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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언제나 하나
두 번 연속 마검사를 하게 될지는 몰랐다.
상대가 밴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마검사를 열어주고 카운터를 치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 초반 갱킹이 막강한 탈리반 3세를 잘라내 버렸다.
상당히 훌륭한 대응이고 아마 이 이상은 찾기 힘들 것이다.
'구태여 문제점을 찾자면 정답을 찾으려고 했던 부분이지.'
세상 일이라는 게 원래 열심히 한다고 꼭 되는 건 아니다.
고민 끝에 악수가 나올 수도 있는 노릇이고.
알고 보니 정답부터가 존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
이번 경우를 굳이 따진다면 전자보다 후자에 가깝다.
그러니까 마검사를 밴을 하든, 견제를 하든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사샤샤샥-!
알파 슬래쉬가 유령을 시원하게 가른다.
당연히 정글을 돌기 위함이 아니다.
작은 유령 3마리를 빼먹기 위해서다.
'모름지기 잔머리란 굴리는 사람 나름이야.'
리워크 이전에는 사용하기 힘들었던 방식이다.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적은데 반해 자칫 잘못하면 체력만 깎인다.
안 그래도 근접 챔피언인 마검사의 라인전이 더욱 힘들어진다.
하지만 리워크 이후의 마검사는 달라졌다.
몬스터 가격시 알파 슬래쉬에 추가 데미지가 묻는다.
이전처럼 확률로 터지지 않고 무조건이다.
세 마리의 작은 유령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었다.
'솔로랭크가 또 난리가 나겠구만.'
얍시라기 보단 독특한 고급 전략, 그렇게 말해준다면 좋겠다.
물론 더우니 버빈이 그런 말을 해줄 거라고는 기대도 안 하고 래딧이나 잉벤 곳에서 말이다.
얍시가 아니라 전략.
아무튼 그렇다.
투욱!
구륵!
라인에 도착하니 코리아나가 공을 굴려 라인을 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코리아나가 선택하는 1렙 스킬은 Q 아니면 E.
Q스킬 공굴리기가 공격적인 선택이라면, 실드를 덧씌우는 E스킬 수호 구슬은 수비적인 선택이다.
전 판에 호되게 당했던 상대는 수호 구슬을 찍을 확률이 높았다.
'내가 보이지 않자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됐지.'
TCG는 제법 오래된 팀이다.
선수 개개인의 경력이 결코 적지가 않다.
내가 바로 라인에 오지 않자 코리아나는 판단을 내렸다.
무슨 행동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라인을 밀자.
그 선택은 분명히 틀리지 않았다.
만에 하나 적 버프를 빼먹고 온다든지.
혹은 다른 라인에 잠복해서 킬을 노린다든지.
의외성 있는 선택을 하더라도 미니언 웨이브를 손실 시키면 셈셈이다.
경력이 있는 선수 답게 당황하지 않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한다.
나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행동해 주었다.
기본 실력이 있기에 오히려 예측하기 쉬웠다.
덕분에 원하던 판이 짜여졌고 게임 풀기가 한층 수월해졌다.
이제는 그 결실을 수확해낼 시간이다.
서걱!
라인에 도착하자 근거리 미니언들의 체력이 아슬아슬하다.
바로 다가가서 막타를 치고 원거리 미니언들의 체력도 깎는다.
그 과정에서 코리아나에게 흠뻑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평타가 유독 센 코리아나가 공굴리기까지 하니 과연 강력하다.
근거리 챔피언의 맷집임에도 순식간에 반피 아래로 떨어졌다.
이대로 라인전을 진행한다면 킬각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투욱!
구륵!
사거리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적을 농락한다.
코리아나는 이전 판과 다른 묘미에 흠뻑 빠져들었다.
내가 뒷걸음질 치자 신나 가지고 따라올 정도로 말이다.
사샤샤샥-!
원거리 미니언들의 체력이 낮아지자마자 태세 전환이다.
거리를 준 코리아나를 향해 알파 슬래쉬를 긁는다.
세 마리의 원거리 미니언이 함께 휩쓸린다.
작은 유령의 경험치가 더해짐으로서 깔끔하게 2레벨 달성이다.
써컹! 써컹!
우주류 도법을 배우자 공격력이 10% 상승한다.
그리고 매 평타에 고정 피해가 묻어 난다.
같은 레벨끼리 싸워도 인정사정이 없을 정도인데 레벨 차까지 나고 있다.
본래라면 절대 한 웨이브에 2레벨이 되지 않는다.
코리아나는 상황을 파악하는 게 늦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알아차렸다 해도 자신이 이길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을 터다.
이미 반피 이상 체력이 깎인 주제에 어딜 감히?
그런데 몇 대 맞아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체력이 더 많으면 뭣하는가.
깎이는 속도는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두웅-
부랴부랴 탈력을 걸고 점멸로 내빼지만 늦었다.
