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70화 (570/803)

570====================

연환계

게임의 상황은 점점 더 악순환에 빠진다.

탑라인에 이어 미드까지 솔킬을 따였다.

초홍이 아링이 테이커의 리픈에게 무참히 살해 당했다.

'시청자로 보고 있었다면 도슈 정의구현잼ㅋㅋ 놀렸을 텐데 하필 같은 팀이네.'

켕기는 일을 원체 한두 가지 하고 돌아다녔어야지.

이 정도로 놀려주는 게 사이다다.

그런데 하필이면 같은 팀이라 골치가 많이 아프다.

안타깝게도 파이어뱃 때와는 달리 내가 받아 먹을 수도 없다.

'이건 궁극기로 맞히기 힘들어.'

파이어뱃은 생존기가 없는 데다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시에서 유유히 귀환 타고 있던 파이어뱃을 저격하는 것은 손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리픈은 180도 이야기가 다르다.

'대쉬기도 빼어나고 애초에 한 번 써먹었으니까.'

궁극기를 날려봐야 허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아껴둬야 하는 게 맞다.

슬슬 봇라인에 적 정글러의 마수가 뻗쳐질 시기다.

어디까지나 확률이지만 예상을 하고 안 하고는 천지차이.

바짝 긴장을 해두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리자 마자 나는 무빙을 틀었다.

쿠! 챠앙!

탈리반 3세가 깃창으로 돌격해온다.

현재 탈리반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에어본 판정이 좋다.

0.5초만 늦었어도 띄워졌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계에 순삭됐을 터다.

하지만 피해냈고 이는 이어지는 교전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투웅!

탈리반이 순금의 방벽을 터트리며 나와 소리커를 둔화시킨다.

아마 누구부터 포커싱을 할 건지 애매할 것이다.

그럴 텐데도 판단이 내려지는 것이 빨랐다.

한나가 나를 향해 회오리와 함께 온갖 것들을 끼얹는다.

휘리링~!

짧게 끊은 회오리와 봄바람.

나를 얕게 띄우며 둔화를 더한다.

가지런히 얹혀지는 탈력은 상대가 누구를 노려오는지 정확하게 시사한다.

이렇게 발이 꽁꽁 묶이고 데미지까지 저하되면 답이 없다.

카이팅을 하며 도망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문제는 여기서 점멸을 쓰면 탈리반의 궁극기에 갇혀버린다는 사실인데.. 아니었다.

상대의 노림수는 전혀 다른데 있었다.

사라라랑~!

갑자기 앞점멸을 한 한나가 궁극기인 산들바람으로 주변의 적을 날렸다.

상대가 진정 노리고자 했던 바는 내가 아니라 소리커.

졸지에 배달을 당한 소리커에게 무참한 점사가 이어진다.

점멸을 사용해 도망간다 한들 탈리반의 궁극기에 갇혀버린다.

명불허전 뚜벅이의 하드 카운터, 그리고 SKY T1 K 다운 의외성이 돋보이는 갱킹이다.

<별들이여, 은총을 내리소서.>

소리커가 자기 자신의 체력을 연달아 채워 버티고 버틴다.

주력 힐인 초회복에 이어 궁극기까지.

체력이 눈에 띄게 차오르지만 3.5초다.

탈리반의 궁극기 대변동은 무려 3.5초 동안 적을 가둬버린다.

포위까지 된 이상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

남은 길은 반격 뿐이다.

치드득!

기다란 창으로 소리커를 퍽퍽 두들기는 탈리반의 밑에 덫이 깔렸다.

핑크스의 E스킬, 강력덫은 밟은 상대를 1.5초간 속박시키며 약간의 마법 피해를 가한다.

하지만 2대3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소리커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확실히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결과를 확정짓기엔 이르다.

두! 두두!

빠직!

평타와 함께 섞여나가는 레일건.

핑크스의 W스킬, 레일건이 탈리반 3세에게 명중했다.

그 효과로 2초동안 느려지고 만다.

내가 앞무빙을 하며 기관총을 두두두! 갈겨대도 탈리반은 전부 맞아야 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아군이 적에게 당했습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점사를 받은 소리커는 죽었다.

그러나 죽기 직전까지 별똥별을 쉴 새 없이 떨어뜨려 상대를 가격했다.

첫 방은 약하지만 갈수록 아파진다.

별똥별에는 상대의 마법저항력을 깎아내는 효과가 있다.

글자 그대로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줄창 맞다가 어느 순간 어, 이게 아닌데.

딱 이런 느낌이 드는 스킬이다.

여기에 공격속도가 풀가속된 내 평타 세례가 박히니 아차 싶었을 거다.

이미 늦어버렸지만 말이다.

두두두두두-!

앞점멸로 미니언을 뛰어넘어 헤이클린을 찜질한다.

짧은 사거리의 기관총이 3스택 쌓였다.

무려 105% 늘어난 공격속도는 딜교환의 성립을 거부한다.

헤이클린은 우물쭈물 뒷무빙을 밟지만 벗어날 수 없다.

