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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591화 (59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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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1

언어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한동안은 창명씨의 신세를 지기로 했다.

창명씨는 근처의 다른 숙소를 배정 받았다.

만약 방을 구하지 못한다면 같이 살기로 이야기가 오갔었다.

집도 넓으니 사람 두엇 살아도 충분히 괜찮았다.

결과적으로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말이다.

본래 나의 통역을 맡기로 했던 통역사씨.

그가 살아야 할 숙소에 창명씨가 대신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정말 물 흐르듯 일이 잘 풀렸다.

이 단계에서 나는 의심해야 했다.

일이 의아할 정도로 술술 잘 풀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이게 웬 마른 하늘에 날벼락일까….'

숙소, 앞으로 몇 달간은 내 집이 되어 줄 장소에 기분 좋게 도착했다.

여기까지는 정말로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좀 지내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새롭다.

살짝 호화 바캉스 온 듯한 느낌이었다.

긴장을 완전히 풀었던 탓일까.

나는 눈치채는 게 늦어버렸다.

숙소 현관에서 한 명의 동거인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회장 아재, 아니 회장님이 너를 보냈다고?"

"아재? 아, 아저씨요? 할아버님 이래 봬도 연세 많으신데요..?"

동거인인지 뭔지 몰라도 한 명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애시당초 이야기를 들었던 내용이다.

가사 전반을 돌봐주는 가정부 아주머니가 한 분 계시다고.

돌이켜 보면 확실히 아주머니라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백보 양보해서 아주머니가 아니라 형이나 아저씨일 수도 있겠지. 근데 꼬맹이는 아니잖아."

"꼬맹이.. 아, 꼬마요? 저 이래 봬도 성인인데요."

알아들었다는 듯 손바닥을 탁 쳐온다.

일부러 조금 도발시킬 목적이었는데 하나도 안 통한다.

놀랍게도 눈 앞의 여자와 한국어가 통하고 있다.

추측컨대 20대 전후.

많아봐야 스물 한 살, 적으면 열 어덟 살.

딱 초홍이 정도의 앳되어 보이는 외모다.

그보다는 성숙해 보이고 철도 든 것 같지만 결국은 애다.

이런 애를 가정부로 보내는 게 가당키나 하나.

아니, 그 뿐이라면 젊은 남성인 나를 위해 짓궂은 신경을 써줬다.

성의는 알겠으나 부디 다른 분으로 배정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웃어 넘길 수 있었을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 회장님의 손녀님이시라고요? 제가 뫼시면 되겠습니까? 수발이라도 들어줘요?"

"존댓말 안 하셔도 돼요.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고요. 저는 할아버님의 스물 여섯 번째 친손이에요."

그 젊어 보이던 회장님 연세가 사실 근 환갑에 가까우시다고 한다.

부자라서 그런지 외모 관리를 철저히 하신 모양이다.

그걸 감안해도 할아버님 정력이 굉장히 팔팔하신 듯하다.

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들, 딸 한 명씩이면 족한데.

어쨌든 눈 앞에 닥쳐진 이야기는 대략 정리가 됐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정략 결혼 비슷한 걸 당하는 기분이다.

"저도 한국 드라마 좋아해요!"

"그래? 나는 오늘부터 싫어질 예정인데 유감이구나."

넋 놓고 보다간 막장 드라마에서 묘한 현실감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녀에게 얽힌 대략적인 사정도 이해가 간다.

조금 지레짐작하는 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원래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시현씨.. 팬이기도 했고요."

"아, 그러셔? 거 참 고맙네."

일부러 시큰둥하게 받아쳤다.

나에 대해 호의를 내비치고 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만큼 내가 바보는 아니다.

본인의 입장이 있을 텐데 당연히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하겠지.

'아주 틀린 말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지만.'

한국어 하는 모습을 보니 하루이틀 배운 건 아니다.

적어도 한류 문화, 혹은 한국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나이가 조금 어리다.

그거 두 개까지는 인정해줄 수 있다.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시지 않겠니? 이제 곧 날도 저무는데 집에 가려무나. 차비 정도는 쥐어줄 수 있어."

"허락 받고 하는 거라 괜찮아요. 그리고 날은 벌써 저물었잖아요."

이 녀석 은근히 꼬박꼬박 말대꾸 잘하네.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니까 일단은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을 용납할 수 있다는 소린 아니다.

"출퇴근이지?"

"아뇨, 저 위층에 이미 짐 다 옮겨 놨어요."

분명히 내가 이 숙소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다.

집안 살림은 있었지만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말인 즉, 내가 한 경기 치르는 사이에 일을 저질렀다는 소리다.

이거 완전 선수네 선수,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주도권을 내줘 버릴지도 모른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내가 너를 쫓아내면 어떻게 돼?"

"어.. 그럼 뭐 쫓겨 나는 수밖에 없죠.."

말꼬리를 흐리며 약한 표정 지어도 응 안돼.

진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 거면 이해해줄 수 있다.

