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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1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미드 라인의 포탑이 파괴되었다.
적팀은 스노우볼을 굴리기 위해 탑으로 모여들고 있다.
중반이라면 역시 용한타가 일반적이지만 먹혀버린 지 오래다.
'어떻게 끼어들 여지가 없었어.'
타이온이 쓰이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
게임에 영향력을 줄 수가 없다는 부분이다.
로밍은 당연하고 한타에서조차 애매하다.
뚜벅이인 타이온이 달려붙을 기회를 상대가 과연 주겠는가?
성장하면 나름 좋다고 평 받지만 수동적이기는 매한가지다.
이런 챔피언은 솔로랭크에 걸맞지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회에서는 더더욱이다.
라인 스왑에 버티고 말고 그 이전의 이야기다.
제대로 된 방템이 갖춰지기 전에 한타가 열린다면?
흡혈을 하기도 전에 녹아버린다.
대회에서 먹히는 탑솔러는 생각 이상으로 기준이 까다롭다.
'하지만 여기는 솔로랭크지.'
솔로랭크에서 흔치 않은 맞파밍 구도가 갖춰졌다.
꾸준하게 파밍한 덕분에 아이템이 나올 만큼 나왔다.
이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아슬아슬 커트 라인은 된다.
티아매트, 어쌔신의 신발, 파수병의 외투.
이 정도 갖춰지면 딜탱이 가능하다.
'앞라인에서 메인 탱커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
콩머스처럼 방어력이 무식하게 높은 챔피언이 아니다.
말화이트처럼 적의 진영을 무너뜨리지도 못한다.
이러한 이유에도 굳이 타이온을 픽한 까닭.
증명할 기회가 이제 코앞이다.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탑라인에 몰려든 적들이 포탑을 파괴했다.
지금까지 애지중지 아껴왔는데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고작 포탑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듯 밀려오고 있다.
적팀의 정글러 탈리반 3세가 과감하게 돌진한다.
<버거킹!>
깃창-점멸과 더불어 궁극기.
흙벽을 일으켜 세워 아군 세 명을 가뒀다.
그리고 피로라가 미니언을 타고 질주하며 칼같이 호응한다.
촹! 촹! 촹!
배고픈 하이드라가 갖춰진 피로라가 그 위력을 뽐낸다.
상대를 다섯 번 가격하는 검의 댄스.
여기에 하이드라의 패시브가 더해진다.
다섯 번의 검격 모두 광역 피해가 묻어나간다.
굳이 성장하지 못해도 무대만 갖춰지면 제대로 날뛴다.
이것이 바로 한타에서 피로라가 가지는 진가.
그 진가가 무색하게도 되돌려 감아진다.
깎여진 체력이 원상복구 아군들이 회복해버린다.
고오오오...!!
형형색색의 유령들이 타이온을 감싼다.
타이온의 궁극기 피의 연회다.
그 효과는 흡혈량을 징그러울 정도로 올려준다.
구체적으로는 1레벨 궁극기인 지금 흡혈량이 50%다.
흡수의 칼 다섯 개 분이 패시브로 딸려 있는 셈이다.
여기에 숨겨진 효과가 한 가지 더.
피흡량의 반절 분만큼 아군의 체력을 회복시킨다.
광역 딜링의 피로라를 완벽하게 카운터 치는 요소다.
사각!
터엉!
사각!
본래라면 순삭되어야 마땅할 핑크스가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티아매트의 평캔으로 탈리반을 세 번 후려친 결과다.
핑크스는 물론 주위의 아군들까지 체력이 점점 차오른다.
이윽고 피로라의 궁극기 시간이 끝나간다.
피로라는 궁극기도 까다롭지만 진짜 강력한 건 다름아닌 평타다.
순수하게 AD템만을 올린 탓에 어마막지한 공격력.
E스킬 속검술과 하이드라의 액티브를 활용해 순식간에 세 번 썰어낸다.
이를 코앞에서 받아친다.
슈웅!
검을 든 피로라의 팔이 채 떨어지기도 전의 일이다.
타이온의 Q스킬, 무서운 눈초리.
확정 스턴을 맞은 피로라의 머리가 빙빙 돈다.
검의 댄스는 시전되는 동안은 무적이지만 끝난 직후가 빈틈이다.
반드시 시전한 상대 앞으로 되돌아온다는 약점을 지졌다.
'핑크스를 녹이지 못한 시점에서 정해진 미래지.'
원딜을 노리고 들어온 피로라가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스턴연계에 걸려 허무하게 죽어버린다.
핑크스는 체력이 점차 차오르기까지 한다.
속된 말로 비벼지는 흐름이다.
지금껏 있어 왔던 아랫 라인에서의 손해.
그 전부를 메꾸고도 남음이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한타라는 것은 팔씨름과도 같다.
비등비등 하다가도 넘어가는 건 한순간이다.
도저히 겉잡을 수 없이 넘어진다.
'두 명 살아 돌아갔나. 뭐, 상관없지만.'
만신창이가 된 두 명의 적이 몸을 빼내는데 성공했다.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했다.
