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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언제나 하나
콩머스도, 광우스타도 마검사를 할 때 꼴도 보기 싫은 놈들이다.
하지만 세상사 어떻게 입맛에 맞는 것만 먹고 살 수 있겠는가.
학교 다닐 때 급식 남기면 뒤집어지는 선생님 꼭 한 명씩은 있었다.
'그렇다고 선생님 말씀에 굴복하는 건 상남자가 할 짓이 아니지.'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정면 대결이다.
입 안에 숨기거나 국 밑에 깔아두거나 여러가지 방법을 써서 회피해낸다.
마찬가지로 롤도 비슷한 돌파구가 존재한다.
꼼수나 얍시가 아니다.
아무튼 그렇다.
찰칵!
봇라인에서 킬을 쓸어 담고 포탑과 용까지 챙겼다.
목표했던 코어템이 갖춰지고 있다.
최후의 숨결과 다른 한 가지.
핵심 아이템은 바로 이거다.
사샤샤샥-!
탑으로 올라가자 미니언 웨이브가 몰려있다.
알파 슬래쉬를 사용해 쭈욱 긁어 먹는다.
평소보다 라인 클리어 속도가 확연히 빠르다.
다름아닌 아이우에오의 신발을 갖췄기 때문이다.
'탱커 상대로는 이 템트리가 맞아.'
마검사에게 탱커란 정말 까다로운 존재다.
특히 바늘갑옷이라도 갖춰지면 참 골치가 아프다.
대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을까?
흡혈템을 갖춰서 반사뎀을 뛰어넘으면 되려나.
아니면 마법 저항력 아이템으로 경감시키면 되려나.
어느 쪽도 틀린 해법은 아니지만 돈이 많이 든다.
효율이 나오려면 너무 오래 걸린다.
'마법사의 종말과 시너지가 나오는 템도 없는 시기고.'
그보다 효율적이면서 중반 타이밍에 확실한 성과를 거둔다.
그것이 가능한 게 바로 쿨감 마검사다.
어처구니 없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맞아 떨어진다.
사샤샤샥-!
탑라인을 쭉쭉 밀며 올라간다.
중간 지점을 지나 상대의 1차 포탑, 그보다 조금 앞까지 전진한다.
사실 이는 명백히 무리한 플레이다.
상대의 수준이 낮다면 모르되 그렇지가 않다.
나의 스플릿을 맞상대할 두 명의 적은 유럽에서 왔다는 프로다.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점점 커져만 간다.
키이이이잉..!
중무장한 채 몸을 잔뜩 말아 웅크린 콩머스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굴러오고 있다.
한 번 박히면 상대를 3초동안 확실하게 묶어 놓을 수 있다.
AD챔피언에게 있어 가히 천적과도 같은 존재다.
최대한 뒤로 발걸음을 빼봤지만 안된다.
속도의 차이가 압도적이다.
따라잡히는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
사샤샤샥-!
잡히기 직전 알파 슬래쉬를 그었다.
데미지를 주기는 했으나 곧바로 도발이 연계된다.
타겟팅 CC기라는 점은 상당한 골칫거리다.
붙잡힌 나를 향해 콩머스의 공격이 이어진다.
쿠웅! 쿠웅! 쿠웅!
콩머스는 맞딜에 있어 절대 약한 챔피언이 아니다.
오히려 강력하다고 이야기될 정도다.
가시껍질의 반사 데미지도 여간하지만 그 외.
패시브로 강화된 평타와 궁극기의 장판 데미지는 지속딜이 상당하다.
다 맞으면 웬만한 딜러 뺨따구를 후려친다.
'그리고 네네톤은 뒤를 돌아오고 있겠지.'
와드가 돼있진 않지만 확실하다.
콩머스가 내 발을 묶어두는 사이 네네톤이 뒤를 잡는다.
이대로 도망을 간다면 분명 네네톤의 먹이가 되고 말 테다.
그렇다고 앞으로 도주하면 분명 다른 적을 만나게 된다.
나의 스플릿을 예상하고 완벽하게 판을 짜놓았다.
1차 포탑 앞까지 넘어갔던 건 명백한 무리수였다.
하지만 그건 의도적으로 해버린 실수다.
'판은 정말 잘 짰지만 전제 조건이 하나 틀렸어.'
뒤를 돌아오고 있다는 말은 도착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전에 내가 콩머스를 이겨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불가능을 해내기 위한 맞춤형 아이템 세팅이다.
사샤샤샥-!
콩머스의 도발은 3초간 상대가 자신을 때리게 만든다.
평타로 열심히 때린 덕에 알파 슬래쉬의 쿨타임이 돌아왔다.
다시 한 번 그어버리며 이번엔 진짜로 간다.
<진격에 섰다!>
성장의 정도가 확실하게 앞서있다.
그렇다 해도 근본적인 상성은 쉽게 뒤집기 힘들다.
콩머스를 때리면 때릴수록 아픈 쪽은 나다.
가시껍질의 무식한 방어력과 반사 피해.
그야말로 카운터와도 같지만 마검사의 딜링은 평타만이 아니다.
