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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21화 (62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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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언제나 하나

뻐엉!

뻐엉!

핑크스의 판단은 지극히 옳았다.

아군 세 명이 죽은 이상 바론은 무조건 줄 수밖에 없다.

혼자라도 봇라인을 서둘러 막아야겠다.

판단이 빨랐던 덕에 억제 포탑 앞에서 마검사를 맞이할 수 있었다.

<봇라인에서의 교전이 다소 아쉽긴 했으나 역시 TCG입니다! 노련미 있는 판단 보여주며 봇라인을 지켰습니다!>

<시간을 끌어서 한타만 간다면 TCG에게 승기가 분명히 넘어옵니다. 마검사는 한타에서 한계가 뚜렷한 챔피언이란 말이죠?>

썩 괜찮은 판단인 건 맞지만 그 이전에 손해를 본 게 너무 크다.

그럼에도 더우니 버빈과 쥔차의 입에서는 칭찬일색이다.

까놓고 두 사람은 그것 말곤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의 말을 부스 안에서 듣기라도 한 것일까.

그나마의 말할 거리마저 빼앗아버리겠다.

올마스터의 마검사가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사샤샤샥-!

포탑의 공격을 맞으면서 꾸역꾸역 다가갔다.

이것은 역으로 기회다.

핑크스는 자기 발 밑에 덫을 깔며 침착하게 대처했다.

속으로 오! 소리가 나올 마치 완벽하다.

그 깔끔한 대처 덕에 마검사는 바로 발이 묶였다.

한 가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다면 순간 폭딜.

중계진마저 억! 소리를 참지 못하고 새어 나왔다.

<어어.. 저게 죽다니요? 풀피인 핑크스가 순삭?>

<덫에 발이 묶인 상태에서 평타가 네 번 다다다닥! 박혔습니다. 평캔을 극한으로 활용한 묘기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알파 슬래쉬 이후 자연스럽게 나가버린 세 번의 평타.

아니, 패시브를 포함하면 네 번의 평타다.

풀피 핑크스가 눈 깜빡할 사이에 토막이 났다.

덫으로 묶는데 성공했다 한들 의미가 있겠는가.

속박을 당해도 평타와 스킬은 고스란히 쓸 수 있다.

설상가상 러브샷 마저 되지 못했다.

리워크된 마검사는 굳이 궁극기를 켜지 않아도 스킬이 리셋된다.

100%가 아니라 70%에 불과하지만 충분하다.

포탑을 두 대 치더니 알파 슬래쉬를 사용해 빠져 나간다.

경기 화면 상단에 도저히 믿기지 않는 네 글자가 떠올랐다.

─쿼드라 킬!

Qookya AllMaster님은 전설적입니다..!

순수하게 환호할 수밖에 없다.

경기장의 수만 관중들이 올마스터를 외친다.

그를 좋아했던 사람도, 아무 생각 없었던 사람도, 심지어 싫어했던 사람마저 지금 이 순간만은 열광한다.

방금의 장면을 보고서 매료되지 않은 이가 있다면 로드 오브 로드의 유저가 아니다.

그 압도적인 실력을 본 이상 사소한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만한 임팩트를 첫 번째 경기부터 과시하고 있다.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펜타 킬, TCG의 서포터가 보이지 않았다.

서포터 주제에 탑라인에서 조용히 파밍하며 사리는 중이다.

어떻게 잘하면 막을 수 있어 보임에도 기세에서 눌린 결과다.

감히 시도할 생각마저 들지 않을 정도로 올마스터의 마검사는 귀기가 서려있다.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팀은 바뀌었다지만 경기의 스타일은 여전하다.

올마스터는 팬들에게 필요 없는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이미 오더가 내려졌는지 바론을 먹은 네 명의 원군이 들이닥친다.

미드 라인을 쭉쭉 밀며 넥서스를 향해 전진해온다.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경기 시간이 이른 만큼 부활도 빠르다.

두 번째 억제탑이 파괴됐을 땐 TCG도 재정비를 마쳤다.

하지만 부활해봤자 뭣하겠는가?

기세에 눌린 건 서포터만이 아니다.

나머지 네 선수들도 움직임이 평소보다 굼뜨고 얼타있다.

빈틈 투성이인 TCG를 향해 정확하게 골인한다.

<말화이트의 3인궁! 그 위로 알파 슬래쉬 떨어지면서 핑크스가 하루살이 운명을 마감합니다!>

<하루살이는 하루라도 살 텐데.. 흠흠! 어쨌든 쿡야 베이더스가 경기 마무리하는 그림이네요. 말화이트의 궁극기가 게임을 끝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습니다.>

뻘쭘하다 못해 진땀이 이마를 타고 흐를 지경이다.

그럼에도 끝끝내 마검사가 캐리했다는 한 마디를 담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뭔 말화이트 궁극기 드립이야. 해설 답답해서 못 듣겠네.

