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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넘어라
2013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스 리그 섬머 시즌.
결승전의 결과는 여러 사람 당혹케 만들기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변명을 쏟아내야 했던 이는 생뚱맞게도 얼밤의 주장 클끼리였다.
─안녕하세요, 리심으로 포킹 잘하는 모 선수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을 하기엔 포킹만 잘하는 게 아니라 아웃섹킥이라거나 여러가지 참 잘하는데..
유독 대회에서만 리심으로 안 좋은 모습 보여주게 됐네요.
그 증명을 다음 시즌에서 꼭 하고 싶으나 정말 안타깝게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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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벤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실시간 화제글 중 하나.
김은준 해설위원이 의견을 참고 했다는 모 프로게이머의 변명이 올라왔다.
사실 변명은 무거운 화두를 열기 위한 핑계 거리에 불과했다.
─일단 신세상 매직의 우승 축하드립니다.
제 예측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네요.
사실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약자의 편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왔습니다.
저는 이 기회를.. 잡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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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오브 로드 1세대 스타들 중 가장 인지도가 높았던 그가 은퇴를 선언했다.
게임단을 옮기는 게 아니라 아예 프로게이머의 자리를 그만두겠다.
새로운 메타에 적응을 하지 못하겠다는 둥, 이제는 후배들에게 물러줄 때가 되었다는 둥.
이러저러 사정을 설명하긴 했으나 팬들로서는 가히 충격의 도가니였다.
결과적으로 팬들은 오히려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지만 말이다.
└오, 클끼리가 롤챔스 해설자를??
└출세했네, 출세했어. 근데 누구 대신 들어가는 거야?
└강빈 대신 아닐까?ㅋㅋ 근데 난 강소리 나름 재밌던데 둘 다 그대로 했으면 싶다.
└클끼리가 없는 얼밤이라니 상상도 안 간다.. 그냥 프로게이머 더 하면 안되나? 메타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잖아.
└ㄴㄴ메타 뿐만 아니라 피지컬도, 선수 본인도 많이 삭았어.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해설자의 길을 가는 게 나아 보인다..
프로게이머의 평균 피지컬은 시간이 갈수록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본래부터 피지컬도 안 좋았던 데다 나이가 나이다.
얼밤의 주장이었던 클끼리는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이제 오프게임넷의 정식 해설자 자리를 걷는다며 전직 또한 선언했다.
당연하게도 난리가 났다.
슬퍼하는 팬들도, 응원하는 팬들도 야단법석이 일었다.
정리가 되는 데에는 제법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리가 되자 드립으로 발전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클끼리가 은퇴를 하다니 이건 꿈이야 ㅠ.ㅠ
일반인도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 넣어준 유일한 선수인데..
클끼리가 은퇴를 해버리면 프로게이머는 이제 잘하는 사람밖에 안 남잖아?
더 이상 리심으로 포킹하고 쇈으로 정글 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건가 흑흑.
└돌려까기도 이 정도면 수준급ㅋㅋ
└솔직히 클끼리는 두뇌파 게이머라 피지컬 좀 안 좋아도 됐지.
└전자두뇌를 지닌 전前 프로게이머임. 앞 전자 붙여라.
└이제는 롤챔스 정식 해설위원이네. 벌써부터 다음 롤챔스가 기대된다.
왈가왈부 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지만 결국은 응원하는 분위기다.
까놓고 말해서 클끼리 이번 시즌에 너무 못했다.
차라리 이참에 깔끔히 은퇴하는 게 낫다.
아예 못 보는 것도 아니고 해설자로 데뷔하는 거니 괜찮다.
시원하게 놓아주기는 하지만 한 편으론 시원섭섭하기도 하다.
프로게이머로서의 클끼리는 이제 과거의 저편으로 사라진다.
어쨌든 간에 그 본인으로서는 참 잘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아이러니하게도 잉벤의 화제글 1위는 결승전과는 무관한 내용으로 자리 잡았다.
