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67화 (56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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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환계

신세상 매직 대 SKY T1 K의 결승전.

그 두 번째 세트의 시작은 SKY T1 K가 웃어줬다.

하지만 이내 신세상 매직이 따라왔다.

박빙이 되어버린 게임의 흐름은 선수 개개인의 슈퍼 플레이를 원한다.

<결국 배인을 잡느냐, 못 잡느냐의 싸움입니다. 그런데 배인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템을 수비적으로 올렸죠. 그렇다고 얼밤의 거눙 선수처럼 대놓고 방템을 올린 건 아니에요?>

옛적에 은퇴하고 유니버스에게 원딜러 자리를 물려준 거눙의 이야기다.

과거 얼밤이 최전성기를 달리던 시즌2, 팀의 원딜러였던 거눙은 조금 많이 특이했다.

원딜러 주제에 워울프, 힌두인 등 방템을 둘둘 둘렀다.

피지컬도 별로인데 방템까지 간 탓에 딜링은 정말 못 넣었지만 단단하기는 했다.

원딜러가 물리고 시작해도 쉽게 죽어주지 않는다.

어그로를 끌어서 결과적인 한타 승리를 가져가는 경우가 왕왕 나왔다.

<당시에는 로드 오브 로드에 대해 선수들의 이해도가 낮았죠. 이제는 그렇게 하면 원딜러 안 때립니다. 어차피 딜이 없는데 먼저 잡을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올마스터 선수는 뭐가 달라도 역시 다릅니다. 아이템트리 하나하나가 정말 합리적이에요. 이 선수, 마트에서 장볼 때도 200원 비싼 소금 절대 안 살 선수입니다.>

게임시간 30분이 가까워지고 있다.

여태껏 일어난 한타는 고작 두 번.

봇에서 일어난 4대4 교전과 용 한타가 전부다.

용 한타는 정말로 치열했다.

탈리반과 아링이 대놓고 배인을 물었다.

안 그래도 기동성 좋은 챔프들이 잘 성장하기까지 했다.

개개인의 기량이 올마스터 못지 않게 뛰어난 선수들이 말이다.

순식간에 끔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올마스터는 차분하게 받아쳤다.

데구르르 카이팅 하며 정말 거머리처럼 끈질기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줬다.

한나의 보조까지 더해지자 결국 상대의 스킬과 스펠 모든 걸 빼내고야 말았다.

SKY T1 K는 올마스터를 결국 따냈지만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부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실패.

한타 자체는 반반쯤 갔지만 용을 챙긴 것은 신세상 매직이었다.

<어쌔신의 신발과 스킬포식자를 간 게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원딜러가 생각 이상으로 단단하다 보니 죽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언제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은 흐름입니다. 아링이 유혹 한 번만 잘 맞히면 거기서 게임 끝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요리조리 잘 피했지만 앞으로도 쭈욱-! 그렇게 되리란 보장은 없거든요?>

김은준 해설의 우려는 지극히 타당하다.

불리했던 게임을 여기까지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올마스터 덕분이다.

그런데 그 올마스터가 만약 실수해서 죽기라도 한다면?

게임 시간대가 시간대인 만큼 역으로 뒤집히는 것도 한순간이다.

무언가 강렬한 한 방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한 방이 터지기 직전이다.

봇라인에서 첫 번째 세트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아니 근데 이건 부시안이 모를 수가 없습니다. 신세상 쪽에서는 안 보이겠지만 와드가 하나 박혀있었어요. 물론 부쉬 안이기 때문에 집에 갔다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꿀꿀이 선수가 그렇게 순진하지는 않단 말이죠..? 이건 알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핑크 와드도 들고 있어요!>

1대1에서 배인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껄끄로운 점이 바로 은신.

궁극기인 심판의 시간은 공격력을 강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구르기에 은신의 효과를 부여한다.

서로가 딜템을 주구장창 올린 원딜 간의 교전에서 1초의 공백은 크다.

게다가 그 1초 동안 포지션을 잡아서 벽꿍이라도 박히면 그걸로 끝이다.

스턴도 스턴이지만 추가 데미지.

영락검까지 쪼옥 빨리면 도망도 못 간다.

<그런데 이렇게 핑크 와드를 준비하고, 암살 대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게다가 이미 전 세트에서 부시안과 배인의 1대1 구도가 어떠한지 답이 나왔거든요? 이번에는 과연 어떻게 될지..! 꿀꿀이

선수 갑니까? 승부수 띄웁니까?!>

현재 배인이 신세상 매직의 주역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매 한타마다 집중 견제를 받아 살아남지 못했다.

성장의 정도를 보자면 부시안이 오히려 골드를 더 많이 챙겼다.

상대적으로 조명을 못하긴 했지만 한타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게다가 라인 클리어가 부시안이 압도적으로 우위다.

CS의 수급력에서 당연히 차이를 미친다.

제아무리 배인이라고 하나 우위를 점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올마스터는 무섭게 다가간다.

