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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식
사샤샤샥-!
알파 슬래쉬 한 방에 미니언들이 허수아비처럼 쓰러진다.
딱히 킬이나 어시스트를 먹지 않았어도 파밍의 힘이다.
미드 라인의 파밍은 상당히 무난한 느낌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주 난장판이었지만.'
6레벨 전에는 엄청나게 들쑤셨다.
이 자식들 미드에 전세라도 냈나.
마음 같아서는 한 소리 하고 싶었을 정도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갱킹이 성공하는 일은 없었다.
카서트는 갱호응이 좋은 챔피언이 아니다.
4레벨에 배우는 통곡의 벽이 유일한 호응기다.
당연하게도 내가 그까짓 거에 걸려줄 리 있을까.
너무 심하게 미드를 찌르는 바람에 점멸이 한 번 빠진 게 고작이다.
그마저도 6레벨을 찍고 궁극기를 배우는 순간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호응할 CC기가 둔화 뿐인 카서트는 둔화 면역의 마검사를 잡는 게 불가능하다.
'문제는 지금부터야.'
아군도 나름 실력은 있는지 봇라인에서 선취점을 가져갔다.
내가 미드 라인에서 버텨줬으니 그 정도도 못하면 곤란하다.
지들끼리는 웃고 떠들고 난리가 났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봇라인에서 계속해서 교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유저들은 싸움을 극도로 선호한다.
알고는 있었지만 얼마 전까지 아마추어 출신이라 그런지 더하다.
아주 피터지고 박터지게 치고 박고 난리가 났다.
그 결과, 필연적인 손해가 발생하고 말았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 더블 킬!
아군이 당했습니다!
싸우기는 잘 싸웠다.
문제는 상대의 스킬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봇라인의 교전을 카서트가 궁극기로 지원했다.
마검사라는 챔프의 특성상 카서트의 궁지원을 막을 수 없다.
점멸의 유무 때문에 마음 놓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냥 까놓고 말해 봇에서 싸우는 판단이 멍청한 짓이었다.
'그걸 알만한 실력은 아니여 보이지.'
라인전을 진행하며 아군의 움직임을 쭉 살펴봤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 녀석들 형편없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꼬라지가 훈련 잘 받은 프로게이머는 아니다.
동네 조기축구 하듯이 공 뜨면 몰려다닌다는 분위기다.
감독과 코치라는 인간들이 얼마나 능력 없는지도 알겠다.
선수들의 판단력에 문제가 보인다는 건 이를 총괄하는 이들에게도 당연 책임이 크다.
한 마디로 개판이다.
더욱 웃긴 건 2부 리그라고 하나 이런 팀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중국의 수준, 어느 정도인지 내가 구태여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죄다 때려 잡는 거지 정신차리게 교육하는 건 아니니까.
'대략적인 성향은 파악했어.'
치고 박고 싸우는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기본기, 콕 짚어 말하자면 싸움 자체는 잘한다.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 인정할 만하다.
스트리트 파이터라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은 대회,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라면 형편없는 실수다.
설사 상대팀 또한 비등비등한 수준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된다.
너희 같은 놈들 보고 일반 유저들이 죄다 따라하면 곤란하다.
나는 천천히 마실을 나갔다.
쟤네들이 늘여놓은 걸 치울 시간이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당도할 수 있었다.
<진격에 섰다!>
궁극기를 발동하고 빠른 속도로 달려나간다.
정글러의 개입이 없다면 미드 라인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
실력 차가 나는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이말인 즉, 한 번 라인을 밀었을 때 내 움직임을 상대가 견제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점멸이 없는 탓에 나도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섣불리 움직이다가 가는 도중 정글러에게 걸리면 도망도 못 간다.
하지만 이렇듯 상대 정글이 봇라인에 보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궁국기의 가속 덕에 아슬아슬 기회가 닿는다.
나의 시야에 체력이 비슷하게 남은 조아라와 헤이클린이 걸렸다.
사샤샤샥-!
일단 긁기만 한다면 게임 셋이다.
알파 슬래쉬가 체력이 절반 밖에 남지 않은 조아라에게 작렬한다.
연이어 들어간 평타와 발화에 의해 조아라의 목숨줄이 끊어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AP마검사가 적 한 명의 적을 처치해냈다.
이는 1+1 이벤트가 벌어진다는 소리와도 일맥상통한다.
마검사의 궁극기, 마지막 전사는 적 처치시 모든 스킬의 쿨타임을 초기화시킨다.
헤이클린을 향해 두 번째 알파 슬래쉬가 그어졌다.
─더블 킬!
