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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환계
신세상 매직이 가진 근본적인 특색.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나다.
강력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스노우볼을 굴린다.
어떻게 보면 솔로랭크와도 비슷하지만 다르다.
그냥 별 생각없이 되는 대로 움직여서야 대회 무대에서는 안 먹힌다.
당연하게도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한 명, 한 명이 성격 드센 팀원들이 손발을 맞추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넘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각자의 판단을 이상적으로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한 가지 꼼수를 두었다.
윗라인과 아랫라인을 갈라버리자.
덕분에 한 단계 윗 세대의 운영 방식이 가능했다.
프로 레벨에서 써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엇비슷한 수준의 팀을 만나자 아니었다.
공든 탑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상대가 SKY T1 K니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해.'
본래라면 이번 섬머 시즌의 우승, 아니 우승 뿐만 아니라 향후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될 팀이다.
그런 미래의 강팀을 상대하는 만큼 고전을 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쉽게 무너지면 안됐다.
그것도 내가 있는 이 시점에서는 더더욱이다.
'결과적으로 기우가 된 셈이지만.'
신세상 매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속수무책 무너져 내리는 건 아닐까.
그 만에 하나 경우를 상정하자 불안했다.
중국 진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던 데는 그러한 사정도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탑라인에서 선취점의 승전보가 울렸다.
씨지맥의 라인전 우세와 예은의 갱킹이 깔끔하게 맞아 떨어졌다.
어쩌면 역갱으로 터져버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결과가 좋았다.
"다 계산하고 들어간 거거든?"
"나이스 갱킹, 이래줘야 우리 정글러지."
우연이 아닌 감각적인 계산이다.
그냥 운으로 찍어 맞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확연하게 다르다.
일류 프로게이머들의 눈에는 정교한 킬각이 보인다.
이거 당연히 킬각 아니야?
들어가면 무조건 따고 살아 나오는 각인데?
말로 설명은 못해도 정말이다.
우리 신세상 매직은 실전에 강한 편이다.
'애꾸사자.. 너프가 됐지만 충분히 좋은 픽이고 잘 골랐어.'
지금으로부터 약 반년 전, 시즌3 초에 잠깐 쓰이다 너프된 탱애꾸사자다.
최대 체력의 15%를 회복시켜주는 강화 W와 체력템인 워울프의 심장과 시너지가 대단했다.
OP챔피언으로 부상하다가 당연히 너프.
체력 회복량이 고정된 수치로 바뀌면서 아무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러했던 애꾸사자를 씨지맥이 다시금 꺼내 들었다.
<엄청 좋다고는 하기 힘든데 체력템 대신 방어 아이템 위주로 올리면 아직 쓸 만하더라.>
특히 파이어뱃을 상대로 괜찮은 것 같다.
그러한 씨지맥의 말마따나 탱애꾸사자는 여전히 좋은 픽이 맞다.
차후에는 잠시 대세가 되다 또다시 너프를 먹게 될 정도로 말이다.
'탑은 생각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고, 예은도 컨디션이 많이 회복됐어.'
가장 불안했던 미드라이너인 초홍이도 잘해주고 있다.
정글러가 풀리자 미드라인도 덩달아 눈치 볼 게 사라졌다.
게임의 흐름은 금일 결승전에서 진행한 어느 세트보다 시작이 좋다.
"저희는 무난하게 파밍만 해도 되겠는데요?"
"애초부터 그게 목적이었으니까 우리는 우리 페이스대로 진행하자."
나 또한 뒤지지 않고 안정적인 라인전을 지향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킬을 내고 싶지만 구도상 쉽지가 않다.
상대 원딜러가 헤이클린이다.
라인전에서 쉽사리 무언가 일을 벌리기 힘들다.
피융!
때문에 내가 픽한 챔피언은 이즈레알.
20분 타이밍에 왕귀가 보장된 원딜러다.
그리고 상대가 나를 포커싱 해도 충분히 생존이 가능한 챔피언이다.
그만큼 폭발적인 딜링과는 거리가 멀지만 괜찮다.
아군들이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
.
* * *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었던 다섯 번째 세트.
하지만 경기의 내용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치열하기는 했으나 이열치열이다.
화끈한 초반 공세의 SKY T1 K.
그 이상으로 신세상 매직이 쏟아부었다.
자신들도 탑, 미드 화끈하게 터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과시했다.
<이게 정말 너프된 애꾸사자 맞나요?! 죽지를 않아요, 죽지를!>
<역시 장인입니다. 너프 이후 고인으로 치부 받았던 애꾸사자가 롤챔스에서 또다시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과거 윈터 시즌 당시 탱애꾸사자를 비롯한 기상천외한 픽으로 삼선 블루를 우승팀으로 올려놓았던 씨지맥이다.,
씨지맥의 손에서 다시 한 번 애꾸사자가 피어난다.
현재 탑라인에서는 손에 땀을 쥐는 교전이 일어나고 있다.
어흥!
교전이라기 보단 일방적인 다구리다.