-버빈은 다 좋은데 유독 올마스터한테 열폭하더라.

-경기 시작 전에 못 봄? 올마한테 개까였잖아kkk

채팅창의 반응조차 더우니 버빈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 뿐이다.

두 번째 세트에서 부디 올마스터가 실수를 저질러주길.

그 하나의 가능성만을 빌고 빌고 또 빌어야만 했다.

.

.

.

* * *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8강의 무대.

그 첫 번째 시작을 압도적인 격차로 패배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정도로 충격을 받을 만큼 TCG는 약하지 않았다.

코치를 중심으로 빠르게 피드백이 오갔다.

"조합을 근본부터 바꾸자. 우리가 너무 안이했어."

"미드 마검사가 그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지 솔직히 몰랐던 게 당연하지. 하지만 알게 됐으니 된 거야. 대처법을 세우는 건 간단하니까."

쿡야와 달리 TCG는 선수들 개개인이 경력이 있다.

급작스런 상황을 맞닥뜨려도 평정을 유지해낸다거나.

그런 철인은 당연히 아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한 번 멘탈이 깨졌을 때 수복하는 속도가 빠르다.

상대의 특정 챔피언에 대한 대비책도 어렵지 않게 세워낸다.

특히 마검사의 경우 챔피언 스킬 구성이 간단한 탓에 이야기가 명료해졌다.

코치로부터 무언가 이야기를 전해들은 통역사가 벨케트와 카센에게 전달했다.

"코치가 혹시 콩머스와 잭트를 할 수 있겠냐고 묻는데요? 가능하겠습니까?"

"나는 콩머스 충분히 가능한데.. 넌 잭트 못하지?"

"마검사 상대로면 스플릿에서 잭트가 좋긴 하겠지만 많이 해본 적도 없고 무엇보다 라인전이 약하잖아."

TCG의 탑솔러 카센은 라인전 강챔으로 스노우볼 굴리길 좋아한다.

형인 벨케트와 호흡도 좋아서 이전 경기에서도 깔끔한 다이브를 해냈다.

결과적으로 패배하긴 했지만 그들의 플레이는 부족함이 없었다.

통역사를 통해 두 형제의 대답을 전해 들은 코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콩머스를 할 수 있다면 한타와 스플릿에 대한 대비책은 세워진 셈이고..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미드인데."

관건은 역시 미드가 버틸 수 있느냐, 없느냐다.

코치를 비롯한 선수들의 눈동자가 TCG의 미드라이너 빅가이에게 쏠렸다.

그는 이전 판에서 파사딘을 잡고 라인전을 채 버티지도 못했다.

까놓고 말해 게임을 터트린 일등공신이었다.

"아, 알았어. 파사딘 말고.. 라인전 잘 버티는 안정적인 픽으로 고를게."

"역시 그것이 가장 타당하겠지. 그리고 정글러도 밴 하는 게 어떨까요?"

"탈리반? 하기야 깃창 점멸로 갱호응이라도 하면 곤란하겠다. 한 번 킬을 먹으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파사딘이 현재 아마추어, 프로 가리지 않고 가장 핫한 챔피언 임은 옳다.

자드나 제임스 등 AD픽을 상대로도 초반만 버티면 충분히 괜찮다.

그런데 마검사는 상상했던 그 이상이었다.

평타 기반인 마검사에겐 침묵이 의미가 없다.

유일한 CC기인 둔화는 그냥 무시하고 닥돌한다.

알파 슬래쉬의 우월한 판정과 쏜살 같은 이동속도 탓에 도망도 힘들다.

한 마디로 카운터를 제대로 맞아버린 셈이었다.

"탈력 들고.. 코리아나 하면 되겠지..?"

"탈력까지 필요할까 싶지만 그 정도면 안심이네."

"아니, 근데 상대가 마검사를 안 하면 어떻게 하게? 차라리 밴을 하는 게 어때?"

선수들끼리 의견 교환이 시시각각 이루어진다.

통역사를 통하는 탓에 한 템포 늦어지긴 하지만 시간은 넉넉하다.

각 팀당 한 번 요구할 수 있는 작전 타임이 요긴하게 쓰인다.

"가뜩이나 밴카드도 부족하고 올마스터는 챔프폭이 워낙 넓어. 밴으로는 안된다는 거 사전에 의논했잖아?"

"탈리반 밴하는 것도 아까워 죽겠다.. 너프만 안 됐어도 우리가 가져가서 AD조합 카운터 쳤을 텐데."

"방어력 오라 너프된 지가 반 년이 지났다. 마검사에 대한 대책만 세우고 더 의견 없으면 슬슬 마무리해."

어디까지나 소문이다.

여러 게임단의 코치들이 가장 골 때리는 선수를 뽑았다고 카더라.

거의 만장 일치에 가깝게 올마스터.

단순히 잘하기를 넘어 어떤 픽을 할지 예상이 안된다.

딱히 출처가 없는 이야기지만 이상하게 신빙성이 간다.