하다 못해 출퇴근이면 당분간은 천천히 갈 수도 있다.

근데 그 둘 다 아니잖아.

번쩍번쩍한 티타늄수저 물고 왜 여기서 궂은 일을 하고 있어.

팬이라고?

아무리 팬이라도 사생활을 보다 보면 기겁해서 환상 다 깨진다.

나도 예전에 예은 외모만 보고 쫓아다니던 과거가 있어서 아주 잘 알아.

"저 여기서 일 못하면 저희 부모님 할아버님한테 혼나는데.. 안 그래도 요즘 많이 힘들어하시는데 저 때문에.."

"…."

여자의 눈물은 무기라고 했던가.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안타깝게도 이것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파악할 눈썰미가 나에게는 없다.

여기서 진짜 내쫓기라도 한다면 나 완전 나쁜 사람 되겠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속는 것 같다.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잘 큰 티몽 잡으러 탑라인에 갱킹을 간 느낌이다.

어딜 밟아도 지뢰가 꽝꽝!

야무지게 농사지은 지뢰밭은 정글러의 갱킹을 불허한다.

섣불리 발을 빼다간 지뢰만 주구장창 밟다가 갱승이 난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그것과 비슷하다.

"..안 쫓을 테니 일단 우는 건 좀 그쳐줄래?"

"..정말요?"

눈물이 그치는 타이밍이 애매해서 구별이 안 간다.

내가 조금만 더 마음이 독했다면.

혹은 눈썰미가 조금 있었다면.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었겠지만 무리다.

한동안은 조금 어린 가정부를 둬야 할 듯싶다.

"근데 너 이름이 뭐냐?"

"너무해.. 처음에 말씀드렸는데요."

어차피 내쫓을 예정이라 기억도 안 했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쓸데없는데 할애할 뇌세포가 없다.

하지만 같이 지내기로 한 이상 알아야 한다.

이름 정도는 불러줘야 섭할 일은 없지 않겠는가.

"츠위에요. 중국에 계실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래. 나도 잘 부탁한다."

분명 내가 모르는 다른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순수하게 한국에 관심이 많고 나의 팬이다.

그래서 나의 생활 전반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런 말도 안되는 레파토리를 믿을 턱이 있나.

'그래도 중국에 계실 동안이라 했지.'

이 한 마디가 있었기에 조금은 떨떠름했던 마음이 누그러질 수 있었다.

그녀가 구태여 궂은 일을 선택한 이유.

썩 좋은 의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음흉한 의도만은 아니다.

일단은 그 정도로 선을 그어 놓으면 될 듯하다.

.

.

.

* * *

한국이 지나치게 일렀을 뿐이다.

안 그래도 성격 급한 한국인들이 일정까지 당겨 썼다.

그것이 지난 8월 중순 경에 막을 내린 롤챔스 서머 시즌.

이는 해외의 롤챔스에도 조금씩 영향을 미쳤다.

그들 또한 본래의 템포보다 조금 빠르게 대회가 치러지고 있다.

빠른 곳은 이미 시작했고 느린 곳도 이제 슬슬이다.

하지만 이곳 중국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서머 시즌이 치러지려면 아직도 한 달이 훨씬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13억의 인구수 때문에 만들어진 중국만의 유별난 시스템이다.

현재 중국의 롤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선 자국 롤챔스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상해는 아직도 LSPL 진행 중이냐?

북경은 이미 LPL 조별 리그 시작했다.

이 느림보 굼벵이들아.

그렇게 느려 터지니까 지난 번에도 졌지.

▷라고 북경인이 산소호흡기를 쓴 채 헥헥대며 말합니다.

글쓴이-상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텐데 트집 잡긴.

▷상해는 그래도 숨쉴 만은 하지. 북경은 잘못하면 진짜 죽어.

▷나도 북경 살지만 실드는 못 쳐주겠다..

다른 나라에서 보자면 도찐개찐 자업자득이다.

환경을 쓰레기통으로 다뤘으니 당연한 인과응보다.

맞는 말이지만 개차반들 사이에서도 급이 나뉘는 법이다.

중국의 대도시들 중 북경은 특히 심각하다.

하늘을 가득 메운 스모그는 말이 안 나올 지경.

말을 했다간 코와 입으로 온갖 이물질들이 침투한다.

때문에 나온 놀림이지만 상해가 다소 느린 것도 사실이다.

이미 다른 지역의 2군 리그, LSPL은 대부분 끝마쳐졌다.

중국의 롤챔스는 상당히 독특한 방식으로 치러진다.

◈지금 LSPL 끝마쳐진 동네가..

북경, 중경, 광주, 성도.. 뭐, 거의 다 끝났네.

차라리 남은 곳을 세는 게 빠르겠다.

상해랑 둥베이 정도?

이렇게 LSPL이 끝나는 게 겨우 1단계지.

▷시드권 경쟁 끝내고, LPL 치르고, 그 다음 대표전 치르고. 겁나 길지.

