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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71화 (57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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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환계

<용으로 서서히 모여듭니다. 양 팀 이미 충분히 성장했고 슬슬 힘자랑 하고 싶을 거란 말이죠?>

<예, 한타는 분명히 열릴 겁니다. 그것도 SKY T1 K가 걸 거에요. 걸 수 있는 스킬 있고, 노려야 할 대상 명확합니다! 남은 것은 언제 거느냐죠. 그 시기를 날카로운 뱀의 눈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여태까지는 김은준 해설이 언급한 대로 게임이 딱딱 진행됐다.

그리고 이번 한타에서도 그의 말대로 흘러갈 거라 생각됐다.

하지만 올마스터 선수의 행동이 조금 특이했다.

딱히 무언가를 해버린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막말로 아무것도 안 하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올마스터 선수 엄청~나게 사리고 있습니다. 아군들은 여기 있는데 올마스터 선수는 한 뼘은 더 뒤에 있어요?>

<물리지 않는 건 좋습니다만 각개격파를 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원딜러가 사리기만 하면 딜 못 넣죠? 이대로 만약 한타 걸리면 아군 앞라인부터 싸그리 녹아내립니다?!>

김은준 해설의 말꼬리가 올라감과 동시에 한타가 시작해버렸다.

탈리반 3세가 돌격하며 하늘에서는 불바다 미사일이 쏟아져 내렸다.

본래라면 이 둘이 핑크스를 노리지 않으면 안됐다.

노리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올마스터가 지나칠 정도로 뒤 포지션을 잡아버렸기 때문이다.

원딜러는 한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지속딜을 넣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너무 사리기만 하면 충분한 딜을 넣지 못한다.

아무리 상대가 집요하게 자신을 노린다고 해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뒤에서 깔짝깔짝 딜 넣어봤자 안 아프거든요? 아군 녹아내리는 속도가 배는 빠릅니다?>

<불바다 미사일이 용암입니다! 닿으면 그냥 녹아내려요. 소리커의 힐로 어떻게 버텨는 보지만 힘듭니다. 싱나드 전사! 거미여왕 전사! 리픈이 무쌍해서 달려듭니다!>

서로의 성세가 비슷하다 해도 한타 조합에서 밀릴 것이다, 김은준 해설이 그렇게 말했을 정도다.

멀찌감치 자리 잡은 올마스터가 앞라인부터 천천히 딜을 넣는다?

안타깝게도 양 팀의 화력도, 맷집도 격차가 심각하다.

그런 상황에서 앞라인 싸움을 한다는 건 너무나도 바보 같은 선택이다.

그것도 저렇게 아군을 미끼로 던지듯 하다가는 먼저 소비된다.

원딜러 혼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버리고 만다.

실제로 현재 흘러가는 한타의 양상이 딱 그러하다.

파이어뱃과 리픈이 내뿜는 폭딜에 신세상 매직의 앞라인이 녹아내린다.

신세상 매직도 탈리반을 점사해 잡기는 했으나 2대1의 교환, 결정적으로 화력이 너무 밀린다.

앞선 중계진의 예고대로 최악의 구도로 상황은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가 하나 이상하다.

<어, 어? 핑크스 달려갑니다? 엄청난 속도에요!>

지금껏 여태 뒤에서 사리기만 하던 핑크스.

그랬던 핑크스가, 우리 아이가 달라졌다!

아군이 전멸에 가까워 지는 사이에도, 사과나무를 심는 농부의 마음으로 탈리반 3세를 툭툭 두들기던 끝에 기어코 일을 냈다.

두두두두두-!

패시브가 터지자 기본 이속의 두 배에 가깝게 가속된다.

설계된 챔피언 컨셉에 걸맞는 미친 말광량이!

무서운 줄 모르고 앞무빙 쭉쭉 밟으며 기관총을 퍼붓기 시작한다.

올마스터의 시동이 조금 뒤늦게 걸렸다.

.

.

.

* * *

핑크스는 사려야 한다.

그것도 겁나게 사려야 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원딜러들과도 구분되는 차이점이다.

물론 그냥 사리는 건 아니다.

사리기만 하면 원딜러가 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 팀의 주력 딜러 역할을 소화할 수 없다.

적 한 명이 죽을 때까지만 사린다.

조금 까놓고 말하자면 아군을 미끼로 던지고 어떻게든 패시브를 터트린다.

그러고 나서 미쳐 날뛴다.

두두두두두-!

불찜질을 하고 있는 파이어뱃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한다.

이미 최대치로 올라간 공격속도가 어마어마한 기세로 총알을 내뿜는다.

무극의 대검과 스토커의 단검이라는 치명타 아이템이 완성됐다.

안 그래도 아픈 한 방, 한 방인데 공격속도가 130% 상승했다.

파이어뱃은 나를 저지하기 위해 쇠꼬챙이를 날려오지만 실패.

핑크스의 패시브가 유지되는 동안 이동속도 상승량은 엄청나다.

이 말도 안되는 이동속도로 논타겟 스킬을 맞으라는 게 무리다.

─더블 킬!