그에 반해 아군은 건재하다.
우둔하게 나의 딜을 받아준 탈리반과 피로라 덕에 체력이 수급된 덕이다.
그리고 이곳은 봇이 아닌 탑라인.
이 두 가지가 이끌어내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하였습니다!
만약 한타의 결과가 반대로 흘러갔다면?
따져볼 것도 없이 바론을 챙기는 건 상대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겼고 그로 인해 바론은 아군의 것이 됐다.
방금 전의 한타로 게임의 승패가 갈렸다.
결코 과장이 아닌 단언이다.
찰칵!
AD타이온의 템트리는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망하면 티아매트 이후에 탱템.
흥하면 딜템을 더 섞어도 된다.
나는 흥했으니 당연히 후자다.
-탈리반이 제대로 던졌네wwww
-잘 들어간 거 아닌가? 근데 핑크스가 안 죽어.
-타이온 궁에 광역힐 있음.
-진짜? 난생 처음 알았네.
난생 처음 알아도 이상한 게 아니다.
이 챔피언 픽 안 해본 사람도 정말 많다.
궁극기의 상세한 효과 모른다고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패배에 대한 변명까지 되진 않겠지만 말이다.
─아군이 용을 처치했습니다!
라인전이 끝났고 승기는 이쪽으로 넘어왔다.
눈치 볼 것 없이 용을 챙겨간다.
바론 버프를 두르고 있는 이상 상대는 섣불리 덤비지 못한다.
-바론에 용이면 대체 얼마냐?
-2500골드 정도? 코어템 하나 분이네.
-킬이랑 탑 타워도 생각해야지www 이건 게임 끝났어.
-이대로 미드 한타 하면 질 수가 없다.
한국이나 북미라면 좀 사리면서 후반 보자.
이런 분위기였겠지만 중국은 그런 거 없다.
이곳 롤유저들은 야생 짐승처럼 공격적이다.
이는 상대 뿐만 아니라 아군들도 마찬가지다.
안 들어오면 이쪽이 가겠다.
마치 되돌려주기라도 하듯 과감하게 터트린다.
파아아앙!
배치기 이후 점멸로 던져지는 궁극기.
구리가스의 술통 폭탄이 시원하게 폭발한다.
두 명의 적이 튕겨져 나오며 그 위로 떨어진다.
<곰이다!>
아군 서포터 배티가 궁극기를 꼬라박는다.
시원한 연계였지만 맞은 건 말차차 하나 뿐이었다.
같이 튕긴 피로라는 곧바로 궁극기를 사용했다.
촹! 촹! 촹!
피로라의 궁극기, 검의 댄스는 잠시간의 무적 효과가 있다.
이를 활용해 곰돌이를 피한 판단은 분명히 옳았다.
하지만 이래서야 아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사각!
사각!
말차차를 베어낼 때마다 체력이 차오른다.
나 뿐만 아니라 핑크스도 마찬가지다.
아까와 달리 성장도 잘했다.
죽을 위기에조차 닿지 않는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적을 처치했습니다!
2Server No.1님이 학살 중입니다!
적은 또다시 패전의 꼬리를 문 채 꽁무니를 뺀다.
한타의 결과, 미드의 억제탑을 밀어버렸다.
이곳 중국에서 억제탑을 밀었다는 것은 승리와 직결된다.
한국과 달리 엄청나게 치고 박고 싸운다.
그런 만큼 거대 미니언을 꼴도 보기 싫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거 막느라 싸울 수가 없으니까.
때문에 그 전에 어떻게든 아등바등 싸운다.
하지만 억제탑은 이미 깨졌고 돌이킬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미니언 막다가 싸우다 지는 것 뿐.
하도 전투적인 탓에 싸움은 잘하지만 치밀한 운영은 발달하지 못했다.
찰칵!
바론 한타와 용 한타.
두 오브젝트에 더해 포탑을 네 개나 챙겼다.
아이템 나오는 속도가 무서울 지경이다.
여기서 가는 아이템은 당연 탱템이 아니다.
다른 챔피언들에게는 잉여지만 타이온에겐 좋은 아이템이 하나 있다.
특히 어쌔신의 신발을 올렸을 때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설마설마 했는데 북풍을 가..?
-나 저거 가는 사람 트롤러 말고는 처음 봄.
-우리팀 콩머스는 저거 코어템으로 올리던데. 미드 아주 잘 달림.
-실화냐? 타이온 북풍 좋아?
하도 쓰는 사람이 없어 차후 삭제가 되고 마는 북풍.
공격력, 공격속도, 쿨감, 이동속도, 심지어 강인함까지 달려있다.
이만한 완소 아이템이 어째서 사용이 안됐을까.
'한 마디로 잡동사니지.'
치명타가 없어서 원딜러들은 안 간다.
탱커들은 애초에 공속템을 안 간다.
AD딜러들에게도 불필요한 아이템이다.
그런 북풍의 애매한 옵션들이 AD타이온에게는 은근히 잘 맞는다.