갱킹을 바위와 탑라이너인 파이어뱃의 호응.
애꾸사자는 몰매를 맞고 있지만 죽지를 않는다.
아니, 이거 어쩌면 더블 킬이 나와버릴 지도 모르겠다?
<폴짝폴짝! 어그로 핑퐁이 기가 막힙니다. 스킬 쿨 돌리면서 회복! 동시에 데미지까지!>
<여기서 한 번 더 체력 회복하면 못 잡습니다. 이미 주요 스킬 다 빠졌고 애꾸사자는 부쉬 이용해서 도망 다니고! 잘못하다간 게임 자체가 터질 수 있습니다!>
코어템인 정령힘의 향상이 완성되자 체력 회복량이 무식할 정도다.
게다가 몸도 어찌나 단단한지 그렇게나 스킬을 퍼부었는데 죽지를 않는다.
점멸과 궁극기, 그리고 패시브를 활용해서 요리조리 생존하고 있다.
다른 챔피언들이었다면 생명 연장의 꿈밖에 안되겠지만 애꾸사자는 다르다.
어떻게 한 번 스택을 채울 수 있다면 회복한다.
강화된 야성의 외침은 챔피언의 레벨에 비례한 회복량을 제공한다.
심지어 추가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까지 달려 있어 적의 공격을 버텨내는데 유용하다.
<결국 파이어뱃을 잡고야 말았습니다..! 남은 것은 바위, 하지만 슬슬 돌주먹 쿨타임 돌아올 거거든요?>
<쇠꼬챙이 맞아서 느려졌습니다. 더 이상 점프할 수풀도 없어요? 이거 맞히면 SKY T1 본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와버렸죠. 거미여왕이 줄 탔습니다..!>
조금 뒤늦은 감은 있지만 도착했다.
우물에서 일직선으로 뛰어온 거미여왕이 점프와 동시에 줄타기.
바위의 코앞에 착지하며 물어 뜯었다.
돌주먹을 차징하고 있던 바위는 반대 방향으로 도망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레드가 묻어 느려진 바위를 향해 실뭉치가 발사됐다.
스턴 이후 연계되는 또 한 번의 콤보에 바위는 죽음을 맞이한다.
<핑크와드도 두 개나 준비했고 갱각도 날카로웠어요. 문제는 애꾸사자가 너무 잘 버텨버렸습니다.>
<이거는.. 정말 힘들어졌습니다. 파이어뱃이 이제 못 버팁니다. 1대1 구도에서 생다이브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까지 와버렸어요.>
탑라인의 지나친 성장 격차.
SKY T1 K는 탈리반 3세가 밴되자 바위를 가져갔다.
두 챔피언 모두 원딜러 포커싱하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다.
그러나 탈리반에 비해 바위는 초반 갱킹력이 취약하다.
애꾸사자라는 깜짝 픽에 의해 파이어뱃이 말려 버리자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어찌 보면 단 한 번의 실수였지만 이곳은 프로 리그다.
프로들 중에서도 최고를 가리는 롤챔스의 결승전이다.
<애꾸사자의 궁극기 때문에 정글러도, 미드라이너도 사려야 합니다. 씨지맥 선수 하나에 게임이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뮴뮴 선수도 컨디션 많이 회복됐죠. 미니맵 잘 보시면 시야 장악이 깔끔합니다. 애꾸사자가 탑에서 사라졌을 때 난리가 날 수 있는 이유도 시야 차이 덕분이에요. 게임 스노우볼 굴리는 능력 맛깔납니다! 이래야 역시 신세상 매직이죠!>
결승전 내내 주춤했던 게 사실이다.
갈수록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안타까움을 자아낸 것도 맞다.
하지만 전부 떨쳐냈다.
신세상 매직이 어떤 팀인지 경기력으로 증명하고 있는 와중이다.
해운대에 모인 약 10만 명의 관중들에게 직접 말이다.
첫 경기가 시작할 때 쯤만 해도 6만 정도였다.
현장의 분위기가 달아오를수록 너도 나도,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현재 해운대에서는 과거 갤럭시 크래프트 시절의 10만 관중의 신화가 재현되고 있다.
그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신세상 매직도 기세를 회복했다.
곧 이어지게 될 한타는 결과와는 상관없이 관중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강타할 게 분명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마스터 선수의 파랑이즈가 무난~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얼음 장갑을 가는 이즈레알을 선보였던 그가 다시 한 번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NA롤챔스 윈터 시즌의 결승전을 장식했던 올마스터의 파랑이즈.
이제는 정석화된 템트리 중 하나로 잡았지만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다.
원딜러가 방템인 얼음 장갑을?
치명타템을 하나도 가지 않고 딜링을?
기존의 상식을 허물어뜨리며 이즈레알의 또 다른 가능성을 알렸다.
<미드가 아닌 원딜러로도 충분히 쓸 만하다는 거죠! 2코어 완성됐습니다. 마나바라기도 코앞이에요!>
<간혹 원딜로 활용하는 선수도 있긴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중반 단계에서 극심한 딜로스 때문에 선호하진 않는데.. 훌륭하게 넘겼습니다. 레벨링 준수하고 아이템 나올 만큼 나왔어요. 한타에서 이즈레알 잡는 거, 바위가 있다고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딜로스가 유발된다.