빠든 까든 마음속 한구석에 프로게이머 클끼리에 대한 애정은 남아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물론 주된 화제는 당연히 이번 섬머 시즌의 결승전에 관한 내용이다.
간간히 눈치가 없는 글들이 올라오는 걸 빼면 분위기는 무척이나 좋다.
─결승전 근데 조금 아쉽다. 네 번째 세트 이겼으면 전승각이었는데.
어차피 지는 거 깔끔하게 좀 져주지.
그 한 판 때문에 신세상 매직이 무패 우승을 실패했잖아?
현장 관중들 안 그래도 더운 날에 짜증났을 듯ㅉㅉ
└?? 나 해운대 갔다왔는데 현장 완전 꿀잼이었구만.
└눈치 없는 소리하네. 결승전이 팽팽했으니까 더 재밌는 거지. 그리고 SKY T1 K는 팬 없냐?
└아쉽긴 하지만 SKY T1 K도 잘했음. 결국 더 잘한 쪽은 신세상 매직이었지만.
└신세상 매직의 독주에 유일하게 태클 걸었잖아.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마지막 즈음 가서 한 번 위기가 닥친 것도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신세상 매직의 것이었다.
특히 올마스터의 활약이 각별했다.
SKY T1 K의 원딜러, 꿀꿀이와 자존심 대결을 했던 것도 이슈에 올랐다.
부시안에 대한 완벽한 해석.
준결승전에서 꿀꿀이가 꺼냈던 부시안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스킬 활용 능력이 이 이상이 없으리라 깔끔했다.
하지만 첫 번째 세트의 부시안은 언제나 그렇듯 시작에 불과했다.
─나 탑배인할 때 딜탱 많이 가는데 선견지명 ㅍㅌㅊ?
얼음 장갑에 얼어버린 망치 가서 파랑배인 함ㅋㅋ
카이팅 ㅆㅅㅌㅊ인 거 ㅇㅈ?
ㅇㅈ 안 하면 에바 터는 부분ㅋㅋㅋㅋ
└와.. 정말 듣기만 해도 암 걸리는 템트리네.
└난 글쓴이 말투가 더 암 걸리는데. 한 대 쥐어 패도 정당방위 각 ㅇㅈ하는 부분이냐? ㅅㅍ색히야!
└듣도 보도 못한 족보도 없는 파랑배인이랑 올마스터가 딜탱템 간 걸 동급 취급 하냐..
└올마스터는 적당하게 원콤 안 나는 선까지만 방어, 마저 올린 거잖아. 그것도 효율성 좋은 아이템으로!!!
└아, 개학 언제 하냐 진짜;
상황에 따라, 아이템트리에 따라 딜탱 배인도 트롤이 아니다.
어쌔신의 신발과 스킬 포식자로 무장한 배인으로 두 번째 세트를 캐리해냈다.
수많은 배인충이 양산된 걸로 예상되지만 이것은 오히려 약과다.
세 번째 세트에서 나온 지 2주밖에 안된 따끈따끈한 신규 챔피언 핑크스가 픽이 되었다.
그것도 상대가 원딜을 아예 찜 쪄 먹는 조합을 가져갔는데 말이다.
신챔프를 하는 기행이야 올마스터니 그렇다 치지만 핑크스는 생존기가 없는데?
원딜 하나 뒷바라지 하는 조합을 짠다고 해도 생존이 쉽지 않는 구도였다.
그럼에도 올마스터는 서포터 하나 데리고 꾸역꾸역 생존하며 캐리해냈다.
말이 안 나오는 전대 미문의 강제 캐리.
세계적으로 따져봐도 이토록 1인 캐리를 해냈던 게임은 존재하지 않았다.
고작 한국 롤챔스의 경기 가지고 너무 난리법석 떠는 거 아니냐?
그렇지도 않은 게 올마스터는 전세계적에서 알아주는 슈퍼스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서양권 최대의 로드 오브 로드 팬사이트인 래딧에서도 이야기가 불거졌다.
