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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64화 (56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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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환계

부시안의 유일한 생존기, 지독한 추격에는 두 가지 특별함이 숨겨져 있다.

하나는 둔화를 떨쳐낸다는 더없이 유용한 효과.

다른 하나는 궁극기와의 상호 작용이다.

두다다다다다-!

불의 심판으로 적을 처치하면 지독한 추격의 쿨타임이 리셋된다.

글자 그대로 지독하게 적을 추격, 끝끝내 목숨줄을 끊어낸다.

구태여 사지가 될 수 있는 뿌리식물의 지옥 안으로 기어 들어간 데는 다 믿는 바가 있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신세상 AllMaster님이 학살 중입니다!

도망가는 바위의 등 뒤에서 불의 심판을 연사했다.

바위를 따자마자 한 번 더 앞으로 대쉬.

네네톤의 가죽에 구멍을 슝슝! 무두질을 해줬다.

하지만 단단하기 그지없는 네네톤을 잡아내기에는 역시 부족했다.

타, 탕!

때문에 먼저 요리하는 것은 조아라다.

곧바로 총구를 돌려 평타 두 방.

레드에 의해 느려진 조아라는 죽은 목숨이다.

지독한 추격의 효과로 덩쿨식물의 둔화도 떨쳐냈기에 거칠 것이 없다.

─더블 킬!

흑구름을 드리우며 몸집을 키운 네네톤만이 남았다.

맷집은 더없이 튼튼하지만 주요 스킬이 모두 빠졌다.

질기딘 질긴 샌드백을 두들기는 심정으로 천천히 즐긴다.

싱나드와 거미여왕의 백업이 도착하며 네네톤의 퇴로를 원천 봉쇄한다.

"오오, 거길 들어가서 다 따버리네.. 에어본이라도 됐으면 역으로 끔살 아니었어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성공했으면 만사 오케이지."

자신의 실수가 기사회생, 아니 전화위복이 되었다.

역으로 트리플 킬을 따내며 격차를 확 벌려버린다.

이렇게 내가 적절한 합류로 한 건 거둔 사이, 배인은 봇라인에서 차곡차곡 파밍만 하고 있다.

솔로랭크였다면 아군의 애간장이 엄청나게 타들어 갔을 상황이다.

적들로서는 상정 외의 손해를 입은 셈이지만, 치명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배인이 봇라인의 1차 포탑을 파괴했다.

미니언을 포탑에 꼴아박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탑에서의 손실은 뼈아프지만 게임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상대는, 특히 배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형, 아까 실드 빠졌죠? 배인 암살 조심하세요."

"꿀꿀이 아마 눈 돌아가 있을 걸? 어떻게든 한 번 따내려고 벼르고 있을 거야."

씨지맥의 말대로다.

현재 게임은 완벽하게 원딜 차이로 비벼졌다.

큰 소리 빵빵 쳐놓은 꿀꿀이의 체면이 파삭 구겨졌다.

몸이 달아올라도 아주 안달이 난 상태일 거다.

제아무리 배인이 한타가 좋다 한들 전체적인 승기가 압도적이다.

일반적인 한타로는 도저히 뒤집어낼 엄두가 안 난다.

일발역전의 찬스를 노려올 게 분명하다.

'그것이 바로 암살의 형태를 이룰 테고.'

부쉬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배인은 정말 심장에 안 좋다.

혼자서 오직 파밍만을 했기에 템도 레벨링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팀원들의 우려대로 무리하지 않고 게임을 굳힌다면 7할 가까이 승리를 점 찍을 수 있다.

'이런 중요한 무대에서 혼자 오바하다 죽기라도 하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한국 최고를 가르는 롤챔스의 결승전이다.

지금까지 단 한 판도 지지 않고 무패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내가 팀의 주장이라곤 하지만 독단으로 위험 부담이 큰 플레이를 해선 안된다.

그러니까 이번 경우는 해도 괜찮다.

찰칵!

트리플 킬을 계기로 스토커의 단검이 완성됐다.

부시안이 최고조로 강력한 시기다.

1대1에서 악명이 높은 배인이라 한들 상대가 되지 못한다.

치지지직!

봇라인에 도착해 밀린 미니언을 툭 치자 전류가 퍼져 나간다.

테러스티나를 할 때도 갔지만 스토커의 단검이 가하는 마법 피해는 쏠쏠하다.

'이대로 쭈욱 가다 보면 반드시 암살을 시도해 올 거야.'

대기하고 있지 않을 리가 없다.

배인은 분명 봇라인의 부쉬에 숨어있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게 확실하다.

푸슝!

타, 탕!

미니언을 밀면서 천천히 전진.

가장 확률이 높은 봇라인의 윗부쉬를 지나쳤음에도 상대는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상대의 백업 가능성도 있는데.

