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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언제나 하나
상해 LPL 8강 세 번째 경기.
여러 의미로 화제가 되었다.
비단 경기의 내용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로드 오브 로드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반쯤 터져버렸다.
◈상해 중계진은 뭐하는 색히들이길래 게임 보는 눈이 브론즈냐?
누가 봐도 세 게임 전부 미드가 싹 쓸어 담았는데 MVP가 꼴랑 하나?
그것도 가장 무난했던 세 번째 세트에서?
외국인이라고 차별하고 앉았네.
▷은근히 그런 분위기 있긴 했지만 이건 도를 넘었다.
▷마검사가 혼자 2인분 3인분씩 하는데 다른 팀원들 이니시 한 번 했다고 MVP!
▷책임자 누구인지 따져야 하는 거 아니야?
▷건드릴 사람이 따로 있지 세계적 유명인한테 시비를 거냐. 간도 크네 진짜.
최근 중국 내에서 유난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올마스터.
하지만 단 한 번의 경기도 치르지 않아 서서히 사그라드는 추세였다.
그러다가 다시 한 번 불거질 계기가 생겼다.
로드 오브 로드 중국 서버를 완전히 정복해냈다.
1서버부터 3서버까지 1위가 전부 올마스터다.
그 달성을 기다렸던 사람이 많았던 만큼 소문이 퍼지는 것도 한순간.
사용했던 챔피언도 굉장히 독특해 일약 화제가 되었다.
프로, 스트리머에 대해 관심 없는 사람들도 꿀챔에 한해서는 귀를 활짝 여는 법이다.
마검사가 대체 어떤 챔피언이길래 그토록 사기라는 걸까?
검색해 보니 연관 검색어에 올마스터 이야기가 수십 개다.
일단은 마검사 장인인 듯 하니 한 번씩은 눌러본다.
그런데 최근에 마검사로 경기를 치렀어?
안 그래도 관심 있던 참인데 당연히 시청한다.
경기의 내용 또한 참 맛깔나서 넋 놓고 보게 된다.
다 보고 나니 의문이 저절로 떠오른다.
중계진들도, MVP 선정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마검사로 2렙 솔킬 무조건 따고 라인 터트리고.
로밍으로 다른 라인까지 영향 주고.
혼자 1대3 무쌍 찍고 콩머스 껍데기를 벗겨버리고.
이래도 MVP를 못 받는 게 말이 돼?
이거 진짜 공론화 해서 문제 삼아야 함.
▷어느 커뮤니티 사이트를 가도 다 얘기 중임ww 이미 공론화 됐어.
▷공론화가 문제가 아니라 LPL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야지
▷잘하기는 진짜 잘하더라. 누군지도 몰랐는데 경기 보고 바로 팬돼버림.
▷평타 기반 챔으로 콩머스 따내는 건 진짜 소름 돋았음.
경기를 시청한 순간 올마스터의 플레이에 매료됐다.
그가 다른 나라 사람이든 어떻든 간에 게임을 재밌게 잘하니 좋아할 수밖에 없다.
설사 좋아하지 않더라도 롤유저인 이상 실력 만큼은 인정을 하고 넘어간다.
그렇게 올마스터가 중계진들에게 완전 혹평을 받고 있다?
어이가 없어서라도 한 마디씩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한 마디씩 내뱉으면 대륙이 떠나간다.
공론화가 되는 데엔 불과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나라 선수 띄워주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해외 선수를 까내리면 안되지.
저런 놈들 때문에 중국 이미지 상하는 거 아니야.
옛날처럼 효수를 쳐서 전시해 놔야 엄한 짓을 안 하려나?
▷효수라니, 그거 참 허벌나게 살벌한 상상이구마..
▷효수는 몰라도 관련자들 처벌은 받았으면 좋겠다. 특히 그 더우니 버빈인가 뭔가 하는 놈들.
▷?? 평소엔 암 말 안 하더니 왜 이제 와서 난리지. 다들 알고 있지 않았나?
▷윗 색힌 왜 맞는 말 하고 난리냐? 눈치 겁나게 없네.
사실 중국 유저들 개개인이 이미 공범자다.
알고도 모르는 척 눈을 감았다.
어차피 나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해외 선수들이 중국에서 돈 버는 거 마음에 안 들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방관을 할 수도 있었음이다.
대놓고 말을 안 한 것 뿐이지 내심 통쾌해 했던 사람들은 과반수 이상이다.
하지만 한 번 대세가 넘어가자 생각 또한 바뀌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 옳은 길을 가고자 한다.
여기서 옳음이란 절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남들이 옳다고 하니까 옳은 게 맞겠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타인의 생각을 여과없이 믿는다.
그것이 대세론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 대세가 하루 아침에 뒤바뀌고 말았다.
쉬쉬했던 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더 이상 모른 척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럴 바에 같이 까는 입장이 되는 게 편하다.
일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결국 항복 선언이 떨어졌다.
◈LPL 총괄 본부에서 오피셜 냈다!(본문 요약)
이러한 일이 발생되는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내부 심의 결과 과장이나 착오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
상해 LPL 개최측에 감사를 보내 엄중히 문책할 것.
이와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시 관계된 자들을 전부 진상 규명하여 처벌할 예정.
세 줄은 아니고 네 줄 요약이네.
▷뭐야, 정의구현이야?
▷어.. 정의구현이라고 보기엔 부족한 거 같은데?
▷결국은 봐주겠다는 거 아니야? 막줄 늬앙스가 좀 걸린다.
