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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언제나 하나
LPL의 조별 리그는 A조와 B조로 각각 여섯 팀으로 나뉘어 치러진다.
각 팀은 서로 3판 2선승제의 승부를 벌이고 스코어에 따라 차등된다.
상위 네 팀을 선발하여 8강으로 올려 보내는 지극히 일반적인 구조라 말할 수 있겠다.
오늘 쿡야 게임단은 조별 리그의 첫 번째 경기를 치르게 됐다.
드디어 올마스터의 경기를 볼 수 있겠구나.
기대했던 팬들은 아쉬움을 삼키게 되었다.
아니, 올마스터가 안 나오면 무슨 재미로 경기를 봐?
하지만 그 평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뒤집히고 있다.
첫 번째 세트보다 두 번째 세트에서 더욱 확연하다.
부연 설명을 붙이기 보단 더욱 명료한 잣대.
바로 시청자의 수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중계 플랫폼 등에서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뭐야, 올마스터 안 나왔다면서 아직도 보고 있네.
-재밌으니까 보지www 달리 이유가 있나?
-쿡야 수준이 급높아짐. LSPL때랑 딴판이야.
-올마스터 없어도 충분히 세!
쿡야-베이더스가 LSPL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저 기대되는 신인 정도였다.
결승전까지 쭉 이기고 올라왔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하필 져버렸다.
상해의 1군 중에서 썩 강력하다는 평가는 받지 못했던 TCG.
한국으로 따지면 페닉스 게임단의 위치에 있는 팀에게 농락 당했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감이 생기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그러했던 쿡야 베이더스의 지난 한 달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물론, 전체적인 플레이가 몰라보게 다듬어졌다.
불필요한 교전을 지양하며 능숙하게 라인전 단계를 넘어간다.
반대로 한타 폭발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자신들이 가져간 조합의 특색을 살려내며 승기를 가져온다.
조금만 말려도 뭘 해야 할지 모르던, 무작정 싸우기만 하던 LSPL 때와는 다르다.
경기를 본 시청자들은 저마다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나 차우차우 팬이었는데 잘하니까 보기 좋다. 앞부스터를 안 하는 게 조금 아쉽지만!
-원래 잘하는 프로들은 함부로 안 나대. 저게 진짜 잘하는 거야.
-마파두부도 동선 깔끔해졌다. 과장 조금 보태면 클래식러브 못지 않은데?
-그건 에바 털고ww 아마추어때보다 잘해진 건 인정.
쿡야에 속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아마추어때 한따까리 좀 하고 다녔다.
자신들이 주무대로 삼는 솔로랭크 서버에서 1,2위를 찍었으니 말 다했다.
그런 만큼 각자 적지 않은 인지도와 팬층을 보유하고 있었다.
과거 그들의 팬들이었던 시청자들로서는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마추어일 적과 전혀 달라진 경기력으로 게임을 승리로 이끈다.
지난 LSPL의 아쉬움을 제대로 만회해냈다.
<흠흠! 오늘 게임이 잘 풀린 것 같습니다. 올마스터가 없어도 충분히 잘해나갈 수 있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보여준 듯 하네요.>
헛기침을 내뱉어 해설자의 말을 끊은 더우니 버빈이 어색하게 마무리한다.
올마스터를 까내렸던 그의 입장상 쿡야를 띄워주기는 뭣하고..
그렇다고 쿡야한테는 악감정이 없으니 뭐라고 하지는 못하겠고..
이러저러 애매한 처지에 놓인 그는 대충 상황만 정리했다.
<아직 경기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한타 조합을 갖춘 쿡야가.. 유리해 보입니다.>
<조합도 조합이지만 정글러와 서포터가 합동해서 시야를 너무 잘 장악해 놨어요. 이렇게 되면 게임 주도권이 무조건 쿡야에게 있습니다. 여기서 누구 한 명 잘리기라도 하면 바로 바론이에요!>
현재 경기는 이제 막 중후반에 접어 들려는 찰나다.
라인전이 끝나고 용한타가 한 번 일어난 정도.
사실 라인전에서는 스코어가 딱히 갈리지 않았다.
하지만 라인전이 끝난 이후 첫 번째 용한타에서 쿡야가 대승을 거뒀다.
한타 조합이 가진 이점, 물론 있었지만 스킬 연계가 굉장히 깔끔했다.
비슷한 상황이 다시 한 번 연출되기 직전이다.
─버거킹!
미리 장악해둔 시야를 바탕으로 상대의 실수를 유도해낸다.
그런데 CA는 과거의 쿡야와 마찬가지로 라인전 단계 이후의 운영에 미숙하다.
