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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87화 (587/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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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식

제2 상해 E-스포츠 센터에서 치러지고 있는 2군 리그.

상해 LSPL의 준결승전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화제를 몰고 온 신생 게임단 쿡야의 연승으로 말이다.

그런데 세 번째 세트에서 선수가 교체됐다.

그리고 패배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누가 원흉인지 잘잘못을 따지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선수 교체가 이루어진 후 쿡야의 선수들이 말렸습니다, 우연일까요? 아닙니다. 미드가 바뀐 여파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세트에서 교체된 선수는 다름아닌 올마스터였다.

쿡야에서는 연거푸 홍보를 하긴 했으나 설마했다.

뭐, 비슷한 기대치를 갖는 에이스 하나 섭외하는 정도겠지.

그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데리고 와버렸다.

올마스터라 보이는 자가 뜬금없이 대회에 난입했다.

현재 세 번째 세트에서 그는 미드라이너로 플레이하고 있다.

우습게도 경기의 상황은 썩 웃어주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저는 시청자 여러분들께 가장 중립적인 태도로 상황을 이야기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게임이 말린 것이 우연의 산물이다, 도저히 그렇게 이야기하기는 힘들어 보이는군요? 같은 팀의 선수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올마스터는 파밍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요? 솔로랭크에서 이러한 팀원을 만난다면 과연 좋은 기분일까요? 단언컨대 저는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LSPL의 중계를 맡은 캐스터, 더우니 버빈이 단도직입적으로 올마스터의 플레이를 비꼬았다.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그는 평소 타국 선수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악명이 높다.

해외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않지만 국내, 중국에서는 두터운 팬층을 소유하고 있다.

도를 넘은 편파 중계가 민족주의가 강한 중국에서는 오히려 환영을 받는 추세다.

그가 쏘아내는 비난의 화살은 올마스터조차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더우니 버빈에게 있어 자국민이 아닌 프로게이머는 전부 평가 절하의 대상이다.

깔 거리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그의 중계는 분명 수준이 높지만 악용이 되는 일이 흔했다.

현재 봇라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전에 대한 평가도 굉장히 박하게 내려지리란 전망이다.

<탈리반 3세 돌진! 점멸 없는 조아라 가두면서 그 위로 포격 쏟아집니다!>

<고르키가 과감한 앞대쉬로 잡아냈습니다! 제3서버 솔로랭크에서도 악명이 높은 차우차우의 트레이드 마크죠!>

쿡야는 게임 시작 이후 집요하게 봇라인만을 파고 있다.

이전 세트에서는 비교적 중심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었으나 바뀌었다.

어쩌면 미드라이너의 교체에 따른 팀의 성향 변화일지도 모른다.

수 차례나 이루어진 봇교전에서 쿡야는 분명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초반까지는 분명히 그러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게임이 점점 산으로 간다.

상대 NK 게이밍의 반격이 생각 이상으로 매서웠다.

<조아라를 끊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종말곡이 지대한 영향 미치면서 오히려 손해 보는 교환이 나왔습니다!>

<탈리반이 헤이클린에게 당하고, 고르키는 종말곡에 마무리되고. 들어가는 판단이 실수였을까요?>

게임의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상황을 분석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어떤 스포츠일지라도 편파 해설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캐스터의 입장상 교전 중에는 입을 다물고 있던 더우니 버빈이 이를 따끔하게 질타했다.

<쿡야의 선수들은 전부 공격적입니다. 매 게임 날카로운 모습 보여주며 LSPL 첫 참가임에도 승승장구 준결승전까지 올라왔죠. 그러한 쿡야의 색깔에 올마스터가 맞춰주지 못하고 있다. 실력의 부족이든, 팀워크의 부족이든 자신의 명성에 심취해 연습을 부진한 게 아닐까,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사실 여하를 막론하고 그가 말하는 것은 중국 내 팬들의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낸다.

그럴 듯 하기도 하거니와 결정적으로 입맛에 맞는다.

중국 로드 오브 로드 팬들의 심층 의식에는 열등감이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과거 북미와 유럽 다음으로 로드 오브 로드 최강국이라 명성이 높았던 중국이다.

특히 원딜러 하나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비교할 수 없다.

시간이 갈수록 세계는 13억 중국인들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한 자부심에 심취해 있었는데 이게 웬걸?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한국이 북미와 유럽에게도 인정받는 수준으로 올라와 있었다.

원딜 강국이라는 타이틀 또한 자연스레 침범받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단 한 명의 선수 때문이다.

