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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09화 (609/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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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어버린 역사

마스터 티어를 찍고 난 이후 한동안은 연승가도였다.

아무리 1서버라고 한들 상위권 레벨은 비슷한 법이다.

진짜 차이가 나는 건 최상위권, 그랜드 마스터에 간 이후다.

대부분의 랭커들이 프로게이머라 들었다.

만만치 않겠지만 나한테 걸리면 얄짤도 없다.

고대하던 그랜드 마스터에 진입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큐가 안 잡히네.'

게임을 하면 확실하게 이길 자신이 있다.

문제는 그 게임이 잡히지를 않는다.

커뮤니티에서 보았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큐 시간 왜 이렇게 길어? 벌써 30분을 넘어갔네. 천상계는 원래 이러나?

-천상계 큐 시간이 평균적으로 길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닐 텐데..

-kk프로들 큐 아무도 안 돌리나 봐.

-어제 이맘때만 해도 큐 잘 돌아가고 있었는데 올마스터 보고 뺀 듯?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같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 없으면 점수를 올릴 방법이 없다.

큐가 아예 잡히지 않는다는 소린 아니지만 문제가 있다.

쿠웅!

가뭄에 콩나듯 잡히기는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잡히는 큐는 멤버가 뻔하다.

굳이 검색해서 찾아볼 것도 없다.

-오! 올마스터다!

-나 마스터 100점인데 왜 그마를 만나?

-하이큐 제대로 잡혔네 ㅋㅋ

-뭐야, 버스각이냐? 닷지만 안 났으면 좋겠다.

응, 난 닷지 좀 해줬으면 좋겠어.

쟤네들 입장에선 하이큐지만 내 입장에선 로우큐다.

로우큐라는 것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의 점수가 낮음을 일컫는다.

마스터 이상쯤 되면 동시간대 큐 돌리는 사람의 수가 적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평생 큐를 안 잡아줄 수는 없으니 ai가 대충 잡아준다.

본래라면 절대 만날 일이 없는 낮은 점수대의 유저들을 짜깁기한다.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시청자들이 왁자지껄 떠들어댄다.

-또 로우큐 걸렸네kkkk

-이거 이겨도 얼마 안 오르지 않나? 지면 엄청 떨어지고.

-근데 지는 걸 못 봐서 모르겠음.

애들 싸움에 어른이 끼어 노는 격이다.

로우큐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런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다.

질래야 질 수가 없는 구도가 성립된다.

'문제는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거지.'

이런 큐는 이겨봐야 점수를 얼마 주지 않는다.

게다가 만에 하나 지기라도 하면 점수가 왕창 깎인다.

롤은 하도 팀운 게임이라 만에 하나라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아직까지 진 게임은 없었지만 위태위태한 게임이 없진 않았다.

로우큐가 걸린 입장에서는 게임을 그다지 하고 싶지가 않다.

어쩌다 한 번은 몰라도 쭉 이런다면 무지하게 곤란하다.

최근 내 점수 상승폭이 지체될 수밖에는 이유다.

'양학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 입장에선 마스터만 해도 겁나 잘하는 사람이다.

그런 마스터들을 가볍게 짓누르니 재미는 있을 거다.

현재 진행되는 게임만 해도 리픈이 싹 쓸어 담는다.

─아군이 China No.1에게 위험 신호를 보냄!

적은 물론 아군의 티어까지 낮은 로우큐.

맞춰주듯 플레이하는 것보단 혼자 다 해먹는 게 편하다.

봇라인 스플릿을 하던 나에게 적 세 명이 들이닥쳤다.

터헝!

콰라랑!

일단 가장 걸리적거리는 끠즈부터 처리한다.

점멸 스턴 이후 3타를 연계하며 에어본을 띄운다.

평타와 함께 하이드라의 액티브와 궁극기가 퍼져 나간다.

자랑하는 재롱잔치를 쓸 찰나도 없이 한순간에 사망.

라인전에서 하도 털린 탓에 몸이 종잇장이다.

<버거킹!>

쿠! 챠앙!

한 발 늦게 탈리반과 광전사가 나를 덮친다.

스킬이 다 빠진 나를 가두고 협공하려는 속셈이다.

근데 그 짓을 할 거면 주력 딜러가 있을 때 해야지.

쿨감템과 피흡템이 갖춰진 리픈은 어설프게 건들지 않는 편이 좋다.

챠락, 챠작! 콰항!

상대 입장에선 어처구니 없는 불사신이다.

평캔을 극한으로 활용한 피흡과 짧은 실드의 쿨타임.

결국 탈리반은 죽고 광전사만 피떡이 되어 도망간다.

─트리플 킬!

전설의 출현!

도망가는 건 자유지만 살려준다고는 한 적이 없다.

잘 큰 리픈은 정글한테 블루 양보를 하지 않는다.

