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52화 (55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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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마우스

공든 탑 무너지랴.

이번 준결승전을 위해 가짜에어 독수리는 선수도, 코치도, 감독도 한 마음이 되어 노력했다.

독서실에서 공부한답시고 핸드폰 깨작거리다 집에 와서 저 다섯 시간 공부했어요! 응, 너 참고서 30분도 안 봤어.

이런 느낌의 노력이 아니라 정말로 최소한의 휴식 시간 이외에는 전부 때려 박았다.

"15분에 2코어가 넘게 나오는 게 말이 돼? 이건 밸런스 파괴잖아!"

"대처법을 몰랐던 게 컸어. 저렇게 꼴아박을 거 알았으면 봇라인도 더 사렸겠지. 나도 라인전하면서 잠깐잠깐 봤는데 너무하긴 하더라."

"우리가 실수한 것도 있는데 저렇게 막무가내로 몰아 붙이면 진짜 방법이.. 물론 이런 상황이 한 번 더 나오지 않게끔 하기야 하겠지만…."

불만을 쏟아내는 것밖에 감상이 없다.

제대로 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흡사 친구들끼리 PC방 가서 한 판 때리고 빡친 분위기.

프로게임단에서는, 특히나 팀원들의 화합이 좋기로 유명한 가짜에어 독수리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멘탈 붙잡고 임할 선수들이 아비규환이 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기껏 쌓은 공든 탑이 와르르르 무너져 내렸다.

첫 번째 게임의 양상이 어땠는지는 이 한 마디로 설명이 가능하다.

게임 시간 17분이 안되어 넥서스가 터졌다.

가짜에어 독수리로서는 당연히 막으려고 했다.

다른 라인이 손해를 보면서라도 귀환을 해서 지키려고 했다.

그럼에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밴을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우리도 라인전 되는 걸로?"

"그거는 팀색깔을 버리자는 건데 말도 안되지. 역시 밴을 하는 편이…."

아무리 한 쪽이 흥했다고 해도 보통은 넥서스를 밀리는 지경까지 기울어지지 않는다.

일단 쌍둥이 포탑이라는 게 결코 만만하지가 않거니와 템차이.

킬을 따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CS+α 수준이다.

라인전이 말렸다고 해도 CS 차이가 엄청난 지경으로 나는 경우는 드물다.

사려야 할 타이밍을 아는 대회 무대에서는 더더욱이다.

즉, 날 수 있는 아이템 격차는 정도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저 도라이븐이 가진 패시브가 문제다.

막말로 땅 파서 돈 버는 챔피언.

킬을 따기만 하면 추가 골드를 어마어마하게 번다.

이 타이밍에 벌써? 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 피드백은 거기까지 하고 나랑 코치도 의논을 해봤거든? 다 같이 정리를 해보자."

상황은 지극히 암울하다.

하지만 경기는 이어나가야 한다.

포기하기에는 이번 준결승전에 걸린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해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김태호 감독이 진중하게 자신의 의견을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일단 밴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우리가 도라이븐을 향해 직접적인 견제를 퍼붓지 않는 이상 패시브는 못 깎아. 그러다 보면 언제가는 한 번 터질 날이 오겠지. 이게 무슨 뜻인지 다들 이해하지?"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네요. 결국 안 죽이면 못 막는 구나."

"진지하게 대처하자면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쩌다 킬을 먹었을 때 변수가 너무 크긴 합니다."

가짜에어 독수리는 공격적인 플레이가 익숙지 않다.

계속 수비적인 스타일만 갈고 닦다 보니 그나마 할 수 있던 플레이도 퇴행했다는 느낌이다.

봇에서 4대2의 교전이 일어났을 때 자드와 콜라곰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따로 놀았다.

그렇지만 이 단점은 지금 와서 따진다고 어떻게 만회가 가능한 부분이 아니었다.

도라이븐을 따내기 위해 잘못 들어갔다간 어떻게 되는지.

첫 번째 세트에서 선수들은 각자 느낀 바가 있었다.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플레이 스타일을 개변하는 것은 최악의 수다.

"그리고 테러스티나는 지난 스프링 시즌 때도 그랬지만 신세상을 상대로는 그다지 안 좋은 카드로 보인다."

"스토커의 단검 빨리 뽑아서 라인 클리어 위주로 돌리면 괜찮긴 한데…. 감독님 말씀대로 거기까지 갈 시간을 안 주는 상대가 맞는 거 같습니다."

얼마 전 롤챔스의 8강 무대에서 신세상 매직이 불밤을 상대로 테러스티나를 꺼냈다.

원혼의 춤꾼이 아닌 스토커의 단검을 올리는 특이한 템트리.