신세상 AllMaster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패시브가 터지며 주체하기 힘들 정도의 이동속도가 핑크스의 등을 밀어준다.

하지만 너무 신나버리면 안된다.

상대의 진짜 주력은 아직 죽지 않았고 그 칼 끝은 분명 나를 노려오고 있다.

'3, 2, 1…."

마음속으로 세고 있던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마자 나는 도망갔다.

다른 이가 봤다면 어처구니 없는 뒷점멸.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고 나서야 늦는다.

그렇기에 미리 발동하고 깔았다.

치드득!

무서운 기세로 점멸스턴을 시도한 리픈이 덫을 밟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는 없다.

리픈이 나를 향해 고개를 튼 순간 이미 점멸로 도망갔다.

아무런 근거 없는 판단이 아니다.

뒤에서 주구장창 사릴 동안 나는 또렷이 보고 있었다.

나에게 위협이 될 브루저들의 스킬 쿨타임을 정확히 계산해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는 가능하다.

올마스터로서 최대치로 일깨워낸 재능은 타인의 눈으로 보기엔 어쩌면 예지에 가까울지 모른다.

그렇게 생존기가 빠지고 덫에 걸려 꼼짝 못하는 리픈을 향해 총알을 쏟아 붓는다.

─트리플 킬!

전장의 화신!

2코어가 나온 핑크스가 쏴재끼는 기관총은 테러스티나나 헤이클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제아무리 잘 큰 리픈이라고 하나 과녁처럼 쏘아댈 수 있다면 금방 허물어진다.

이것으로 패시브가 세 번째 터졌다.

엄청난 속도로 가속하며 평타 한 방.

치지직!

스토커의 단검이 묻은 치명타 피해가 한나의 체력바를 움큼 뜯어낸다.

그 데미지에 힘입어 탈력에 한 번 저지되었던 아링이 재진입한다.

물방울을 푸슉 훑으며 한나를 따냈다.

네 번째 가속이다.

뻐엉!

뻐엉!

아무리 최대한 피해냈어도 스킬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가랑비에 옷 젖듯 데미지가 제법 누적됐다.

헤이클린과 맞딜을 하다가 치명타 싸움으로 번지면 진다.

이 치명타 피해는 결국 확률이라 아무리 헤이클린이 무극의 대검에 정열의 칼 달랑 들고 있어도 장담 못한다.

치명타 확률이 더 높다고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니까 안전하게 바주카로 전환해 두들긴다.

바주카는 이미 5레벨에 이르러 사거리가 700에 다다랐다.

그에 비해 헤이클린의 사거리는 650.

엄청난 이동속도를 바탕으로 거리를 재며 카이팅한다.

마지막 공격은 당연히 정해져 있다.

빠아아아앙-!

헤이클린의 안면에 헬파이어 미사일이 작렬한다.

체력이 제법 남아 있었지만 산화.

점멸로 도망가버린 판단이 역효과를 나았다.

핑크스의 궁극기, 헬파이어 미사일은 날아간 거리에 비례해 강력해진다.

─쿼어드라 킬!

전설의 출현..!

한타의 결과는 압도적이라 하기엔 아쉽다.

한타 시작 단계에서 아군 두 명이 죽었다.

그리고 조금 늦게 소리커도 전사했다.

결과적으로 3대 5의 교환.

하지만 킬을 먹은 사람이 나다.

그런데 내 펜타 어디 갔냐?

"빼애애액! 한나 안 죽였으면 패시브 꺼졌잖아!"

지금 만큼은 소리 꿱꿱 지르는 초홍이의 말이 맞다.

적어도 쳐맞는 말은 아니다.

거기서 더 지르면 변할 가능성은 농후하지만 말이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용을 처치했습니다!

핑크스의 진짜 무서운 점은 한타도 한타지만 그 이후다.

이 압도적인 공격속도는 고정된 대상을 때릴 때 효율성이 배가된다.

적을 마무리한 자리에서 달려나가 미드 1차 포탑을 부숴버린다.

그러자 또다시 이동속도가 대폭 증가한다.

핑크스의 패시브는 킬, 어시스트 뿐만 아니라 포탑을 철거했을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 이동속도를 바탕으로 뛰어나가 용까지 챙긴다.

단 한 번의 한타로 게임의 흐름을 끌어당겼다.

.

.

.

* * *

라인전에서의 대승리.

그와 반대로 동떨어진 한타에서의 대패.

SKY T1 K의 부스 안은 의외로 난리가 나지 않았다.

"핑크스 점멸 몇 초?"

"지금 정확히 25초 근처 일 거야. 곧 돌아와."

"그럼 상욱이는 스플릿 쭉 하고 나머지는 뭉쳐서 라인 클리어 위주, 한타 절대 걸리지 마."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핑크스의 활약에 당해버렸다.

하지만 그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다.

아예 뒷통수를 맞은 꼴이면 모르되 그렇지가 않았으니까.

올마스터라면 언제 또 어떤 기괴한 수로 자신들의 예상을 벗어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한 번 당해버리자 오히려 차갑게 식은 머리.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상대의 요를 파악한다.

SKY T1 K는 고작 이 정도로 무너질 팀이 아니다.

