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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환계
라인에 도착하자 배인이 나를 웃으면서 반겨준다.
빌지워터의 해군칼과 단도 두 자루를 들고 왔다.
영락검의 하위템들이 모두 갖춰진 모양이다.
'배인이 슬슬 탄력을 받을 시기지.'
킬각을 잡게 만들어 주는 빌지워터의 해군칼.
배인의 딜링 능력과 관계되는 단도 두 자루.
수비적으로 파밍하는 라인을 그만두고 주도적인 딜교환을 걸고 싶을 테다.
한 마디로 날뛰고 싶을 타이밍이다.
데구르..!
타악!
나에게 앞구르기로 한 대 파악! 쳐온다.
연이어 평타를 날리며 판결로 밀어낼 속셈이라는 게 뻔히 보인다.
나도 배인을 할 때 자주 사용하곤 하는 딜교환 방식.
안타깝게도 부시안에게는 턱도 먹히지 않는다.
푸슝!
타, 탕!
꿰뚫는 불길을 그으며 평타 두 방.
당연하게도 인어의 비누방울이 묻어 나간다.
배인은 당황하지 않고 목표했던 판결과 함께 평타를 쏘아내며 3타를 터트린다.
여기까지 보자면 내가 약간은 우위.
하지만 배인은 피흡을 통해 체력을 회복한다.
그에 반해 나는 흡수의 칼이 나오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배인이 원하는 흐름이 맞다.
내가 장기적으로 갈 생각이 전혀 없어서 문제지.
파샹!
밀리기 직전에 쏘아진 열십자 불길의 배인의 몸을 태운다.
딱히 도트 데미지가 있는 건 아니지만 표식이 남는다.
표식이 남은 적을 공격하면 잠시간 이동속도가 상승한다.
부시안에게는 이를 터트릴 수 있는 엄청난 사거리를 가진 스킬이 있다.
궁극기인 불의 심판을 발동한다.
<세나찡 복수다!>
미달리의 투창에 근접하는 사거리다.
그만큼 좌우 범위는 협소하지만 괜찮다.
이를 보조하는 것이 방금 쏘아낸 열십자 불길.
이동속도가 상승한 데다 배인은 구르기가 빠졌다.
'아무리 안마기, 안마기 해도 풀딜로 맞으면 이야기가 다를 걸.'
원래 논타겟 스킬이라는 게 다 그렇다.
타겟팅 스킬에 비해 사거리도, 데미지도 좋게 설정이 된다.
대신에 못맞히면 꽝.
그런데 다 맞히고 있으니 아플 수밖에 없다.
안마기라는 드립은 못 맞히고 징징대는 애들이 하는 변명이다.
<해일이당-!>
높다란 파도가 일어나며 적들을 덮쳐버린다.
그 간지럽다는 안마기를 풀딜로 얻어맞은 배인은 점멸로 도망간다.
살아 돌아가는 셈이지만 앞서 점멸이 빠진 조아라는 다르다.
흠뻑 물길을 뒤집어 쓰며 킬각을 내주고 만다.
쫘악-!
조아라가 뿌리식물의 지옥을 깔아 반항하지만 이쪽은 생존기가 있다.
나는 지독한 추격으로, 인어는 점멸로 피해내며 연계한다.
파도에 이어 물방울까지 직격하자 조아라는 꼼짝도 못하고 마무리 당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한 번 죽었던 조아라가 또다시 말려버렸다.
섣불리 걸은 딜교환 한 번에 의해 큼지막한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이렇듯 부시안의 궁극기는 플레이어의 숙련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확실히 평타보다 그닥 세지 않은 건 맞아.'
아이템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상대가 피하기까지 하면 더더욱이다.
하지만 평타의 연장선상으로 제대로 활용하면 충분한 위력을 뽐낸다.
"배인 딸피인데 아쉽네요."
"저렇게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는데 어쩔 수 없지. 대신 용을 내줘야 하겠지만.'
미드라이너와 정글러를 콜해 용을 챙긴다.
상대의 미드, 정글이 한타가 강력한 카서트와 바위라는 점을 생각하면 위험하다.
설사 숫자가 적어도 체력이 깎이다 보면 몰살각이 나올 수 있다.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인어에 의해 꾸준하게 체력 관리가 된다.
이렇듯 회복 스킬이 있는 쪽은 추가적인 이득을 챙기기 손쉽다.
찰칵!
게임시간 11분에 피를 마시는 칼을 완성.
PBE 서버에서 AP계수가 높았던 탓에 AP로 가는 게 괜찮지 않냐.
본서버에 나와서까지 삼종신기를 가고 그랬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AD계수가 이렇게 높은데 말이야.'
상대적으로 AD계수가 높다는 사실이 주목 받지 못했다.
피를 마시는 칼을 풀스택 채우면 공격력이 무려 일백.
스킬 데미지만으로도 말도 안되게 강력하다
다시 라인에 도착한 나는 배인에게 딜교환을 걸었다.
푸슝!
몇 번이고 적을 괴롭혔던 짤짤이다.
미니언을 관통해서 상대 챔피언을 태운다.