방금 전, 탈리반을 따냄으로서 핑크스의 패시브가 발동했다.

잠시나마 이동속도가 대폭, 유령화따위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앞무빙을 쭉쭉 밟으며 헤이클린을 일점사.

한나가 날리는 솜털 같은 평타는 간지럽지도 않다.

빠아아앙-!!

점멸을 사용해 포탑 쪽으로 도망가는 헤이클린을 향해 로켓 점화.

헬파이어 미사일이 제대로 직격했다.

또다시 핑크스의 패시브가 발동한다.

두두두두두!

혼자 남은 한나를 가속된 기관총으로 두들기며 따라간다.

포탑 안 쪽으로 숨어도 거칠 것 없이 추격한다.

어떻게 따내기만 하면 내빼는 것도 손 쉬운 일이다.

사거리가 긴 바주카로 전환해 마지막 한 방을 쏘아냈다.

─트리플 킬!

신세상 AllMaster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한 번 시동만 걸리면 킬을 쓸어담는 건 순식간이다.

폭주한 채 미쳐 날뛰며 기관총으로 두다다다!

스킬과 스펠을 적절히 활용해 강제 킬각을 잡아버렸다.

탈리반, 헤이클린, 한나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이걸 마진.. 아니, 올마형이?"

"대, 대박인데. 스코어 순식간에 따라 붙었다."

상대의 방심과 핑크스의 특성을 활용해 역관광을 야무지게 성공시켰다.

4대1로 밀리던 게임스코어가 5대4까지 따라왔다.

하지만 아직 역전이라고 보기엔 이르다.

'한타에서 어떻게든 나를 따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상대는 이를 해내기에 최적화된 조합이다.

내가 성장한다고 해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정말로 그리 생각하고 있다면 물러도 한참은 무르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트리플 킬에서 멈추지 않고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포탑은 거진 풀피에 가까웠지만 깨는 것은 금방이다.

핑크스는 그 어떤 원딜러보다 포탑 철거 속도가 빠르다.

평타를 칠수록 가속되는 기관총은 포탑 철거에도 쏠쏠하다.

찰칵!

아이템이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온다.

선택하는 아이템은 채굴삽과 욕망의 칼.

욕망의 칼은 당연히 파밍을 염두해둔 선택이다.

'한 번 된통 당했으니 봇라인에는 이제 얼씬도 안 할 거야.'

탈리반이 다시 나를 가둔다 해도 잘못하면 또 역관광 당한다.

이만한 사태가 반복되면 게임 산으로 가는 거 한순간이다.

아직까지는 승기를 부여잡고 있는 만큼, 상대는 안정적으로 윗라인의 스노우볼을 굴릴 게 뻔한다.

만에 한다 갱킹을 온다고 해도 미드나 탑을 대동한 4인 다이브일 것이다.

"저 와드돌 나왔어요. 시야 장악하고 올 테니 조심하세요?"

"맞딜 해주면 나야 땡큐지. 혼자 또 다 잡을 텐데."

과장이 아니라 정말이다.

아이템이 이 정도 나온 핑크스의 딜링은 어마무시하다.

테러스티나나 헤이클린처럼 고질적인 딜로스 구간이 없다.

물론 사거리가 짧은 기관총 기준으로 바주카는 맞딜이 약하다.

이 때문에 현재 핑크스는 유통기한 챔피언 취급을 받는다.

아무리 흥해도 생존기가 없다.

한타에서는 결국 한계가 있는 챔피언이다.

'그러한 취급을 받는 것이 당연한 시대니까.'

모름지기 원딜러는 생존기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미스터 포텐이나 토이치처럼 압도적인 사거리로 포지셔닝 잡기 쉬워야 한다.

그러한 선입견이 짙은 현재 핑크스가 저평가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플레이 방식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탓이 더 크다.

핑크스는 기존의 원딜러들과 한타 하는 방법이 많이 다르다.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성장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 더블 킬!

탑라인에서 2대2의 교전이 일어났다.

혼자 있는 파이어뱃을 따고 깔끔하게 빠지려 했는데 늘어져버렸다.

파이어뱃이 불바다 미사일을 워낙 잘 깔았고 성장도 잘했다.

결과적으로 따내기야 했지만 탈리반의 백업이 도착하고 말았다.

"아, 이러면 손핸데 내가 너무 닥돌 했나."

"..그러게."

마음이 조급했던 나머지 벌어진 실수.

원래 탑신병자들이 으레 그렇다.

한 번 솔킬을 따이면 어떻게든 한 번 복수해주고 싶은 게 탑신병자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납득은 못해도 이해는 한다.

유난히 안 풀리는 세 번째 세트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원딜러인 나는 묵묵히 성장하는 수밖에 방도가 없다.

.

.

.

* * *

그야말로 박빙으로 흘러가고 있다.

손에 땀을 쥐는 구도가 성립되었다.

