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85화 (58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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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식

*마스터 오브 이의 명칭이 마검사로 바뀌었습니다.

초반부는 이미 그렇게 바뀌었고 중반부에 수정이 안됐는데.. 시간 날 때 서서히 작업을 하겠습니다.

내가 속할 게임단의 선수들이 하고 있던 게임은 변수없이 깔끔하게 승리했다.

그런데 하나, 엉뚱한 곳에서 시간이 끌렸다.

두 번째 경기가 끝난 직후 그들은 작전 시간을 요청하였다.

"잠시 선수들을 데리고 이야기할 게 있다고 하네요. 팀 내적인 사정이라 양해를 해달라고 합니다."

양해를 해달라.

속이 너무 빤히 보여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갑자기 오는 바람에 이야기의 전파가 늦었다는 둥, 핑계를 덧붙여오긴 했지만 뻔하다.

지금까지 감독의 태도를 봤을 때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갈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무슨 이야기를 하던 별 상관은 없지만.'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은 변함이 없다.

그들이 무슨 마음을 먹던 상관이 없다.

나는 묵묵하게 장비 세팅을 진행했다.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한국에서도 무대 경험이 있다.

그래서 각 나라 별로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도 숙지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도 이곳 제2 상해 E-스포츠 센터의 형태는 살짝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아니야?'

전체적인 비율을 봤을 때 무대가 조금 좁다.

그만큼 관중석의 비중이 올라갔다.

이렇게 되면 선수들은 조금 불편해진다.

자신들의 공간을 일부 잃었다는 느낌.

어쩌면 이조차 계산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드컵으로 따지자면 홈그라운드, 관중들의 기세에 묻혀버릴지 모른다.

'무대와 관중석이 가깝다는 게 상당히 불편하네.'

현재 경기장에 있는 관중수는 약 5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어마어마하게 많기는 하지만 이 정도 무대 경험이야 없지 않다.

하지만 당시에 비해 압박감이 눈에 띄게 거칠다.

형용할 수 없는 힘에 짓눌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부부젤라라도 불면 난리가 나겠지.'

월드컵 당시 있었던 부부젤라 사건이 기억나버렸다.

실제로 응원이라는 건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발목을 붙잡는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중국치고는 기재가 꽤 쓸 만하구만.'

작전 타임을 꽤나 빠듯이 쓰는지 감독과 코치를 비롯한 휘하 선수들은 아직까지도 떠들고 있다.

진작 세팅을 마치고 시간이 조금 남게 된 나는 부스 안에 있는 컴퓨터라던지, 책상이라던지 여러가지를 살폈다.

이 또한 경험의 산물이다.

익숙지 않은 무대에서 혹시 모를 실수를 방지하기 위함.

다행스럽게도 기재에는 딱히 신경 써야 할 요소가 없었다.

중국산에 대한 선입견이 강해서 불안불안했다.

이렇듯 달라진 환경 또한 넘어서야 할 벽이다.

터벅터벅.

이윽고 감독을 포함한 다섯 선수들이 차례차례 등장했다.

그들의 표정.

조금 숙연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사라졌다.

의기양양, 그다지 좋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

.

.

* * *

얼마 전, 중국의 많고 많은 프로게임단으로 합류한 하나의 게임단.

쿡야 게임단은 창단 당시부터 엄청난 이목을 모았다.

뒷배경부터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중국 각지에는 분명 세기도 민망할 숫자의 프로게임단들이 산재해 있다.

인구가 타국의 기본 10배가 넘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그들 사이에서 튀는 것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쿡야 게임단은 창립 배경부터가 특별했다.

우리가 중국의 신세상 매직이다.

쿡야 게임단의 모티브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슈를 만들고 있는 한국의 모 게임단이었다.

이름만 바꾼 예능 프로그램이라던지, 그런 일이 비일비재한 중국인 만큼 드문 일은 아니다.

중요한 건 말만이 아니라 정말로 중국의 신세상 매직을 자처할 수 있냐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쿡야 게임단은 선수들 개개인을 중국 솔로랭크의 1,2위들로 영입했다.

1,2위가 아닌 1,2위들.

물론 프로를 제외한 아마추어 기준이라지만 이상한 일이다.

이는 중국의 로드 오브 로드 서버의 개수가 많기 때문이다.

여러 서버의 초고수들을 모아 만든 게임단이 바로 쿡야다.

결정적으로 그 올마스터, Unknown Error를 영입할 예정이다.

창단 당시부터 그러한 으름장을 놓아버렸다.

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그 영입이 공식적으로 발표난 건 아니다.