슬슬 방향을 돌리려던 찰나에 부쉬의 풀들이 기묘하게 흔들렸다.

.

.

.

* * *

트리플 킬의 여운이 채가시지도 않은 시점이다.

또다시 침을 꼴깍꼴깍 삼킬 만한 접전이 펼쳐졌다.

이대로 몇 걸음만 내딛으면 부시안과 배인의 1대1이 성립된다.

<라인전 상성 관계로 가장 유명한 것은 헤이클린과 배인이 있습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낭독하는 듯한 김은준 해설위원의 이야기.

어차피 두 선수가 맞부딪히려면 잠깐이 남았다.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도, 시청자도 숨을 죽인 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사거리와 라인 푸쉬 차이 때문에 배인은 라인전 내내 두들겨 맞습니다. 서포터 차이가 나지 않는 한 이길 수가 없는 상성이죠.>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봇라인 유저가 아니라도 알 수밖에 없는 상성이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김은준 해설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라인전이 끝나고 그 둘이 다시 맞부딪히게 되었을 때 1코어를 든 배인이 2코어를 든 헤이클린을 잡아먹습니다. 그만큼이나 1대1에서 괴랄한 위력을 보여주는 챔프가 바로 배인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다.

투망을 점멸로 뛰어넘고, Q스킬 대탄환을 구르기로 피한 끝에 순수한 평타 싸움을 가른다.

흔히 말하는 입롤에 가깝다.

프로게이머들에겐 딱히 불가능할 것도 없는 플레이지만 상대도 당연히 프로게이머.

헤이클린을 하는 이라고 순순히 당해줄 턱이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러한 상황이 의도적으로 연출된다면 어떨까?

<올마스터 선수, 알고 있습니다. 다 알고서 낚여주는 겁니다! 굳이 여기서 한 웨이브 더 먹고 갈 필요 없거든요?!>

<한 번 정면으로 결착을 짓자 이겁니다. 공속신의 차이는 있으나 둘 다 2코어에요. 원혼의 춤꾼이 스토커의 단검보다 더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력 면에서는 밀리지 않습니다!>

중계진, 그리고 관중들의 눈에는 맵이 훤히 보인다.

원혼의 춤꾼을 빠듯하게 구입해온 배인이 부쉬에 숨어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먹잇감이 사거리에 들어오자 행동을 개시했다.

데구르..!

궁극기를 발동한 배인은 공격력이 크게 올라간다.

배인이 공속템만 가도 충분히 강력한 제1이유다.

제2이유는 당연하게도 은탄.

배인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3타가 두 번만 터지면 딜러진은 순삭이다.

<판결 맞았으면 그대로 갈 뻔했습니다..! 점멸로 피해내며 올마스터 선수 맞딜!!>

<하지만 배인도 점멸로 피해내죠! 그리고 하늘 위에서는 종! 말! 고오오옥-!>

꿰뚫는 불길이 타겟에게 피해를 입해기까지 존재하는 0.35초의 선딜레이.

그것을 점멸을 사용해 피해낸 배인이 부시안에게 3타를 때려 박는다.

가히 배인 장인으로 유명한 꿀꿀이 선수 다운 입롤 플레이다.

주력 스킬을 피해낸 이상 전황은 배인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여기에 테이커 선수의 카서트가 종말곡까지 끼얹어진다.

질래야 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나친 욕심으로 불의 심판을 죄다 뒤집어 쓰지 않았다면 말이다.

<어? 어?! 이거 따라가면 안되죠! 아무리 안마기, 안마기 그래도 안마기에 생으로 얻어 맞으면 아픕니다!?>

<내가 궁극기를 사용한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따라가서 Q평! 전류 터지면서 배인 깔끔하게 사망합니다..!>

승부의 결과는 어처구니 없게 판가름이 나고 말았다.

궁극기 덕분에 엄청난 이동속도를 자랑하는 배인이 부시안을 추격했다.

그런데 따라가다 총알 찜질을 제대로 당하고 뒤를 잡혀 사망했다.

<아니, 이게.. 이렇게 되나요? 배인이 허무하게 죽으면 지금까지 투자한 것, 방금 전 카서트의 궁극기까지 전부 날아갑니다.>

<꿀꿀이 선수도 쫓아갈 만하긴 했어요. 부시안이 실드도 없으니 몇 대만 치면 카서트가 궁으로 마무리하는 각이 나옵니다. 너무 유리한 나머지 방심했던 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부시안의 스킬이 생소하다 보니 모를 만도 하다.

배인은 분명 추격의 귀재.

한 번 뒤를 잡은 상대를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부시안을 상대로는 이야기가 다르다.

먼저 열십자 불길을 날리고 궁극기를 두두두두두! 무빙샷으로 갈겨 버린다.

그러면 이속 증가 효과 덕분에 배인과 속도가 별반 차이나지 않는다.