배인이 궁극기를 발동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적을 추격할 때 100에 가까운 추가 이동속도가 부여된다.

한 번 뒤를 잡히면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푸슝!

데구르..!

부시안의 꿰뚫는 불길을 배인이 침착하게 피해냈다.

게다가 배인에겐 영락검이 있다.

영락검의 액티브는 1대1에서 효율성이 지대하다.

문제는 그 영락검을 부시안도 똑같이 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꿀꿀이는 준결승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삼종신기에 영락검 템트리를 선택했다.

그리고 배인이 구르자마자 바로 핑크 와드를 박아버렸다.

한 차례 치열하게 오간 공방전은 스킬을 피했음에도 부시안의 승리였다.

하지만 공격 스킬이 모두 빠진 부시안과 달리 배인은 DPS가 유지된다.

이를 첫 번째 세트와 마찬가지의 흐름으로 극복하려 한다.

<세나찡 복수다!>

첫 번째 세트에서 나왔던 장면이 똑같이 재현된다.

배인은 쫓아아고 부시안은 궁극기로 두들긴다.

쌍권총에서 쏘아지는 수십 발의 총알이 배인을 향해 작렬한다

어쩔 수 없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던 배인이 불현듯 사라졌다.

<구르기와 함께 점멸! 핑크 와드의 사거리에서 벗어났습니다. 꿀꿀이 선수의 시야에서는 마치 사라진 걸로 보였을 거에요..!>

<아, 벽꿍 연계되면서 불의 심판 끊겼어요! 부시안의 궁극기가 무빙샷이 가능하긴 하지만 결국 채널링 스킬입니다. 이렇게 밀쳐내면 끊길 수밖에 없는데 벽꿍까지 박히면 게임 끝났죠.>

핑크 와드는 주변에 있는 은폐물을 밝혀준다.

그러나 만능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당연하게도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시야를 제공한다.

그 점을 이용한 올마스터가 구르기와 점멸로 한순간에 거리를 벌렸다.

고작 1초 남짓한 은신 시간이지만 그것으로도 충분.

은신 상태에서 쏘아진 판결-점멸 콤보는 흐려진 판단력으로 반응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니었다.

<저런 솔킬은요, 솔킬을 딴 사람이 너무 잘한 겁니다. 서로 평타만 교환하면 당연히 배인이 이기죠!>

<어쌔신의 신발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배인은 체력 관리가 되고 있거든요? 이 타이밍에 원딜 잡히면 많이 안 좋거든요?!>

게임시간 30분이다.

솔킬이 나온 라인은 봇이 아니라 탑 스플릿 도중이었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흐름이 이어진다.

신세상 매직의 모든 팀원들이 바론 백작에 모여들었다.

<한타인가, 스틸인가 아니면 그 둘 다 인가! 신세상 매직에서도 선택 잘해야 합니다. 잘못 하다가는 떼몰살 당할 수도 있어요.>

<만약 배인을 순삭할 수 있다면 SKY T1 K가 게임 주도권 완전히 뺏어올 수 있습니다. 부시안이 죽은 게 전화위복이 될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노려볼 만하다.

배인이 점멸이 있으면 모르되 없다.

김은준 해설의 말마따나 바론 잘못 먹다간 게임 뒤집힐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신세상 매직은 시동을 건다.

이만한 기회가 또 한 번 찾아올 리 있을까.

망설임을 버리고 과감히 트라이한다.

<판단 내렸습니다. 신세상, 바론치는 선택합니다!>

<충분히 할 만 합니다. 자드와 배인! 둘 다 피흡이 되죠. 게다가 정글러가 톨라리 펜던트 나왔습니다. 얼마 전 패치로 인해 기존의 톨라리 펜던트와 룬방패가 합쳐졌죠. 가성비는 떨어졌지만 팀파이트를 생각한다면 아직도 좋은

아이템입니다. 한타 자신감 충만할 거거든요!>

본래 청동의 톨라리 펜던트는 가격이 싼 방템이었다.

액티브는 아군에게 소량의 실드를 씌어주는 것.

그리고 룬방패는 팀원에게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 등의 버프를 제공하는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팀파이트 아이템이 많아져 버리자 게임이  너무 한타 위주로만 나온다.

결국 게임사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두 아이템을 하나로 합쳐버리고 옵션도 너프시켰다.

하지만 아직까지 팀파이트에서는 빠져서야 안될 아이템이고 구입할 값어치는 충분하다.

<바론 버스트! 영락검이 두 개라서 순식간이거든요! 배인의 3타가 바론 잡는데도 정말 쏠쏠해요.>

아무리 버스트, 바론을 점사한다 해도 상대팀이 모여드는 속도가 빠르다.

정글러인 탈리반 3세를 필두로 아링과 네네톤, 쏘냐까지 모두 들어간다.

손바닥만한 바론 백작의 서식지가 개판 오분 전이 돼버리고 말았다.

