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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어버린 역사
롤드컵의 조별 리그는 영국 런던의 윌리엄 아레나에서 막을 내렸다.
8강부터는프랑스 파리의 독 풀먼에 치러진다.
경기장의 규모는 비슷하지만 조형미가 눈에 띈다.
선홍색 조명이 비춰짐에 따라 내부가 찬란한 루비와도 같은 색체를 낸다.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연회장으로 쓰일 정도의 장소다.
뭐, 이번에는 롤드컵 개최지인 만큼 빽빽한 좌석만이 잔뜩 들어서 있지만 말이다.
─와, 정말 글로벌 대회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네.
영국이 멋지다면 프랑스는 아름답다.
역시 예술과 패션의 나라 프랑스다운 경기장이야.
그런데 우리 불밤 잡힌 거 실화냐?
└ㅇㅇ8강에서 로얄CN한테 도차 당함.
글쓴이-어떻게 져도 그런 놈한테 지냐..
└요즘 불밤이 하락세기도 하고 로얄CN도 잘하긴 하더라.
└원래 도차가 다른 건 몰라도 실력 하나는 괜찮았지.
글쓴이-그래, 실력 하나만은.
경기장이 아름다운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건 그 내용인 법이다.
롤드컵의 이야기가 한창 오가고 있는 잉벤.
민족 특성상 승부욕이 유난히 강한 한국인들에게 악보가 들려왔다.
한국의 대표팀 중 하나, 불밤이 고배를 마셨다.
그래도 아직 삼선 레드가 남아있으니 실망하지는 말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번 롤드컵은 북미와 유럽의 강세가 예상된다.
부정하기 힘들 정도로 경기력이 미쳐 날뛰고 있다.
─조별 리그에서 쩌리들 싹 정리되고 8강 오니까 진짜 재밌다.
근데 해외에서는 파사딘이 정말 고평가 받나 봐.
상대 조합보고 초반 버틸 만하면 무조건 꺼내네.
확실히 왕귀 챔피언은 맞는데 좀 애매하지 않나?
└억겁에 여눈까지 가는 게 에바터는 챔피언임.
└페케장군이 파사딘을 잘하는 것도 있지. 백도어로 유명하잖아.
글쓴이-아니, 전체적으로 해외에서는 파사딘을 선호하는 것 같아서.
└우리나라는 무조건 초반 강한 거 좋아하니까. 성향 차이지 뭐.
경기력도 좋고 메타도 신선해서 재미나다.
한국에서는 선호도가 낮은 챔피언들이 주목 받는다.
로드 오브 로드 유저들로서는 이만큼 신나는 게임을 찾기가 힘들다.
롤드컵이 가지는 그 상징성.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각 지역의 메타가 충돌하면서 요상한 게임이 나오기도 하지만 반대로 흥미 깊은 구도도 곧잘 생긴다.
이번 2013년도의 롤드컵은 아직 진행 중임에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서머 시즌 결승전 두 팀 중 하나만 롤드컵 왔어도.
진짜 다 쓸어담는 각인데..
최근 기세 꺾인 팀만 와버려서 많이 아쉽다.
신세상 매직이 아니여도 SKY T1 K정도면 충분 우승 노려볼 만하지 않아?
└국뽕도 적당히 해야 호응해주지 자제해ㅋㅋ
└아무리 한국이 게임 잘해도 아직 서버 생긴 지도 2년이 안됐어.
└오우ㅋㅋ 신세상은 몰라도 SKY는 쪼옴ㅎ
└요즘 북미 유럽 날아다니는 거 보면 신세상도 장담은 못함 ㄹㅇ루다가.
전체적인 경기의 수준이 높은데다 깔끔하다.
개그스런 장면도 조별 리그까지지 8강부터는 정말 박터진다.
갤럭시 크래프트 때처럼 한국만의 리그가 되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들도 체계적인 프로게이머 관리가 이루어지면 한국 못지 않다.
적어도 로드 오브 로드는 한국의 독주 체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는 결코 나쁜 이야기 만은 아니다.
국뽕도 대회 규모가 커야 뻥뻥! 터지는 거지.
무조건 이기기만 하면 그러려니 하는 법이다.
어쩌다 한 번 질 때 자존심 상하고 불안하고 신경 곤두서게 된다.
하지만 한 가지 이 부분만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저 자리에 올마스터가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올마스터는 요즘 뭐 하려나.
중국 방송은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못 보겠어.
잘 하고 있는지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하다.
└겁나 잘 나간다더라. 시청자 수십 만에 여성팬도 많고.
└호화 저택에서 미녀 몇 명씩 끼고 생활한다고 어디선가 본 듯.
글쓴이-걱정해서 손해봤네ㅅㅍ 괜히 중국 간 게 아니구나.
└ㅋㅋ 진짜면 뮴뮴 누님한테 오질나게 쳐맞을 듯.
