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79화 (579/803)

579====================

벽을 넘어라

한국에서의 마지막 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한 번 정리하지 않는다면 잠에 들지 못할 것만 같았다.

'나라고 한국에서 알콩달콩 지내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윈터 시즌까지는 무려 세 달이나 남았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나 자신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굳이 리스크가 있는 중국행을 선택한 까닭.

'안주한다면 후회할 것만 같아.'

프로게이머의 생활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잘 나가는 선수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를 테면 연예인들.

일반인들은 상상치도 못한 액수의 돈을 만진다.

그런 연예인들조차 불행한 현실을 마주한다.

인터넷 뉴스 등에서 아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프로게이머들보다 월등히 직업 수명과 페이가 큰 그들조차도 그러하다.

때문에 내가 알고 있던 미래에서 수많은 한국 프로게이머들이 해외로 떠났다.

SKY T1 K와 비견되었던 국내의 유일한 강팀.

삼선 게임단은 이로 인해 분열되어버렸을 정도다.

그만큼 높은 연봉은 프로게이머에게 매력적이다.

내 장래 희망은 결코 예은의 기둥 서방이 아니다.

떳떳하게 그 옆에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욱이.

'지금이 아니면 절대 기회가 없어.'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이 있었다.

가능하다면 꼭 바꿔내고 싶었다.

중국 E-스포츠 시장은 해가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규모 하나는 다른 나라와 비견될 수가 없어질 정도의 큰 시장.

중국에서 한국 선수들은 무시 당했다.

팀 내에서 비아냥의 대상이 된다거나.

중계진들이 선수를 업신여긴다거나.

심하면 MVP를 박탈하거나, 의도적으로 인터뷰를 하지 못하게 했던 경우도 있었다.

결코 과장이 아닌 실제로 흔하게 생겼던 사건들이다.

선수들의 자존심 문제.

쉬쉬하는 국내 여론 등.

한국에 잘 퍼지지 않았을 뿐이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하지만 현재는 아직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 바로 잡을 기회가 있다면 지금 뿐이지 않을까.

다른 이라면 몰라도 나라면 가능하다.

압도적으로, 군말할 거리가 없게 찍어 누를 자신이 있다.

'가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안 가야 할 이유도 분명 없지 않다.

한국에서 조금 편하게 있고 싶다거나.

팀원들과 윈터 시즌에서 한 번 더 우승을 한다거나.

그에 비해 가야 할 이유는 더욱 더 크다.

지금의 나에게 롤챔스 우승을 한 번 더 하고 말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조금 더, 지금이 아닌 이상 할 수 없는 것들을 하고 싶다.

만약 롤드컵에 갈 수 있었다면 이러한 고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롤드컵의 우승은 프로게이머에게 있어 비교할 수 없는 영광.

우승을 한다면 나의 값어치는 더욱 뛴다.

돈 때문에 롤드컵을 스킵하는 멍청한 짓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그 롤드컵을 나갈 수가 없게 됐으니까.'

노림수와는 다르게 작용했지만 결과적으로 갱붐의 경기력은 몰라보게 상승했다.

이번 3,4위 결정전에서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어쩌면 예정된 역사를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나 잘해 놓고 벽을 못 넘어서 도로아미타불이라니..'

딱히 원망은 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내가 그를 탓하기라도 하면 그의 입장이 얼마나 난처하겠는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를 놓고 보자면 역사는 분명 선회할 수 있다.

그러나 선수의 아이덴티티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닌가 보다.

어떻게 보면 선택에 고민을 하지 않도록 등을 떠밀어준 셈이다.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은 없지 않지만.'

이제 막 자리를 잡은 신세상 게임단.

방치하게 된다는 사실에 정말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도 그 부분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대회가 끝난 이후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에서 이만한 제의가 왔다.

나는 솔직히 갈 생각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우리팀이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했을 때.

그 공백 기간 잠시 다녀오는 건 어떻겠냐?

솔직히 말해 돈 욕심으로 가려는 게 맞다.

'본심을 말한답시고 술김에 조금 거하게 저질러 버렸지.'

돌려 말하는 건 성미에도 안 맞고 잘 하지도 못한다.

나로서의 최선은 그냥 솔직하게 고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대해 팀원들은 의외의 반응을 보여왔다.