솔직히 설레발로 끝날 거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든 해냈고 바로 지금.

올마스터가 제2 상해 E-스포츠 센터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팀에 속하게 된 중국 선수들 입장에선 썩 웃어주는 소식만은 아니었다.

"그는 상징이면 된다. 그런 이야기죠, 감독님?"

쿡야-베이더스의 탑라이너 갈릭이 요점을 꼬집었다.

작전 타임따위 당연 필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두 세트 내리 따낸 자신들이 뭣하러 상대에게 시간을 준단 말인가?

난데없이 부스에 들어온 올마스터에 대한 깊은 의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가 언제 어느 때 오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언젠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정도는 들었기에 미리 준비해뒀을 뿐이다.

이야기는 이르게 끝났지만 일부러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시간을 떼우고 있다.

"바로 그거지. 아니면 너희, 그의 실력이 필요하나?"

"그럴 리가요. 아예 없어도 무방합니다."

"날고 기어봤자 한국 선수, 대국의 위상에 무릎 꿇을 뿐이죠."

일단은 윗사람들의 생각대로 신세상 매직을 모티브로 팀을 짰다.

그 구심점이던 올마스터 또한 어떻게 영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를 치켜세워줄 생각은 눈곱 만큼도 없다.

그가 아무리 날고 긴 과거가 있다고 한들 중국 내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그로 인해 집중된 관심은 자신들에게 고루고루 퍼진다.

쿡야의 선수들, 심지어 코치들 또한 음흉한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

아직 만나보지도 못한 올마스터를 뭐 그렇게 까지 싫어하냐.

그리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건 필연이었다.

얼마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긴 해도 분명 한두 푼이 아닐 것이다.

거의 어거지로 영입을 해온 만큼 과투자했을 게 분명하다.

감독이 속내를 밝히자 팀 내의 분위기가 기울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런데 저 자식도 멍청하네. 하던 원딜이나 하지, 왜 또 미드를?"

"듣기로 미드도 상당히 잘한다던데? 아니면 어디선가 소문을 듣고 꼬리를 내렸을지도 모르지."

미드의 나라 유럽.

탑솔의 나라 한국.

원딜의 나라 중국.

로드 오브 로드 초창기부터 있어왔던 풍문이다.

한국에서 원딜러를 하던 올마스터가 꼬리를 내렸다.

상대적으로 캐리력이 좋은 미드를 달라고 요청했다.

쿡야의 선수들과 코치는 그러한 올마스터의 판단을 비웃었다.

기본적으로 미드가 캐리 라인인 건 맞다.

하지만 대회에서의 미드는 많이 다르다.

아군의 협조가 필수불가결.

그런데 그 협조를 해줄 생각이 쿡야의 선수들에겐 딱히 없었다.

"그럼 슬슬 가볼까? 근데 쟤 말 못 알아 듣잖아. 통역사가 게임 내에서까지 전달을 할 수는 없을 테고."

"오~ 이거 어쩔 수가 없겠네. 협조를 못한다고 해도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야."

지금껏 부스 한 켠의 벤치에서 시간을 떼우던 선수들이 일어났다.

이제 곧 다음 경기를 해야 할 시간이다.

최소한의 시간만 남긴 채 선수들 가자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정말 최소한의 예의.

가벼운 목례만 하며 올마스터를 지나쳤다.

그러고선 자신들끼리 쑥덕거린다.

올마스터는 결코 들을 수 없을 자국어로 말이다.

.

.

.

* * *

밴픽 창에서 들리우는 각 챔피언들의 목소리.

오늘 만큼은 상당히 익숙지가 않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클라이언트가 중국어 버전인 탓이다.

'뭐, 대강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물론 회화 쪽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로드 오브 로드 내에서 사용되는 알림 정도는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다.

챔피언들의 대사는 척하면 척.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알림은 몇 개 되지도 않으니 기억나지 않으면 곤란하다.

'아이템 보는 건 조금 불편하긴 해도 큰 문제는 없어.'

내가 지금까지 일이 년 이 바닥을 구른 게 아니다.

미국에 있을 때도 한 번 겪었던 과정이라 이제 와서 불편을 느끼진 않는다.

그리고 지금 지짜로 불편한 사항은 따로 있다.

"^%$미드 가지마 #%@%. 봇라인 ^%"

"당연하^@#$ 봇만 $#^…"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는 알아듣기 힘들다.

그렇지만 대강의 요지는 이해가 된다.

롤용어 위주로 회화를 공부한 보람을 느낀다.

덕분에 아군들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일말의 가능성을 배제해도 돼서 다행이다.