고작 바다 건너 옆나라일 뿐인데 왜 이리도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공산 국가인 중국은 자국 내에서도 규제가 많지만, 반대로 해외에서도 중국의 컨텐츠를 이용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오해가 조금은 생길 수 있는 노릇이다.
어쨌든 간에 이번 롤드컵은 올마스터와 무관하게 치러진다.
본래 나아가야 했던 길과 상당히 다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내용 만큼은 알차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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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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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요 며칠 사이는 더욱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나로서는 반드시 알고 싶었던 롤드컵의 경기 내용.
쿡야 게임단에 적용하라 보낸 피드백에 대해서도 왈가왈부가 있었다.
'최대한 풀어서 설명했는데 실전 적용을 못해버리네.'
뭔 소린진 알겠는데 게임 내에서 풀어가려니 잘 모르겠다.
나로서는 정말 기대하고 있던 반응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들으면 선문답 같은 소리일 테다.
'모른다는 것도 아니까 할 수 있는 말이지. 정말 모르면 모른다고도 못해.'
알긴 아는데... 어쩌고저쩌고 두루뭉실한 태도보다 1200배는 낫다.
사람 마음이 원래 모르는 걸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을 못한다.
수업 시간에 손들고 질문하는 게 은근 어려운 것과 같은 논리다.
그런데 이렇게 모르겠다는 답이 들려왔다는 건 감은 잡혔다는 소리다.
그리고 슬슬 배울 의지가 생겼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어느 쪽이든 긍정적인 이야기고 크게 환영하는 바다.
'역시 세상사 굴려서 안되는 게 없는 법이야.'
군대에서 참 드럽게도 많이 들었던 두 가지.
까라면 까, 그리고 안되면 되게 한다.
안되는 걸 왜 굳이 되게 만들려는 걸까?
들을 때마다 사람 복장 터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쿡야 게임단 녀석들에게는 필요한 교육 방침이다.
솔랭과 2군 리그에서의 성적으로 어쭙잖게 자존심이 붙었다.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어디서 프로게이머 행세를 하고 앉았다.
때문에 일단 갈궈서 같잖은 자존심부터 즈려밟아야 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말을 잘 들은 건 츠위의 도움도 있었을 테다.
싸움밖에 모르는 근육뇌 자식들에게 운영이 있다는 사실을 주입해냈다.
'조금만 더 윤곽이 잡히면 본격적인 연습을 진행해도 되겠어.'
스스로 사고를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증이다.
드디어 일보를 내딛은 셈이다.
지금까지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애들 상대로 정말 고생했다.
이제부터는 매질에 스냅 좀 넣어서 찰지게 때려도 될 듯하다.
타닥, 탁!
피드백에 대한 피드백.
2차 보고서를 방금 전 완료해서 츠위한테 보냈다.
이걸로 오늘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은 다 끝낸 셈이다.
드디어 내 개인적인 볼 일을 봐도 될 듯하다.
-오늘도 방송 늦게 켜네..
-프로게이머가 너무 빠진 거 아니야?
-프로게이머니까 방송을 안 하지www
-오빠 방송 시간 좀 늘려주세요!
사정을 설명했다 한들 모두가 기억해주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상당히 바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슬슬 종지부를 찍을 때다.
나는 더 이상 어설프지 않게 된 중국어로 찬찬히 입을 열었다.
"최근에 조금 바빠서. 슬슬 시동 거니까 보채지 말고 봐라. 내가 걸어가는 패왕의 길을..!"
원래 방송이라는 게 그렇다.
살짝 중2병 좀 섞어주고 시청자랑 밀당 좀 해주고.
하루이틀 방송해오지 않은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곳 중국은 특히나 더 잘 먹히는 듯싶다.
이러다가 삐끗 해버리면 우스운 꼬라지겠지만 난 그럴 일이 없다.
1서버 솔로랭크가 어렵다 해도 그건 현지인들의 이야기다.
쿠웅!
그동안 간간히 게임을 돌린 것만으로도 마스터 티어의 목전까지 왔다.
판수로 따지면 적지 않지만 아무래도 게임이 쉽다.
2서버, 3서버보다 수준이 높다 한들 약간 정도다.
정말 최상위로 올라가지 않은 한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세상에, 올마스터 만났다!
-1서버 정복하러 온 거야? 빈집털이 당하겠네.
-내 알 바냐. 얌전히 버스나 타자kkk
큐가 잡히자마자 아군들이 무어라 채팅을 쳐온다.
옛날에는 안 읽혀서 답답했는데 요즘은 대략 읽힌다.
팀원 중 한 명이 말한 빈집털이.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근데 뭐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중국에 발을 디딘 시기부터 이미 빈집털이 시즌이었다.
프로들이 게임을 하기 애매한 때.
LPL준비로 바쁠 수밖에 없는 시기다.
결정적으로 나랑 마주치는 걸 꺼려한다.
-캬아~ 프로들 다 잠수 타겠다.
