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05화 (605/803)

605====================

바뀌어버린 역사

세계 로드 오브 로드인들의 대축제!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 컵, 약칭 롤드컵에 대한 형용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대체 얼마나 수준이 높길래 그런 말이 나오냐?

그렇게 묻는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지만 말이다.

이를 테면 LCF라던지, 경기 수준만 놓고 봤을 때 더 나은 대회가 존재한다.

그도 그럴 게 세계 각지에서 여러 국가 사람들이 모이는 롤드컵은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난다.

이게 참 프로 대회인지 개판인지 모를 경기들도 왕왕 생긴다.

지역 별로 메타가 다르다 보니 안 좋게 맞물리면 경기력 저하가 생기게 된다.

그럼에도, 그럼에도다.

롤드컵이 가지는 의미는 그 어떤 대회보다 한 수 위에 놓여있다.

당연하다.

국제 축구 대회 월드컵과 비견되는 상징성이다.

아무리 가끔 눈 상하는 경기가 나온다고 해도 폄하를 한다면 곤란하다.

─드디어 올해 롤드컵이 시작되는 구나.

근데 진짜 아쉽기는 하다.

누구누구가 벽만 넘었어도 우승 예약인데.

└이번 롤드컵에서 죽 쑤기라도 하면 정말 평생 욕 먹겠다.

└ㅠ.ㅠ 갱붐 착한데 어쩌다가 벽을 한 번 못 넘어서..

└원래 인생사 타이밍이지. 완전 개그 캐릭터로 낙인 찍혔어 걘.

한국 최대의 로드 오브 로드 팬 커뮤니티.

잉벤에서는 롤드컵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반쯤 축제 분위기이긴 하나 아쉽다는 여론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서머 시즌의 우승을 장식한 신세상 매직은 롤드컵의 시드권을 갖지 못했다.

이러저러 사건이 있었고 누구누구가 벽을 못 넘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한국 대표팀은 불밤과 삼선 레드가 되었다.

─쪼까 아쉽긴 하지만 우리 불밤도 어디 가서 꿇리진 않지.

얼밤은 클끼리 나가면서 애매해졌지만 불밤은 건재해.

그동안 하락 곡선이었으니까 이제 다시 슬슬 올라갈 듯.

이 글은 성지가 될 것이다.

└주식하는 애들이 그런 말 많이 하더라.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것도 똑같을 듯.

└맛밤충은 오늘도 낭낭하게 1패 하고 갑니다.

한국 쪽의 분위기는 대략 이러하다.

이미 지난 일은 어쩔 수 없다.

다가오는 롤드컵을 잘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세계 각지 타지역들 또한 마찬가지다.

당연하게도 한국 이외의 북미,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도 롤드컵 진출팀이 정해졌다.

그에 따라 팬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예상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서양권 최대 규모의 롤 커뮤니티 래딧에서도 말이 많다.

─에러갓이 롤드컵에 안 나왔어..?

한국 대표팀 명단 봤는데 신세상이 없네?

다른 팀에 소속된 것 같지도 않고.

이러면 우리 유럽 세상이지.

피바람이 불어 닥치겠구나.

└응 LCF때처럼 말이야.

글쓴이-그땐 CLC가 치트키 쳤잖아. 쯧, 미개한 북미충들 수준 하곤.

└Error 없으면 우리 유럽이 무조건 1등 먹지.

└글쎄.. 에러갓 없었던 지난 해는 대만팀이 먹지 않았니?

롤드컵은 세계에서 가장 상징성이 높은 대회가 맞다.

하지만 세계 1등을 가리는 자리가 되지는 못한다.

이는 어느 나라 롤유저든 간에 일단 인정하고 가는 부분이다.

이변이 일어나기에 워낙 좋은 무대다.

지난 2012년의 롤드컵이 대표적이었다.

정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나라의 팀이 우승해버렸다.

대만의 유일강자 타이완 아시안즈, 통칭 TWA.

이렇게 놓고 보면 겁나 세보이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거다.

대만에는 TWA에 말고 제대로 된 팀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솔직히 그 TWA조차 썩 잘하는 팀은 아니었다.

당시 진짜 잘하는 팀들은 컨디션 저조, 자신들끼리 공멸.

얽히고설켜서 뜬금포 우승이란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야.

북미도 유럽도 컨디션 좋고 지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지.

롤챔스 끝난 시기만 보면 한국이랑 중국이 좀 유리하긴 하다만.

그래도 여러모로 지난 시즌2와는 상황이 다르니까.

└당시에는 정말 상이라도 치르는 줄 알았어.

└기업들이 슬슬 손 떼는 분위기였지.

└현재는 에러갓 덕분에 옛날 이상으로 물이 올랐지만!

시즌2 초기, 북미와 유럽 지역에 E-스포츠의 열풍이 뜨거웠던 전성기다.

전 세계에서 가장 게임 수준이 높았으며 스타들도 여럿 탄생했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반드시 무너질 모래성이었다.

