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06화 (606/803)

606====================

바뀌어버린 역사

본래 계획대로 라면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로드 오브 로드의 게임사가 있는 만큼 여러모로 비용 절감이 된다.

하지만 그 예정은 어느 한 명의 선수로 인해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한국이 낳은 슈퍼스타 아니겠습니까? 프로게이머가 이만큼 영향력이 있는 직업이다! 당당하게 증명해버린 살아있는 전설이죠.>

<그야말로 제2의 임요한, 제2의 강빈! 아, 이건 조금 무리순가요.. 어쨌든 올마스터 선수 덕분에 유럽 구경도 해보고 기분이 들뜨네요.>

역시나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

강빈 해설의 강소리가 시원하게 터지며 시청자들을 웃음 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한 채팅창 반응과는 별개로 현지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자학 개그가 안 먹혔다기 보단 의사소통의 문제다.

현재 전범준 캐스터를 비롯한 세 해설자.

그들은 유럽의 서쪽 끝, 영국에 도착했다.

장난스런 강빈 해설의 말씨를 받아치듯 김은준 해설이 산뜻하게 이어나갔다.

<쌀쌀하고 건조한 가을이 와버린 9월의 런던, 항상 우중충한 날씨가 지속되는 이곳에서는 흔치 않은 적기입니다. 만약 영국 여행을 꿈꾸신다면 지금이 바로 때가 아닐까요? 겸사겸사 롤드컵도 본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거라 사료됩니다.>

2013 롤드컵의 조별 리그는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개최된다.

본래 개최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였지만 크게 바뀌었다.

굳이 게임사가 주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E-스포츠 판이 성장한 결과다.

<로드 오브 로드가 얼마나 각광을 받는 E-스포츠인지 그 결실이 이번 롤드컵에서 맺어진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죠?>

<그렇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점점 더 동쪽으로 이동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국제 대회인 롤드컵에 걸맞는 개최지 선정입니다. 참으로 고무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들뜨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세계 각지에서 로드 오브 로드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런 말 듣기는 들어봤어도 사실 썩 와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롤드컵을 여러나라에서 열어버리니 가시적으로 느껴진다.

로드 오브 로드, 이거 해 볼만한 게임이구나.

또 기업들의 입장에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시장이구나.

E-스포츠의 판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다.

이조차도 시작에 불과하다.

롤드컵의 개최지가 된 이곳 웸블리 아레나에는 수만 관중들이 가득 차있다.

웸블리 아레나는 한 마디로 대형 체육관이다.

수용 인원은 기본적으로 1만 명을 조금 넘는다.

하지만 그건 중앙의 무대를 스포츠 경기장으로 사용했을 때의 이야기.

E-스포츠의 경우 무대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전부 관중석으로 채워도 된다.

<달아오르는 E-스포츠의 열기를 반증하듯 현장 반응이 정말 뜨겁습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네요. 제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잉벤이든 래딧이든 찾아보면 나오거든요?>

<로드 오브 로드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건 올마스터 선수 덕분이다.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죠. 안타까운 사정이 겹쳐 이 자리에는 함께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만 대신 해서 한국 선수들이 못지 않은 활약을 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현재는 중국에서 외화 벌이에 힘쓰고 있는 올마스터다.

정작 이 자리를 만들어낸 주인공이 함께 하지 못하다니 아쉬운 노릇이다.

어쨌건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이고 즐길 건 즐겨야 한다.

이윽고 개막식을 겸하는 조별 리그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된다.

<지난 롤드컵의 우승팀이죠? 예상을 뒤엎고 정상에 올랐던 대만의 절대강자 TWA의 선수들이 무대 위로 올라옵니다!>

<이에 맞서는 선수들은 중국의 신흥 강호. 조금 말이 많은 팀이기도 하지만 실력 만큼은 보증합니다. 로얄CN의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빨리 끝내고 현지 관광이라도 할 생각인지 중계진들이 유난히도 신나 있다.

방금 전만 해도 그랬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웃음을 머금기가 힘들다.

특히 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던 김은준 해설은 더더욱 껄끄러운 상황이었다.

.

.

.

* * *

2서버, 3서버가 그러했듯 1서버 솔로랭크도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

이 속도라면 1서버의 정복도 무난할 듯 예상된다.

하지만 그 전에 한 번 반드시 살펴가야 할 일이 존재한다.

'롤드컵이라….'

개인방송과 1서버의 솔로랭크도 물론 중요하다.

그렇다고 롤드컵에 대해 좌시할 수만은 없다.

차라리 모르면 모르되 알고 있으니 문제가 된다.

이번 롤드컵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낳을까.

나로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알고 싶었다.

때문에 나는 츠위와 함께 롤드컵을 관람하고 있다.