<난 원래 은퇴하려고 했는데 네 덕에 선수 생활 하는 거고 불만 꺼낼 건 없지. 여기까지는 선수로서의 나고, 친구로서는 그냥 겁나 부러워. 우리 사이니까 하는 말인데 솔직히 예은이 엄청나잖아. 이 도둑놈 색히야. 이 참에 중국 가서 어울리는 남자가 되어 와라!>

나와 이러저러 인연이 깊었던 씨지맥은 아주 가리는 것 없이 내뱉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부터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까지.

그로서도 묻어두었던 이야기가 상당히 많았던 듯하다.

<빼애애액! 난 어차피 선택권이 없잖아!>

애시당초 초홍이는 선택권이 없었다.

도슈라는 대형 폭탄을 안고서 어딜 가겠는가.

그러한 처지를 제외하더라도 초홍이 본인은 예은이를 많이 따른다.

이곳 이상으로 마음 편한 곳은 없을 것 같다면 잘 갔다와라 새침하게 한 마디 해주었다.

<저는.. 올마형이랑 헤어지면 아쉽기는 한데 솔직히 그간 부담스러웠어요. 올마스터의 서포터라니, 이게 저에게 어울리는 자리는 아니었거든요. 잘 갔다 오시고 다녀오시는 동안 어울리는 서포터 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고질라는 자신의 경험 부족을 실감하고 있었다.

불안하긴 하지만 조금 더 많은 것들을 겪으며 경험치를 쌓고 싶다.

고민이 깊었던 듯 대답이 늦기는 했지만 이야기하려고 하는 바는 명확하게 정리가 되었다.

<시현씨가 없어도 게임단 운영에 차질이 있을 일은 없을 겁니다. 사실 제가 코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불안하긴 했는데 잘 풀렸어요. 오늘 결승전이 계기가 되어 조금은 서먹했던 선수들과 사이가 깊어져 저 개인적으로는

다행입니다. 잘 갔다 오시고 올 때 기념품 꼭 챙겨와 주세요.>

이청호 코치는 오히려 환영하는 기색이었다.

사적으로도 말하긴 했지만 신세상 매직은 너무 올마스터 중심이다.

이대로 쭉 간다고 당장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시현씨가 만약 슬럼프에 접어든다면 팀이 급속도로 무너지지 않겠는가?

그러한 의문을 나에게 던졌고 나 또한 깊이 수긍한다.

이번 기회에 토대를 단단히 다져 놓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다행스럽게도 신세상의 모든 식구들에게 이해를 받을 수 있었다.

'깔끔하게 이야기가 맺어져서 다행이긴 한데..'

걱정할 일이 사라진 이상 행동할 일만 남았다.

물론 그냥 빈손으로 가기에는 불안한 것 투성이다.

그도 그럴 게 중국, 이적 시장 초기에 문제가 정말 많았다.

과거부터 중국쪽 시장에 관심이 있었기에 기억하고 있다.

만약 가게 된다면 통역사를 한 명 대동하자.

사전에 이미 예은의 인맥을 통해 섭외를 해놓았다.

그쪽에서도 준비를 해준다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최소한 계약까진 안전하게 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다.

'이것으로 된 거겠지.'

자기 직전 약 한 시간 동안 이러저러한 준비를 마쳤다.

혹시 몰라 30분을 더 고민을 했지만 더 이상 남은 것은 없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질척거릴 게 분명하다.

미련을 훌훌 털어버리고 눈을 감아 잠을 청했다.

'정말.. 이것으로 다 된 걸까.'

요 일주일간 단순히 놀면서 시간을 보내지만은 않았다.

내적인 부분도 외적인 부분도 지금의 상황을 대비해 전부 정리했다.

그럼에도 마음 어딘가 한구석이 어수선하다.

나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이유를 찾지 못할 것 같다.

.

.

.

* * *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캄캄한 밤 중이었다.

달빛마저 어둠에 삼켜져 주위의 사물은 희미하게 윤곽만 보인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고요한 어둠 속.

유일하게 역할을 해주고 있는 촉각이 따스함을 발견했다.

부스럭.

오늘 밤 유난히 열대야가 심한 것일까.

그렇게 나 자신을 속이려고도 해봤다.

하지만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얇게 덮은 이불이 부스럭거리며 흔들린다.