만약 헤이클린부터 노렸다면 역관광을 당하는 건 내가 됐을지 모른다.
조아라가 나를 묶고 그 위에 덫이 깔려지고.
궁극기 시간이 끝나면서 포탑의 공격에 농락당했을 수 있다.
그 정도도 계산하지 못할 내가 아니지만 말이다.
사샤샤샥-!
1+1 이벤트에 시식 코너까지 맛본다.
원래 마검사가 다른 라인에 갔을 때는 알파 슬래쉬 한 번 긁어주는 게 예의다.
미니언 웨이브를 처리한 후 귀환하자 아이템이 완성된다.
찰칵!
첫 번째로 선택하는 아이템은 부자베인.
팀파이트 위주였다면 라둔의 죽음투구를 선택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게임의 상황이 그러지를 못하다.
혼자 다해 먹어야 답답한 속내가 조금은 풀릴 듯 보인다.
'내가 알아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네.'
방금 전, 내가 봇라인에서 아군의 실수를 주워 먹은 것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대화의 내용은 대략 킬딸을 쳤다.
자신들의 미니언을 먹어버렸다.
얼토당토 하지 않은 헛소리를 해대고 있다.
한 명이 그렇게 말을 꺼내자 나머지들도 찬동한다.
역시 게임 용어가 섞이니 이야기를 알아듣기 쉽다.
눈 여겨 두자.
일단은 내 할 일에 집중할 때다.
사샤샤샥-!
다시 라인에 귀환해 파밍을 시작한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티 파밍이 빨라졌다는 것.
한 번 긋고 평타를 후려갈기면 정글몹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어차피 이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카서트는 억겁의 스태프가 완성됐고, 아군은 미드 근처에서 싸워주지도 않고.'
가능하다면 솔킬을 노리고 싶지만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다.
마법 저항의 망토까지 들고 온 카서트는 유지력이 준수하다.
맞파밍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 결론이 났다.
이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다소 아쉬운 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솔블루를 하면서 전체적인 구도를 훑어보았다.
정글러 자식이 블루를 주지 않아 혼자 먹는 수밖에 없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늦게 준다라. 아주 전형적인 레파토리구만.'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진 않았지만 결과는 매한가지다.
어쩔 수 없이 약간의 미니언 손해를 감수하고 솔블루를 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봇라인에서는 또다시 교전이 이루어졌다.
쿠! 챠앙!
<버거킹!>
질리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싸워댄다.
뭐, 블루를 리쉬하지 못하는 핑곗거리를 만들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아군 정글러 탈리반 3세가 궁극기를 냅다 때려 박았다.
'이건.. 죽겠는데.'
싸우지 않아도 될 타이밍에 어거지로 싸움을 건다.
좋은 구도의 한타가 열릴 리가 없다.
먼저 들어간 탈리반 3세를 호응하기 위해 아군 봇듀오가 움직이지만 막힌다.
조아라가 깔아버린 뿌리식물의 지옥이 접근을 불허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결국 탈리반만 끊겨버리는 형국이 되었다.
한 발 늦게 도착한 거미여왕에 의해 잡아먹혔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무능한 아군을 한탄하기엔 시간이 아깝다.
나는 탑라인을 향해 하나 핑을 찍었다.
지극히 일반적인 판단이다.
탑라인의 상황은 다이브 치기에 더없이 적절하다.
호응이 제대로 될지 안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차피 밑져야 본전.
이미 블루를 먹기 위해 방향을 튼 이상 봇라인으로 백업 루트가 잡히지 않는다.
시선이 아래쪽에 쏠린 만큼 위쪽은 빈틈 투성이다.
<잘 보고 배우게!>
포탑을 허그하고 있는 잭트를 향해 달려나간다.
일단 한 번 평타로 스윽 베어내자 반응이 온다.
포탑의 공격이 나에게 쏠리자마자 잭트가 봉을 돌리면 반격한다.
사샤샤샥-!
타이밍을 제대로 맞춰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킬 상성에 있어 주도권이 잭트에게 있다.
한 번 스턴을 당하는 것은 필연이었다.
물론 당연히 상정했던 결과다.
위이이이잉..!
5초에 걸쳐 빠른 속도로 체력이 차오른다.
마검사의 W스킬, 명상은 계수가 너프되긴 했지만 충분히 찰거머리다.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 각각 200씩 오르며 맷집이 어마어마해진다.
하이브리드인 잭트의 공격을 받아내기에 최적화된 방어기다.
꽈아아앙!
생각보다 한참은 늦었다.
아군 탑라이너 말화이트가 잭트를 들이박았다.