그러자 중반 한타에서 데미지가 꽤나 쏠쏠했음은 물론 라인 클리어도 엄청났다.

빅 웨이브에 평타 몇대 퍽퍽치면 깔끔히 정리된다.

정글몹을 빼먹는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스마일은 이 플레이 스타일이 자신에게 더없이 알맞다고 확신했다.

까고 보니 결과가 이 모양 이 꼴이었을 뿐이지.

"남은 건 꼬그모인데.. 밴 가능성도 있고 저 올마스터식 템트리는 그다지 선호하진 않습니다."

지난 8강 신세상 매직의 경기에서 눈여겨 볼만한 챔피언은 두 가지였다.

스토커의 단검을 가는 테러스티나와 삼종신기 꼬그모.

여기서 전자는 스마일의 마음에 쏙 들었지만 후자는 아니었다.

삼종신기를 가면 1,2코어 타이밍에 확실히 데미지도 세고 카이팅하기도 편하다.

하지만 4코어가 넘어가면 결국 일반적인 템트리가 우위에 선다.

평타딜 위주로 아이템 셋을 맞추는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가짜에어 독수리의 팀 성격상 삼종신기 꼬그모는 맞지가 않았다.

"음.. 그래, 평소 스타일로 하면서 꼬그모, 혹은 토이치 쪽으로 방향을 잡아보자."

이것이 현재 가짜에어 독수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

물론 그 대가로 신세상 매직의 미드라이너 아이돌 선수에 대한 집중 견제는 포기해야 한다.

아까운 일이지만 이는 어차피 블루팀일 경우에만 할 수 있는 전략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는가.

'첫 세트를 이겼다면 두 번째 세트는 편안한 마음으로 반반만 기대해도 됐는데..'

김태호 감독은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 선수들을 초조하게 바라봤다.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그런데 첫 단추가 단단히 꼬여버렸다.

'그래도 이제 변수랄 건 없겠고 경기력 승부라면 가짜에어 독수리가 밀리지 않아. 이제부터 차근차근 따라가면 된다.'

더 이상 상대에겐 자신들을 놀래킬 카드는 없다.

다전제의 첫 번째 세트를 가져가기 위해 무리를 했던 게 분명하다.

올마스터 특유의 라인스왑이라는 변수는 성가시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쓸 수 없을 터다.

'해외 활동 당시처럼 식스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알아본 바에 의하면 올마스터를 제외하고는 전부 원딜을 못해. 원딜로 특이한 짓을 해대는 것도 여기까지야.'

최근에 출시된 신챔프가 있긴 하지만 평가는 극악이다.

만에 하나 상대가 뽑는다 해도 큰 선전을 하기 힘들 뿐더러 도라이븐처럼 유별난 패시브는 없다.

한타에 가면 반드시 꼬그모, 토이치보다 빛을 못 보는 챔피언들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자면 합당한 결론.

지금까지 보여준 카드들이라면 충분히 받아칠 수 있다.

받아치기 위해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다.

김태호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경기의 시작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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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첫 번째 세트의 임팩트가 워낙 거대했다.

현장은 시청자들은 물론 중계지들까지 벙찐 표정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 과정을 전부 보고도 믿기지가 않을 지경이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노련한 캐스터, 전범준이 우렁찬 목소리로 관중들을 깨워냈다.

<역시 원조 아니겠습니까! 자드 원조! 도라이븐 원조! 원조의 손에 들리면 뭐가 달라도 달라요! 제가 롤챔스 초창기부터 이 자리를 맡았지만 이 정도로 깊은 인상이 남은 경기, 정말 손에 꼽습니다.>

지역 별로 하나 쯤은 유명한 음식이 있다.

그리고 그 특산물을 처음 유명케 만든 원조집은 사람이 유난히 북적거린다.

원조집이 장사가 잘 되듯 맛도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다.

사실 안 다른 경우가 허다하긴 하지만 어쨌든 누가 뭐래도 도라이븐의 원조는 올마스터다.

올마스터는 준결승전 첫 번째 세트부터 초강수를 두었다.

LML을 뜨겁게 달구었던 도라이븐의 재림.

기대가 되는 노릇이지만 얼마 전 마진 공격대의 스프레이가 죽을 쑨 게 걸린다.

그렇긴 해도 올마스터라면 한 번 믿고 볼 만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픽 하나하나에 엄청난 준비를 해오며 언제나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안타깝게도 팬들의 기대치에서는 영 벗어났지만 말이다.

