 우승팀은 지난 시즌들에 비교할 수조차 없는 인지도를 얻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게 되고.

롤드컵에 나가 한국의 위상을 떨친다.

한국식 로드 오브 로드 메타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아직은 꿈만 같은 이야기지만 결코 허상은 아니다.

당장 다가온 신세상 매직이라는 거벽만 무너뜨릴 수 있다면..!

'제아무리 강팀이라 해도 차떼고 포떼면 둘 수 있는 수가 한정되는 법이지. 자, 어떻게 대응해올 거냐 올마스터.'

신세상 매직의 주력픽 두 개를 봉쇄했다.

독특한 챔피언으로 활로를 찾는 것도 어느 정도다.

이후의 경기는 몰라도 첫 번째 세트는 사실상 가져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김태호 감독은 선수들에게 절대적인 자신감을 부여하고 게임을 진행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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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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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가짜에어 독수리와의 첫 번째 세트에서 가져간 챔피언.

도라이븐은 프로 리그에서 사용하기 불가능한 원딜러다.

이 말에는 사실 나도 동의하는 바다.

도끼를 되돌려 받는 도라이븐의 딜메커니즘은 너무나도 까다롭다.

패시브 데미지가 지나칠 때는 라인전을 터트리는 것으로 커버가 가능했다.

하지만 패시브 리워크 이후로는 사용하기 너무 껄끄로워졌다.

때문에 도라이븐은 향후 프로무대에서 줄곧 비주류 원딜러가 되고 만다.

물론 너프라는 게 꼭 도라이븐만 받는 건 아니다.

게다가 도라이븐에게 가장 중요한 피지컬, 시간이 흘러가며 유저들의 평균 피지컬은 올라갔다.

더더욱이 장인급 유저들이 출현하며 도라이븐이 롤챔스에 나올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알렸다.

'결과적으로 가능성만 알리고 끝났지만.'

몇 번 나오기는 했지만 끝끝내 선전은 하지 못했다.

그리 되어버린 이유는 도라이븐이란 챔피언의 근본적인 한계에서 기인된다.

맵 보면서 파밍하는 것도 버거운데 도끼까지 어떻게 받아.

상당 부분 인정은 하지만 사실 다른 이유도 크다.

'전체적인 패치 방향이 도라이븐에게 너무 안 좋게 작용했어.'

바뀌어버린 아이템과 스펠 선택.

차후 시즌4부터는 원딜러는 무조건 힐을 들게 된다.

현재 시즌3처럼 클린즈와 보호막을 선택해서 들지 않는다.

챔피언 특성상 클린즈가 요구되는 도라이븐에게 뼈아픈 간접 너프다.

그리고 피를 마시는 칼의 옵션 변경, 피흡룬의 너프 등 셀 수도 없다.

유저들의 피지컬이 오르면 뭐하나?

도라이븐 자체를 쓰기 힘들게 됐는데.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래의 이야기다.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도라이븐은 충분히 쓸 만하다.

플레이 방법에 따라 리워크된 패시브도 못지 않은 위용을 뽐낸다.

'조금 어처구니가 없는 방법으로 말이야.'

리시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나는 자연스레 쌍도끼를 유지했다.

레드팀 스타트라는 점을 이용한다.

너프가 됐다고 하나 1레벨 쌍도끼를 든 도라이븐은 위협적이다.

그 사실은 상대도 당연 알겠지만 아마 일부러일 테다.

라인스왑을 하면 포탑은 무조건 무너진다.

어떤 방식으로든 게임 진행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SKY T1 K 대 KTX 롤러코스터 B팀의 첫 번째 세트 양상이 딱 그러했다.

SKY T1 K가 라인스왑 구도에서 한 번 실수를 하자 물 흐르듯.

스노우볼이 굴러가며 게임이 겉잡을 수 없이 터졌다.

원딜 캐리의 후반 한타를 지향하는 가짜에어 독수리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구도다.

그렇기에 그들은 맞라인전을 선택했다.

랄라라는 CC기 만땅의 서포터와 함께 말이다.

도라이븐으로서는 정말이지 유쾌하지 못한 흐름이지만 한 가지.

온갖 변수를 대비해왔을 상대는 이 한 가지만은 예기치 못했다.

파앙!

파앙!

라인에 도착하자마자 CS고 나발이고 딜교환부터 건다.

쌍도끼를 돌리며 테러스티나를 내려 찍는다.

광경 자체는 어마어마하지만 상대도 바보는 아니다.

테러스티나는 폭렬 탄환을 퍼엉! 쏴재끼고.

랄라는 보라색창을 챠라랑! 쏘아낸다.

후자는 몰라도 전자는 타겟팅, 피할 수가 없다.

흔히 라인전 약챔으로 분류되는 테러스티나지만 1레벨 딜교환 만큼은 인정 받는다.

테러스티나의 E스킬, 폭렬 탄환은 초반 데미지가 괴랄하다.

여기에 평타까지 더해지니 당장의 딜교환은 실패.

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는 법이다.

파앙!

파앙!

미니언 어그로가 사라지자마자 다시 딜교환을 건다.

한 번 손해를 봐놓고 어째서?

조금 전과는 다르다.

테러스티나의 폭렬 탄환은 쿨타임이 무지 길다.

그에 반해 도라이븐은 도끼만 되받으면 DPS가 유지된다.

두 번째 딜교환은 이쪽의 승리.

상대도 이를 인정하겠다는 듯 적당히 뺀다.

어차피 버틸 작정인데 과도하게 손속을 교환할 이유가 없다는 의도다.

체력이 너무 낮아졌다간 갱킹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말이다.

뭐, 그쪽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나는 뺄 생각이 전혀 없지만.

파앙!

앞무빙을 밟으며 막무가내로 내려찍는다.

내려치는 도끼에는 인어의 비누방울까지 묻어있다.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챈 상대.

랄라가 나에게 탈력을 걸지만 클린즈로 떨쳐낸다.

멈추지 않고 쌍도끼를 돌리며 테러스티나의 목숨줄을 끊어버린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82골드를 추가로 획득하였습니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테러스티나를 따낸 대가로 나도 미니언과 랄라의 합공에 죽었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퍼블을 먹었기에 개이득.

도라이븐의 패시브까지 더해지자 500골드 가량이 뭉텅 굴러 들어온다.

그에 반해 상대는 고작 150골드다.

어시스트를 먹은 테러스티나로서는 롱스워드 한 자루 사올 돈이 안 나온다.

똑같이 죽었음에도 원딜 간의 아이템 격차가 나게 됐다.

"어.. 이론적으로 이득은 이득이네요. 그걸 실행하는 올마형도 참 대담하지만."

"원래 도라이븐은 이렇게 하는 거야. 죽으면서 크는 거지."

합리화가 아니라 정말이다.

패시브 리워크가 된 도라이븐의 명쾌한 해답.

이번 게임을 통해 제시한다.

가짜에어 독수리로서는 정말 원하지 않은 흐름이 펼쳐진다.

내가 지향하는 첫 번째 세트의 컨셉은 개판 오분 전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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