쿨타임 감소를 위해 섭취했고 그 덕을 톡톡히 봤다.

무작정 따라가 광전사를 마무리하는데 성공했다.

─아군이 바론을 처치했습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하였습니다!

실력 차이가 날 때 깔끔한 솔로 캐리가 가능한 챔피언.

다름아닌 리픈이라는 사실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탑과 봇이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이번 로우큐도 여지없이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걸 언제까지 하느냐인데.'

현재 내 점수대는 그랜드 마스터 600점이다.

지금과 같은 현상은 마스터 상위권을 넘어섰을 때부터 생겼다.

갈수록 점점 더 큐 잡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한 30분쯤 후에 오면 게임하려나?

-프로들이 내빼서 큐가 안 잡혀T.T

-나 같아도 무서워 큐 안 돌리긴 할 듯kk

-같은 팀 걸릴 때까지 닷지하는 게 현명하긴 해.

어쩌다가 정상 큐가 걸려도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두구두구두~ 눈치 게임의 시작이다.

상대팀이 엄청나게 닷지를 해댄다.

대부분의 일반 유저들은 점수에 목을 맨다.

그런데 나를 적으로 만나면 높은 확률로 지게 되니 닷지가 땡긴다.

상대팀이 모르면 다행이지만 천상계가 원래 비좁다.

게다가 방송까지 하고 있으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

'그래도 차라리 그 때가 나았지.'

마스터 구간에서 올라갈 때만 해도 그런 일이 잦았다.

그래도 큐가 안 잡히는 건 아니니 방송은 그럭저럭 됐다.

하지만 이렇게 큐 자체가 안 잡혀버리는 건 설마 했다.

프로들을 만나려고 1서버에 왔는데 정작 그 프로들이 코빼기도 안 보인다.

정말로 이렇게 단합하듯 아무도 게임을 안 해버릴 줄이야.

방송에 심각한 브레이크가 걸리고 만다.

'큐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면 본말전도잖아.'

이처럼 오래 큐를 돌려서 잡히는 게임이 겨우 로우큐다.

점수는 점수대로 안 오르고 시청자들은 시청자들대로 지루하다.

이럴 거면 그냥 낮은 계정으로 양학 방송을 하고 말지.

이 기분을 한 마디로 표현을 하자면 참.

'더럽다 더러워.'

이대로 방송을 진행해봤자 죽도 밥도 안된다.

조금 이르지만 오늘의 방송은 여기까지만 하자.

내일도 요지경이면 1서버 정복 계획은 잠시 미뤄두자.

나는 시청자들에게 짤막한 방종 인사를 하고 방송을 껐다.

그리고 몇 가지 개인적인 볼 일을 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에도 아직 저녁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숨 돌릴 겸 숙소 주위를 몇 바퀴 돌아볼까.

가벼운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이어폰을 챙겨 들고 바깥으로 나갔다.

.

.

.

* * *

철커덩!

현관문을 듣고 들어온 나의 손은 오랜만에 땀으로 범벅이 돼있다.

운동할 작정으로 나간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조금 불이 붙었다.

산책이 아니라 조깅을 해버렸다.

온몸이 후끈후끈 땀 투성이가 된 나는 바로 샤워를 마쳤다.

대충 옷을 둘러 입고 나오니 오후 다섯 시 반.

배도 출출한 게 뭐가 나와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듯한 기분이다.

'오, 오늘은 튀김인가 보네.'

어디선가 맡아본 익숙한 냄새.

다행스럽게도 메뉴 선택 또한 무난해 보인다.

부엌 쪽에서 식욕을 돋구는 고소한 향내가 풍겨왔다.

"오늘 저녁은 튀김이야?"

"튀김.. 뭐, 그런 셈이죠."

살짝 틱틱대는 게 기대하던 대답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츠위는 이미 저녁 준비를 마쳤는지 쇼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우리가 보통 저녁을 먹는 시간대는 오후 여섯 시 전후.

샤워하고 있던 나를 기다리며 시간을 죽이고 있던 듯하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츠위의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솔직히 난 당장 먹고 싶지만 츠위는 그러지 않을지도 모른다.

잡담이나 하며 시간을 떼울 겸 솔로랭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런, 치사하긴 하네요. 하지만 프로들도 언제까지 손 놓을 수는 없을 거 아니에요?"

가벼운 맞장구와 함께 합리적인 해결책을 추구해온다.

기업가의 손녀님, 그리고 우리 구단주답게 보통의 여자애들과는 다른 구석이 있다.

확실히 마스터부터는 일주일 간 게임을 안 하면 점수 떨어지는 특별 룰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반드시 게임을 해서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츠위의 견해는 다분 옳다고 생각하지만 한 가지.