하지만 어떤 챔피언을 가져오더라도 결국은 솔로 에이스 체제다.

그와 듀엣을 이루기로 유명한 뮴뮴 선수라도 같이 왔다면 모를까.

혼자인 이상 한타 단위로 넘어가면 빈틈이 생기고 만다.

물론 올마스터를 포커싱하기 위해선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겠지만 해볼 만하다.

중심이 무너진다면 다른 선수들도 우왕좌왕 당황할 것이 분명하다.

두 번째 세트의 시작에 앞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비책을 강구해냈다.

이를 게임을 통해 옮길 수 있다면 승리로 연결된다.

그 시작 만큼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의도했던 대로 흘러갔다.

.

.

.

* * *

두 번째 세트의 밴픽이 끝나간다.

더우니 버빈은 밴이 끝날 때 한 번.

그리고 픽이 되버릴 때 다시 한 번.

두 번이나 섬뜩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은 잘 풀렸다.

<안타깝습니다. 로드 오브 로드는 RPG게임이 아니거든요? 돌발픽이라는 건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은 안됩니다. 그럼에도 굳이 밀어붙인다라. 당장의 인기에 급급한 선택을 해버렸다, 저 더우니 버빈은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선수의 그릇이 보인다고 말이죠.>

<정말 날카로운 비평 해주셨습니다. 이전 판에서는 선취점 이후에 어찌저찌 판이 잘 짜여지면서 스노우볼이 굴러갔지만 이번에는 절대 안됩니다. 밴픽부터가 이미 져버렸어요! 다른 선수들의 구성은 충분히 괜찮지만 미드 하나에 조합의 완성도가 무너졌습니다! 결코 과장이 아니에요!>

딴 건 몰라도 올마스터 까내릴 땐 거참 호흡 잘 맞는구나.

더우니 버빈과 쥔차이의 비아냥은 듣기 거슬릴지언정 틀린 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이전 판과 달리 세밀하다.

밴픽 구도부터 올마스터를 마크하겠다는 의도가 묻어 나온다.

<코리아나에게 빠듯하게 라인전 견제를 받으며 버텨도 중무장한 콩머스를 만나게 됩니다. 세계 최고의 리그 LPL에서 처음으로 이기고 들떠버린 그의 마음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지만, 제 발로 너무 무덤을 찾아 들어 간 게 아닌지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게다가 초반 갱킹이 강력한 마파두부 선수의 주력 챔피언 탈리반 3세를 밴한 TCG의 판단도 정확합니다. 이렇게 되면 초반에 이득을 볼 여지가 적어지죠. 그렇게 무난하게 흘러가면 한타에서 TCG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시청자분들도 충분히 머릿속에 그려지실 그림입니다. 안타깝다는 버빈 캐스터의 의견에 깊은 공감을 표합니다.>

롤챔스를 보다 보면 종종 해설자들이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이건 조합부터 지고 들어간다.

초반에 이득을 보지 못하면 힘들어진다.

대체 왜 이런 픽을 했는지 의문이 갈 지경이다.

이러한 뉘앙스를 가진 이야기의 골짜는 결국 하나다.

아무리 조합 별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향이 다르다고 한들 이건 아니다.

갤럭시 크래프트로 따지자면 빌드 상성이 극명하게 갈려버린 꼴이다.

어떻게 보면 섣부른 넘겨짚기지만 해설위원은 게임의 전문가다.

비슷한 양상의 게임을 수없이 보았고 그 결말 또한 기억하고 있다.

더우니 버빈과 쥔차이의 신랄한 비판은 분명 도를 넘기는 했지만 아예 일리가 없는 소린 아니었다.

<혹시 정글로 스왑을 하진 않을지. 해외 리그에서 나름의 활약을 한 선수라면 그런 임기응변을 기대해봤는데 그마저도 아니네요. 그래도 일단 길고 짧은 건 재봐야 안다는 말이 있으니 경기를 통해 지켜봐야겠습니다.>

<낙관적인 견해인 버빈 캐스터와 달리 저는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겠습니다. 콩머스를 치다가 스스로 녹아내릴 미래가 뻔히 보이거든요. 개인적으로 선수는 자신만의 고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는 합니다만, 적어도 이번 경기는 그 고집이 잘못된 방향으로 작용한 예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얼핏 듭니다.>

<젊은 나이에 이름값이 높아지다 보면 다른 사람의 말을 우습게 드릴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가끔은 주변 사람들에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이번 경기가 그에게 있어 교훈이 된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한 판이 될 수도 있겠네요!>

단상에서 마이크를 뺏어 들은 사건의 뒤끝이 참으로 오래 간다.

그렇게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의 비아냥도 여기까지다.

밴픽은 완전히 카운트가 멎었고 경기는 시작된다.

쿡야 베이더스 대 TCG의 두 번째 세트가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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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암 걸린다고 이야기 나오는 부분의 해결은 곧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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