"청윈 감독이 미드는 뭘 해도 괜찮으니 부담없이 평소 하던 걸로 하라고 합니다. 자기네 선수들이 맞춰줄 수 있다네요."

"아하..? 뭐, 알겠습니다. 부담없이, 아주 부담없이 평소 하던 걸 픽하도록 하죠."

창명씨의 통역은 여기까지다.

앞으로는 나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

그러니까 나 혼자 싹 쓸어담을 수 있는 챔피언을 한다.

나는 픽차례가 되자마자 부담없이 픽을 박았다.

픽을 박자마자 난리가 났다.

감독이 창명씨를 통해 무어라 소리칠 정도로 말이다.

"청윈 감독이.. 조금 흥분한 모양입니다. 마음대로 하는 건 상관없으나 게임을 이길 생각이 있냐, 그렇게 묻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주고 받았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감독은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내가 픽박아버린 챔피언을 보고 어지간히 당황한 모양이다.

"문제 없으니 진행하라고 전해주세요. 제가 못하면 그때 가서 따지라 하시고."

"예,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뭐 잘 모르니까요."

창명씨의 표정도 조금 떨떠름하다.

전문가가 아닐 뿐이지 그도 롤을 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일 테다.

한 마디의 상의도 없이 픽박아버린 챔피언.

최근 할 기회가 유독 없었던 AP마검사다.

혼자 다해 먹기에 내가 알기로 이보다 더 괜찮은 챔피언은 없다.

'진작 리메이크가 됐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이라니. 아무래도 뜰 일이 없어서 그렇겠지.'

내 기억에 의하면 마검사는 한 달쯤 전에 리메이크가 되어버릴 운명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는 대략 추측이 가능하다.

일을 당겨서 했다는 것은 본래 해야 할 일을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최근 원딜 챔피언들에 대한 논의가 유독 뜨겁다.

기존 챔피언, 신규 챔피언 가리지 않고 화두가 맹렬히 달아올랐다.

다름아닌 나 때문이라는 사실은 말해서야 입만 아프다.

게임사의 관심은 뜨거운 감자가 된 원딜 쪽에 쏠리게 되었다.

필연적으로 안 그래도 픽률이 낮던 마검사라던지, 관심을 줄 여력이 없다.

그렇다고 아예 손을 안 대진 않겠지만 조금 늦어져 버렸다.

덕분에 오늘 게임 풀기 조금 재밌어지리란 전망이다.

'오…. 관중석이 가까워서 그런지 진동이 장난 아닌데?'

이곳 제2 상해 E-스포츠 센터는 그 크기에 비해 무대가 좁다.

그리고 사방이 완전 관중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부스 안이 상상 이상으로 거세게 울리우고 있다.

이만한 관중이 홈그라운드로 작용한다면 썩 기분 좋은 상황이 아니다.

내가 마검사라는 픽을 해버린 데에는 그러한 심산도 깔려있었다.

국경을 막론하고 로드 오브 로드 유저라면 재미있는 픽을 반기지 않을 리 있을까?

관중들의 반응은 역시나 굉장히 뜨겁다.

이 열기를 나의 것으로 가져와야 한다.

게임은 별 탈 없이 시작하였다.

픽박는 것을 막았으면 모를까 해버린 시점에서 교환은 있을 수 없다.

조합을 생각하지 않고 픽해버리는 행위는 물론 프로 시점에선 아웃이다.

하지만 자기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뭘 해도 상관없다, 평소 하는 걸로 부담가지지 말고 픽해라.

그렇게 말을 꺼내온 쪽도 저쪽이다.

그래서 원래 하던 마검사 칼픽 저질러주었다.

사샤샤샥-!

마검사의 Q스킬, 알파 슬래쉬가 미니언을 크게 긁는다.

미드 라인에서 나와 맞서게 된 상대는 카서트.

나의 이름값을 생각해 지극히 무난한 챔피언을 고른 모양이었다.

그 선택이 과연 좋은 쪽으로 작용할지, 게임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알 수 있어 보인다.

'정글러가 생각이 있으면 미드 갱을 오는 거고. 없으면 안 오는 거고.'

사전에 아군의 나머지 선수들끼리 쑥덕거리는 내용을 듣기는 했다.

그 말 그대로 흘러간다면 상황이 썩 웃어주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다간 자멸의 길로 빠지기 딱 좋다.

기고만장, 자존심이 두터워 보이는 그들이 정말 큰소리 떵떵 칠 입장이 되는지 나도 궁금하다.

미우나 고우나 한동안은 같이 게임을 해야 한다.

천천히 파밍을 하면서 다른 라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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