꾹 참고 콩머스를 베어내자 다시 한 번 쿨타임이 돌아온다.
사샤샤샥-!
아이우에오의 신발과 미드라이너로서 먹은 블루 버프.
쿨타임 감소치가 거진 한계에 가깝다.
평타를 몇 번 치는 것만으로 알파 슬래쉬의 쿨타임이 돌아온다.
즉, 평타는 주력딜이 아닌 쿨감용이다.
최대한 적게 때리며 알파 슬래쉬를 긁는다.
반사 피해를 최소화 시키며 적의 공격도 일부 흡수해낸다.
맵에서 일순간 사라지는 효과는 상대의 공격 방향을 잃게 만든다.
'마지막 스퍼트!'
이렇게까지 해도 콩머스는 단단하다.
체력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버티고 있다.
적의 지원인 네네톤이 거의 근처까지 도착했다.
하지만 슬슬 시간이 됐다.
써컹! 써컹!
콩머스는 AD챔피언에게 있어 천적이 맞다.
하지만 그건 가시껍질이 발동됐을 때의 이야기다.
지속시간이 끝나면 일반 탱커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우주류 도법으로 강화된 평타가 콩머스를 썰어낸다.
사샤샤샥-!
비등했던 흐름은 방금을 기해 무너졌다.
이거 설마 당해버리는 거 아닌가?
위기감을 느낀 콩머스는 뒷걸음질 치지만 늦었다.
아끼고 아꼈던 영락검을 쭈욱 빨며 뒤쫓아간다.
명상 평캔으로 다다다닥! 박히는 평타 세례가 다시 한 번 때가 왔음을 고한다.
네 번째 알파 슬래쉬가 그어지며 마무리된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Qookya AllMaster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대 탱커 전용 쿨감 아이템 세팅이다.
상대가 무식하게 다 맞아준다는 전제 하에 충분히 요리가 가능하다.
상황이 의도대로 맞아 떨어지며 이변을 탄생시켰다.
꾸드득!
하지만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콩머스가 마무리된 것과 겹치는 타이밍에 도착했다.
네네톤의 점멸 스턴이 작렬하자 체력바가 아슬아슬하다.
위이이이잉..!
명상을 통해 버티고는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풀린 직후 평타 한 대만 맞아도 무조건 죽는다.
불타는 망토를 두른 네네톤이 나를 지져대고 있다.
그렇게 인고해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커져라~♪>
점멸로 바론 벽을 넘어온 랄라가 슈퍼 세이브를 해냄과 동시에 시작한다.
체력이 보충된 이상 도망갈 이유가 굳이 있을까.
콩머스와 달리 아무리 때려도 나는 말짱하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과감한 갈굼, 아니 판단력이 합류 속도의 차이를 낳았다.
네네톤까지 죽어버리자 시야에 보이는 세 명의 적은 다가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두 명의 메인 탱커가 죽은 이상 눈 뜨고 바론을 내주는 수밖에 없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소환자의 전장에 괴물이 울부짖음이 널리 퍼진다.
내 입장에선 정말 세 마리의 괴물을 상대했다.
콩머스에 이어 네네톤, 마지막으로 바론 백작.
현재 바론 백작은 알파 슬래쉬로 그어도 튕겨 나오지 않는다.
쿨감 마검사를 해버린 데는 바론을 빨리 챙기기 위함도 있었다.
막대한 글로벌 골드 차이와 함께 바론 버프가 둘러진다.
한타에서 나를 위협할 요소는 이제 아무것도 없다.
"이제 한타.. 아니, 운영을 해야 하나?"
"봇 밀다가 용 먹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는 편이 안정적일 것 같은데."
나의 혹독한 훈련과 조별 리그에서의 경험이 선수들을 성장시켰다.
각자 의견을 내며 게임의 방향을 조율해 나가고 있다.
나쁜 판단은 아니지만 나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닥치고 미드 모여. 내 사전에 게임 끄는 건 없다."
"미드 모이랍신다!"
"대회에서 미드 모여를 다 듣네 키킥."
브론즈 실버에서 어지간한 고급 운영보다 윗단계로 취급 받는 미드 모여!
앞뒤 상황 안 가리고 써서 그렇지 결코 틀린 오더는 아니다.
그리고 한 가지, 원래 모이라고 한 사람은 혼자 다른 라인 가는 법이다.
사샤샤샥-!
봇 라인을 쭉 밀며 올라간다.
나머지 네 명의 팀원은 미드를 압박한다.
마검사의 특성상 대치 구도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리고 지금이 스플릿의 탄력을 최대치로 받을 때다.
'나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만약 정상적인 게임이 됐다면 그 시기는 한참 늦어졌을 것이다.
보통 중후반까지는 탱커가 딜러를 이긴다.
흔히 말하는 딜탱 역할을 수행하며 한타는 물론 1대1에서까지 우위에 선다.
하지만 코어템이 하나둘 갖춰질수록 뒤집어진다.
탱커가 가할 수 있는 딜링의 한계치는 명확하다.
그에 반해 딜러는 각각의 코어템들이 상승 효과를 낳는다.