사정이라는 게 꼭 그들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나라고 하염없이 솔로랭크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이제는 팀연습 위주로 해야 할 때지."

"후후, 제 입장에선 바람직한 이야기네요. 반대로 팬으로서는 조금 아쉽지만요."

아쉽기는 하다만 구단주인 자신이 입장을 돌려 생각할 일은 없다.

따지고 보면 뒷말은 사실 사족에 가깝지만 그런 면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함에도 완전히 사무적이진 않다.

사교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 녀석이 호감으로 느껴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성격이 전혀 다름에도 예은과 은근히 닮은 구석이 있다.

슬슬 여섯 시가 가까워 지는 시간대.

츠위는 TV만을 다소곳이 바라보고 있었다.

"뭐 보고 있어?"

"뭐 보고 있긴요.. 슬슬 시작할 참이잖아요?"

앉은 자세 그대로 다리를 끌어안은 츠위가 나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이다.

혹시 내가 잊고 있는 게 있나.

"아, 롤드컵 결승이었지."

"에헤이, 저번에는 기대만땅이라면서요?"

맞다, 맞다.

츠위의 말은 맞는 소리다.

정확히는 결승전 전까지는 그러했다.

아무래도 나머지 팀들은 내가 알던 역사와 많이 달라진 구석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고 준부 챙겨봤다.

하지만 CLC와 갬빗 게이밍은 몰라서야 섭한 게임단이다.

"바쁘다 보니 조금 까먹었네. 그래도 뭐, 시간 맞췄잖아?"

"나는 안 까먹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섭하네요, 흥!"

친해질수록 감정 표현이 많아지는 스타일이다.

처음에는 딱딱한 메이드처럼 굴더니 요즘은 여동생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준비를 하고 있었다니 무엇을 말하는 걸까.

"..저번에 중국 치킨은 입맛에 안 맞는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기껏 만들었는데…."

쇼파에서 일어나더니 주방에서 쟁반을 하나 가져온다.

노릇노릇 맛있게 익은 한국식 후라이드 치킨.

어느 모로 보나 직접 튀겼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거 땡큐네. 안 그래도 정말 먹고 싶었어."

"흥, 이제 와서 칭찬해도 늦었다고요."

삐진 듯한 말뽄새와는 달리 맛있게 아작 닭다리를 뜯어 먹어주자 흡족한 듯 보인다.

제법 연구를 한 듯 한국에서 시판하는 치킨에 비해 맛이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취향에 맞게 닭다리만 엄청나게 튀긴 점.

그리고 기름을 재활용하지 않아 깔끔한 맛이 득점 요인이 되었다.

<역시 갠자는 오늘도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두란 방패 원딜 보여주며 부시안 상대로 수월하게 라인전 버티고 있네요.>

<두란 방패가 최근 상향이 되면서 미드, 탑 가리지 않고 선호되고 있는 아이템이죠. 그래도 원딜이 쓰기에는 많이 애매한데 역시 갠자. 이번 만큼은 콰른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치킨을 뜯자 한층 더 즐거워진 롤드컵 관람.

경기는 이미 시작했고 CLC와 갬빗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

갬빗의 원딜러인 갠자가 선템으로 두란 방패 스타트를 하자 중계진들이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

'뭐, 두란 방패도 못 갈 템은 아니지.'

얼마 전 두란 방패의 옵션이 다소 바뀌었다.

한 마디로 두란 방패+1포션 스타트가 가능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망자의 두건이라는 마법 저항력 아이템까지 생기며 현재 탑라인은 탱커 메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흐름에 발을 맞춘 건 아니지만 갠자가 두란 방패를 사왔다.

원래 이 선수가 아리까리한 플레이를 많이 하는 선수인지라 놀랄 건 없다.

듣기로 지난 서머 시즌의 롤챔스는 원딜로 무조건 3두란검을 갔다고 하던가.

컨셉이 특이하게 잡힌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이다.

"시현씨는 어느 팀이 이길 거라 생각하세요?"

"내가 무슨 예언가도 아니고.. 물어볼 때마다 얼마나 심장이 쫄깃쫄깃한 줄 알아?"

츠위는 궁금한 게 상당히 많은 아이다.

같이 있으면 무언가를 질문하는 일이 잦다.

특히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꼬치꼬치 이해될 때까지 캐묻는다.

'정말 미래가 기대되는 아이야.'

전혀 싫거나 귀찮지 않다.

오히려 내심 기특하다.

구단주가 이렇게 부지런하니 쿡야도 분명 잘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뭐, 내 체면이 있어서라도 반드시 잘되게 만들겠지만 말이다.

"당연히 CLC가 이기지. 누가 있었던 팀인데 설마 질라고?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높은 확률로 CLC의 패배를 예측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현재 경기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봇라인의 상성이다.

'챔피언이 아니라 선수들의 상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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