그도 그럴 게 갤럭시 크래프트.

1세대 E-스포츠 당시에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다.

그 외에도 E-스포츠라고는 부르기 애매한 수준의 크고 작은 게임 관련된 건 한국, 혹은 중국 쪽에 전부 먹혀들었다.

그런 만큼 로드 오브 로드의 전망도 썩 밝지가 않았다.

제아무리 전성기를 구가하고,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해도 기업들의 투자가 주춤했던 건 필연이었다.

그러했을 미래는 단 한 사람에 의해 바뀌고 말았다.

─에러갓은 한 마디로 살아있는 전설이지.

잘하는 선수들은 세고 셌지만 그 같은 선수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누가 감히 이견을 달 수 있겠어.

에러 효과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야.

└에러 효과는 인정하는데 그만큼 잘하는 선수가 또 어딨냐?

글쓴이-미역슨도 그에 준하는 정도는 되지 않아?

└프로즌, 제트페케 등 유럽에도 미역슨급 선수들 많지. 롤은 직접 겨뤄보기 전까지는 몰라.

└매 시즌 마다 전혀 달라지는 게 롤인 걸. 빼놓을 수 없는 재미지.

올마스터가 북미를 떠난지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가 쌓아 놓은 위명이 서서히 흐릿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이치다.

하지만 올마스터는 단순히 실력만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니다.

2세대 E-스포츠 로드 오브 로드의 판에 끼친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 덕분에 현재 서양권은 제 2의 E-스포츠 부흥기를 가지게 됐다.

기업들의 투자에 주저가 사라지자 발전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나비 효과에 빗대 에러 효과라고 부를 정도다.

Unknown Error가 없었다면 북미와 유럽의 롤은 쇠퇴했을 것이다.

그가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황금기가 있을 수 있었다.

풀숲위키에도 주르르 써있는 부정할 수 없는 업적이다.

─어쨌든 이번 롤드컵은 재밌겠구만.

한국과 중국은 충분한 휴식 기간을 갖췄고.

북미랑 유럽은 조금 빠듯하니까 밸런스가 맞지.

딱 재밌는 구도가 갖춰졌어.

└REAL. 롤드컵은 축제니까. 어느 한 쪽만 팽배하면 노잼이지.

└휴식 기간 없다는 것도 솔직히 변명이야. 패자의 변명은 듣지 않는다.

└어디가 이기든 재밌으면 됐어. 그래도 가능하면 포나틱이..

└포나틱 광팬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네.

승부욕이 없다, 그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본래 롤드컵의 취지 자체가 1등을 가리는 자리가 아니다.

그야말로 국제 축제, 로드 오브 로드의 유저들이 살판나는 대잔치다.

롤챔스와 달리 충분한 휴식 기간을 가지고.

뼈를 깎는 수련을 거쳐 어떻게든 우승을 노리고.

롤드컵은 이런 목적을 가지고 열리는 대회가 아니다.

서머 시즌이 끝난 이후 한숨 겨우 돌린 타이밍이다.

누적된 피로도 걸리지만 진짜 문제는 전략 노출.

지난 롤챔스에서 쓰인 전략들을 수정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으니 경기력이 불꽃 튀지 않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물론 이러한 사정은 차차 E-스포츠 판이 커지면서 고쳐 잡아진다.

롤드컵이 가지는 상징성에 걸맞게 대회의 긴장감도 치솟은 결과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몇 년은 지난 미래의 이야기다.

현재의 롤드컵은 최강을 정하는 자리라기 보단 축제라는 표현이 알맞은 장소다.

그렇다고 아예 경쟁 심리가 없을 리 있을까.

팬들 사이에서는 이러저러 이야기가 많이 오간다.

다만 어떤 결과 나오더라도 깔끔하게 승복하자.

롤드컵이 국제 축제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다.

조금 아쉬운 감도 없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흥이 겹다.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 컵.

바야흐로 2013년을 대표할 팀이 어디인가.

그 시작의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

.

.

* * *

타닥, 탁!

최근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원래 하던 개인 방송.

다른 하나는 팀원들의 조련.

사실 전자는 슬슬 마무리하고 싶은 시점이다.

'곧 롤드컵이 치러지니 안 봐서야 섭하겠지.'

나에게 있어서 이번 롤드컵은 의미가 적지 않다.

아니 뭐 누구누구가 벽을 못 넘은 이야기 이전에 말이다.

아무래도 이번 시즌3의 롤드컵은 본래 알던 역사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예측할 건덕지도 없어.'

2013 로드 오브 로드 월드 챔피언 컵.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SKY T1 K였다.

그런데 그 SKY T1 K는 내가 잡았다.

아무리 현재 SKY T1 K의 기량이 날고 기어도 참가 자체를 못했다.

다가오는 롤드컵의 주인공이 될 팀은 무조건 바뀌게 됐다.