중국 내에도 올마스터, Unknown Error의 팬은 분명히 많다.

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지극히 강경한 입장을 이들도 적지가 않다.

일반 팬들도 은연중에 좋지 않은 마음이 조금씩은 존재했다.

그런데 정규 해설자가 대놓고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준다.

강경파의 발언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것은 필연이었다.

더우니 버빈의 편파 해설 또한 나날이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사샤샤샥-!

물론 그가 악의적인 해석을 한다고 게임의 결과가 바뀌는 건 아니다.

올마스터의 마검사가 봇라인에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만만한 건 역시 원딜러, 헤이클린이 칼날의 이슬이 되어 사라졌다.

<깔끔한 솔킬입니다! 반 피가 넘었던 헤이클린이 순식간에 녹았어요? 마검사에게 이만한 딜이 있었던가요?>

<저도 잘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명상에 의한 평캔 들어가면서 투망을 쓸 겨를조차 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픽을 할 당시만 해도 상당히 우려됐는데 게임 내에서 스코어.. 만은 굉장히 좋습니다.>

두 해설자가 더우너 버빈의 눈치를 보며 급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말은 발언권, 영향력 또한 상승하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얼마 전, 상해 E-스포츠 계의 중역들이 물갈이가 돼버리면서 더우니 버빈은 사실상 눈치 볼 사람이 없는 수준이다.

현재 LSPL을 유치하고 있는 관계자들까지 그의 맹렬한 지지자라는 소문이 있다.

<이러한 생각도 드는군요? 팀을 희생시켜 킬을 받아먹는다니, 프로 선수가 필히 갖춰야 할 팀플레이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이 선수가 과연 올마스터일까요? 만약 맞다면 그의 명성은 손 대면 바스라질 허명인 건 아닐까요? 대회를 진행하는 캐스터로서 진지한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현재까지 이루어진 게임의 양상.

마검사가 킬을 먹었을 때는 전부 아군 한두 명이 전사한 상황이었다.

이는 아군의 무분별한 스로잉을 올마스터가 커버쳐준 것이지만 더우니 버빈의 해석은 달랐다.

그리고 그 해석은 LSPL을 관람하고 있는 일부 팬들의 마음에 쏙 들었다.

<혹시 북미에서도, 한국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게임을 이긴 것은 아니었을까요?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얍삽한 선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올마스터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이번 경기로 인해 많이 사그라들었다는 느낌입니다.>

얍삽하기 그지없는 플레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다는 올마스터에 걸맞지 않다.

올마스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이가 들었다면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를 정도로 더우니 버빈은 편파 해설에 이골이 났다.

그가 짧은 시간에 인기를 모을 수 있던 건 타국에 비해 성장이 지지부진한 중국 프로판의 추세와도 분명 맞물린다.

하지만 그 개인으로서도 이해 관계에 얽힌 타인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제법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대로 게임이 흐르면 팀의 막대한 희생을 딛고 캐리 비슷한 걸 해낼 수도 있어 보이네요. 저는 여기서 시청자분들께 묻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것이 정말로 캐리일까요? 올마스터 띄워주기의 한 방식이 되는 건 아닐까요? 만약 그가 MVP를 받는다면 제 개인적으로 유감을 표하겠습니다.>

자연스럽게 올마스터의 캐리를 부정하기에 이르른다.

아무리 깎아내려도 단순히 KDA만 보자면 다섯 명의 팀원들 중 올마스터가 당연 군계일학이다.

성장의 정도 또한 압도적이다.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과연 올마스터 본인의 힘으로 이룬 것일까?

관심이 일만한 음모론을 끼얹으면서 또 다른 해석을 더하고 있다.

그 정도 떠들었으면 슬슬 이야기를 멈출만한 상황임에도 그는 바쁘게 턱을 움직였다.

<테자이의 재능약탈자가 가지는 막대한 딜로스, 프로 리그에서 해서는 안될 선택입니다. 같이 게임을 하는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거든요. 하지만 덕분에 올마스터는 더욱 더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과연 단순한 우연의 일치에 불과할까요? 판단은 시청자분들의 생각에 맡기겠습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해설자의 입장에서 듣기 좋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떠벌렸다.

감추고 싶은 바는 가리고, 보이고 싶은 바는 두각시켰다.

들은 이들의 해석이 치우쳐지는 것은 당연했다.

이는 너무나도 유명한 선동의 한 방식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더우니 버빈이 올마스터를 꼬집는 사이에도 게임은 진행되고 있다.