<기대 이상. 아니, 이건 상상 이상입니다. 그 누가 10분 대에 게임이 끝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방금 전 올라온 정보에 의하면 역대 롤챔스 최단 기간입니다. 그리고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 송구럽습니다만, 전 세계적으로도 따져봐도 프로 리그가 10분대에 경기가 끝난 경우는 없었습니다.>

적잖이 놀란 듯 김은준 해설의 목소리에서 당황스러움이 묻어 나온다.

그도 그럴 게 무려 16분 대다.

정확히는 16분 52초, 가짜에어 독수리의 넥서스가 파괴된 시간이다.

14분 대에 봇 억제탑을 파괴하고 정비 후, 거대 미니언들을 이끌고 넥서스를 밀어버렸다.

<한국 롤챔스 기록에서만 따져봤을 때 서렌이 아닌 경기 중에서 최단 기록이 22분입니다. 당시 저도 해설을 했기에 기억이 남습니다만 전라인이 터졌어요. 선수들의 멘탈도 증발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몰아붙였는데도 22분. 그런데 올마스터 선수는 이를 홀로 이루어냈습니다! 혼자서 롤챔스 최단 기록을 5분 넘게 단축 시켰습니다..!>

당연히 혼자서는 아니다.

팀원들의 보조가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위업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만큼은 그를 팍팍 띄워 줄만하다.

아무리 캐리력이 높은 선수라 할 지라도 한계는 명확하다.

CC기 연계하고, 스킬 피하고, 입롤 좀 현실화 시키고.

온갖 발버둥을 해서야 겨우 탈 수 있는 게 롤챔스의 MVP, 이른바 캐리의 주역이다.

<딜미터기가 터졌습니다. 나머지 9명의 선수들이 넣은 딜 모두 합쳐도 올마스터 선수 한 명에게 안됩니다. 솔로랭크 하다 보면 게임 혼자서 했다 불평하는 경우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오늘의 경기를 보여준다면 불평불만, 입에서 쏙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데요?>

<저희가 보는 입장에서도 어이가 없는데 당하는 선수들은 대체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실례가 안된다면 경기의 승패와는 무관하게 인터뷰 자리를 한 번 잡아보고 싶습니다. 이게 정말 궁금한 게.. 경기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에요?!>

아직까지도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취기가 채 가시지 않았다.

말이 안 나오는 하드 캐리.

올마스터의 피지컬과 도라이븐의 패시브가 어마어마한 상승 효과를 낳아버렸다.

얼마 전, 8강 마지막 D조의 경기와도 비견할 만하다.

SKY T1 대 KTX 롤러코스터 B팀의 다섯 번째 세트에서 자드의 신화를 한 줄 더 써내려 간 바로 그 경기.

LCF 결승전의 재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대단한 열풍을 몰고 왔다.

그런데 오늘 또 못지 않은 수준의 경기가 터져 나왔다.

<테이커 선수와 듀 선수의 미러전 정말 멋졌죠. 커뮤니티 등에서는 LCF 결승전의 하위 호환이 아니냐 하는 소리도 있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질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면 역시 양 아니겠습니까?! 개인적으로는 회식도 양 많은 집 위주로 선호하거든요? 오늘 또 올마스터 선수가 엄청난 명경기 선보이며 로드 오브 로드 역사에 한 획을 쭈욱-! 그어버렸습니다!!>

중계진의 흥분이 대단하다.

한 시즌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수준의 명장면이 연달아 잡혔다.

날짜가 아니라 경기 일정만 봤을 때는 연달아가 맞다.

<아! 저희가 흥분한 나머지 전달을 조금 늦게 받았습니다. 조금 전에 선수들의 준비 모두 완료되었다고 하네요?>

<예에.., 정말 놀랍게도 방금 전 경기는 겨우 첫 세트였습니다. 아직 수 번의 경기를 더 치러야 결승전의 진출팀이 정해집니다. 가짜에어 독수리도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길 바라며 양 팀의 밴픽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첫 세트를 본 모두가 올마스터의 경기력에 취해버렸다.

하지만 이제 고작 1차에 불과하다.

2차, 3차 몇 차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분위기는 달아오른 상태다.

이만한 광경을 실시간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영광에 흠뻑 젖었다.

얼마나 한 기대를 해야 할지조차 감이 안 잡히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두 번째 세트의 밴픽.

가짜에어 독수리가 역시나 도라이븐을 밴했지만 괜찮다.

언제나 그러하듯 올마스터는 부응한다.

기대한 것이 이고 아니고 이전에 흡족한 경기를 선보일 거란 사실 만큼은 확실하다.

모두가 두근두근 올마스터의 픽을 기다리는 가운데.

두 번째 세트까지 보기 드문 챔피언을 꺼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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