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60화 (5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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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환계

얼밤도 불밤도, 삼선 레드도 블루도 올라오지 않았다.

한국 로드 오브 로드의 최강팀을 새로이 가린다.

신세상 매직 대 SKY T1 K!

금일 결승전 무대에 오를  두 팀이 무대 중앙 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는 검붉은 카페트 위를 당당히 걸어오고 있다.

다섯 명의 백색남녀와 다섯 명의 적색장정이 좌우 일렬로 행차한다.

결승전의 결과에 따라 그들은 주인공과 조역으로 각각 나뉘게 된다.

벌써부터 맞부딪히는 양 팀의 기세 싸움이 흉흉하다 못해 살벌하다.

그런데 과연 어디가 신세상이고 어디가 SKY T1일까?

이는 사실 아주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아, 결국 이렇게 기대를 져버리나이까.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줘..

-나중에 무대 위에서 화끈하게.. 확?

-그런 미래는 오지 않을 거야.. 우리에게 희망은 없어..

백색남녀, 프로게임단에 여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다섯 명의 선수들 중에서도 군계일학 이목을 모으는 자.

너무나도 당당한 걸음으로, 마치 모델처럼 워킹 한다.

뮴뮴 선수는 신세상 매직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수다.

흠잡을 데 없는 실력과 최초의 여성 게이머라는 타이틀.

외모 또한 연예인급으로 아름다워 이미 팬클럽이 어지간한 걸그룹 수준이다.

로드 오브 로드의 팬이라면 일단 닥치고 가입하자 거의 그런 분위기다.

뮴뮴 선수, 제발 오늘 비키니 좀 입고 와 달라.

비키니까지는 바라지도 않겠다.

제발 쪼오금만 남성 팬들이 원하는 느낌의 옷차림을 해줬으면 싶다.

팬들은 원하고 원했지만 결국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열 명의 선수들이 무대 중앙으로 올라섰다.

좌측과 우측으로 마치 날개처럼 갈라서 있다.

그렇게 선수들의 등장이 끝나자 이제는 중계진의 차례다.

<따사로운 햇살! 반짝 거리는 모래알!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이곳은 부산 해운대입니다아!  여러분~~~안녕하시죠!!>

우렁차기 그지없는 전범준 캐스터의 목소리가 해운대를 울린다.

밀폐되지 않은 개방된 장소일 텐데도 놀라우리 만큼 임팩트 있는 목소리다.

언제나 들어도 굉장하게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발성력.

이는 기다림의 시간이 끝났다는 신호다.

어림잡아도 6만 명은 넘어 보이는 수만 관중들이 대함성으로 화답한다.

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으로 인해 쓰나미가 밀려오는 건 아닐까.

그런 기우가 들 정도로 엄청났다.

수만 명이 동시에, 그것도 전력으로 소리치는 장관은 그만큼이나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다.

배치된 간이 의자는 티켓을 구입한 이만이 착석 가능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입석은 그렇지 않다.

또, 이곳은 해운대다.

주위는 온통 모래사장이다.

그냥 털썩! 바닥에 주저 앉아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보다가 재미없으면 그냥 바지 탈탈 털고 일어나면 그만인 일이다.

로드 오브 로드에 관심없는 이들도 일단 흥미를 가진다.

<2013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대망의 결승전을 시작 하기에 앞서 선수 소개 들어갑니다! 하얀 색의 옷을 입은 다섯 명의 선남선녀! 신세상~~매직입니다-!!>

흡사 지난 8강 때와도 비슷하다.

그때는 불밤이 SKY T1 K의 자리를 대신했다.

무대 위에서 본 관중석은 하양과 빨강으로 나뉘었다.

하양이 신세상 매직.

전범준 캐스터가 소리치자 팬들이 기세를 보여준다.

과아아아아아아아-!

압도적이다.

그럴 만도 하다.

뮴뮴 선수도 인기지만 신세상 매직의 간판 스타는 따로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알아준다는 프로게이머 올마스터.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CLC Error라는 선수명으로 활동하며 일약 스타가 되었다.

그를 보기 위해 해외에서 먼 발걸음 한 팬들이 적지 않다.

수가 적은 탓에 명확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틀림없다.

[캡틴! 오 마이 캡틴!]

프로로 데뷔하기 전부터 화제를 몰고 왔다.

데뷔하자마자 2군팀인 현재의 CLU를 우승으로 끌어올렸다.

한창 하락 곡선을 타던 CLC를 2연속 LCF의 패자로 자리매겼다.

더더욱이 결승전의 마지막 경기.

그 임팩트는 현재까지도 로드 오브 로드 역사상 최고의 명경기로 손꼽힌다.

최근 한국에서 테이커 대 듀의 대결이 그에 준하는 명장면을 만들었다지만 손색이 있다.

