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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식
─적을 처치했습니다!
Qookya AllMaster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한 명, 단 한 명이면 족하다.
어떻게 하나만 요리하면 끝이다.
나머지는 AP마검사의 칼 끝에 도미노처럼 와르르르르!
AP마검사의 존재 이유임과 동시에 쓰일 수 없는 원유이기도 하다.
'나한테는 아니지만.'
과거 AP마검사를 주챔피언으로 활용했을 적.
그 시절의 나는 조금 앞서나갈 뿐이었다.
얄팍한 지식과 약간 더 뛰어난 판단력이 밑천의 전부였다.
실제로 조금만 강한 상대를 만나면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매 한타 수준 높은, 불가능에 한없이 가까운 판단력을 요구하는 마검사의 성능을 최대치로 이끌어낼 수 있다.
꿈만 같은 이상을 현실로 바꾸어낸다.
정밀한 스킬 배분과 도를 넘지 않는 딜계산.
한 발 더 나아가 상대의 반응까지 예측해 뛰어넘는다.
지금의 나라면 혼자서 모든 적을 싹 쓸어담을 기량이 충분하다.
사샤샤삭-!
두 번째 알파 슬래쉬가 헤이클린을 향해 그어진다.
어지간히 놀랐는지 타겟팅이 되자마자 점멸로 도망갔다.
모르긴 몰라도 머릿속에 주마등이 스쳤을 거다.
미안하지만 기사회생따위 허용하지 않는다.
알파 슬래쉬는 한 번 타겟팅 된 대상을 지옥 끝까지 따라간다.
점멸을 쓰더라도 헛수고.
거기서 한 번 더 투망을 사용해 튀어오른다 해도 마찬가지다.
시간따위 단 1초도 벌 수 없다.
써컹! 써컹!
두 번, 아니 세 번의 평타가 겹치듯 썰어진다.
점멸로 따라가 명상 평캔을 욱여넣은 결과다.
마검사의 패시브, 연속 공격이 터지며 헤이클린은 날아가던 자세 그대로 토막이 났다.
─더블 킬!
단 1초라도 늦어졌다면 위험했을 것이다.
나와 헤이클린이 있던 자리에 실뭉치가 쏘아졌다.
잭트 또한 봉을 돌리며 도약했다.
그들이 노렸던 대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사샤샤삭-!
알파 슬래쉬가 카서트의 목을 긋는다.
이미 두 번 썰려 체력이 적지 않게 나갔다.
은전자의 망토가 있다고 한들 무적이 될 수는 없다.
부자베인과 우주류 도법에 의해 강화된 평타가 카서트를 난도질 한다.
─트리플 킬!
Qookya AllMaster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만약 말화이트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알파 슬래쉬 한 번 긁고 끝이었다.
헤이클린을 적절하게 순삭내지 못했다면 CC기 연계에 녹아버렸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해냈기에 트리플 킬, 혼자서 한타를 찢어발길 수 있다.
여기서 더 들어갈 필요가 없다.
쫘악 펼쳐져서 아군의 진입을 막고 있던 뿌리식물의 지옥이 걷어졌다.
말화이트는 전사했지만 나머지 두 명의 아군이 들이닥친다.
당연하게도 막타를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쿼드라 킬!
펜타 킬-!
전설의 출현!
마무리..!
나 혼자 다 만들어 놨는데 이제 와서 숟가락 얹기는.
어차피 바로 들어가 봤자 맷집이 되는 두 탱커는 잡지 못했다.
아군의 진입을 일부러 기다려주고 깔끔하게 막타.
첫 번째 한타에서 펜타 킬이라는 대업을 거두었다.
.
.
.
* * *
올마스터 따위 없어도 충분히 이긴다.
의기양양 세 번째 세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경기의 내용은 갈수록 태산이었다.
그렇게나 신경을 쏟았던 봇라인이 폭삭 망했다.
완전히 방관했던 미드라인은 역으로 미쳐 날뛴다.
가진 바 힘의 격차를 보여주겠다는 듯 가감이 없다.
열 명의 선수가 존재하는 소환자의 전장에서 오직 그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펜타 킬!
상대 팀도 어지간히 당황했을 것이다.
그 이상의 쿡야 게임단의 선수들은 얼어 붙었다.
어떻게 말대꾸조차 할 수 없는 완벽한 캐리.
두 눈으로 직접 본 이상 반박의 여지가 없다.
말화이트를 먼저 밀어 넣었다.
경기가 끝나고 한 소리 해줄 작정이었다.
아니, 그걸 들어간다고 같이 들어가 주냐?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린 이야기다.
따질 여유도, 힘도 남아있지 않다.
난생 처음 괴물을 범접한 느낌이었다.
터억.
선수석에 앉은 쿡야의 선수들이 헤 벌렸던 입이 소스라치듯 닫아졌다.
계기가 없었다면 적어도 수 초, 어쩌면 몇 분은 닫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청윈 감독이 두 선수의 의자 위에 각각 손을 올렸다.