탈력은 확실히 암살자에게 치명적이다.
하지만 하나 어쩔 수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고정 데미지는 경감시킬 수 없다는 사실.
우주류 도법의 추가 피해가 바로 그것이다.
점멸로 패시브 평타를 터트리자 써컹! 목표치에 도달한다.
치지직..!
두말할 필요없이 발화 또한 고정 데미지다.
레벨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의 발화다.
평소 이상으로 빠르게 도화선이 타들어 간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애시당초 정답의 유무는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없다면 만들어내면 그만이다.
그럴 수 있는 실력이, 심리전이 나에게는 있다.
또다시 선취점을 획득하며 스노우볼의 발판을 마련했다.
.
.
.
* * *
수많은 선수들과 코치들이 올마스터를 골 때린다 평한다.
상대로 만났을 때 대처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여러 수단을 다 사용해봤지만 어느 것도 먹혀들지 않는다.
넓은 챔프폭 탓에 밴으로 봉쇄하는 것따위 불가능하다.
맞춤형 조합을 짜와도 역으로 이용 당하는 일이 흔하다.
무난무난하게 가면 그건 또 그거대로 문제가 생긴다.
뭘 어떻게 해도 사이즈가 안 나오는 골 때리는 선수.
그런데 그를 골 때린다 평하는 사람들은 비단 선수와 코치만이 아니다.
팬이나 시청자들은 당연하고 중계진들까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이 선수에 한해서는 그냥 믿는 것이 좋다.
해설을 포기한 해설자까지 존재할 정도다.
그 사실을 경기 시작 전에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연이은 마검사 픽에 혹평을 쏟았던 중계진들.
그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게임 시작 불과 2분만에 미드 라인에서 솔킬이 터져 나왔다.
<미드 마검사를 엄청나게 연구를 해온 모양입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밍에 깔끔한 솔킬! 경기가 또다시 급속도로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
조냐 상태가 되어버린 더우니 버빈과 쥔차이를 대신해 하오핑 해설위원이 진행을 잇는다.
그 둘과 달리 하오핑은 올마스터를 직접적으로 까내린 적이 없다.
평소 말을 조심하던 습관 덕에 솔로 중계라는 뜻밖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최대한 디나이 하면서 더티 파밍을 반복합니다. CS 차이가 거진 두 배에 가깝게 났어요.? 이렇게 되면 한타에 갔을 때 양 팀 미드의 화력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1레벨에 솔킬을 따이고 미니언 웨이브를 그대로 타워에 먹혔다.
이전 판과 마찬가지로 블루 버프 컨트롤을 당하며 정글러까지 휘말렸다.
아니, 그 뿐이면 그래도 다행이었을 테다.
<정글러의 희생이 밑거름 되었던 미드 라인의 갱킹, 멋지지 않았습니까?>
<예에.. 킹트록스 덕분에 마검사가 성장을 할 수 있었죠.>
하오핑의 물음에 더우니 버빈이 떨떠름한 어조로 대답한다.
킹트록스는 한국에선 잘 안 쓰이지만 해외 각지에서는 2티어 정글러로 쓰이는 픽이다.
쿡야의 정글러 마파두부가 탈리반 3세를 대신해 이를 꺼냈다.
그 킹트록스로 상당히 억척스런 다이브를 시행했다.
미니언 웨이브를 몰아넣은 상태에서 냅다 박았다.
마검사와 함께 코리아나를 따는데 성공하고 자신은 죽었다.
<킹트록스는 한 번 죽어도 다시 부활할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탑라인은 점멸 과감하게 쓰면서 생존했습니다?>
<뭐..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습니다. 이번 판에서도 탑과 정글의 차이가 승패를 가리게 되겠네요.>
궁시렁궁시렁 더우니 버빈이 주절거린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조냐를 타버리면 중계에 지장이 크다.
하오핑이 적당히 호응할 수 있는 말을 던진 덕인지 그의 말문이 트였다.
<그래도 이전 판과는 달리 파밍이 가능해서 다행이죠? 사거리가 긴 코리아나라 아예 CS를 못 먹는 정도는 아닙니다.>
<흠흠! 그렇습니다. 우연찮은 사고 때문에 미드의 주도권을 내줬다고는 하나, 조합의 우세는 TCG에게 있으니까 말이죠.>
확실히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미드 CS 차이가 어마어마 하긴 해도 못 이길 수준까진 아니다.
앞으로 흘러갈 게임의 양상을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AD챔피언을 상대로 극강의 위력을 자랑하는 콩머스.
딜과 탱을 동시에 해내는 네네톤.
가장 단단한 서포터라는 광우스타까지.
마검사가 한타에서 딜넣을 환경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아픈 교훈을 새겨 주겠소!
하지만 그 전에 몇 번 더 터지는 게 먼저다.