어떻게 보면 많이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이 우승할 가능성은.. 희박하려나.'

본래의 역사대로라면 시즌3의 롤드컵을 계기로 한국이 명실상부 E-스포츠 최강국으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그 역사는 이미 나로 인해 많이 바뀌었다.

국뽕이 조금 사그라드는 부분이긴 해도 나는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E-스포츠 판이 커진다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일이니까.'

한 나라만의 독주 체제가 된다.

그러한 종목은 결코 오래갈 수가 없다.

오래 간다고 해도 성장에 한계가 명확하다.

실제로 내가 경험했던 역사가 그러했다.

모든 것이 한국 위주로 돌아간다.

그나마 판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중국은 자기들끼리 따로 논다.

국제 스포츠라고 하기에는 늘 무언가가 아쉬웠다.

어쩌면 내가 중국에 온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지도 모른다.

나중에 회상해 보면 분명 이곳에 온 의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타닥, 탁!

현재 내 모니터 화면에는 두 가지가 띄워져 있다.

하나는 방금 전까지 있었던 쿡야 게임단의 스크림.

다른 하나는 이제 곧 진행 될 롤드컵의 라인업이다.

'피드백 보고서는 대략 완료가 됐고.. 츠위한테 까톡으로 보내면 되겠지.'

요 며칠 사이에 쿡야 게임단의 스크림을 쭉 관전했다.

팀원들이 뭘 고쳐야 하는지 세세하게 바로잡고 있다.

쭉 구두로 설명을 해왔지만 한계에 도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일상 회화 수준이다.

이야기가 조금만 복잡해지면 어휘가 딸린다.

그리고 단순히 말만으로 정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도 아니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따로 시간을 쪼개 서류 파일로 쭉 정리했다.

쿡야 게임단의 합숙소가 아니라 아늑한 내 방에 와서 말이다.

'언어 설정은 바꾸면 되지만 한글2010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어.'

결정적으로 번역을 츠위가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츠위는 한글도 제법 할 줄 아는 듯하다.

중국어와 달리 한글은 한국어만 할 줄 알면 배우기가 쉬운 것도 맞다.

중국어를 배우는 내가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사실이다.

세종대왕님, 한글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중국어는 공부할게 못 된다.

처음 배웠던 타국어, 영어가 쉽게 느껴질 지경이다.

-양이 엄~청 많네요? 밥 사주나요?

-사줄 수야 있지만 장소는 양심에 맡긴다..

2층의 자기 방에 있을 츠위에게서 까톡이 왔다.

아니, 따지고 보면 억울한 일이다.

네 게임단 일 도와주는데 왜 밥까지 사달라 그래.

하지만 원래 밥을 사준다는 행위는 돈으로 된 보답과는 의미가 다르다.

말하자면 마음이 느껴지는 성의 표현이다.

고맙다를 조금 돌려 말한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가정부가 아닌 구단주, 쭉 얼굴 볼 사이인 만큼 친해져서 나쁠 건 없다.

'너무 친해지면 예은이 안 좋아하겠지만.'

그래도 쭉 같이 살면서 느낀 게 이 녀석 딱히 연애 세포가 없다?

예은도 처음에는 그런 느낌이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기업가, 오직 일에만 매달리는 워커 홀릭이다.

나와의 친분조차 어쩌면 업무의 일환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공과 사가 정확하게 구분돼 있다.

성격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냥 여자 사람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을 것 같다.

'은근히 섭하네..'

이런 말했다간 무서운 여친한테 엉덩이를 걷어 차이겠지만 남자 마음이라는 게 으레 그렇다.

어쨌든 당장 급했던 일들은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롤드컵이 시작하기 전까지 개인적인 볼 일.

1서버 정복을 마저 시동 걸어도 될 듯하다.

-오, 올마스터 방송 켰다!

-요즘 왜 이리 뜨문뜨문 해요T.T

-게임단 일이 바쁘다더라. 하기야 프로들도 요즘 방송 잘 안 하지.

-적어도 1서버 정복은 마저 하고 가자 GOGO!

방송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시간이 많이 줄었을 뿐이다.

쿡야 게임단의 합숙소로 출근하기 전에 잠깐, 그리고 갔다 와서 잠깐.

그러다 보니 올라가는 속도가 더디긴 더디다.

'피드백 보고서를 완성한 덕분에 한동안은 시간이 조금 빌 테니 빠듯하게 달려볼까.'

개인적으로도 욕심이 있다.

단순히 1위 하는 거야 언제든 가능하다.

하지만 LPL이 시작되기 전에 꼭 알고 싶다.

'중국 프로들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2서버, 3서버에는 프로들의 수가 적었다.

안 만난 건 아닌데 대어는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1서버.

날고 긴다는 프로들은 전부 모여 있다고 들었다.

시기가 시기라 다는 못 만나겠지만 일부면 충분하다.

맛보기 정도는 유감없이 할 수 있어 보인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