-누가 수작업으로 통계냈는데 올마스터 게임할 때 프로들 큐 돌리는 비율 급격히 낮아진다네www
-괜히 만났다가 깨지면 쪽팔리니까!
-2,3서버는 그랬다는데 1서버도 과연 그럴지 킥킥
츠위의 추천을 받아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둘러보고 나서야 안 사실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의 채팅창에서도 오가고 있다.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확실해졌다.
'프로를 안 만난 게 아니라 못 만난 거였구나.'
최상위권이라는 게 원래 판이 좁다.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구간이다.
그리고 현재 게임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보인다.
CP.GG같은 전적 사이트에 주르륵 올라온다.
소문이 퍼지는 걸리는 시간이 짧은 만큼 가능한 일이다.
누군가 이를 통계를 내 정리까지 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2,3서버를 빠르게 정복할 수 있었던 건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해요!
하지만 이곳 1서버는 다르다.
최상위권 유저들은 대부분 프로다.
올라가다 보면 안 만날래야 안 만날 수가 없다.
아직 마스터도 닿지 못한 시점에서 고민할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파사딘이 정말 자주 나오네.'
롤드컵을 봐서 알지만 최근 파사딘 열풍이 불고 있다.
이미 중국 내에서는 파사딘이 필밴에 가까울 정도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름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파사딘은 본래 도차에 의해 유명해진 챔피언이었지.'
로드 오브 로드 챔피언들이 스펙이 좋다고 반드시 쓰이는 건 아니다.
그냥 별 이유없이 왠지 쓰기 싫어서 픽률이 낮은 챔피언들도 가끔 있다.
헤일, 그리고 파사딘이 대표적인 예다.
파사딘은 시즌2 후반에 잠깐 높은 픽률을 보이다 묻혔다.
시즌3에 들어 AD메타, 그리고 기타 이후가 겹쳐 안 쓰이게 됐다.
그러다가 도차에 의해 재발견.
여기까지가 본래 있었던 역사다.
'하지만 도차가 중국에 갔고, 그 탓에 조금 늦게 파사딘 열풍이 불게 됐다라.'
특히나 한국 사람들이 많이 보수적이다.
늘 쓰던 픽만 쓰려는 주의가 북미나 유럽에 비해 강하다.
그러다 보니 현재 롤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은 파사딘을 안 쓰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안 한다기 보단 연습을 안 해서 못 쓰고 있다고 느낌이다.
푸웅-!
상대 미드라이너는 파사딘이다.
밴이 풀리자 넙죽 가져갔다.
이곳 중국에서는 파사딘이 그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
라인에서 나를 보자마자 자신만만하게 구체를 던져온다.
필승카드를 가져갔다는 사실이 어지간히 자랑스러운가 보다.
침묵의 효과에 더해 약간의 마법 피해 내 체력을 갉아 먹는다.
나도 해봐서 알지만 정말 짜증나는 챔피언이다.
'그만큼 단점도 명확한 챔피언이지만.'
파사딘은 확실히 OP가 맞다.
사용하는 법만 제대로 안다면 혼자석 싹~ 쓸어담는 게 가능.
전형적인 솔로랭크의 하드캐리형 챔피언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파사딘은 결국 대회에서는 사장되고 말았다.
너프와 전혀 상관없이 픽률이 줄었고 프로들이 꺼려했다.
그렇게 된데는 당연히 이유가 붙는다.
후욱!
짧은 단창이 날아가 파사딘의 체력을 똑같이 뜯어낸다.
현재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챔피언은 빵테온.
파사딘을 카운터 치기 가장 좋은 챔피언 중 하나다.
-www파사딘 선픽은 빵테온으로 응징해야 제맛이지.
-창 쭉쭉 날려서 파사딘 숨도 못 쉬게 만들면 꿀잼!
-그래도 조금만 버티면 파사딘이 좋아지지 않아?
-올마스터가 과연 그럴만한 시간을 줄까?kkk
미드 빵테온은 솔랭 양학용으로 꺼낸 픽이다.
별 생각없이 다 때려 죽이기 좋아서 했다.
이러저러 결점이 많아서 대회에서 쓰기는 좀 그렇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겠지.'
상대가 괜히 파사딘을 선픽 박은 게 아니다.
솔직히 빵테온이 상대라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막말로 지금 시점의 파사딘은 초반에 CS 하나 못 먹어도 괜찮다는 말이 있을 OP픽이다.
이렇게나 좋은 파사딘이 어째서 대회에서는 쓰기 힘들게 됐을까?
이번 LPL은 그 증명의 과정이 되리란 생각이다.
중국 메타에 적응하고, 역이용해 게임을 뒤집는다.
파사딘 말고도 여러가지 잡히는 중국잼이 내 흥미를 돋궈주고 있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조금 디나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무난하게 킬각을 주는 다이아 파사딘.
이런 시시한 상대가 아닌 조금 때릴 만한 샌드백이 필요하다.
하루빨리 올라가 그들을 대면하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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