안 그래도 구멍 송송 뚫려있던 빈틈이 쩍쩍 벌어진다.
엄청나게 큰 대어가 한 마리 걸리고 말았다.
<신짜장이 갇혀버렸습니다. 점멸도 없고, 이건 죽었죠. 최악의 경우 바론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꾹꾹 참아왔던 차우차우의 고르키가 처음으로 앞부스터를 박았습니다. 확실하다는 거죠. 여기서 바론을 가든, 낚시를 가든.. 아! 시야 주도권을 바탕으로 낚시를 선택합니다.>
상대팀의 정글러를 잡아버렸다.
충분히 바론을 가도 되는 상황임에도 가지 않는다.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20분 초반대의 바론 레이드는 잡는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
잘못 교전이 일어나면 역으로 비벼질지 모른다.
그러니까 안전하게 상대가 오길 기다리자.
침착함이 돋보이는 쿡야와는 반대로 CA는 완전히 공황 상태다.
이걸 막아야 하나, 아니면 내줘야 하나.
팀 내의 의견조차 조율되지 못한 움직임이다.
결국 어설프게 움직이던 CA의 선수들은 물리고 만다.
말화이트의 궁극기가 강제 이니시를 열어냈다.
콰아아앙!
호롱!
말화이트가 적 두 명을 띄워버렸다.
그것만이라면 그래도 다행이다.
코리아나의 궁극기가 예술적으로 연계되었다.
쇼크 웨이브에 남아있던 모든 적이 휩쓸렸다.
<이건 한 명도 살아 돌아갈 수 없는 그림입니다. 바론까지 먹히면 글로벌 골드 차이 확연하게 벌어지겠네요.>
<이건 바론이 아니라 억제탑이죠. 신짜장 부활해도 혼자서는 절대 못 막습니다. 서렌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게임이 기울어졌어요!>
억제탑을 깨고 바론을 잡은 후 유유히 귀환한다.
안 그래도 벌어져 있던 글로벌 골드는 이제 따라잡을 수 없을 지경이다.
돌려 깎기까지 진행되자 경기는 확실하게 쿡야의 손에 잡혔다.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체계적인 운영이었다.
<뭐, 올마스터가 나오지 않았던 건 그가 없어도 무방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였을지도 모르겠네요 흠흠!>
중계진들이 혀를 내두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성장해버린 쿡야 게임단.
적어도 이번 게임은 완벽 그 자체였다.
더우니 버빈의 입에서도 인정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 개인적으로 싸움 많이 하는 팀이 좋은데 이번 경기는 의외로 괜찮다?
-운영도 깔끔하게만 하면 보기 좋아. 그게 어려워서 문제지.
-아마추어때부터 잘하던 애들 모아 놔서 그런지 실력 느는 것도 금방인 듯?
-아 노잼일 줄 알고 안 봤는데 웬 뜬금포 반전이야!
중계진들이 혀를 내두른다면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내두른다.
LPL에서 쿡야가 선보인 첫 번째 경기.
실시간으로 시청하지 못한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포탈 사이트들에선 쿡야가 검색어 순위 1위를 해버릴 정도였다.
쿡야 게임단의 인지도와 평가가 한순간에 급부상했다.
바야흐로 경기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실수없이 이득을 챙겨나간다.
결코 멈추지 않고 상대를 흔들며 시청자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경기, 분명히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정말 짭세상 매직이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네.
-나 신세상팬이었는데 걔네들 게임 풀어나가는 흐름이 딱 이럼.
-혹시 올마스터가 선수들 조련한 건가? 그런 거라면 이런 극적인 변화도 있을 만한데.
-눈치 못 채면 그게 바보지kk 더우니 버빈은 절대 안 말하겠지만.
창단 당시부터 지향했던 그대로다.
신세상 매직의 뒤를 밟는다.
쿡야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무르익을 수 있던 이유였다.
.
.
.
* * *
경기는 끝이 났고 나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내용 또한 흠잡을 데 없진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이럴 때는 굳이 태클을 걸기보단 순수하게 축하하는 것이 알맞다.
하지만 경기를 치른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뭐, 할 말있냐?"
아직 인터뷰를 하기도 전이다.
누구보다 들떠있어야 할 선수들이 숙연하다.
내 앞에 모여 들며 분위기를 잡고 있다.
그들이 입에서 나온 한 마디에 그만 눈물이 찔끔 새어 나올 뻔했다.
""감사합니다!""
구태여 수식어를 덧붙이지 않아도 전해진다.
어쩌면 처음으로 쿡야의 선수들과 마음이 통했을지 모른다.
고생 끝에 아이를 키워낸 보람이 이런 것일까.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뭘 잘했다고 그렇게들 웃어대?"