그 소리가 생생하게 귀를 통해 들려온다.

아주 부드럽고 따스한 무언가가 등 너머로 전해진다.

"예은이야?"

"..응."

핸드폰을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열두 시가 한참 넘은 새벽일 게 분명하다.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딱히 이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예은도 무언가 생각이 있어 찾아왔을 것이다.

최근 들어 유난히 감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긴 했지만 평소 이성적이고 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다.

구태여 내일을 기다리지 않았다.

이유를 왠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등쪽의 피부를 통해 맞닿아있는 묘한 감각이 이를 말해준다.

내가 예상하고 있는 그것이 맞다면 나는 거부를 표할 수밖에 없다.

"짧다면 반년이겠지만 잘못하면 수년이 될 수도 있어. 알고 있는 거야?"

"..응."

나의 물음에 대답을 하면서 더욱 더 파고 들어온다.

끌어안듯 뻗어진 손목이 나의 가슴팍을  훑고 있다.

차분했던 호흡은 조금씩 거칠어지며 목 뒤를 간지럽힌다.

"솔직히 웬만하면 반년 안에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해. 나 믿잖아? 그래도 불안해?"

"..응."

등쪽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더더욱 강렬해진다.

부드러운 무언가, 그리고 두근대는 심장 소리.

고작 천 한 장 너머로 전해지고 있다.

두 장이 아니라 한 장이다.

"솔직히 나는 환영이지. 그러고 싶어서 많이 노력도 했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저질러 버리면 후회가 남지 않을까?"

"…."

내가 왜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말을 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평소 같았으면 넙죽 감사합니다, 소중히 여겨줄 게요.

나라고 오는 기회 마다할 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내일이면 최소 반년 동안은 얼굴 보기 힘들어진다.

연락이야 당연히 하고 지내겠지만 이때까지와 같을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원거리 커플이 헤어지는 비율이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나와 예은의 사이라고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리고 나에 비하자면 예은은 아직 나이가 어리다.

이제 고작 스물 하나, 한참 꽃피우는 청춘이다.

신체 나이만 따지자면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늘 마음 속 한구석이 아련하게 걸렸다.

내가 이 녀석을 붙잡고 있는 게 도둑놈 심보가 아닌지, 고민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야 꼭 잡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책임질 자신도 있었으니까 나 자신에게 조금 더 당당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 당당함이, 어쩌면 뻔뻔함이 돌아왔을 때도 이어질 수 있을까.

만약에, 만에 하나 예은이 진짜 인연을 만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조금이나마 나이를 더 먹은 입장이 돼서 그런지 나 개인의 욕심만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나도.. 가면 안될까?"

어쩌면 이상적인 해답이다.

나 뿐만 아니라 예은도 중국 게임단에서 활약을 한다.

이미 한 번 북미에서, 유럽에서 행했던 일이다.

그 쪽에서 좋아할지 언정 싫어하진 않을 것이다.

"안돼. 치안이 위험하고.. 뭣보다 안 한다고 한 건 너였잖아."

"…."

애시당초 그 이야기를 꺼냈던 사람은 나였다.

어디까지나 차선책 중 하나로서 혹시나 해서 말이다.

꺼냈을 당시, 예은에게 단칼에 묵살되고 말았다.

자기가 떠나면 지금 게임단은 누가 운영하냐면서 당찬 목소리로 칼같이 잘랐다.

그러했던 예은이 이제 와서 무른 선택을 하려고 한다.

정신이 약해지고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나까지 여리게 대응해서야 아니된다.

"나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니 그만 너도 네 방으로 돌아가."

매정하고 차가운 어조로 예은을 향해 고하듯 질렀다.

이 정도로 말하지 않는다면 나조차 흔들릴 것 같았다.

이마저도 부족했던 것일까.

나의 말이 분명히 들렸을 텐데도 예은은 일어날 기색을 하지 않았다.

한 번 더 말로 설득하고 안된다면 힘으로라도 밀어붙이자.

강하게 먹었던  마음이 우습게도 나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제발, 제발.. 날 두고 가지 말아줘.."

흐느끼듯 꺼져 가는 음성.

필사적으로 나를 끌어 안으며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내지른다.

상상치도 못했던 상황에 당혹스럽다.

난생 처음 예은의 약한 모습을 보고 있다.