▷팀도 많고 사람도 많으니 복잡하다 복잡해.

▷사실상 세계 대회의 축소판이지. 우리 중국은 말이야.

▷LPL 하나하나만 따져도 타국의 롤챔스와 비교할 만해. 이것이 바로 대륙의 위엄이지.

인구가 많은 중국은 지역 별로 LPL, 롤챔스를 따로 치른다.

13억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인구수와 E-스포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이를 실현케 했다.

따지고 들자면 아주 드문 케이스는 아니다.

유럽만 해도 세 곳으로 분할되어 치러진다.

아무래도 유럽에 속한 나라가 좀 많은 게 아니다.

그렇다 보니 지역을 세 곳으로 크게 갈라 따로 패자를 정한다.

대회를 하나만 열어버리면 너무 많은 팀들이 쏠리기 때문이다.

경쟁률을 고려했을 때 타지역의 대회보다 너무 깝깝하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중국은 조금 많이 특이하다.

유럽과 달리 중국은 나라가 하나다.

나눠서 치른다 한들 나라를 대표할 팀은 또 따로 정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가 있어 중국은 아주 독특한 방식의 리그제가 성립되었다.

◈암만 생각해도 우리 상해가 너무 불리한 거 같은데..

강팀들이 너무 많이 쏠렸어.

그에 비해 둥베이나 시베이 같은 지방 단위는 개꿀이지.

원래 상해에서 프로게이머 하려고 했는데 지역 옮겨야겠다.

▷응, 어차피 안될 놈은 안돼~

▷나 둥베이권인데 여기가 개꿀이라고? 지난 스프링 때 대표전 4강까지 갔는데?

글쓴이-그건 솔직히 대진운빨이고. 그리고 내가 말하려는 건 평균적인 수준이야. 게임단들이 너무 빡세.

▷틀린 말은 아니지. 현재 리그제는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수 배는 나니까.

중국은 총 열두 곳으로 지역이 나뉘어 롤챔스가 치러진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스케일이 넓은 흔한 대륙의 롤챔스.jpg

로드 오브 로드 서버만 스물 다섯 개가 돌아가는 중국이기에 가능하다.

일단은 합리적인 리그 제도지만 하나 허점이 있다.

열두 곳으로 장대하게 나뉜 탓에 필연적인 문제가 생기고 만다.

각 지역의 수준이 동등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어떤 곳은 피 튀기고 박 튀기고.

어떤 곳은 한 팀이 룰루랄라 손쉽게 우승컵 챙기고.

물론 서서히 고쳐질 문제긴 하다.

꿀을 찾아 삼만리.

한 번의 대회가 끝나고 나면 게임단들의 대이동이 시작한다.

자신들이 최대한 인정받을 수 있는 동네를 찾아 떠난다.

문제가 있다면 아직이라는 부분이다.

전 지역의 수준은 고르게 맞춰지는 일은 요원하다.

특히 스폰을 받기 좋은 북경이나 상해, 중경 같은 대도시들은 피를 말린다.

안 그래도 골치가 아파 죽겠는데 이번 LPL은 더해버릴 예정이다.

◈이번 상해 LSPL 본 사람 있어?

준결승전 쿡야 대 NK 게이밍 경기.

세 번째 세트 진짜 명경기 나왔는데.

거의 혼자서 싹 쓸어 담더라.

마검사가 그렇게 좋은 챔피언인 줄 몰랐어.

▷쿡야? 아, 짭세상 매직? 실력 나름 준수하다고는 들었는데 어차피 짭이잖아.

▷우리나라는 왜캐 짭이 많냐. 특히 한국 따라하는 거 질색인데. 하고 많은 나라 중에 왜 굳이 한국이야?

글쓴이-그 한국의 올마스터가 쿡야 소속으로 와서 싹 다 쓸어버렸다.

▷짭마스터겠지. 비슷하게 생긴 선수 데려와서 킬 몰아주거나 한 거 아니야?

아무래도 중국이 좀 많이 넓다.

커뮤니티 또한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어 정보가 즉각즉각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슬슬이다.

정말로 올마스터 본인이 와버렸다.

LSPL 준결승전 세 번째 세트에서 있었던 참사.

참사, 혹은 궤멸이라는 단어로 밖에 표현이 안된다.

진짜와 가짜 사이에 어느 정도의 격이 있는지 보여주겠다.

지금껏 어떤 선수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힘.

유치한 비교를 거부한다.

북미에 이어 유럽, 그리고 한국까지 싸그리 정복한 자.

올마스터의 대륙 강림에 중국 팬들의 신경이 곤두선다.

잡아먹기라도 할 듯 할 흉흉한 기세가 뿜어져 나온다.

고작 한 게임, 한 경기도 아니고 한 세트 진행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슈를 몰고 오기에는 차고 넘쳤다.

그라는 존재에겐 그만한 가치가 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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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가정부 꽁냥대려고 넣은 캐릭 아닙니다.

전개상의 필연, 이 이상 말하는 건 스포라 자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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