여제의 눈물 방울도, 얼음 장갑도 그 하나만으로는 효율성이 애매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2코어, 3코어 갖춰질수록 상승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이미 과도기는 지나갔다.
어흥!
크허엉!
애꾸사자가 탑라인에서 라인을 쭉쭉 푸쉬해도 못 잡는다.
정글러가 와도 잡을 딜이 안 나올 뿐더러 자칫 잘못하면 역관광이 나온다.
SKY T1 K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사리면서 후반을 도모해야 한다.
그런데 그 후반 가는 거.
지켜봐 줄 정도로 신세상 매직이 만만한 팀이었던가?
잘 버티기로 소문난 가짜에어 독수리조차 속수무책이었다.
바론 근처를 싹 다 장악하고 잘라먹기에 들어가고 있다.
<애꾸사자 궁극기 켜졌습니다. 몰래몰래 살금살금 다가가서 크허엉!>
<꼼짝없이 걸렸어요. 이거 그냥 빼면 한두 명 죽고 바론도 무조건 먹힙니다. 싸워야 합니다. 안 싸우면 여기서 경기 끝나요!>
시야를 장악해둔 상태에서 상대가 다가오는 걸 기다렸다가 덮쳐버린다.
애꾸사자의 궁극기, 포식의 시간은 그러한 불합리함을 선사한다.
궁극기를 발동하면 상대의 위치가 낱낱이 보인다.
반대로 상대는 은신 상태인 애꾸사자를 볼 수 없다.
빼도 박도 못하게 한타는 걸렸고 SKY T1 K는 싸워야 한다.
뒤로 물러나면서 점사하는 그림을 그린다면 조금이나마 승산이 보인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되기는 힘들 것 같지만 말이다.
파삭!
이즈레알의 마법 화살이 바위에게 적중했다.
원형의 얼음 장판이 깔리며 발목을 붙잡는다.
아니, 그 뿐이었다면 그래도 도망갈 만하다.
레드 버프에 인어의 비누방울까지 묻어있다.
중첩된 둔화는 상대의 도주 능력을 완전하게 상실시킨다.
싸우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바위의 궁극기가 이즈레알을 타겟팅했다.
샤라라락-!
그와 동시에 이즈레알이 모든 스킬을 일직선으로 쏟아 붓는다.
하나하나가 논타겟이라 맞히는 것도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와준다면야 100% 적중시킬 수 있다.
안 그래도 잘 성장하지 못했던 바위는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르르~!
한타는 정말 일방적인 유린으로 끝맺어질 뻔했다.
<아~ 올마스터 선수, 이거 방심했죠? 아무리 얼음 장갑을 올려도 마법 공격은 매한가지로 아픕니다.>
<테이커 선수의 르풀랑! 불리한 상황에서도 킬각 제대로 잡아냅니다. 하지만 전세는 기울었어요. 싹 다 마무리되며 억제탑 예약입니다. 어쩌면 바론까지 나갈 수 있어요.>
바위는 처리하긴 했지만 CC기가 어디가는 건 아니다.
약 1초가 넘는 시간동안 공중에 떠있어야 한다.
그 사이에 어디선가 날라온 르풀랑이 죽불손과 함께 풀콤보를 퍼엉!
마법 저항력 아이템이 갖춰지지 않은 이즈레알은 원콤이 났다.
그러나 전세를 뒤집기에는 미약한 물길이다.
신세상 매직의 파도가 모든 것을 뒤덮는다.
고질라의 인어가 일으켜낸 높다란 파도가 SKY T1 K를 휩쓸었다.
<이거 혹시 컨셉은 아니겠죠? 차가~운 얼음 장판에 시원한 파도! 결승전이 끝난 이후에 해운대에서 즐기실 수 있습니다. 물론 유료겠지만 말이죠.>
<마지막 세트까지 시원하게 깔끔합니다. 애꾸사자가 몸 대면서 바론 가져갔습니다. 이대로 봇과 탑라인 돌려깎기 들어가면 3억제탑 완성될 흐름이에요. SKY T1 K, 정말 아쉽겠지만 우승팀은 이제 정해졌습니다. 도장을 꽈앙! 박아버리기 위해 신세상 매직이 움직입니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해운대.
아무리 바닷가 근처라고 하거나 무더운 건 마찬가지다.
오히려 습기를 머금은 바닷바람 때문에 짜증까지 일어난다.
이번 마지막 세트가 이토록 시원하게 끝나지 않았다면 그리 됐을지도 모른다.
파삭!
파삭!
스킬 포식자라는 마법 저항력 아이템을 갖춘 이즈레알이 선두에 선다.
이제는 절대 당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아이템 선택이다.
올마스터를 필두로 돌격하는 신세상 매직.
2013 섬머 시즌의 우승팀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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