─에러갓은 원딜을 해도 캐리력과 챔프폭이 어마어마해.
결승전 다섯 경기 동안 한 번도 같은 챔프 안 하고 전부 잘한 거 봤어?
핑크스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라.
누가 봐도 딜 넣을 수가 없는 각인데 꾸역꾸역 한 명 따내고 도미노처럼 다다다다다!
쿼드라 킬에 펜타 킬!
에러갓은 안 빨래야 안 빨 수가 없다.
└MVP 많이 받아선지 금으로 된 마우스도 받았더라? 도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마우스 부분은 생 금덩이고 밑에 트로피 부분은 도금이고. 가격은 1만 달러 정도? 갤럭시 크래프트 시절에도 줬다더라.
└아, 갤럭시 크래프트! 김치국 사람들이 잘했던 게임?
└한국 가자마자 스무스하게 정복해버리는 구나. 에러갓이라면 이 정도는 캐럿배트지만!
부시안에 이어 핑크스까지 두 신규 챔피언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상대가 자신을 대놓고 노려옴에도 침착하게 카이팅.
도저히 뒤집지 못하리라 여겨졌던 한타를 승리로 이끌어냈다.
특히 마지막 한타는 로드 오브 로드의 역사에 길이길이 기억 남은 명장면으로 손꼽혔다.
승기를 확신한 SKY T1 K가 거대 미니언을 이끌고 쌍둥이 포탑에 들이닥쳤다.
심지어 점멸도 없었던 올마스터.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아군이 만들어낸 킬을 줏어 먹었다.
궁극기인 헬파이어 미사일의 사거리를 제대로 활용해 반전시켰다.
한 번 패시브가 터진 핑크스의 한타 폭발력은 장난이 아니다.
헬퍼이어 미사일로 킬을 한 번 먹자 나머지는 도미노처럼 주르르륵!
테이커의 리픈에게 가로 막힐 뻔했으나 소리커가 가까스로 슈퍼 세이브 해냈다.
그렇게 혼자서 펜타 킬을 띄워버리고 미드로 직행.
결국 넥서스를 밀어버리며 대역전극의 서사시를 이루어내고야 말았다.
이후로 한 번의 패배를 겪으며 휘청했지만 다시 일어섰다.
마지막이 돼버린 다섯 번째 세트는 특히나 해외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도 그럴게 얼음 장갑을 가는 이즈레알들은 그들에게 있어 더없이 익숙하다.
NA롤챔스 윈터 시즌의 결승전에서 선보이며 파란을 불러일으켰던 픽이다.
─에러갓이 원딜만 하니까 조금 어색했는데 파랑이즈 캬아~
파랑이즈를 한국에서 한 번 더 재활용하네 LOLOLOL
요즘이야 재미삼아라도 파랑이즈 한 번씩은 해보지만 그때는 대단했지.
알 사람은 알 거야.
원딜러가 반드시 치명타템을 가야 한다는 상식을 무너뜨렸으니까.
근데 마지막에 에러갓 암살한 르풀랑도 꽤 잘하더라?
└르풀랑? 테이커인가 걔? 한국 신인일 걸?
글쓴이-뭐야, 올드비인 줄 알았는데 신인임? 매 경기 준수하게 잘하던데. 싹이 보이는 신인이구만.
└르풀랑도 잘하긴 했어. 에러갓만은 못했지만 말이야.
└파랑이즈.. 아군한테 트롤 당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북미에서도 정말 솔로랭크를 한두 번 들쑤신 게 아니다.
한국가서도 당연히 바뀔 리가 없다.
금일 결승전에서 사용된 챔프들은 이미 솔로랭크에서 필밴급이다.
부시안은 그나마 양호한 취급을 받지만 핑크스는 정색한다.
하늘에서 트롤이 빗발친다.
─한국 결승전 본 사람 진짜 많긴 많구나.