"고작 한 번, 어쩌다 잘 맞아 떨어졌을 뿐이야."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다.
올마스터에게는 들리지만 저 뒤의 벤치에 앉아있는 통역자에게는 닿지 않는다.
결코 길지 않은 설명임에도 선수들은 청윈 감독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최소한 관중들은 그렇게 생각하겠구나!'
현재 LSPL의 중계를 맡은 사람이 누구인가?
해외 선수들에 대한 편파 해설로 지극히 유명한 더우니 버빈이다.
정도가 심해 지탄을 받기도 하지만 팬층은 그 이상으로 두텁다.
애초부터 중국은 민족주의의 성향이 짙은 나라.
나라의 이름부터자 중국(中國), 세계의 중심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해설을 포장해주면 곧이곧대로 믿는다.
그 포장 능력에 있어서 더우니 버빈은 쓸데없이 유능했다.
그런 그라면 분명 방금의 상황을 어떻게든 넘겨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잘해낸다면, 혹은 못하게 만들면 된다.
팀원들의 생각은 하나로 모아졌다.
"아까처럼 혹해서 이니시 걸어주지 마."
"말화이트가 들어가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 없었잖아."
"..미안."
어차피 게임 스코어는 두 점이나 앞서는 상태.
한 판 정도 지더라도 큰 손해가 되진 않는다.
이유를 붙여 올마스터를 선수석에서 내쫓기에도 알맞다.
펜타 킬의 성과도 유야무야 묻어질 것이다.
"마검사는 한타 안 열리면 할 거 없는 챔피언이니까 그 점 생각해."
"후반 가서 상대 수호악마나 무효화의 장막 나오면 위력도 급감하니 최대한 시간 끄는 식으로 가자."
방향성이 정해지니 대책이 논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강렬했던 임팩트도 서서히 희미해져 갔다.
사고의 방식과 맞물리자 제멋대로 자기 좋은 쪽의 기억만 남는다.
원래 마검사라는 챔프가 좀 그렇지 않은가?
한 번 킬을 먹는 게 힘든 거지, 먹기 시작하면 짱구는 못말려다.
누구나 알고는 있음에도 천상계에서 안 쓰이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어쩌다 한 번 흥해가지고 기고만장 하기는."
"초반에 우리 덕에 킬 주워 먹어서 그래. 아니었으면 미드에서 카서트한테 얻어 터지다 타워만 내줬겠지."
마찬가지로 프로 리그에선 더더욱 안 쓰인다.
아주 간간히 나온 적은 있지만 대부분 좋은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어쩌다가 운 좋게 맞아 떨어진 적을 따져도 한 손에 꼽기 민망할 정도다.
물론 어찌저찌 잘 풀리면 한타에서 괴랄한 위력을 발휘하긴 한다.
상대의 수준이 낮을수록, 대회 경험이 적을수록 그 위력은 배가 된다.
생각해 보니 지금의 상황이 딱 그러하다.
머리가 복잡했던 만큼 합리화는 의외로 금방 이루어졌다.
"최대한 열심히 해보고. 안되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다들 알지?"
"..일단 해보겠습니다."
청윈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무겁게 끄덕인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미 사전에 한 번 들었던 내용이다.
최악의 경우 게임을 지더라도 상관이 없다.
올마스터가 실수 한 번 거하게 해준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다.
어디까지나 만약을 가정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저 불도저를 막을 수 있을까.
다시 게임에 몰두한 쿡야 선수들의 얼굴은 사뭇 진지해져 있었다.
.
.
.
* * *
입이 벌어지지 않았던 슈퍼 플레이.
마검사가 홀로 한타를 싹쓸이 해버렸다.
그 여파로 올마스터를 지적하던 중계진에게 다이렉트로 미쳤다.
팀플레이가 되지 않는다?
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혼자서 싹 쓸어버리면 되는데 팀플레이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경기의 내용을 통해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중계진은 잠시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잠시다.
더우니 버빈의 주도로 중계는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두 해설자가 장단을 맞춰 게임의 상황을 읊는다.
<이럴 때 변수를 만들 수 있는 건 역시 미드, 그것도 잘 큰 미드겠죠. 그런데 미드라이너가 너무 답답합니다. 10킬을 먹었음에도 잭트에게 속수무책 휘둘리고 있어요!>
너무나도 당연해 두말해서야 입 아픈 상식이다.
준수하게 성장한 잭트를 1대1로 마크할 수 있는 챔피언은 몇 없다.
하물며 AP마검사라니.
AD도 승산이 희박할 지경인데 AP라면 성장 격차를 막론하고 상대가 안된다.
AP마검사는 한타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챔피언.
단순한 스플릿 구도에서는 쓸 수 있는 힘에 한계가 명확하다.
그 사실을 중계진들이라고 당연 모를 리 없다.
알고서도 일부러 편파적인 해설을 해대고 있다.
─파랑 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잭트의 스플릿에 의해 또 하나 2차 포탑이 파괴됐다.