'그런데 내가 성장을 잘해버렸지.'
요는 칼이 갑주를 베어낼 수 있느냐다.
본래라면 까마득해야 할 시간이 압축됐다.
성장의 차이가 이를 가능케 만든다.
더 이상 갑옷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
더더욱이 현재는 바늘 갑옷을 무조건 3,4코어로 가던 시기다.
그런 선입견이 꽉 박혀있다.
바늘갑옷조차 없다면 탱커를 무썰듯 썰어버릴 수 있다.
'심지어 레드 버프까지 달고 있고.'
원래 미드 마검사는 잘 크면 레드를 먹는다.
아무튼 그렇다.
내가 먹고 캐리하면 된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되었습니다!
봇라인의 2차 포탑을 밀어냈다.
그 사이에 나머지 네 아군도 미드 2차 포탑을 철거했다.
바론 버프의 유무 차이 때문에 상대는 쉽사리 걸지 못한다.
이대로라면 한 번 더 같은 구도가 반복될 뿐이다.
무조건 어느 한 곳은 빈틈이 생기는 흐름이다.
적팀으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
키이이이잉..!
날카로운 금속음이 고막을 찔러온다.
상대의 선택은 선이니시였다.
기동력의 신발에 의병대가 더해진 콩머스.
억제 포탑까지의 짧은 거리 정도는 순식간에 좁힐 수 있다.
꽈아앙!
교통사고를 내버린 대상은 다름아닌 나였다.
점멸 박치기 이후 도발을 연계한다.
포탑 안 쪽까지 끌어당길 작정이다.
궁극기만 빼버려도 확실한 이득.
아니, 체력만 깎아내도 이번 웨이브를 막아내는 셈이다.
사전에 금은 장식 머리띠의 유무도 확인했을 게 분명하다.
이토록 쉽게 범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밀어줄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써컹! 써컹! 써컹!
소원하던 대로 나를 포탑에 끌고 오기까진 했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흘러간다.
체력이 다는 속도가 조금 많이 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을 텐데.
하드 탱커인 콩머스의 갑옷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마검사의 딜링이 콩머스의 탱킹을 상회하고 있다는 증거다.
사샤샤샥-!
고작 20분도 되지 않은 타이밍에 나는 3코어가 가깝게 갖춰졌다.
영락한 기사검과 최후의 숨결, 그리고 스킬포식자와 롱스워드 두 자루.
미리 영약을 먹어 부족한 체력을 보충했다.
안 그래도 정글러와 미드라이너는 레벨 격차가 심각하다.
제아무리 콩머스라고 한들 이제는 안된다.
방어력을 무시하는 삼종 데미지.
우주류 도법과 레드 버프, 발화까지 끼얹어지며 종지부를 찍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나와 콩머스의 싸움은 도화선이 됐다.
미드 억제 포탑 앞에서 교전이 이루어진다.
쿠항!
킹트록스가 포탑 안 쪽으로 몸을 던졌다.
만약 내가 스플릿을 하다 적과 싸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거기에 대한 답은 질리도록 머리에 박아줬다.
어차피 킹트록스는 죽어도 다시 부활한다.
과감한 이니시로 시작한 한타는 아주 치열하다.
약간의 힘만 가해도 어느 한 쪽으로 확 기울어질 정도로.
그런데 약간 정도가 아니다.
사샤샤샥-!
콩머스를 따냄으로서 시간이 연장된 궁극기.
체력은 다소 깎였지만 상관없다.
후진입을 할 수 있다면 점사에 노출되지 않는다.
마검사가 싹 쓸어담기에 안성맞춤인 무대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돌덩이 같은 콩머스도 힘들이지 않고 쓱쓱쓱~!
질긴 상어도 뼈째로 가볍게!
원딜러를 가볍게 회 뜨는 것도 OK!
전설의 명검 장미칼이 생각나는 위엄이다.
한타에서 한 번 탄력을 받은 마검사는 말릴 수가 없다.
포커싱을 하고 싶어도 혼자서는 절대 안된다.
무적 판정의 알파 슬래쉬로 들어가 쓱싹!
반응할 시간도 없이 두 동강 난다.
'이번에는 MVP를 주려나 모르겠네.'
그러고 보니 첫 번째 세트에서 나는 MVP를 받지 못했다.
무슨 억지 논리를 부려 말화이트에게 줘버렸다.
MVP라는 게 원래 개최측이 마음대로 정한다곤 하지만 더 이상은 안될 테다.
'억지도 정도껏 부리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내가 알고 있던 미래에서 한국 선수들이 실제로 받았던 푸대접이다.
아무리 캐리해도 MVP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받았는데 의도적으로 인터뷰를 취소 시킨 예도 있었다.
그러한 부조리가 있을 수 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그딴 짓을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역사는 달라질 것이다.
목표했던 바는 착착 이루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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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더우니 버빈에 대한 해결은 다음 화에 나옵니다.
*578 후반, 579화 초반 중국을 간다는 이야기 부분 수정이 있었습니다.
중국행을 선택한 주인공의 목적과 개연성을 조금 더 확고히 하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