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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환계
원딜 간의 흉흉한 기세 싸움.
당연하게도 맞라인전이 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SKY T1 K가 라인스왑을 걸어버렸다.
-와 강진이 그렇게 안 봤는데 개쫄보네.
-살 포동포동하게 찐 집돼지 꿀꿀이ㅉㅉ
-부스에서 씨익씨익 썩소 짓고 있더니 이런 치사한 짓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나.
-ㄹㅇ치사빤스다. 이러기 있기 없기?
중계 플랫폼들의 채팅창을 통해 야유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걸 꼭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봐야 할까?
경기를 해설하는 중계진들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신세상 매직의 입장에서는 뒷통수가 얼얼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원래 냉정한 법이에요. 꿀꿀이 선수가 개인적으로 맞라인전을 주장했다고 해도 팀 차원에서 묵살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로드 오브 로드는
팀게임! 선수 본인의 고집만 내세울 수는 없는 법이거든요.>
흔히 말하는 실드를 쳐줬다.
흥분한 시청자들도 고개를 끄덕끄덕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다.
아무리 선수들 간에 승부가 중요해도 윗선에서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지.
배인 선픽으로 도발을 했으니 일단 역할은 다했다.
-라인스왑 하면 배인이 이득인가?
-ㅇㅇ 부시안이 고르키처럼 스킬딜이 세서 초반 라인전은 평타침.
-문제는 6찍고 발린다는 거지만ㅋㅋ
-꿀꿀이한테 너무 유리한 구돈데.. 짜증나네.
라인스왑 이후 이루어지는 게임 양상은 무난하다.
SKY T1 K는 씨지맥의 싱나드를 압박하고 있다.
반대로 신세상 매직은 메딕의 네네톤을 붙들고 있다.
<다이브.. 100% 이루어질 거란 말이죠?>
<뮴뮴 선수가 현재 가장 많이 애용하는 거미여왕. 다이브에 특화된 정글러입니다. 포탑에 적당히 맞다가 거미줄로 빼버리는 어그로 핑퐁이 매력적이죠. 실제로 이를 뮴뮴 선수가 이를 엄청나게 잘합니다.>
라인을 몰아 넣고 다이브를 친다.
신세상 매직은 라인스왑의 대처가 깔끔하기로 유명하다.
상대가 레벨업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미니언이 도착할 때쯤 고작해야 2레벨 되는 네네톤으로서는 속수무책이다.
기껏해야 점멸과 스턴을 잘 활용해서 한 명 데려가는 것이 고작이다.
지금까지는 분명 그러했다.
<이걸, 이걸 도망가나요! 메딕 선수 요리조리 정말 잘도 도망갔습니다?!>
<점멸로 실뭉치 뛰어넘으며 2단 대쉬! 그림처럼 완벽했습니다. 이거는 스킬&스펠 다 써도 못 따라잡습니다. 레드 묻혀도 체력 깎는 게 고작이에요..!>
메딕 선수의 슈퍼 플레이가 터져 나왔다.
지켜보는 모두가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레벨에 돌진기를 찍으면서 그 돌진기의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점멸은 실뭉치를 피하는데 쓰고, 할퀴고 채썰기로 거미여왕을 그었다.
네네톤의 E스킬, 할퀴고 채썰기는 첫 번째 돌진으로 상대를 그으면 한 번 더 사용이 가능하다.
그렇게 2단 대쉬를 통해 유유히 내뺐다.
빅웨이브를 전부 놓치기는 했지만 적어도 반대편의 탑라인보다는 상황이 좋다.
<꿀꿀이 선수의 판결! 각도가 예술입니다. SKY T1 K의 선수들 물 제대로 올랐어요!>
<아, 이건 판결 맞은 순간 목숨 끝났습니다. 바위가 점멸 돌주먹으로 그대로 직격! 배인의 3타 터지며 퍼스트 블러드 나옵니다! SKY T1 K가 선취점을 울렸습니다!>
네네톤이 도주에 성공하자마자 싱나드는 유령화를 켜고 쏜살 같이 도망갔다.
그 판단 자체는 더없이 옳았다.
하지만 꿀꿀이 선수의 배인이 판결을 기가 막힌 각도로 쏴버렸다.
아슬아슬 벽꿍 판정이 되었고 거기에 풀차징한 바위의 돌주먹이 퍼억!
CC기가 연달아 박히자 제아무리 엄마가 따라가지 말라는 싱나드라고 해도 별 수가 없었다.
<라인스왑이 신의 한 수가 됐습니다! 그걸 그렇게 살아갈 거라고 누가 예상을 했겠습니까?>
<보통 저렇게 들어가면 죽는 게 맞죠. 저런 생존은요, 생존을 한 사람이 너무 잘한 거에요.>
강빈 해설의 조냐 상태가 깨질 정도로 메딕 선수의 슈퍼 플레이는 빛이 났다.
만약 똑같이 부시안도 킬을 먹었다면 반반이었다.