쿡야에서도 탑솔러인 말화이트가 움직여 줬으면 좋았겠지만 굼뜨다.
행동이 너무 굼떠서 잭트의 스플릿에 휘둘린다.
느릿하게 CS를 먹다가 쿡야의 팀원들이 한 명 짤려준다.
<10킬을 먹은 게 다른 챔피언이었다면 지금쯤 스플릿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어야 하는데요, 이런 의문이 드는군요. 쿡야-베이더스는 혹시 스카웃 할 대상을 잘못 고른 건 아닐까요?>
더우니 버빈의 직설적인 비판에 두 해설자가 호응하듯 깔깔댄다.
관중석 이곳저곳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중국 내 여러 중계 플랫폼들의 채팅창도 터지듯 올라온다.
단순한 웃음을 넘어서 올마스터에 대한 비방과 야유.
고작 중국의 2군 리그에서 고전을 하냐는 이야기였다.
그러한 반응에 발을 맞추듯 더우니 버빈이 빈정거렸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다는 게이머조차 LSPL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 게임만 유난히 말린 걸까요? 킬 스코어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나 킬을 몰아 먹었는데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을 해주네요. 언제나 그렇듯 판단은 시청자분들의 몫입니다.>
전체적인 게임 구도에서 일부를 감추고 일부만 꼬집는다.
아닌 사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게임 지식이 깊지 않다.
이제 막 운영이라는 것이 다듬어지던 시즌3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나름 전문가에 속하는 캐스터가 그럴 듯하게 입맛 맞는 포장을 해대니 판단의 방향은 기울어진다.
방송의 시작을 해설자로 했던 더우니 버빈은 캐스터가 된 이후로도 자신의 지식을 잘 활용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과는 거리가 멀지만 인기 하나는 좋을 수밖에 없다.
<봇라인 미니언 웨이브를 쭉 밀어놓고 바론 가는 판단! 운영의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갔다는 반증입니다. 이대로 시간만 끌어도 NK 게이밍은 억제탑을 공짜로 챙길 수 있어요!>
<연승을 하고 있던 쿡야가 갑작스레 저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문이 드는군요? 잭트의 스플릿을 방관한 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아닐까요? 아니면 게임이 끝날 때까지 아군이 어떻게 해줄 거라 기대만 하고 있는 걸까요? 저 더우니 버빈은 그가 가진 바 명성에 걸맞게 여태까지의 실수를 만회하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다리겠습니다.>
10킬을 먹었으니 뭐라도 해봐라.
하지 않으면 전부 너의 탓이다.
더우니 버빈은 관중들의 시선이 전부 올마스터를 보도록 이끌어냈다.
당연하게도 정말 기대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할 수 있을 턱이 있을 리 있나.
아군의 도움 없이 마검사가 선진입을 한다?
아무리 성장을 잘 했다 한들 바보 같은 선택이다.
게임은 이미 후반에 접어들어 방템도 나올 만큼 나왔다.
원딜러는 눈치 빠르게 3코어로 수호 악마를 뽑았다.
딜은 없겠지만 죽지 않는다는 게 중요.
킬리셋의 기회만 주지 않으면 마검사는 무력해진다.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할 건가요. 바론을 내주고 다음은 억제탑입니까? 팀원들이, 시청자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대로 바론을 내주면 다시는 만회할 기회가 없어 보이네요. 심히 유감스러운 노릇입니다.>
더우니 버빈은 가리는 것도 없이 비아냥댔다.
어차피 시청자들의 시선은 올마스터에 있다.
그리고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단순한 캐스터였다면 확신하지 못했을 사실이지만 그는 해설가 출신이다.
혹시 틀리는 일 없도록 캐스터로 포지션을 바꾼 이후에도 사전조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 자신의 파단에 따르면 바론 한타는 아예 답이 없었다.
생각있는 선수라면 저 사지로 들어갈 리가 없다.
저기서 미드라이너가 죽기라도 하면 게임이 아예 끝이 난다.
결정적으로 더우니 버빈은 들은 바가 있었다.
'협조따위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었지.'
올마스터가 경기장에 오는 잠깐의 사이.
그는 지인인 쿡야 게임단의 감독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알아서 올마스터를 요리하라고.
그의 이야기대로 라면 올마스터가 활약할 기회는 두 번 다시 나오지 않는다.
용한타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웠으나 그 이후로는 문제가 없었다.
중요하디 중요한 바론 한타에서는 더더욱 변수가 생기지 않을 터다.
<역시 한국에서 온 올마스터에게 LSPL은 버거운 무대였던 모양입니다. 바론을 무난하게 내주면서.. 어?>
생각이 있다면 절대 들어갈 리가 없다.
하지만 그건 니 생각이고 내 생각은 다르다.
올마스터가 다섯 적팀이 모여있는 사지를 향해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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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579화 전반부에 1천자 가량이 추가되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팀원들의 속내에 대한 직접적인 서술입니다.
어제 새벽 두 시 경에 수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