비록 그가 고국인 한국으로 돌아갔을 지라도 팬들의 마음 속에는 흔적이 깊다.

<이에 맞서는 팀은 SKY T1 K! 붉은 투기를 두른 다섯 장정이 패기를 발산합니다-! 찌릿찌릿! 양 팀 선수들의 사이에 있는 저로서는 전율이 흐릅니다! 여러분도~ 느껴~~~지십니까~!!>

실제로 느껴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해운대에 모여있는 사람이 몇 명인데 무대와 관중석과 거의는 엄청나게 멀다.

몇 줄만 뒷좌석에 있어도 선수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이 어떠하든 그렇게 느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관중들이 전범준 캐스터의 말씨를 곧이곧대로 믿고 있다.

E-스포츠와 동거동락 인생을 함께 했던 그만이 부릴 수 있는 마법이다.

<기다리시는 팬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양 팀 주장들의 한 마디! 듣지 않고 넘어가면 섭하지 않겠습니까?!>

준결승때처럼 굳이 도발을 주고 받을 필요는 없다.

왜? 이미 다 촬영을 마쳤으니까.

결승전의 백미이기도 한 도발전은 사전에 녹화 및 편집까지 깔끔하게 완료됐다.

이는 선수들이 세팅을 하는 사이에 경기장의 대형 스크린과 오픈게임넷의 공식 방송등을 통해 중계된다.

그래도 이 자리까지 올라왔으니 할 말이 없진 않을 테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는 신세상 매직의 주장 올마스터.

관중석에서 아쉬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댁말고 댁 옆에 있는 아리따운 처자의 목소리를 기대하는 듯한 반응이다.

<아니, 이 사람들아! 신세상 주장은 얘가 아니라 납니다, 나!>

우~~! 야유와 함께 째릿한 시선이 쏟아져 들어온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천, 수만 명.

올마스터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옆에 있는 뮴뮴 선수의 허리를 감듯이 끌어안는다.

그러자 폭동이라도 일어날 흉흉한 살기가 피부를 찔러온다.

후폭풍이 이만저만 하지 않을 올마스터의 차례는 우여곡절 끝에 끝이 났다.

다음은 SKY T1 K, 주장인 메딕이 마이크를 높이 들었다.

지난 준결승전 때와는 달리 나긋나긋한 태도로 도발했다.

<여러분! 솔로이신 분들은 저희 SKY T1 K를 응원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번 결승전은 신세상 매직의 독주가 될 줄 알았다.

경기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양 팀이 쌓아온 인기가 다르다.

해운대에 모인 팬들 대부분이 신세상 매직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

흔히 말하는 본진이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올마스터의 미움 사기.

그리고 적절한 메딕의 받아치기가 어울려지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 모든 것이 혹시 결승전의 바람직한 흥행을 위한 올마스터의 희생이 아니었을까.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는 그러한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진실은 모를 일이다.

<양 팀 주장들의 패기가 넘치는 한 마디! 잘 들었습니다-! 그러면 곧바로 선수들의 세팅 준비 들어가면서.. 잠시 시청하시겠습니다. 과연 선수들의 속마음은 어떠할지! 오피셜 들어갑니다..!>

짦막하게 준비한 양 팀 선수들의 오피셜.

신세상 매직은 SKY T1 K를.

SKY T1 K는 신세상 매직을.

각각 상대 라이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공수 교환이 이루어진다.

한 마디로 입으로 하는 결승전이다.

강도 높은 도발이 쏟아져 나온다.

이기면 장땡이고 져버리면 부끄럽다.

탈탈 털리면 흑역사가 도래한다.

그럼에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팬들의 기대치를 최고조에 다다랐다.

가장 말도 탈도 많았던 코너는 원딜러들 간의 기세 대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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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SKY T1 K의 원딜러 꿀꿀이.

최강진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유명했다.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했기에 인지도가 꽤 있었다.

아마추어들 중에서는 손에 꼽는 클라스를 가졌다.

프로로 데뷔한다면 유망한 가능성을 지녔다.

명실상부 이번 LCL의 우승 후보다.

지난 2012년 여름날의 그는 높은 평가를 받았었다.

─아 기억 난다. 꿀꿀이도 LCL 참가했었지.

우승 후보니 뭐니 해서 띄워줬는데 16강 강탈ㅋㅋ

올마스터팀 만나서 탈탈 털림.

혹시 그때 일로 아직도 부들부들하고 있는 건가?ㅋ

└에이, 그냥 단순한 도발 아닐까?

글쓴이-그런 것 치고는 말투에서 독기가 묻어 나오던데ㅋㅋ

└어쩌면 그것조차 컨셉일수도..?

└하여간 강진이 자식 자존심 하나는 드럽게 세서 말 많았지.

아마추어 시절부터 유독 말이 많았다.

가진 바 실력과 정비례하는 프라이드.