그가 해설자의 말을 막은 채 혼자 떠벌떠벌 떠들어댄 이유이기도 하다.

쿡야의 정글러가 또다시 한 번 짤려버렸다.

그로 인해 예상되는 막대한 피해.

3킬 이상의 글로벌 골드를 가져다주는 용이 NK 게이밍의 손아귀에 넘어가기 직전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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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금까지 정말 여러 선수들과 발을 맞춰봤다.

비교적 실력이 떨어지는 이들부터 시작해 탑클래스,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유명인들과도 같은 팀에 소속돼 값진 경험을 쌓아왔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마이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 정도야 여반장이다.

'참, 다른 건 몰라도 행동 방향이 단순해서 특정하긴 좋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쉽다고 말할 수 있다.

단순무식 초지일관.

게임 시작부터 쭉 공격 일변도다.

성장 격차를 내세워 적을 찍어누른다.

피지컬과 순간 판단력에 자신이 있는 솔랭 유저들이 즐기는 일명 아마추어식 운영이다.

한국의 2부 리그 LML에도 이러한 습관을 못 버린 이들이 허다하며 실제로 왕왕 먹히기도 한다.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만 받쳐준다면 어설픈 프로식 운영보다 실제로 낫다.

수영으로 보자면 자유형과 평형정도의 관계다.

차후 파프리카TV의 후원을 받게 될 팀이 아마추어식 운영으로 롤챔스까지 진출한 기억이 있다.

'근데 너희는 아니야.'

이러한 아마추어식 운영의 결정적인 약점은 한 번 말리면 밑도 끝도 없다.

그리고 한 번 허점을 잡히면 다음 세트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부분이다.

패승승이나 패패승승승 같은 역전을 당하기에 딱 좋다.

어디까지나 예상이긴 하지만 이 팀, 내가 없었으면 알아서 자멸하지 않았을까.

당장 진행되는 게임에서도 하는 꼬라지가 썩 정상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정글러가 너무 쉽게 끊겨준다.

엄밀히 타박하자면 자신의 부성장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탈리반 3세는 라인전 단계에서 몇 번이나 허무하게 끊겼다.

아이템도 레벨도 좋지 못한 몸을 이끌고 평소하듯 플레이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그 모양 그 꼴이 난다.

솔로랭크에서 한 번 죽은 아군이 계속해서 죽어주는 이유, 킬이 엄청 많이 터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일정한 수준에 든 프로게이머는 이러한 로스를 최소한으로 줄인다.

아군이라는 것들은 프로게이머를 자처하기엔 한참은 이르다.

'그래도 일단 게임은 이겨야 하니 어떻게 수는 내야겠는데.'

상대는 탈리반을 자르고 용에 모였다.

스틸 당할 염려없이 아주 수월하게 용을 트라이한다.

여기서 또 한 번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갈린다.

막말로 아군은 아무것도 안 하고 뒷짐 지고 서있는 모앙새다.

하다 못해 다른 라인 관리를 하거나 윗정글 카정이라도 치던가.

수준이 좀 떨어지는 프로 리그에서 자주 보이는 결정장애다.

아무래도 등을 떠밀어줘야 감을 잡으려나 보다.

─Qookya AllMaster님이 조아라를 지목!

일련의 움직임은 순간적이고 신속해야 한다.

어차피 모 아니면 도다.

나는 궁극기를 발동하고 빠르게 쏘아졌다.

쏘아지는 척, 무빙을 끊듯이 멈췄다.

엉겁결에 같이 움직이던 말화이트는 채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박아버린다.

꽈아아앙!

낚시신공 오의, 이니시 거는 척만 하기!

솔랭에서 아군 쫄보들이 한타 안 해줄 때 사지로 밀어버리는 노하우다.

갑자기 꼴아박는 척 해서 지금 한타 하려는 거구나 호응하게 만든다.

말화이트의 궁극기가 한타 개시의 신호가 되었다.

쫘악-!

분위기에 휘말린 건 적팀도 마찬가지다.

역이니시의 대가로 불리우는 조아라가 궁극기로 아군의 접근을 저지한다.

앞으로 2초 후, 뿌리식물들이 고개를 들이밀며 범위 안의 적들을 하늘로 튕굴 것이다.

그 전에 움직인다.

사샤샤삭-!

이번에는 진짜로 간다.

조아라를 중심으로 낙엽이 일듯 바람이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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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도니 버밀리언을 정말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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