머뭇거리던 무빙에서 유추하건데 상당히 고민한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박기는 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Qookya AllMaster님이 학살 중입니다!
애초에 포위한 시점에서 잭트는 죽은 목숨이었다.
몇 초 더 생존을 하느냐, 그리고 나를 데려갈 수 있느냐.
딱 그 정도의 차이였는데 당연히 실패했다.
부자베인이 묻은 평타로 잭트의 목숨을 거둬들였다.
사샤샤샥-!
재차 돌아온 알파 슬래쉬로 미니언을 사르르 쓰러뜨린다.
알파 슬래쉬는 아주 잠시간 맵에서 사라지는 효과가 있다.
마치 거미여왕의 거미줄과 나무카이의 일그러진 전진과도 비슷하다.
포탑의 공격 방향이 미니언에게로 옮겨지며 나는 생존할 수 있었다.
위이이이잉..!
생존만 하면 체력을 채우는 것은 간단.
명상을 하자 바닥까지 내려갔던 체력이 거짓말 같은 속도로 차오른다.
이마저도 계수가 너프된 회복력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나는 말화이트와 함께 포탑을 두들겼다.
포탑이라는 건 깰 수 있을 때 깨놓는 것이 좋다.
어차피 두 번의 로밍에 의해 미드 포탑은 부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이 아군의 포탑을 파괴하였습니다!
킬을 땄으니 분명 손해는 아니다.
그래야 했지만 아군의 실수가 스노우볼을 만들어버렸다.
카서트를 대동한 네 명의 적이 용으로 향한다.
─적팀이 용을 처치하였습니다!
만약 탈리반이 살아있었다면 견제가 가능했을 것이다.
스틸도 충분히 노려볼 만했다.
내가 초반에 미드에서 버텨준 덕에 봇라인은 아군이 우세하다.
뒤집힐 뻔도 했지만 더블 킬을 따내 원점으로 되돌렸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스노우볼이 탈리반의 스로잉 한 번에 도로아미타불.
이렇게 되면 탑라인에서 한 발 더 나가는 판단을 해야 한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본래라면 1차만 깨고 빠지는 게 옳은 판단이었다.
섣불리 욕심을 냈다가는 용이 먹혀버리니 당연하다.
그런데 그 용이 나가버렸으니 한 걸음 더 발을 내딛는다.
말화이트와 함께 탑라인의 2차 포탑을 밀어버렸다.
궁극기를 타워 깨는데 소비해야 하긴 했지만 괜찮다.
그 궁극기가 반드시 필요한 용한타를 할 일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찰칵!
아군에게서 답을 찾기가 힘들다.
이 경우 머리 싸매고 어떻게든 화합을 하고 오더를 하고.
이런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처음 마음 먹었던 대로 초지일관 밀어붙인다.
-Qookya AllMaster님이 '테자이의 재능약탈자'를 구입하였습니다!
이런 느낌으로 채팅창이 한 줄 올라갔을 것이다.
나야 뭐 회화를 배운 거지 한자를 공부한 건 아니라 해석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북미 클라이언트도, 한국 클라이언트도 공통으로 반응하는 사항인 만큼 틀릴 리는 없다.
아군 선수들의 반응을 보면 아마 확실하다.
"@$# 미쳤 %^@ 대회 [email protected]"
"테자이%#! 감히!#[email protected]"
상당히 흥분했는지 말을 내뱉는 속도가 빨라졌다.
느리게 말했다면 거진 알아 들을 수 있을 것도 같았는데 아쉽다.
중국어 회화에 적응 하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할 듯 보인다.
'미드 1차도 깨졌고 파밍만 하기도 마땅찮은데 또 쌈박질이나 해줬으면 좋겠네.'
어이없이 죽더라도 양념만 좀 치면 내가 알아서 잘 받아먹는다.
마침 착하게도 봇라인에서 또 무언가를 일으킬 예정 같다.
나는 카서트를 견제하는 움직임을 취하며 몰아 넣었다.
탑라인의 로밍 덕에 나와 카서트는 성장 격차가 벌어졌다.
부자베인이라는 아이템은 잘만 활용하면 솔킬각 잡기에도 용이하다.
궁극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뻔한 속셈을 가진 카서트는 포탑을 허그하며 사리고 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기회로 연결된다.
<버거킹!>
얘네들은 혹시 학습능력이 없는 걸까.
아니면 하도 치고 박고 싸우기만 하다 보니 단순무식 근육뇌가 돼버린 걸까.
아군의 이니시에 의해 봇라인에서 또다시 쌈박질의 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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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내용은 팀원들의 속내에 대한 직접적인 서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