솔로랭크에서 아군이 한 마디 하면 절대 안 진다.

그래도 프로로 데뷔하고 나서는 조금 고쳐졌나 했는데 영 아니올시다.

방금 전 있었던 두 선수 간의 신경전은 뜨겁다 못해 따가웠다.

결단코 자신이 위라는 자신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조금 과도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순수하게 기대감만 따지자면 확실히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부시안.. 제가 이미 썼으니 올마스터 선수는 이제 안 꺼내도 괜찮겠네요!? 도라이븐? 파루스? 기묘한 거 하시던데 이번 결승전에서도 특이한 거 기대.. 하겠습니다?>

올마스터는 지난 준결승전의 인터뷰에서 부시안의 픽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최강진이 꺼내버렸다.

단순히 사용만 한 게 아니라 안정적인 캐리, MVP에 까지 선정됐다.

졸지에 닭 쫓던 개 꼴이 돼버린 올마스터로선 짜증이 일어나는 일인데 그걸 굳이 후벼 팠다.

사실상의 선전포고다.

<아니, 뭐 챔피언이야 먼저 쓸 수도 있는 거고 중요한 건 누가 더 잘하냐? 누가 더 완벽하게 하냐 일 텐데요? 정 자랑스러우시다면 액자라도 만드셔서 기념하시죠.>

최강진의 도발에 올마스터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반문으로 나왔다.

네 녀석의 부시안은 눈에 차지 않는다.

고작 그 정도로 부시안을 이야기하지 마라.

적어도 최강진의 귀에는 그렇게 들린 듯하다.

<근데 이걸 어쩌죠? 제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저는 결승전에서 쭉 배인을 쓸 겁니다. 부시안 꺼낼 기회, 없어 보입니다?>

<아~,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부시안의 카운터 말하는 거군요? 저도 그거 봤습니다. 그런데 제 가위는 바위를 이겨요. 그쪽이야말로 자신 있으면 배인 선픽 박으시죠? 제가 후픽으로 부시안 박겠습니다.>

살기가 넘치는 신경전.

둘의 대화는 그걸로 종료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인신공격이라도 주고 받을 분위기라 끊은 건지, 아니면 단순하게 방송 컨셉이 그렇게 잡힌 건지.

시청자들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강진이 존심 겁나 강한 건 알았지만 올마스터한테 시비를 거네ㅋㅋ

내 기억으로 올마스터한테 시비 걸고 멀쩡했던 인간 없었던 걸로 아는데..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해외 활동 당시에도 상당했던 걸로 아는데..

강진이 흑역사 제대로 한 줄 그어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근데 뭐 배인으로 부시안이면 충분히 할 만한 거 맞잖아?

└빅캡틴맨 뿐만 아니라 프로들도 노답이라 말하는 상성이지. 6렙 전은 몰라도 6렙 이후에 1대1 구도 되면 ㅈㅈ

└솔랭에서야 배인으로 라인 버티기 힘들다지만 대회에서는 서포터 빨로 충분히 버티는데 무난하게 성장하면..

└안 그래도 원딜들 자존심 겁나 센데 둘 다 탑급이라 그런지 기세 싸움 장난아니네.

└ㅋㅋ근데 나만 정글 기세 싸움이 더 웃겼냐?

진지하게 보자면 봇라인이 가장 기대치가 높다.

하지만 가장 재밌었던 도발전은 다름아닌 정글이었다.

SKY T1 K의 숨겨진 에이스, 비행기 선수가 제대로 관광을 당했다.

<후후.. 이곳까지는 쉽게 올라왔지만 이제부터는 안될 겁니다. 저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 미래는..>

이미 수 차례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지만 비행기 선수는 중2병이 짙다.

컨셉인지 진짜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4차원이다.

그런 비행기 선수를 향해 무참한 팩트 폭격.

<..혹시 오타쿠세요?>

<크크큭..! 정 그렇게 나온다면 내 오른손의 흑염룡이 가만있지..>

<오타쿠 맞네.>

<제, 제법이군. 하지만 나는 사천왕 중에서도 최약체! 고작 이 정도로 우리 SKY T1 K를 공략했다고 생각했다면..>

<으엑, 오따꾸다.>

임요한의 삼연벙에 버금가는 삼연타쿠!

비행기는 마지막까지 컨셉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끝끝내 추락해버렸다.

미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신랄한 폭언은 순수하기 그지없는 한 남자의 가슴을 갈가리 찢어버리기에 차고 넘쳤다.

경기 시작 하기도 전에 비행기 선수는 녹다운 당했다.

잉벤에서는 그런 느낌의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다 지난 일이다.

방송은 당연히 녹화본이고 선수들은 이미 멘탈의 재정비를 마쳤다.

바야흐로 오늘의 결승전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신세상 매직과 SKY T1 K의 결승전이 막을 올린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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