스킬 레벨까지 올라 막대해진 데미지는 마치 파루스 같다.
파루스가 시위를 쭈욱 당겨서 최대치의 위력으로 뿜어내는 관통 화살.
그에 준하는 위력이 즉발로 터져나간다.
피를 마시는 칼이 갖춰진 꿰뚫는 불길은 대략 그 정도다.
하아!
타, 탕!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파루스와 달리 대쉬기가 있다.
원할 때는 언제든 접근해서 쌍권총을 쏟아부을 수 있다.
두 방의 총알이 배인에게 박히며 마무리로 한 방 더!
열십자 불길을 맞은 배인은 기겁해서 나를 밀어낸 후 뒤로 구른다.
한 번 호되게 당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듯하다.
'스킬딜에 평타 강화까지. 그야말로 이상적인 원딜러지.'
차후에는 AP계수만 남게 되는 열십자 불길이지만 현재는 AD계수도 존재한다.
묵직하게 터지며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스킬 선마스터도 두 번째 인지라 강력하다.
여기에 스킬 사용시 다음 평타가 두 발이 되는 패시브까지 더해진다.
소위 말하는 누킹급의 데미지가 원딜러에게서 터져 나온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버티지 못한 적은 결국 포탑까지 내주고 만다.
이것이 바로 부시안의 진정한 위력.
삼종신기를 가서 깔짝깔짝 하는 것은 부시안이 아니다.
애초에 삼종신기와 부시안은 맞지를 않는다.
삼종신기를 가는 다른 원딜러들.
이즈레알은 Q에 묻어나가고, 고르키는 궁극기를 2초마다 쏴재낀다.
그 둘과 부시안은 많이 다르다.
패시브 자체는 스킬 사용 이후에 평타 강화가 맞다.
하지만 부시안은 그 특성상 스킬을 한꺼번에 파바방! 쏟아낸다.
쿨타임이 있는 삼종신기와 시너지가 좋지 않다.
찰칵!
다음으로 목표하는 아이템은 스토커의 단검.
스토커의 단검이 완성됐을 때 부시안의 진정한 위력이 뿜어져 나온다.
.
.
.
* * *
신규 챔피언들은 초기에 저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아이템트리나 스킬 사용 방법도 재발견이 이루어진다.
현재 그렇게나 사기 소리 듣는 자드도 처음에는 안 좋은 취급 받았다.
한 때 필밴급의 반열에 올랐던 거미여왕도, 카지트도, 제임스도 전부 그러했다.
그러나 이 선수에 한해서는 다르다.
올마스터는 그냥 처음부터 완벽하다.
<게임 안에 직접 들어가서 쌍권총을 두두두! 쏴재끼기라도 하는 것 같아요! 부시안을 제 손처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스킬들이 따로따로 노는 게 아니라 완벽히 아귀가 맞습니다. 그 상승 효과가 어마어마해요! 마치 대전 격투 게임에서 풀콤보 터져 나오듯 배인이 반항도 못하고 두드려 맞았습니다.>
라인전의 Q짤, 꿰뚫는 불길의 명중률부터가 상당했다.
하지만 이는 올마스터의 가진 바 기량을 생각한다면 충분 그럴 만도 하다.
그 하나만이었다면 분명 라인전에서 별다른 이득을 취하지 못했을 테다.
<대쉬기에 둔화 해제가 있습니다. 효과는 확실히 괜찮습니다만 부시안 자체를 잘 다루는 선수가 없다 보니 조명을 못 받았어요. 그런데 제대로 다루는 선수의 손에 들리니 이토록 사기적입니다. 탱크처럼 진격하는 부시안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습니다!>
스킬 견제를 통해 상대의 체력을 깎아 놓는다.
그러고 나서 직접 잡으러 들어간다.
상대는 CC기로 방해하려 하지만 둔화 해제.
대쉬기를 사용해 막타를 우겨 넣는다.
일련의 라인전 방식에 SKY T1 K의 봇듀오는 속수무책 농락 당했다.
<아랫라인 쪽이 힘들어지니 덩달아 윗라인도 힘이 빠집니다! 싱나드 이 정도로 커버리면 중반 한타에서의 위력 엄청나죠!>
<아니, 이게 심리적인 효과만이 아닙니다. 퍼스트 블러드를 따내긴 했지만 킬을 먹은 건 어디까지나 배인입니다. 오히려 탑과 정글은 별 이득없이 점멸만 빠졌습니다. 이어지는 게임 양상에 당연히 소소한 손해를 보게 됩니다. 내가 점멸만 있었으면 싱나드 조금 더 압박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지금 봇 쪽 가도 절대 못 따니까 탑이랑 미드만 살펴야지. 어차피 우리가 사려도 봇라인에서 이득이 나오지 않을까? SKY T1 K의 탑과 정글은 분명 그렇게 생각을 했을 거에요. 그런데 믿었던 도끼에 발등 제대로 찍혔습니다!>
김은준 해설위원의 입에서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답지 않게 살짝 오버해버렸다.
그 흥분마저도 더없이 적절하다.