물론 영국은 간 건 아니고 숙소 거실에서 말이다.

"역시 치킨은 한국이네. 중국 치킨은 입맛에 안 맞아."

"그쵸? 이럴 거면 직접 만들 걸 그랬어요. 아, 다음부터는 그래야겠다."

누가 보면 같이 대화하는 사람이 한국인인 줄 알겠다.

한국 문화에 유독 관심이 많은 츠위는 여행도 많이 다녀왔다고 한다.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여행한다.

솔직히 민망한 상상밖에 안된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서 왔는데 실망만 하고 돌아가면 어쩌지.

다행스럽게도 츠위는 마음에 쏙 들은 모양이다.

한국에 한두 번 갔다온 게 아니란다.

의외로 식문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다.

"매운 거 빼고는 다 잘 먹어요."

"어.. 한국 음식에서 매운 거 빼면 뭐가 남는지 모르겠는데."

츠위의 말에 의하면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불고기, 삼겹살 그리고 치킨.

심지어 칼국수 같은 것도 잘 먹는다고.

장난기가 인 나는 한 마디 넌지시 물어봤다.

"혹시 붉닭볶음면 먹어본 적 있니?"

"..이미 당해봤거든요?"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하긴 한가 보다.

신라면을 극복했더니 다음으로 추천 받은 음식이 불닭볶음면.

추천해준 한국 친구가 정말 못됐다며 쫑알쫑알 떠들어댄다.

이런 거 보면 얘도 평범한 스무 살이구나.

'하지만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녀석이지.'

나는 거실 벽에 걸린 거대한 벽걸이TV를 향해 눈을 돌렸다.

그 화면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롤드컵의 경기가 송출되고 있다.

롤드컵 첫 번째 경기, TWA 대 로얄 CN의 조별 리그다.

촤아앙!

이미 라인전은 끝났고 한타 페이스에 접어든 상황이다.

로얄CN의 탑솔러 블러디체리가 이니시를 열었다.

익숙한 세 중계진이 신이 나서 떠들고 있다.

<유령화 켠 상태로 주르륵 슬라이딩~! 적절한 핏물화로 발목 붙잡는데 성공했습니다!>

<블러디체리가 탑에서 많이 말리기는 했지만 결국 조냐가 나왔거든요? 이러면 이니시 걸렸고 로얄CN이 쓸어담는 구도가 나왔습니다!>

경기의 구도는 솔직하게 흥겹다.

지루할 틈없이 빠른 속도로 몰아붙인다.

하나 걸리는 점이 있다면 이기는 팀이 로얄CN.

로얄CN이 지난 시즌의 우승팀인 TWA를 압도하고 있다.

'뭐, 그럴 만도 한가.'

전년도의 우승팀이라고 해봤자 TWA는 사실 거품이 맞다.

어찌저찌 천운이 겹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그렇게 밖에는 해석이 안될 애매한 실력이었다.

결정적으로 TWA는 그 이후로 쪼개졌다.

선수들 개개인이 고액 연봉이라는 입맛 당기는 제의를 받았다.

남느냐, 안 남느냐 두 갈래로 나뉘었고 현재의 TWA는 남은 쪽이다.

지난 해보다 전력이 약해진 건 필연이었다.

'로얄CN 입장에서 자대외적인 이미지를 드높일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야.'

선수들 이전에 게임단의 이미지라는 게 있다.

게다가 무대가 바로 롤드컵이다.

TWA라는 팀이 가지는 상징성은 적지가 않다.

지난 시즌의 우승팀읜 TWA를 초전박살.

그것도 그들의 거품이 증명되지 않은 첫 번째 경기에서 말이다.

로얄CN으로선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는 해외 데뷔를 해버린 격이다.

<파사딘 궁극기 찰 때마다 1킬입니다. 한국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픽이지만 해외에서는 화제라죠?>

<메타가 다르다 보니 선호되는 챔피언도 다릅니다. 초반 라인전을 버티는 것이 녹록지 않지만 역시 왕귀 챔피언. 이를 다뤄내는 차도리 선수의 플레이도.. 깔끔합니다.>

지금 롤드컵의 개막전에서 선전을 하고 있는 로얄CN.

나는 이 팀에 대해 썩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현 로얄 CN의 미드라이너 ChadoRE 선수 이전의 문제다.

'첫 인상이 그다지 좋은 팀은 아니었으니까.'

작년 NA롤챔스 윈터 시즌을 우승으로 장식한 나는 LCF를 치르기 위해 CLC 1군으로 팀을 옮겼다.

전력 집중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때문에 한동안 팀랭크와 스크림 등으로 재조정을 해야만 했다.

'팀랭크에서 만났을 때 정말 어처구니 없는 매너를 보여줬었지.'