'물론 잘 컸을 때 한정이지만.'
적어도 이번 게임에서의 내 타이온은 무척이나 잘 컸다.
혼자 봇라인을 쭉쭉 밀면 아무도 막을 엄두를 못 낼 정도다.
보통 탱커가 템을 이렇게 가면 체력이 부족하지만 괜찮다.
타이온은 적을 처치할 때마다 최대 체력이 올라간다.
사각!
사각!
봇라인의 미니언을 쭉 밀면서 올라간다.
반대편에서 나를 맞이하는 건 역시 피로라가 되었다.
하지만 라인전에서 만났을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슈웅!
스턴을 걸고 그냥 때린다.
첫 번째 공격은 반사에 막혔지만 상관없다.
북풍과 피의 연회에 의해 빨라진 공격속도.
포탑의 공격을 맞으면서 그냥 팬다.
써컹! 써컹!
촹! 촹! 촹!
90King의 피로라도 거세게 반격한다.
이연격을 포함한 다섯 번의 칼질이 1초만에 터졌다.
장인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깔끔한 콤보였다.
연이어 상대를 다섯 번 찔러대는 궁극기.
검의 댄스가 발동하며 일순간 맵에서 사라진다.
나는 공격할 대상을 잃어버리고 포탑에 맞는 모양새가 되었다.
-?? 타이온 피흡 뭐냐?
-발화 걸렸는데 왜 체력이 차?
-어처구니가 없네. 무슨 좀비야?
-이거 90킹이 지겠다kkkkk
슬슬 다음 미니언 웨이브가 도착할 타이밍이었다.
당황하지 않고 평타로 사각사각 미니언을 갉는다.
아무리 발화가 걸렸어도 지금 내 피흡이 90%가 넘는다.
궁극기에 의해 75%, 배고픈 하이드라에 12%.
두란검과 피흡룬까지 합치면 정말 90%를 넘어버린다.
여기서 반절 깎여봐야 45%다.
어마어마한 공격속도를 살려 폭풍 피흡한다.
'하는 나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당하는 너는 어떨까?'
검의 댄스가 끝나자 오히려 체력이 차올라 있다.
발화가 끝나자 피로라의 데미지는 먹히지도 않는다.
피로라는 뒤늦게 도망가지만 또다시 쿨타임이 돌아왔다.
타이온의 Q스킬, 무서운 눈초리.
1.5초의 확정 스턴이 발목을 잡는다.
거대한 도끼가 피로라의 목을 뎅강! 베어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2Server No.1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여유롭게 처치하고 다시 미니언을 때려 체력을 채운다.
순식간에 풀피까지 원상복구.
나와 피로라의 1대1은 나머지 아군들의 사기와 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곰이다!>
아군 서포터 배티의 점멸 곰돌이가 이니시를 연다.
그리고 나머지 아군들이 돌격한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적팀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봇라인에서도, 탑라인에서도 쭉쭉 밀고 올라간다.
미드 억제탑이 재생할 시간도 나오지 않았다.
3억제탑이 완성된 데다 이를 막을 적팀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피로라가 곧 부활하는 정도지만.
'궁극기도 없거니와 막을 기운도 없겠지.'
아, 나는 잘했는데 팀이 못해서 지네.
그렇게 지는 거면 발악이라도 해볼 것이다.
억울한 마음에 한 번 미치고 팔딱 뛰어볼 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로라의 사정은 그러지 못하다.
'애시당초 어떻게 졌는지도 잘 모를 걸?'
장인이 어째서 장인일까.
그냥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 챔피언을 많이 해서다.
엄밀히는 그 챔피언 밖에 안 하니까다.
다른 챔피언들이 어떤 스킬 구조를 가졌고, 어떤 생각으로 게임하는지 잘 모른다.
그 단점을 반복 학습을 통해 메꾸고 메꾼다.
여기에는 당연히 한계점이 뚜렷하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않은 상황과 맞닥뜨리면 속수무책이다.
그냥 어? 어? 하다가 손 한 번 못 써보고 패배하다.
현재 흘러가는 게임의 양상이 정확히 그러하다.
-피로라 한타에서 진짜 무쓸모 덩어리네wwww
-라인전에서도 아무것도 못했잖아? 심지어 솔킬도 따임. 꼴 좋다!
-졸라 통쾌하다kkk 90킹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거품 빠지는 거 한순간이지. 쟤는 절대 프로 못해. 평생 솔랭에서 피로라만 할 운명이야.
딱히 편을 들어주려는 건 아닌데 그건 틀린 소리다.
차후 피로라가 리메이크가 되면서 피로라도 못하게 된다.
그 이후로는 수직 하락.
장인충 BJ들이 흔히 겪게 되는 말로다.
거기서 잘 헤쳐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90king은 그대로 떨어졌다.
'아니 이건 편을 들어주는 것도 뭣도 아닌가.'
2서버의 수문장을 깔끔하게 잡아냈다.
이후로 몇 번 더 도전해왔지만 결과는 참패.
랭킹 1위로 가는 밑거름 역할을 제대로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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