<점멸 없는 배인에게 유혹-점멸! 제대로 작렬합니다..만! 지체없이 미카엘의 그릇 들어가며 산들바람! 배인 살리려고 한나가 안간힘을 쏟습니다.>

<배인 본인도 결코 물렁하지 않아요! 마법 저항력이 80입니다. 스킬포식자 터지면서 한 턴 더 버텨냅니다. 한타 지속력에서 차이가 벌어지고 말았어요!>

톨라리 펜던트에 달린 버프 오오라는 체력 재생력도 제공한다.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지만 바론 버프가 얹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엎치락뒤치락 한 끝에 바론의 막타를 가져간 건 신세상 매직 쪽이었다.

바론 버프로 올라가는 공격력과 주문력은 위협적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골치가 아픈 건 다름아닌 체력재생력.

미꾸라지 같은 배인을 잡는데 화력을 쏟은 SKY T1 K는 지속딜이 변변찮다.

체력이 자꾸자꾸 차오르는 신세상 매직의 나머지 팀원들을 마무리할 결정력이 부족했다.

원딜러의 지속딜이 간절하다만 아직 오는 중이다.

부활한 부시안이 채 도착하기 전에 한타는 끝이 났다.

<세나찡 복수다!>

뒤늦게 도착한 부시안이 아쉬움을 삼키며 궁극기를 쏴재낀다.

안마기라는 별명이 어울릴만한 미미하기 그지없는 총알들이 싱나드를 두들긴다.

체력바를 채 한 칸도 깎지 못하고 도주하는 신세상 매직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부시안 궁극기.. 글자 그대로 안마네요. 최후의 숨결이 나왔는데도 데미지가 애매~ 합니다?>

<추가 AD가 거의 없는 삼종신기와 영락검이다 보니 약한 감도 있습니다. 첫 번째 세트에서 올마스터 선수가 보여준 부시안은 제법 몽둥이 찜질 느낌이 났거든요? 오늘의 결승전으로 부시안의 템트리는 무엇이 왕도인지 결론이

난 듯싶습니다.>

동시에 올마스터와 꿀꿀이의 자존심 싸움도 끝맺어졌다.

어느 하나 딴지걸 구석이 없을 수준의 판정이 내려졌다.

두말할 것 없는 올마스터의 완승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부시안의 숙련도와 템트리에서조차 이기지 못했다.

첫 번째 세트에 이어 두 번째 세트까지 원딜 차이로 승패가 갈라지기 직전이다.

바론 버프를 먹은 신세상 매직이 미드 라인을 타고 기세등등 진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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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적 더블 킬!

트리플 킬!

신세상 AllMaster님이 학살 중입니다..!

성장의 격차와 바론 버프의 유무.

결정적으로 원딜러의 화력 차이에 게임의 승패가 갈라진다.

바론 한타에 이어 미드 한타까지 대패한 SKY T1 K는 넥서스를 내주는 흐름이 됐다.

수 차례 교전에 의해 성장한 올마스터의 배인을 도저히 막아낼 수가 없었다.

"배인이 너무 잘 커버렸어. 딜링 다 때려 박아도 순삭이 안되니 뭐 방법이 없네."

"내가 보기엔 배인도 배인인데 한나가 스킬 활용이 너무 좋아. 자꾸 한나 신경 쓰다가 배인을 놓치게 된다."

부활하자마자 바로 달려갔지만 넥서스는 역시 터지고 말았다.

설사 막아냈다고 해도 쌍둥이 포탑 다 날라간 상황에서 뒤집을 여지가 있었겠냐만은 아쉽다.

특히나 미드 라인에서 솔킬을 따내며 게임을 주도했던 테이커의 입장에선 더더욱이다.

그러한 팀원들의 입장을 대변해 김다균 코치가 꿀꿀이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린 채로 힘주어 말했다.

"강진아, 이제부터는 너도 팀플레이 위주로 해야 할 것 같다. 사정이 그렇게 됐어."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최강진은 고개를 숙인 채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작게 대답했다.

자신감이 지나칠 정도로 넘치는 평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어떻게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깔끔한 패배였다.

여기서 더 끈덕지게 물고 늘어진다면 그거야 말로 두 눈뜨고 보기 힘든 꼴불견이다.

"그럼 이제부터 봇라인은 철저하게 서포팅 위주로 가고 분위기 좋았던 미드와 정글 중심의 게임 운영을 해보자. 알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어. 우리 8강에서 어떻게 이겼는지 알지?"

억지를 들어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이제부터는 철저하게 승리만을 목표한다.

김다균 코치의 얼굴에서 망설임이 사라졌다.

그는 선수 출신의 코치답게 선수들 개개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준다.

하지만 그 선은 명확하게 그어져 있다.

궁지라고 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명백히 수세에 몰린 상태다.

선수들이 선원이라면 코치는 선장이다.

평시는 몰라도 위급한 전시에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다균 코치라는 능력 있는 선장이 SKY T1 K라는 배의 지휘권을 도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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