"하하, 까실 거면 시원하게 까십쇼!"
"지금이라면 무슨 소리를 들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프로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쿡야의 선수들에게 있어 CA는 과거의 자신들이었다.
막무가내 힘을 바탕으로 한 아마추어식 운영.
라인전에서 본 이득을 바탕으로 한타에서 찍어 누른다.
그것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 상대해봄으로서 느끼게 된 것이다.
과거의 자신들이 저랬구나.
저랬던 자신들이 이렇게 변했구나.
몰라 보게 성장한 자신들이 여간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이런 게 뭐라고 나까지 짠해진다.
"마파두부 너는 쓸데없이 정글몹한테 쳐맞지 말라고 했지? 차우차우 너는 앞부스터 하지 말라니까 기어코 하더라? 아이스크림 너는 와드 최소한으로 사면서 기동신 빠르게 올리라고 했지? 내가 보기엔 아직도 멀었어."
그동안 쌓은 이미지가 있어서라도 순순히 칭찬은 못해주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선수들은 실실 쪼개고 있다.
참, 쓸데없이 웃음이 헤픈 녀석들이다.
"알겠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해. 그리고 CA는 TCG에도 비비지 못할 약팀이야. 고작 이런 걸로 기분내지 말고 어여 가서 인터뷰나 하고 와."
나는 손을 휘휘 저어서 선수들과 코치를 부스 밖으로 내보냈다.
오늘의 주인공은 저 녀석들인데 내가 나가서 괜히 카메라를 뺏으면 안되겠지.
떨떠름하게 부스 안에 앉아있자 외부인 아닌 외부인이 한 명 찾아 들어왔다.
"한 소리 못하게 되어 아쉽네요."
"그럴 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
츠위가 벤치에 다소곳 앉으며 차가운 캔커피를 건네왔다.
요즘 들어 왠지 주는 대로 받는 기분이 들지만 마침 필요하던 참이다.
차가운 액체가 시시하게 달아오른 속을 식혀준다.
"어때요, 이 참에 아예 쿡야로 소속을 바꾸는 건?"
"꼬맹이가 어딜 나를 꼬시려고. 그럴 일은 절대 없어. 다만…"
될 대로 돼라 때려 박은 것도 사실이다.
못 따라오면 버리고 나 혼자 가면 되겠지.
딱 그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실력대가 많이 상승했다고 하나 아직 어설프다.
조금만 실력 있는 팀을 만나도 빌빌 길게 분명하다.
그때부터는 나의 무대가 된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저 녀석들이 날뛰어도 될 것이다.
적어도 그 정도의 신뢰는 쌓여버렸다.
"사실 많이 불안했어요. 프로 선수들이라는 게 자존심도 여간하지 않고.. 코치도, 감독도 믿음직한 사람이 안 보이고.. 저로서는 솔직히 도박이었어요."
전전긍긍하던 나날 듣게 됐다고 한다.
전전했던 모든 팀을 승리로 이끌어냈다.
가히 전설을 써내렸다고 밖에 믿기지 않는 프로게이머.
그런 낯부끄러운 소리를 본인 앞에서 해대고 있다.
"누가 봐도 우연이 아니잖아요? 로드 오브 로드가 혼자서 하는 게임도 아니고.. 그래서 사실 LSPL에서의 경기를 봤을 때 불안했어요. 제가 억지를 부린 이유에요."
곁에서 지켜보며 직접 판단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선택.
그날의 경기가 도화선이 되었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사정을 들어보니 이해는 간다.
혹시 생각했던 바와 다른 사람인 건 아닐까.
만에 하나 우연의 산물이면 어떡할까.
가정부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게 된 사정이었다.
"생각했던 대로 돼서 다행이네. 너도 참 무서운 녀석이다."
"시작은 이제부터죠. 저는 아직 만족하지 않았으니까요."
얼마나 더 부려 먹으려고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건네 받은 액수를 생각한다면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
나에게도 쓸데없는 애착이 쌓였다.
"이래 봬도 제가 직접 뽑았거든요. 키울 만하죠?"
"그래, 누구 덕분에 내 일거리가 산처럼 늘어간다."
복수해줄 작정으로 머리칼을 가볍게 헝클어뜨렸다.
츠위는 별 상관 없다는 듯 부담스런 눈동자로 나를 쳐다본다.
앞으로의 중국 생활.
생각했던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그럭저럭 해볼 만한 무대가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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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팀플레이로 가는 거 아니에요.
조련만 해놓은 겁니다.(팀 내 마찰로 하나하나 투닥 거릴 수는 없으니까요.)
다음 화부터는 쭉 중국편 컨셉대로 주인공 솔로 캐리 모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