당시에는 뒷담만 좀 까는 선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다.

그런 로얄 CN에 ChadoRE, 도차가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현재 롤드컵에 진출해 활약하는 중이다.

'인성이 파탄나도 실력만 있으면 대우 받는 곳이 중국 프로판이니.. 딱히 태클을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만.'

솔직한 심정으론 마음에 안 들기는 하다.

적어도 내가 아는 도차는 저런 곳에서 경기를 뛰어도 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역사가 바뀌었다.

내가 개입한 건 아니지만 약간의 책임은 통감한다.

그렇다고 지금의 도차한테 왜 프로하냐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리를 한 건 사실이지만 시즌2에는 불법이 아니었다.

시즌3 이후부터 하지 않았다면 일단 죄는 아닌 게 맞다.

어떻게 생각하면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는 지금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영 찜찜하단 말이야..'

개막식의 첫 번째 경기는 결국 로얄CN의 승리로 끝이 났다.

조별 리그는 세 팀이 한 조로 상위 두 팀이 올라간다.

오늘 경기를 승리했으니 로얄CN은 높은 확률로 8강에 올라갈 것이다.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그건 모를 일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잘하면 만날지도 모르겠네.'

롤드컵이 아닌 중국의 롤챔스, LPL의 이야기다.

그들은 분명 자국 리그에도 출전할 거고 그렇게 되면 만나게 된다.

뭐, 만나기도 전에 떨어질 가능성도 있겠지만 말이다.

<승자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네요. 화면 넘어가겠습니다.>

승자가 된 로얄CN의 MVP가 인터뷰 차례가 왔다.

MVP는 파사딘으로 상당한 활약을 선보인 차도리 선수.

공교롭게도 유럽에서의 여론 또한 썩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혹시 신경 쓰여요?"

내가 화면을 집중해서 쳐다보자 츠위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녀의 표정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괜한 걸 상상하는 듯하다.

만에 하나라도 그럴 일은 없다.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가벼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알고 있나 모르겠는데 쟤도 한국인이었거든."

"그럼 알죠. 중국에 귀화했잖아요. 절차는 나름 복잡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요."

츠위가 신경 쓰이는 건 두 가지일 테다.

로얄CN을 상대로 내가 자신이 있는지.

다른 하나는 한국인이었다는 점이 걸리는 건지.

그 둘 다 그다지 걸리지 않는다.

"선수 생활 때문에 국적 옮기는 거. E-스포츠에서는 몰라도 스포츠에서는 흔하잖아? 딱히 배신감 느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면 다행이고요. 근데 눈초리 조금 무서워서.."

"…."

직구를 던져오면 할 말이 없다.

나로서는 내 표정을 알 수 없지만 짐작가는 부분은 있다.

아주 잠깐이나마 차도리에 대해 고민을 했었으니까.

떠올린 내용이 내용인 만큼 얼굴이 굳었을지 모른다.

'이거는 어떻게 말을 풀 수 있는 내용이 아니지.'

어설프게 덮다간 유치한 변명이 될 뿐이다.

차라리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 날 듯싶다.

반년 전, LCF 적의 이야기다.

"…이런 일이 있어서 유럽에서 딱히 여론이 좋지 않아."

"아나운서가 과거 소속 게임단 이야기를 했더니 화제를 돌린 게 그 때문이었군요. 흥미로워요."

최대한 돌려 말하긴 했다만 이 녀석 머리 좋아서 다 알아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유럽에서는 중국 게임단의 이미지가 썩 좋지 않다.

그런데 차도리가 조금 인지도를 쌓자마자 로얄CN의 스카웃을 받아들였다.

그로 인해 차도리는 유럽 내에서 엄청 까였다.

중국인인 츠위의 입장에선 썩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있잖아요, 나쁜 중국인도 있지만 좋은 중국인도 많아요. 13억이나 되다 보니 일이 많이 생기긴 하는데.. 원래 나쁜 이야기가 더 전달 잘되는 거 아시죠?"

신경이 많이 쓰이는지 구구절절 자세하게 설명을 해온다.

물론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비율 면에서 딱히 많은 것 같진 않지만 분명 있다.

이 녀석처럼 좋은 중국인도 만날 기회가 언젠가 올 거라 생각한다.

"그래, 그래 너처럼 말이야."

"..뭔가 여자 쓰다듬어본 적이 많으신 거 같은데요."

살짝 기분이 안 좋은 듯 해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예은이 달래줄 때 많이 써먹었던 레파토리다.

알게 모르게 숙련이 됐나 보다.

조금 퉁명스럽게 대꾸는 했어도 마음에는 드는지 싫어하는 기색은 띄지 않는다.

'롤드컵.. 그리고 LPL이라.'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