가진 바 저력을 경기의 내용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상욱이한테 두 명 가면 바로 칼같이 점멸 써서라도 이니시 걸어."

"오케오케, 핑크스 점멸만 빼는 거지? 욕심내지 않고."

사실 SKY T1 K 한타만 하면 질래야 질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올마스터가 예상을 가볍게 즈려밟으며 하드 캐리.

기대했던 용한타는 전멸에 오브젝트 두 개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그렇게 한타를 한 번 대패했으나 팀의 기본 전략, 그리고 조합상 우위점은 여전하다.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자신들이 기용 가능한 모든 수를 짜낸 것도 아니다.

본래라면 하지 않으려고 했던 스플릿.

잘 큰 리픈의 강함과 기동성을 활용한다.

상대에겐 테이커의 리픈을 막을 카드가 없다.

"맵에 거미여왕 살짝 보였어. 빠르게 이니시 걸자."

그리고 나머지 네 명의 선수들도 자신들의 할 일을 해버린다.

일의 내용은 간단하다.

올마스터에게 점멸을 빼앗는다.

이쪽은 그 하나를 위해 어떤 것을 투자해도 괜찮다.

"상욱아, 절대 무리하지 말고 점멸 빠지면 안돼?"

"알고 있어. 시선만 끌 거야."

조금 돌아가기로 했다.

테이커의 슈퍼플레이에 기대기 보다는 전체적인 판을 짠다.

이쪽은 절대적으로 이길 수밖에 없고, 상대는 질 수밖에 없는 구도를 갖춘다.

그를 위한 첫 걸음으로 비행기의 탈리반 3세가 돌격했다.

쿠! 챠앙!

핑크스를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냅다 궁극기를 꼴아박는다.

상대의 입장에선 어처구니 없을 이니시다.

아무리 숫자가 하나 많다고 하나 각개격파 되면 수의 이점은 사라진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핑크스에겐 그럴 만한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결국은 뚜벅이 원딜러.

가둬버리고 깔아버리면 점멸, 빼야 한다.

투두두두둑!

하늘에서 불바다 미사일이 떨어지며 대지를 새빨갛게 수놓는다.

떨어진 위치는 당연 탈리반의 궁극기가 깔린 자리다.

사거리가 엄청나게 길다는 장점은 이렇듯 호응에 제격이다.

똑같이 사거리라면 밀리지 않는 헤이클린의 궁극기도 핑크스를 조준한다.

물론 이렇게 대놓고 들어가면 상대의 반격도 매서워진다.

점멸로 빠져나간 핑크스가 덫을 깔고 아링이 유혹을 맞힌다.

CC기가 연계되며 탈리반의 체력을 순식간에 깎아내지만.

사라라랑~!

숫자에서 차이가 난다.

한나가 점멸 산들바람으로 적들을 쭈욱 밀쳐냈다.

이래 봬도 잘 큰 탱커인 탈리반 3세는 순삭까진 당하지 않았다.

CC기가 풀리자마자 점멸을 사용하니 아슬아슬 생환이 가능했다.

겉으로만 보기엔 완벽한 손해.

SKY T1 K는 점멸 두 개를 비롯해 온갖 궁극기를 퍼부었다.

그에 비해 신세상 매직은 고작 원딜러 점멸 빠졌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야 말로 SKY T1 K가 노린 바다.

"핑크스 점멸 29분 14초."

"한 번 정비 하고 미드 압박하자. 궁극기 기다리면서 천천히."

핑크스를 잡을 필요도 없다.

점멸만 빼면 한타는 무조건 우위다.

탈리반이 가둬도 되고, 리픈이 물어도 된다.

아까처럼 맞점멸로 피해내는 기묘한 신기는 불가능하다.

잘 큰 리픈에게 걸리면 원딜러 따윈 순살 치킨.

아니, 김 다 빠진 콜라 한 모금 삼키는 것보다 손 쉬운 일이다.

상대는 쉽게 물려주지 않겠지만 필연적으로 손해가 생긴다.

한타를 거부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조금씩 내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시야 싸움에서 갈리고 만다.

"골목에 와드 도배하고 헤이클린은 덫 깔고. 정글에서 싸우면 우리가 무조건 유리해."

"안 오면 버스트 하자. 우리 바론 빨라."

미드를 압박하면서 시야 싸움에서 주도권을 가져간다.

아주 조금씩, 섬세하게 말이다.

어느 순간 바론 지역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다가가기에는 SKY T1 K의 이니시가 너무 좋다.

리픈의 깜짝 점멸 스턴이나 탈리반도 골치 아프지만 파이어뱃.

파이어뱃의 불바다 미사일은 정글 싸움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상대의 조심성을 유도하고 틈을 봐서 트라이한다.

시간을 벌만한 스킬은 잔뜩 있었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신세상 매직은 노련하게 SKY T1 K의 바론 버스트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알아냈다고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곳곳에 깔린 쇠덫과 풀차징된 한나의 회오리.

불바다 미사일까지 아낌없이 투하하며 상대의 접근을 저지한다.

정색해버린 운영 끝에 SKY T1 K가 다시 게임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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