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65화 (56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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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환계

싱나드가 닥돌하고 부시안이 쓸어 담는다.

아링과 거미여왕이 제각기 개인기를 부리자 속수무책이다.

한타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미드 라인에 고속도로가 뻥 뚫려버렸다.

첫 번째 세트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마무리됐다.

"자, 자. 일단 작전 타임 요청했으니 다들 음료수 넘기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브레인스토밍 해보자."

김다균 코치는 결코 탓하지 않으며 차분하게 분위기를 조율했다.

과정이 어땠든 간에 진 건 진 거다.

이제 와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해대면 죽도 밥도 안된다.

피드백도 정상적인 상태일 때나 가능한 법이다.

브레인스토밍을 하자는 김다균의 코치의 판단은 정확하다.

팀원들의 사고는 문제가 아닌 해결 쪽으로 기울어졌다.

"팀 내적으로 딱히 문제 없습니다. 팀원들도 최선을 다했고, 적보다 밀린 것도 아니었고, 그저 부시안에 대한 대처가 부족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 합니다."

테이커의 말에 나머지 팀원들도 동조한다.

못하진 않았다.

그저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또 부시안이라는 픽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

"조아라를 한 게 실수였습니다. 다음부터는 인어를 뺏어 오거나 쏘냐를 하는 방향으로 가보도록 할게요."

곰돌이만두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첫 번째로 스노우볼이 굴러간 장소.

다름아닌 라인전이었다.

이는 초반 라인전을 버티는 식으로만 가야 하는 배인의 탓도 분명 있다.

그렇지만 견제에 모조리 노출되며 킬각을 준 곰돌이만두의 실수도 못지 않게 크다.

정확히는 실수라기보단 어쩔 수 없는 킬각이었다.

조아라가 부시안에게 상당히 안 좋은 픽으로 작용했다.

그렇게 20분 가까이 이야기가 오갔다.

대략적인 해결책은 그려졌으며 분위기도 많이 풀렸다.

김다균 코치가 피식 웃으며 결론을 정리했다.

"알다시피 우리가 딱히 실수한 건 아니야. 그리고 이러한 상황도 염두에 뒀었지. 그런데 막상 당사자가 돼버리니 참.. 어이가 없긴 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 선수들의 입가에서 실소가 새어 나왔다.

매번 예기치 못한 픽으로 뒷통수를 치는 올마스터.

업계의 상식이 될 정도로 당연한 일임에도 당해버리고 말았다.

화면 너머로 당하는 이를 보았을 때는 한심하기까지 했다.

독특한 픽을 보여주는 올마스터도 대단하긴 했지만 그뿐.

당사자가 된다면 절대 당하지 않으리라 자신감이 넘쳤다.

그런데 정작 상대를 하게 되니 첫 세트부터 시원한게 말아 먹었다.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노릇이다.

한바탕 자책을 하며 풀자 긴장감도 자연스럽게 완화되었다.

"그럼 경기 진행하고, 이번에는 상욱이도 자신있는 챔피언들 중 솔킬 가능한 걸로 가보자."

"상황 맞춰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세트에서는 포커싱이 봇라인에 쏠리다 보니 그러지 못했다.

조합의 컨셉 자체가 그러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개인기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도 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원딜러인 꿀꿀이는 아직 제정신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강진이도 음료수 그만 마셔. 소변 마려워서 경기 중단하면 망신이잖아 하하!"

"아, 예에…."

강진이도 슬슬 멘탈을 잡았겠지.

김다균 코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 이상으로 꿀꿀이는 정신이 나가 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쭈욱 음료수를 빨아마시며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말을 걸지 않은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나버렸다.

이제 와서 후회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다시 붙으면 제가 이깁니다."

"강진아, 내가 어지간한 건 들어주겠는데.. 그것 만큼은 힘들어. 코치 입장도 이해 좀 해줘라."

선수의 멘탈이 나가버렸다.

이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이해시키거나 닥달을 하는 것은 최악의 수다.

그렇다고 또다시 배인 선픽을 하락할 수도 없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다.

이윽고 두 번째 세트의 밴픽이 시작됐다.

최대한 달래기는 했지만 언제 어느 때 넘쳐흐를지 모를 정도로 위태롭다.

부디 이번 경기를 이겨 멘탈을 회복해주길.

김다균 코치로서는 그것 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찾아왔다.

신세상 매직에서 배인을 선픽 박아 버렸다.

"..코치님, 저 부시안 하게 해주십시오."

그나마 진정시켰던 꿀꿀이의 멘탈에 돌이 던져졌다.

넘쳐흐르려는 듯 요동치는 파문.

이미 마음이 앞선 꿀꿀이는 부시안을 픽박기 직전이다.

김다균 코치는 즉답을 내리기 힘들었다.

'이걸 어떻게 할까..'

당장을 보자면 못하게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결승전은 7전 4선승제의 다전제.