아니, 사실 킬을 먹지 않아도 반반은 아니었다.
<배인이 퍼블을 바탕으로 흡수의 칼을 완성시켰습니다! 이러면 배인의 성장을 저지하는 것이 많이 어렵게 됐죠?>
<잘못 벽꿍이라도 맞으면 덩쿨지옥 연결되면서 킬각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최대한 서로 맞성장 하는 것이 정답이겠습니다만.. 썩 좋은 흐름은 아닙니다. 무난하게 성장했을 때 배인 만큼 무서운 챔피언 별로 없거든요.>
김은준 해설위원의 목소리가 무겁다.
그만큼이나 신세상 매직에게는 상황이 썩 좋지가 않다.
원딜러 중 성장 기대치가 최상위권에 손꼽히는 배인.
플레이어의 피지컬만 받혀준다면 정말로 1대5가 가능한 챔피언이다.
<부시안도 분명 한타에서 나쁜 챔피언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드캐리형 원딜러인 배인에 비하면 손색이 있어요?>
<지난 준결승전 이후로 꿀꿀이 선수를 따라 삼종신기에 영락검을 가는 부시안이 솔로랭크에서 종종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결국 고르키랑 비슷해요. 시간이 갈수록 유통기한이 반드시 옵니다. 실력 이전에 챔피언의 성장 기대치에서 밀려요..!>
하드캐리형 원딜러, 배인의 성장을 방관할 수밖에 없다니?
팀으로서도 큰일이지만 올마스터는 더욱 야단났다.
첫 세트를 무력하게 지기라도 한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부시안이 웃어주는 흐름이 단 하나도 없다.
라인전도, 원딜 간의 1대1도, 심지어 한타까지 전부 말이다.
안 그래도 밴픽 단계에서 웃어주는 스타트를 끊었던 SKY T1 K다.
그런데 선취점까지 먹고 완벽하게 승기를 틀어 잡으려 한다.
<이거는 결국 다른 라인에서 힘을 내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SKY의 윗라인이 절대 호락호락 하지 않거든요?>
<호락호락을 넘어 무서울 정도죠. 최근 테이커 선수, 그리고 비행기 선수, 심지어 오늘은 메딕 선수까지 장난이 아닙니다. 모르긴 몰라도 최강진 선수,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을 거에요.>
SKY T1 K의 부스 안에서 썩소를 짓고 있을 최강진의 모습이 쉽게 상상이 간다.
이윽고 라인스왑 구도가 완전히 끝나고 양 팀이 다시 정상적인 라인전을 진행한다.
과연 중계진의 예측대로 게임이 진행될지.
해운대 특설 무대에 신세상 매직을 응원하러 모인 팬들의 가슴이 조마조마 두근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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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기의 시작은 많이 안 좋았다.
어떻게 보면 실수이기도 하다.
예은이 침착하게 실뭉치를 아껴뒀다면 스펠을 조금 많이 쓰더라도 네네톤을 딸 수 있었을지 모른다.
'아쉽긴 하지만.. 이건 네네톤이 잘한 게 맞아.'
그 네네톤을 플레이 하는 이가 다름 아닌 메딕이다.
공격적이고 과감한 판단으로 다이브를 회피해냈다.
차후 세체탑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가진 바 잠재력이 벌써부터 대단하다.
'이팩트라면 100% 당해줬을 텐데. 내가 너무 안이했던 감도 있어.'
본래라면 지금 시기에는 메딕이 아닌 이팩트가 SKY T1 K의 탑솔러를 맡고 있어야 했다.
우직한 성격의 그라면 아마 최대한 버텨보는 선에서 다이브를 당해줬을 거다.
그런데 미래가 엉키고 엉켜 그는 다른 팀으로 소속을 옮겼다.
오늘의 결승전은 생각 이상으로 힘이 많이 들 것 같다.
"으아 배인 역시 흡칼 나왔네요. 라인 유지력 장난 아니겠네.."
"꼭 손해만은 아니야. 바위가 점멸이 빠졌으니까."
매사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건 중요하다.
물론 팀원들 멘탈 붙들라고 한 소리는 아니다.
안 그래도 6렙 이전 갱킹이 좋지 않은 바이가 점멸이 없다는 사실.
내가 마음 놓고 봇라인을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늘 경기 이후로 이불 찰 선수가 많아지겠구만.'
부시안이 처음 출시됐을 때 정말로 모든 프로들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절대 못 쓰는 챔피언이다.
궁극기부터가 답이 없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다른 스킬들은 답이 있다는 소리다.
푸슝!
부시안의 Q스킬, 꿰뚫는 불길이 미니언 너머 조아라를 가격한다.
스킬 자체는 타겟팅이지만 발동되면 마치 럭키의 궁극기처럼 모든 적을 관통해버린다.
뭐, 범위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보잘것없긴 해도 다른 한 가지.
이렇게 부시안이 스킬을 발동하면 패시브가 돌아간다.
타, 탕!
두 발의 쏘아진 총알이 조아라가 키워낸 식물을 가볍게 처리한다.