나는 몬테소리 방송에서 봤는데 시청자 정말 많았지.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솔로랭크에서는 따라하지 말자..
게임시간 30분에 핑크스로 딜링 5천 박을 거면 원딜 왜 하지..?
우주 끝까지 사리더라 진짜.
└이유는 간단해. 에러갓이 그렇게 했으니까! LOLOLOLOL
└부시안충도 장난 아니게 암 걸리는데 핑크스 충은.. 서폿보다 딜량 많으면 다행이야.
└북미랑 유럽도 이 정도인데 한국은 아예 난리가 났겠지? 에러갓이 경기해주면 즐겁고 눈정화되고 좋기는 한데 솔랭이 개판이 돼버려..
사실 단순하게 한국 경기를 챙겨본 사람만 따지면 많지 않다.
아무리 좋아하는 선수가 게임을 한다 한들 챙겨보는 수는 의외로 적다.
국내의 스타가 해외로 이적을 했을 때 관심이 뚝 끊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다.
하지만 에러갓은 다르다.
어쩌면 저조할 수 있었던 관심을 경기력을 통해 강제로 이끌어냈다.
너도 나도 주위에서 하도 재밌다고 하니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
혹시나 하고 봤다가 매료되어 버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도 결과에도 관심을 가진다.
한국 롤챔스의 결승전에서 우승을 했다?
이말인 즉, 롤드컵에 나오게 될 확률도 무지하게 높다는 소리다.
여기에 대해 정말로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어? 이렇게 되면 에러갓 롤드컵에 나오는 거야?
신세상 매직인가? 그 팀으로 나오게 되는 거야? 한국 대표로?
그러면.. CLC도 만나겠고 TSL도 만나겠고..
우와 매치업 장난 아니네.
적으로 CLC 만나면 진짜 웃기겠다 LOOOL
└REAL. 그렇게 되면 완전 치킨각이지.
└아직 확정된 거 아니라던데? 3,4위전 치러봐야 알아.
글쓴이-왜? 우승팀 리그 포인트 엄청 주잖아?
└3,4위전에 속한 삼선 레드라는 팀이 리그 포인트 지금까지 많이 쌓아놨데. 그래서 아직 모른다더라.
윈터 시즌 8강에 더불어 스프링 시즌의 준우승.
여기에 섬머 시즌의 3위 입상까지 더해지면 우승팀의 리그 포인트를 상회한다.
당연히 어지간해서야 추월 당할 염려가 없다.
우승만 달랑 한 번 해낸 팀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있다.
올마스터가 소속된 신세상 매직은 이번 섬머 시즌이 무려 첫 참가다.
처음으로 참가해서 무려 우승을 해냈다.
본래라면 신경쓸 이유가 없어야 할 텐데 상황이 너무 특수하게 돌아간다.
물론 신세상 매직의 진출 가능성이 없다는 소리가 아니다.
간단명료하게 정리하자면 대략 이러한 구도가 성립됐다.
─그러니까 이번 3,4위전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거네?
삼선 레드가 3위를 못해야 한다 그거 아니야?
가짜에어 독수리가 이겨주면 다 잘 풀리는 거고.
그래서 두 팀 중 누가 더 잘하는데?
└실력은 둘 다 결승전 올라왔으니 비등비등하지 않을까?
└듣기로 가짜에어 독수리가 이길라고 발악을 하는 팀이라더라. 어지간하면 이겨줄 듯.
└자신들 바르고 올라간 올마스터 밉다고 설마 져주거나 하진 않겠지..
└그러면 진짜 총 들고 한국 간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미국에서라면 정말로 농담이라 치부될 수 없는 이야기다.
입국 절차에서 난리가 날 테니 가능성이야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가짜에어 독수리의 승산을 높게 쳐주고 있다.
해외에서도 나름 인지도가 있는 한국의 전前 프로게이머 클끼리의 자신감 넘치는 예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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