영락검이 완성되자 마검사의 움직임에서 주저가 사라졌다.
아니, 리미트가 끊어져 버렸다는 표현이 맞다.
미니언도 없는 상황에서 코리아나를 깡다이브 쳐버린다.
<코리아나가 탈력도 있는데 무리죠! 정글러 덕에 킬 좀 먹었다고 신이 난…>
<어..? 방금 쇼크 웨이브를 알파 슬래쉬의 무적 판정으로 피해버렸네요?>
포탑에 맞으면서도 막무가내로 두들겨 팬다.
코리아나는 탈력, 점멸 온갖 발버둥을 치다 궁극기를 사용했다.
막대한 데미지와 함께 상대를 구체쪽으로 끌어당기는 쇼크 웨이브.
만약 맞았다면 결과는 반대로 뒤집어졌을 테다.
<스로잉과 슈퍼 플레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입롤 실현해내며 깔끔한 솔킬 따냈습니다!>
<…>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알파 슬래쉬를 사용한다.
찰나의 무적 판정을 활용한 곡예는 멋들어지게 성공했다.
흥분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도취하지 않고 타워를 쓱싹!
알파 슬래쉬의 쿨타임을 감소 시키고 빠져나가는 마무리까지 훌륭했다.
확실히 한타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실이다.
맞는 말이지만 저 선수라면 어떻게든 해내지 않을까?
알게 모르게 설명할 수 없는 신뢰가 쌓여 가고 있었다.
.
.
.
* * *
두 번째 세트의 시작은 굉장히 순조롭다.
퍼블을 바탕으로 스노우볼을 굴린다.
정글러가 말을 아주 잘 듣는 탓에 게임 풀기가 한결 수월하다.
"박아."
한 마디 떨어짐과 동시에 시작한다.
마파두부의 킹트록스가 봇라인 포탑에 뛰어들었다.
죽어도 한 번 부활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굴릴 수가 있다.
사샤샤샥-!
연이어 들어가는 알파 슬래쉬.
노리는 대상은 원딜러인 부시안부터다.
아군의 화력 지원이 더해지자 순식간에 썰려나간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Qookya AllMaster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코리아나의 도착은 나보다 늦을 뿐 분명히 오고 있다.
게다가 남은 두 적이 광우스타와 콩머스.
까다로운 탱커 뽑을 때 다섯 손가락에 든다는 두 놈이다.
꽈아앙!
광우스타 바닥을 내려치며 나를 띄운다.
그리고 벽을 향해 쳐박는다.
이어지는 CC기 연계는 잔인할 수준이다.
콩머스의 점멸 도발이 나를 타겟팅한다.
부시안처럼 녹여버릴 수 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안된다.
하드 탱커에 속하는 콩머스는 지나칠 정도로 단단하다.
점사를 한다고 해도 시간이 무조건 걸린다.
조금 더 버티는 것만이 고작이다.
<커져라~♪>
그 조금을 연장시키기 위한 발버둥이다.
아군 서포터 랄라가 내 맷집을 키우며 콩머스를 튕겨낸다.
하지만 턱도 없이 부족.
도발이 풀렸을 때 내 체력은 바닥에 가까웠다.
사샤샤샥-!
죽지만 않는다면 살 수 있다.
알파 슬래쉬로 그어버리며 곧바로 명상.
리메이크 이후 주문력 계수는 유명무실해졌지만 회복력은 나름 쏠쏠하다.
잃은 체력에 비례해 회복량이 증가한다.
받는 피해도 절반으로 뚝 경감시킨다.
콩머스와 광우스타의 공격은 더 이상 유효타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을 기다렸던 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호롱!
콰드득!
포탑을 끼고 있는 싸움이다.
아무리 원딜러를 순삭했다 한들 만만할 수 없다.
코리아나가 도착해 궁극기를 때려 박자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
자칫 잘못하면 그렇게 될 뻔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쪽 시야 다 먹어 놓고 왔거든.'
몰랐으면 반응이 힘들었겠지만 알고 있었다.
코리아나가 던져낸 공을 점멸로 뛰어넘었다.
데미지 하나 받지 않고 고스란히 피해냈다.
슈욱..!
체력이 위태위태 하지만 상관없다.
모든 스킬과 스펠이 빠져버린 코리아나.
그에 반해 나는 명상을 제외하면 전부 남아있다.
영락검을 쪼옥 빨며 써컹써컹!
─더블 킬!
Qookya AllMaster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한 번에 모든 스킬을 퍼붓는 코리아나의 광역딜은 강력하다.
그만큼 본체는 빈틈 투성이가 돼버린다.
남은 적은 두 명.
사샤샤샥-!
살아 움직이는 살인전차 마검사.
탱커도 탱커 나름대로의 상대법이 있다.
마검사충을 대량 양산할 수 있는 적절한 무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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