부시안은 스킬을 쏘면 다음 평타가 두 발 나간다.
챔피언에게는 절반 분의 데미지 밖에 입히지 못하지만 식물은 다르다.
조아라의 식물은 챔피언에게 정확히 세 방.
고질라의 인어가 평타 한 대 같이 툭 건들면 깔끔하다.
'조아라를 상대로 한 라인전의 해법은 조아라부터 잡는 거지.'
일반적으로 봇라인전 구도는 원딜부터 점사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
간혹 조아라처럼 극견제형 서포터들이 존재한다.
몸도 단단하지 않고 유지력을 높여주는 스킬도 없다.
야금야금 체력을 깎아내다 킬각을 잡아낸다.
푸슝!
리워크 후의 부시안은 사거리가 짧은 인파이트형 원딜러다.
그러나 리워크 전의 부시안은 다르다.
한 마디로 짤짤이형 원딜러.
Q스킬인 꿰뚫는 불길의 사거리가 어마어마하게 길다.
미니언을 타고 적 챔피언을 노리면 못 맞힐래야 못 맞힐 수가 없는 수준이다.
'이 정도 깎았으면 원콤 나오겠는데.'
비슷하게 헤이클린도 짤짤이에 특화된 원딜러다.
차이점이 있다면 부시안은 킬각을 잡는 것이 아주 용이하다.
나는 과감하게 앞점멸을 사용해 조아라의 가시지옥을 뛰어넘었다.
타, 탕!
쌍권총이 불을 뿜는다.
챔피언에게는 절반 분의 데미지, 사실상 1.5배의 평타 강화 효과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비누방울이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번에 두 개의 비누방울이 터지며 조아라를 위험한 지경까지 몰아넣었다.
두웅-
하지만 상대는 만만하게 당해줄 이가 아니다.
차후 잠시나마 서폿계의 정상에 군림하게 되는 곰돌이만두,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대응해온다.
내가 클린즈를 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했다.
똑같이 점멸을 사용해 도망가지 않고 침착하게 탈력을 걸어왔다.
나의 속도와 데미지를 순간적을 낮춰 역관광을 노린다.
무섭게 굴러오는 배인이 두 선수의 호흡이 얼마나 칼 같은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이 순간을 노렸다.
하아!
타, 탕!
대쉬기로 흩뿌려 오는 덩쿨을 피하며 평타 두 방.
생존기 또한 당연히 스킬로 취급된다.
탈력에 의해 속도가 느려진 나는 버벅여야 했지만 그렇지 않다.
상대는 순간 의아했을 게 분명하다.
'데미지는 여전히 줄어든 상태긴 해도 충분해.'
현재 부쉬안의 대쉬기에는 두 가지 특수한 효과가 달려있다.
하나는 사용시 부시안에게 걸린 둔화 효과를 해제하는 것.
조아라가 나에게 걸은 탈력의 둔화는 그걸로 떨쳐냈다.
가뿐해진 이동 속도로 조아라를 따라가 마무리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탈력에 의해 데미지가 낮아졌음에도 엄청난 폭딜이다.
스킬 세 개를 한 번씩 활용하자 총 여섯 방의 평타.
절반 이상 남았던 조아라의 체력이 순식간에 거덜났다.
"깔끔했어요! 빠져나오는 과정까지 완벽했습니다."
"계산하고 들어갔으니 당연하지."
점멸로 조아라의 주력스킬을 피하고 대쉬기로 탈력의 둔화를 풀어낸다.
그리고 W스킬, 열십자 불길을 날린 후 마무리한다.
그 효과로 2초간 이동속도가 상승했고 배인을 떨쳐내는데 무리가 없었다.
'이걸로 동점.. 이라 생각하고 있을 테지.'
나와 배인이 서로 1킬씩 먹었다.
배인은 퍼블이지만 내 CS가 조금 더 많다는 걸 감안하면 비등하다.
그런데 상대는 원하는 대로 6레벨이 목전이다.
동점이 아니라 이제는 자신의 차례라고, 귀환해서 아이템 사오면 우위라고 여기고 있을지 모른다.
찰칵!
만약 내가 귀환해서 광채의 칼이나 탐욕의 둔기 같은 걸 샀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초기의 부시안은 스킬딜 위주의 원딜러라 해석 당해 모두가 삼종신기를 선템으로 갔다.
그 다음템은 두 발 쏘는 패시브가 영락검이랑 잘 맞는 것 같다며 템트리를 강요 당했다.
'부시안은 일반적인 템트리에 스토커의 단검이면 충분한데 말이야.'
원래 과거의 일이라는 게 나중에 회상하면 참 그때는 왜 그랬지 싶다.
아마 내일의 꿀꿀이도 내가 왜 쓸데없이 도발을 걸었을까.
그렇게 이불을 박찰 것이다.
선템으로 가는 것은 당연히 VF소드.
주제 모르는 배인의 대갈빡을 박살내기엔 역시 쇠빠따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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