100m 달리기가 아니다. 42.195km의 마라톤에 가깝다.

지금 당장 뒤쳐졌다고 선수를 몰아세우다간 완주조차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 선수의 억지를 들어주면 나머지 선수들이 뭐가 되겠는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김다균 코치는 무거운 마음으로 결정을 내렸다.

어쩔래야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한 번 해보자."

""코치님!""

설마 코치가 긍정을 할 줄이야.

SKY T1 K의 선수들은 난리가 났다.

코치의 말이 떨어지자 꿀꿀이가 부시안을 픽 박았기에 무를 수도 없었다.

김다균 코치가 흥분한 선수들에게 설명을 이었다.

"너희도 알겠지만 강진이 심정을 이해해줘야 돼. 이대로 게임 치르면 얘 실수만 연발할 거야. 차라리 이번 판에서 깔끔하게 털어내자. 하지만 억지는 여기까지야. 강진이 너도 대답해."

"알겠습니다. 이기든 지든 이 다음은 절대 없을 겁니다."

마치 기계처럼 감정이 배제돼 있는 듯한 국어책 읽기.

이미 최강진의 눈은 모니터만을 또렷이 쳐다보고 있다.

나머지 팀원들로서는 얼척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일단은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판단했다면 분명 이유도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 출신의 김다균 코치이기에 믿을 수 있었다.

'사실 첫 번째 세트에서 완전히 멘탈이 나갔어도 이상하진 않았어.'

꿀꿀이의 입장에서 김다균 코치는 진지하게 역지사지를 해보았다.

안 그래도 아니꼽게 생각하던 상대한테 선전포고를 하고 무참하게 발렸다.

멘탈이 유지되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가 역으로 도발을 해왔다.

현재 꿀꿀이의 멘탈이 유지되는 이유는 올마스터에 대한 전의가 아직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든 다시 복수할 수 있다는 희망만이 전부다.

그런데 그 선택권까지 빼앗아버린다면?

간신히 유지되고 있던 멘탈의 끈까지 함께 끊어져 버린다.

팀원들의 불만을 무릅쓰더라도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

'라인전에서 킬을 따인 것도 자신이 아니니 강진이도 억울할 테고 이번 세트를 통해 극복해줬으면 좋겠는데..'

주사위는 던져졌다.

다시금 배인 대 부시안의 자존심 싸움이 펼쳐진다.

챔피언의 픽은 바뀌었지만 오히려 괜찮다.

한 번 당해봤으니 역으로 상대하는 법도 깨달았을 테다.

부디 첫 번째 세트와 비슷한 흐름으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

초조하기 그지없는 김다균 코치의 속내와는 상관없이 째깍째깍 시간의 흐름은 멈추지 않았다.

.

.

.

* * *

올마스터와 꿀꿀이의 자존심 대결.

당사자들끼리는 어떠한 심정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세간의 반응은 대단치 않았다.

─역시 올마스터가 떡 바르네.

그러니까 개길 걸 개겨야지..

그냥 조용히 닥치고 파밍만 했으면 좀 좋아ㅋㅋ

└제 알아서 제물이 되어주시는..

└근데 강진이도 억울하지.. 라인전에서 킬 내준 사람은 자기가 아니잖아.

글쓴이-앞구르기 딜교하다가 탈탈 털리고 서포터 따이게 한 거 ㅇㅈ?

└ㅇㅈ. 그냥 강진이도 변명이 있겠다 싶어서 한 말임.

애초에 클라스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원딜러로서의 올마스터는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강경파도 존재하지만 그런 이들은 어디까지나 극소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올마스터라는 이름값에 매료되었다.

단순히 명성만 높은 게 아니라 게임의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왈가왈부 할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올마스터가 해서 그런지 부시안 진짜 좋아 보인다.

잘하고 아니고 이전에 챔피언 자체가 뭔가 좋아 보여.

부시안도 숙련도 정점 찍으면 자드처럼 빛 보는 챔피언인가?

일단 보기에는 그래 보인다.

└원래 올마스터가 하는 건 다 그래 보여. 내가 할 땐 안 그래서 문제지.

└부시안 원콤에 배인 벌레 마냥 녹아나는 거 개웃는데ㅋㅋ

└프로들 개쪽이겠다. 그렇게나 큰 소리 쳤는데 배인으로 부시안 못 이김ㅋ

└단순히 실력차일수도 있지! 뭐, 이번 세트 보면 알 수 있겠네.

부시안의 하드 카운터는 배인이다.

라인전에서는 그럭저럭 상관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배인이 무조건적인 우위를 점한다.

프로들이 SNS를 통해 그렇게나 주장했던 이야기는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올마스터의 부시안이 꿀꿀이의 배인을 떡 발랐다.

게임의 시작이 불리했음에도 뒤집었다.

이것으로 상성 논란은 끝, 사그라들어야 했지만 아직 하나 남았다.