2티어 신발의 유무까지 생각한다면 더더욱이다.

안 그래도 이동 속도가 비슷한데 배인이 뒤를 돌아 버렸다.

적을 추격할 때만 이동속도가 상승하는 배인이 말이다

뒤를 돌게 된 순간 따라잡히는 것은 필연.

배인의 안이한 판단이 첫 번째 세트의 승패를 갈라버렸다.

<안마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지고 있던 부시안의 궁극기입니다. 그런 안마기가 제대로 활용하는 선수의 손에 들리니 이토록 무섭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딜링이 끊기지 않고 뿜어져요.>

<내가 바로 한국 최고의 부시안 장인이다. 부시안은 이렇게 쓰는 거다! 아이템트리도 삼종신기가 아닙니다. 피를 마시는 칼에 스토커의 단검! 저 전류 피해를 터트리기에 최적화된 챔프가 바로 부시안이라는 뜻이겠죠.>

스킬을 사용한 후에 평타가 두 발 나간다.

방금 전 배인과의 교전 때도 처음에 한 번, 그리고 막타로 또 한 번.

실드 채로 배인을 터트려 버리는 장관이 펼쳐졌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순간 폭딜이다.

<아니 뭐 그렇다고 삼종신기에 영락검이 안 좋다는 건 아닙니다? 평타 강화하고 나름 시너지가 있어요.>

<경기는 사실상 끝이 났습니다. 배인을 1대1로 녹여버리는 화력입니다. 그런데 SKY T1은 탱커진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아요. 싱나드랑 거미여왕을 상대하느라 마법 저항템만 둘둘 둘렀거든요? 제대로 된 방템 갖춰지기 전에 스노우볼 필히 굴러 갑니다. 신세상 매직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팀이 절대 아닙니다.>

스노우볼 빠듯하게 굴리기로 유명하다.

올마스터 위주의 게임 구도가 나왔으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다.

봇라인의 2차 포탑 허물어지며 부시안의 코어템 나오는 속도가 가속된다.

경기의 승패도, 꿀꿀이 선수의 자존심도 무참하게 짓밟혀버렸다.

.

.

.

* * *

프로게이머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멘탈을 잡아야 한다.

팀원들에게, 그리고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부끄러운 플레이를 보여주면 안된다.

선수들이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이자마자 듣게 되는 첫 마디다.

그것이 만약 쉬운 일이었다면 구태여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적이 던져주는 것만 받아봐. 어차피 이번 세트는 글렀고 두 번째 세트에서 이기면 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명실상부 SKY T1 K의 에이스, 테이커의 입에서 포기에 준하는 발언이 나왔다.

전의를 상실했기에 나온 발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멘탈이 반쯤 나간 다른 선수들은 말조차 잇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팀원들을 독려할 수 있을 정도로 이성을 유지한다?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정신력이다.

"우리는 그래도 한 번씩 던졌는데.. 상욱이 너만 억울하지."

"그래, 상욱이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다들 정신차리자. 특히 강진이는 머리 좀 식혀라. 네 마음은 알겠는데 이게 뭐냐."

전 라인이 폭삭 망하고 부시안은 괴물처럼 성장했다.

그러한 가운데 미드에서 테이커의 카서트만이 평균 이상의 성장을 해냈다.

차곡차곡 더티 파밍을 통해 CS 차이를 벌리고 궁극기 지원까지 깔끔했다.

문제는 그 지원이 킬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궁극기의 쿨타임이 유난히 긴 카서트의 특성상 치명적인 손해다.

유일하게 변수를 만들 수 있었던 종말곡이 헛되이 낭비되고 말았다.

그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봇라인에서 일어났던 1대1의 패배 때문이다.

최강진의 배인이 올마스터의 부시안에게 압도적으로 쳐발렸다.

"..다시 하면 내가 이겨."

"아니, 하아…. 니 멘탈 깨진 건 아는데 다른 사람들도 배려 좀 해라. 게임 혼자 해?"

참다 못한 메딕이 부글대는 속내를 억누르며 한 마디 내뱉었다.

평소 나잇값 못하는 다혈질의 성격인 그로서는 최대한 양보한 거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확! 엎어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따가운 조언조차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최강진의 멘탈은 갈린 상태다.

─적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종말곡의 쿨타임이 채 돌아가기 전에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하지 않았으면 싶었지만 신세상 매직은 기어코 해버렸다.

어중이떠중이 팀이었으면 지나쳤을 바론 타이밍을 칼같이 잡아냈다.

바론을 먹고 미드 라인을 통해 치고 들어온다.

<세나찡 복수다!>

지나치게 잘 성장한 부시안이 두다다다! 쏘아내는 총알 세례.

그 한 발 한 발이 묵직하게 파고 든다.

프로들이 전부 무시했던 부시안의 위력을 뼛속 깊이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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