꺾일지 언정 부러지지 않는다.

아니, 그 꺾이는 모습마저 상상되지 않았던 그녀다.

예은이 숨죽여 울고 있다.

고작 나 같은 것 때문에 예은이 눈물을 흘린다.

"일단 내가 미안하니까.. 뚝 그치고 천천히 이야기해보자."

말을 너무 심하게 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예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믿었기에 한 발언이고 후회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만약 후회를 논한다면 나의 생각 이상으로 예은이 나에게 애착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부분이다.

요 일주일간 예은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가끔 짜증도 부리고 억지도 부리고 그랬지만 종국에는 훌훌 털어버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새벽에 나의 침대에 숨어들어 와서 울음을 터트린다.

항상 강인하고, 자존심 드세고, 절대 한 발자국도 지려고 하지 않고.

그런 예은에게도 부서질 듯 여린 마음이 존재했다.

당연히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러한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차마 예상할 수 없었다.

"그치면.. 안 갈 거야?"

"아니, 갈 건데.."

거짓말로 답하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도저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당장이라고 연기였다고, 놀린 거라고 우두루급 태세전환을 보여주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던 나의 기대와는 반대로 예은은 진심이었다.

"날 안아줘."

"…."

말이 끊겨버린 건 내 쪽이 되었다.

안아 달라.

나와 예은의 사이니 만큼 자주 하는 애정 표현이다.

굳이 말로 표현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문제가 된다.

"아까도 말했지만 후회할 수도 있는데?"

"안 해. …아마도지만."

후회를 한단 건지 안 한단 건지.

지금 분명 머리가 제상태는 아닐 것이다.

이쯤에서 어떻게 핑계를 대어 돌려보내는 것이 옳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예은은 결코 대책없이 일을 벌리지 않는다.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이 상황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감정이 복받쳐 흐트러졌지만 처음부터 이야기하려 하는 바는 확고했다.

이 이상 거절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자로서 사심 솔직하게 있지만..

그와 별개로 인생의 동반자가 될지 모르는 이다.

고민 끝에 판단해서 결정을 했다면 존중해주는 것이 옳다.

"근데.. 진짜 괜찮냐?"

"..쫄보 색히."

내가 말하고서도 어처구니 없지만 보통 일이 아니지 않는가.

막상 마음을 먹고 준비를 하고 해도 모자를 판국이다.

그런데 잠자다 깬 상태로 돌연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일단은 고개를 돌려 안아보니 생시는 맞은 듯싶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맨살이네..'

얇은 잠옷 너머로 느껴지는 감촉에 설마했다.

정말로 예은은 실올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꼬옥 끌어 안아보니 아래쪽은 몰래도 위쪽 속옷은 입고 있지 않다.

보드랍고 몽글몽글한 살덩이의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꿀꺽.

나도 모르게 입 안에 침이 고였다.

한꺼번에 삼키자 그 소리에 깜짝 놀라버렸다.

하지만 나 이상으로 예은은 불안한 듯 떨어왔다.

정말로 1년 전만 해도 타인과 벽을 쌓아왔던 그녀다.

조금씩 해소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많이 엉큼한 것도 허락하지만 아직이다.

가장 가까운 지인인 내가 생각을 했을 때 1,2년은 걸리리라 보았다.

이렇게 계기가 생겼다고는 해도 예은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그저 마음을 깊게 먹었을 뿐.

지금부터 정말로 잘하지 않으면 평생 잊지 못할 상처가 될지 모른다.

조급해 하지 않고 평소 많이 하는 애정 표현처럼 가볍게 어루만졌다.

"혹시 싫으면 말해."

"..그럴 일 없어."

키스도 해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어쩌면 여느 때와 다를 거 없는 일상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 행복을 만끽하듯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자 이윽고 변화가 찾아왔다.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던 부위에 손이 얹혀졌다.

눈을 꼬옥 감은 채 인상을 쓰기는 했지만 거부하진 않았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하다.

그날 밤, 나와 예은은 선을 넘었다.

->다음 화는 19금씬인데 저는 딱히 자신이 없어요. 분명히 말했습니다.. 절 원망하지 말아주세요.

고민되시는 분들은 다다음 화로 넘기는 걸 강추드립니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수정*팀원들의 구체적 입장을 추가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