만약 둘이 챔피언을 바꿔 잡으면 어떻게 될까?

─올마스터가 배인 선픽 박은 것 자체가 도발이지.

나는 부시안으로 배인 이겼으니 이번에는 니가 해봐라.

안 받으면 꿀꿀이만 바보되는 거고ㅇㅇ

근데 꿀꿀이 성격상 무조건 받아.

쟤 시즌2부터 좀 알라리깔라리했잖아.

└보나마나 부스 안에서 부들부들 하고 있을 듯ㅋㅋ

└방금 카메라 못 봄? 강진이 얼굴 새빨갬. 완전 토마토!

└역시 받네. 안 받으면 강진이가 아니지! 원딜에 대한 자부심 하나는 트리플리프트급일 텐데ㅋㅋㅋ

└솔랭에서 강진이 만났을 때 원딜 차이 난다고 한 마디 해주면 채팅창 불남 ㅇㄱㄹㅇ

└윗놈 은근히 티어 기만하네;

두 번째 세트에서 올마스터가 배인을 선픽 박았다.

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나중에 변명의 없도록 똑같은 여건을 만들어 주마.

만약 자신이 있다면 해보라는 의미다.

꿀꿀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 했지만 이내 받아쳤다.

부시안을 픽함으로서 올마스터의 의도에 호응했다.

두 선수의 자존심이 올인된 단두대 매치가 성립되었다.

선수들이 소환자의 전장에 발을 디뎠다.

.

.

.

* * *

푸슝!

타, 탕!

블루 골렘을 깔끔하게 리쉬한 SKY T1 K의 봇듀오는 라인으로 향했다.

지금껏 행했던 어떤 경기보다 육중한 중압감.

비단 결승전이여서가 아니라는 사실은 두말해서야 입만 아팠다.

"앞대쉬 하지 말고 천천히.. 알지?"

"아아."

곰돌이만두는 형편 없는 꿀꿀이의 태도에 속으로나마 한숨을 쉬었다.

무려 세 살 연하의 동생인 꿀꿀이.

본래라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현재 최강진의 멘탈은 갈려 있는 상태다.

'자존심이 걸린 일이면 물불을 안 가리니 이거 원….'

평소에는 조금 깝죽대긴 해도 별 탈 없는 형동생 사이다.

하지만 자존심이 걸린 부분에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게이머로서가 아닌 인간 최강진 자체가 자존심이 드세다.

그리고 특히 게이머로서는 아예 양보 자체가 없다.

그러니 만큼 오늘 하루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는 노릇.

애시당초 머리에 피가 쏠려서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할 거다.

말이나 알아 듣고 빼라 할 때 빼면 다행인 수준이다.

이윽고 라인전이 시작되었다.

SKY T1의 봇듀오는 부시안과 쏘냐.

신세상 매직은 배인과 한나다.

이번에 몰아치는 것은 이쪽이다.

최강진은 견제를 쏟아부었다.

푸슝!

꿰뚫는 불길로 미니언과 적 챔피언을 동시에 노린다.

일련의 견제에 전판에는 아주 속수무책 농락 당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쪽의 차례.

불길에 스친 한나의 체력바가 파삭 줄어들었다.

'이렇게 치졸하게 라인전하면 질래야 질 수가 없지. 이따구로 이기고서 기고만장 하기는.'

이전 판에서 당했던 것을 똑같이 되돌려준다.

상대가 치졸하게 플레이했기에 당했을 뿐, 순수한 실력에는 자신이 밀릴 리가 없다.

적어도 최강진의 머릿속에서 방금 판의 패배는 부정이었다.

하아!

타, 탕!

라인을 밀면서 선2레벨.

과감한 앞대쉬 후에 총알을 쏟아 붓는다.

이제는 자신이 부시안이다.

눈치 볼 것 없이 견제를 퍼부어도 상대는 속수무책이었다.

"강진아 정글 감안해서 하는 거지?"

"당연하지, 형. 이번 판은 확실히 이기니까 나만 믿어."

사람 기분 바뀌는 게 뭐 이리 한순간인지.

곰돌이만두로서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원래 이런 애고 대부분의 원딜러들이 이렇게 성격이 애 같다.

삼선 레드의 코볼트의 경우, 애 하나 키우는 거 같다며 마차의 불만이 자자하다.

어찌 됐든 꽁했던 마음이 풀렸다면 그것으로 다행인 일.

이번 세트는 변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다.

현재 봇라인의 분위기는 이쪽이 웃어준다.

이대로 계속 압박만 해도 언제 한 번 스노우볼 굴릴 일이 생긴다.

하지만 실적 없이 유리함만 과시하기엔 이전 세트의 패배에서 한없이 걸린다.

그 불안함을 해소시켜 주기라도 하듯.

─퍼스트 블러드!

미드 라인에서 솔킬이 터져 나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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