탑, 미드, 봇 세 라인에서 불꽃 튀는 혈투를 주고 받으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메딕 선수의 슈퍼 플레이! 봇라인에서 아쉬웠던 손해를 일부 만회하는데 성공합니다!>

<실뭉치를 무빙으로 피하면서 실드쿨을 두 번 돌린 게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죽기는 했지만 시간을 끌었거든요? 게다가 킬도 하필 파이어뱃이 먹었어요!>

도망갈만한 경로에 불바다 미사일이 이글이글!

신세상 매직의 탑&정글은 파이어뱃만 따고 도망가려 했지만 발목이 잡혔다.

네네톤으로 줄곧 1인분을 해오던 메딕 선수가 파이어뱃을 잡더니 미쳐 날뛴다.

<너프가 조금 많이 이루어지면서 안 쓰이는 추세인 파이어뱃이지만 장인의 손에 들리니 역시 달라요!>

<메딕 선수의 파이어뱃, 특히 불바다 미사일은 명품입니다. 무난하게 성장만 해도 한타에서 엄청난 위력 보여주기로 유명한 선수인데 이렇게 잘 커버리면.. 올마스터 선수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파이어뱃의 궁극기, 불바다 미사일의 가장 까다로운 점은 다름아닌 사거리다.

모니터에 보이는 장소에는 즉발로 떨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섯 발 떨어지는 미사일들의 범위를 생각한다면 모니터 밖까지 벗어나 버린다.

문제는 이 까다로움이 파이어뱃 자신한테도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범위가 넓은 대신 아트하게 까는 것이 진짜 힘들다.

그런데 메딕은 궁극기 잘 깔기로는 국내에서 1,2위를 다투는 선수다.

방금의 교전도 메딕이 아니었다면 상대가 깔끔하게 잡고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올마스터 선수의 부담감이 한없이 올라갑니다. 물론 잘 컸어요. 봇에서의 트리플 킬! 진짜 멋졌습니다. 하지만 원딜이 잘 큰다고 체력이 높아지는 건 아니에요. 불바다 미사일에 스치면 일단 반피 날아가고 시작합니다.>

마법 관통력의 신발에 라알드리의 호통, 곧 관통의 지팡이까지 나올 사이즈다.

안 그래도 마법 저항력이 낮은 원딜러에게 트루 데미지를 선사한다.

리픈도 필요없다.

탈리반의 궁극기만 끼얹어져도 핑크스는 생사가 위태롭다.

아무리 소리커라는 힐러가 있다고는 하지만 저 정도로 당하고 시작하면 카이팅 자체가 안된다.

<만약 SKY T1 K가 이번 게임을 이긴다면 조합의 승리에요. 비행기 선수의 날카로운 갱킹, 메딕 선수의 슈퍼 플레이, 그에 못지 않은 테이커 선수의 미드 솔킬! 하나하나 적지 않습니다만 조합에서 너무 웃어줍니다. 조합부터가 좋았기 때문에 핑크스가 4킬을 먹고 폭풍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위협이 안됩니다. 한타에서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거든요?>

앞서 쏟아낸 설명에 그대로 경기의 내용은 비슷하게 흘러간다.

김은준 해설위원이 얼마 만큼 롤챔스 준비에 노고를 쏟는지 알 수가 있는 부분이다.

이제 남은 예측은 한타의 구도 뿐.

지금까지 흘러간 게임의 양상을 보면 그의 말대로 공산이 높아 보인다.

이윽고 윗라인에서 이득을 볼 만큼 본 SKY T1 K의 주도 하에 한타의 대치가 이루어졌다.

<신세상 매직은 지금까지 한타를 피하면서 제각기 성장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원딜러인 올마스터 선수의 성장이 눈부셔요?>

<무극의 대검에 스토커의 단검까지 나왔죠! 트리플 킬 이후 별다른 킬어시를 챙기진 못했지만 욕망의 칼로 쏠쏠한 소득을 거뒀습니다. 아이템 갖춰지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현재 골드만 보면 열 명의 선수들 중 가장 많을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프로 선수들이 공속 아이템으로 원혼의 춤꾼을 선호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올마스터 만이 스토커의 단검을 극호한다.

이유야 모를 일이지만 하위템인 저 욕망의 칼을 이용해서 추가 골드를 버는 걸 즐긴다.

덕분에 충분 이상의 성장을 해냈고 다가온 한타에서 그의 활약을 기대해봄직 하다.

김은준 해설의 말마따나 넘어서야 할 벽이 보통 두터운 게 아니여 보이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초반부 수정하고 있는데 예은 파트 참 답도 없네요.

어떻게 이런 히로인이 있을 수 있지?

수정하는 내내 웃음이 멈추지 않네요.

솔직히 나였으면 작가집 찾아가서 초인장 20번 연속으로 누르고 시파색햐-! 소리치고 튀었을 듯.

다행스럽게도 독자님들이 전부 착하셔서 목숨 부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11화까지 재업로드 했으며 예은 파트는 거의 뒤집어 엎었습니다.

초반부도 대리가 아닌 대리 듀오로 바꿨습니다.

완결났냐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닙니다..

1권 분량만 급히 보낼 데가 있어서 손 보는 거에요.

완결은 한참 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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