간지러운 관중들의 등허리를 긁어주기에는 딱 알맞은 울림이었다.
<변명이 돼버리긴 했는데.. 솔직히 제 잘못은 아닙니다. 올마스터 선수가 너무 잘해버렸어요.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압니다 현재의 흐름이 기울어지긴 했습니다만 한타에 가면 충분히 SKY T1도 여지가 있습니다.>
라인전은 무난할 거고 한타 가면 SKY T1 K가 굳힐 것이다.
김은준 해설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게임은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신세상 매직이 주도권을 완전히 틀어잡은 셈인데 어째서?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은 해설자의 역할이 맞다.
시청률이 꾸준하게 나와야 광고 수입도 더 들어올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의미로 말하기엔 현재 경기가 너무 핫하다.
김은준 해설로서는 정말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한 발언이었다.
<조아라는 죽었지만 배인은 말리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킬을 못 먹었다고 해도 배인은 배인이거든요? 플레이 하는 선수도 꿀꿀이거든요? 어떻게 한타 한 번 잘 비비면 경기 모릅니다.>
로드 오브 로드 초창기부터 배인의 캐리력은 누구나 인정했다.
문제는 성장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미 꿀꿀이의 배인은 평균치 이상으로 잘 성장했다.
올마스터의 부시안이 조금 더 잘 컸을 뿐이다.
<약간의 성장 격차는 은탄의 고정 데미지로 충분히 만회 가능합니다. 한타에서 카이팅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테이커 선수의 카서트가 얼마나 광역딜을 잘 비비냐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 SKY T1 K, 한타 잠재력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를 강제로 열 수 있는 카드도 갖고 있다.
SKY T1 K의 정글러, 비행기의 바위는 강제 이니시 좋기로 두 말하면 섭한 챔피언이다.
그 바위로 인해 탑라인의 삼거리 부쉬에서 교전이 열린다.
빨간줄이 불붙은 도화선처럼 줄어들며 교전의 순간을 예고한다.
<하앗-! 덩크슛!>
싱나드는 단단하고 거미여왕은 줄타기가 있다.
비행기가 노린 것은 로밍을 온 고질라의 인어.
포탑이 철거된 이후 양팀의 서포터가 바삐 돌아다녔다.
당연히 쉽게 틈을 내주진 않았다.
비행기 선수가 억지로 틈을 비집어 열었다.
실수라고도 인지하기 힘든 찰나를 정확하게 캐치해냈다.
순식간에 연계가 이어진다.
꾸드득!
쿠러렁!
메딕의 네네톤이 싱나드를 타고 2단 대쉬.
점멸로 시작되는 풀콤보를 때려 박자 인어의 체력이 위험한 지경까지 깎여버린다.
바위의 3타가 터지는 것으로 인어는 그대로 순살 치킨이다.
지금껏 줄곧 탑라인에 투자한 보람이 터져 나온다.
<솔로랭크에서도 정글러 많이 부르기로 유명한 메딕선수지만 그만한 실력이 있기에 부리는 억지입니다! 정말 깔끔하기 그지없는 호응이었어요.>
<이러면 신세상 매직도 걸기가 힘들죠. 궁극기 빠졌다지만 네네톤도, 바위도 맞딜이 막강합니다. 조아라까지 백업을 오는 가운데.. 올마스터 선수 이거 혼자 들어가나요?!>
먼저 포탑을 파괴함으로서 부시안은 행동의 폭이 넓어졌다.
레드를 먹고 온 탓에 늦기는 했지만 그만큼 막강하다.
부쉬에서 튀어나온 부시안이 카이팅을 시작한다.
푸슝!
타, 탕!
한줄기 고온의 불길이 네네톤과 바위를 그어버린다.
하지만 그 정도로 데미지를 주기엔 둘 다 약간이나마 방어 아이템이 갖춰져 있다.
더군다나 아군 정글러인 거미여왕이 도착하기엔 몇 발자국은 남았다.
어설프게 때리다간 역으로 관광 나며 게임 뒤집어질지 모른다.
파아악!
바위가 먼저 돌주먹을 말아쥐며 돌격한다.
일부러 풀차징을 하지 않고 반쯤.
상대로 하여금 내지르는 타이밍을 예상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플레이 자체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피했습니다! 애꿎은 공기 갈라보지만 아무것도 안 잡히죠! 부시안 카이팅! 카이팅!>
<하지만 조아라의 백업이 도착하면서 구사일생! 뿌리식물의 지옥 깔아지며 이거 살아 돌아갈 분위기.. 이었는데요..??!!>
뿌리식물의 지옥은 정말 넓다란 범위를 감싸 안는 최상위의 역이니시 스킬이다.
다가오는 적들을 혼자서 마크할 수 있을 만큼 어마무시하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존재한다.
두다다다다다-!
공속신에 정열의 칼이 나오자 더 이상 안마기가 아니다.
기관총처럼 쏟아져 나오는 불의 심판이 바위의 허리를 끊어낼 듯 잔인하게 두들긴다.
체력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던 바위는 그걸로 전사.
한 번 더 앞대쉬를 한 부시안이 네네톤을 향해 총알을 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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