▷자기 사람 싸고 돌기인가www 엄한 사람한테 덤터기 씌우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아예 조치가 없지는 않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높아 보이는 사람A가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사과문을 공표했다.
그리고 일을 일으킨 당사자에 가까운 중계진들.
그들도 다음 날 8강 네 번째 경기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음은 물론이었다.
일련의 처리는 사실 만족스럽다와는 거리가 멀다.
정작 누군가 피본 사람이 없다.
어떻게 사건을 묻어보려는 분위기임이 명백하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중국인들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유난히 강하다.
이는 배척심과 이기심으로도 분명히 작용한다.
그러는 한 편 긍정적인 일면도 없지는 않다.
누군가 비슷한 사건을 일으켜 그들의 자존심을 긁어내린다?
이번에는 어떻게 체면을 유지하는 선에서 무마가 됐다.
하지만 다음 번에도 똑같이 넘어가주리란 보장은 없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LPL 관계자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만족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름대로 성과는 있었다.
올마스터는 북미, 유럽, 한국에 이어 중국에서까지 여파를 미쳤다.
아직은 작다고 할 수 있는 한 번의 소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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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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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8강 무대는 더없이 성공적이었다.
통쾌한 하드 캐리에 중국 내 커뮤니티에서 있었던 사건들까지.
사실 후자는 어느 정도 염두에 두긴 했으나 이 정도로 빨리 터질 줄은 몰랐다.
이러저러 상황이 시기적절하게 맞물려 돌아간 결과로 보인다.
뭐,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라는 사실은 맞는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60분 컷은 역시 무리였죠?"
"아니거든. 팀의 호응이 아쉬웠던 거 뿐이거든?"
경기 시작 전 가졌던 짤막한 인터뷰 시간.
양 팀의 각오를 이야기할 때 내가 조금 흥분 상태였다.
오늘 경기를 한 시간 내에 끝내 버리겠다.
이말인 즉, 한 경기당 20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소리다.
당연히 될 리가 없고 나도 홧김에 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정말 될 뻔했다.
"3세트에서 시간이 끌린 것 뿐이야."
"그렇게 고집 안 부리셔도 될 텐데.."
거실 쇼파에 앉은 츠위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부담스러운 나머지 고개를 돌려 TV를 향했다.
아니 그래도 1,2세트에서 분명 20분 내로 게임을 끝냈다.
18분, 그리고 19분.
마검사의 폭발적인 성장이 이를 가능케 했다.
한 번 킬을 쓸어담자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그것이 가능한 챔피언이니까.'
하지만 세 번째 세트는 아무래도 힘들었다.
마검사를 못하게 돼서라기 보단 상대가 극도로 사렸다.
특히 맞라이너인 빅가이는 CS를 먹는 것조차 눈치를 봤다.
그리고 사실 프로 대회에서 20분 내에 게임을 끝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실력 차이가 심각하게 나도 될까 말까다.
결국 3세트는 25분 내외로 넥서스를 터트렸다.
60분을 조금 넘기게 된 셈이다.
"딱히 놀리려고 한 소리도 아닌데 남자들 자존심이라는 게 뭔지."
"…."
어쨌든 단상에서 선언했던 약속은 이행하지 못했다.
이행하지 못했다고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분이 조금 그렇다.
맛있는 돈까스집 밑반찬으로 천사채 샐러드가 나온 기분이랄까.
잘 먹어 놓고도 이상하게 찝찝하다.
"다음 경기부터는 마검사가 밴될 텐데 괜찮겠어요?"
"..하도 많이 당해왔던 일이라 내성이 있어."
나는 츠위의 물음에 적당히 대답하며 TV화면을 보았다.
화면 내에서는 경기가 치러지고 있다.
상해 LPL 8강의 네 번째 경기.
이기는 쪽이 쿡야-베이더스의 4강 상대가 된다.
'B조 1위와 A조 4위의 대결이니 볼장다봤지만.'
이런 수준의 경기는 보통 패스한다.
양 팀의 실력차가 극심하면 얻을 수 있는 데이터도 없다.
이기고 있는 게임에선 원래 다 잘해 보이는 법이다.
단점보다는 장점만이 두각되니 당연하다.
그래서 일부러 보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후회가 될 줄이야.
A조의 4위가 B조의 1위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뭐야, 쟤네 4위 아니었어?"
"맞아요. A조에서 아슬아슬 본선 진출했으니까요."
A조의 평균 실력이 B조보다 조금은 높다.
그런 이야기를 나라고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B조의 1위팀 스네이크 스포츠는 강하다.
듣기로 IC에 밀려서 그렇지 다른 지역이었다면 충분 1위도 노려볼 만하다.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나오는 팬들의 아쉬움은 결코 헛소리가 아니다.
주의 깊게 본 팀들 중 하나라 내 인상에도 똑똑히 남아있다.
'A조 4위.. 케이왈츠 쟤네 분명 별 볼 일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를 뺀 쿡야-베이더스가 대략 저 정도가 아닐까.
관전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얼핏 난다.
물론 케이왈츠는 쿡야와 달리 창단 역사가 반년이 넘는 게임단이다.
'뭐지, 무엇이 잘못됐지..?'
순식간에 반년의 차이를 따라잡은 것이 아닐까.
내심 쿡야 녀석들을 기특하다 칭찬도 했었다.
직접 말로 하진 않고 속으로만.
내 기억에 남은 케이왈츠는 딱 그 정도의 팀이었다.
"어째서 달라진 건지 궁금하신 거에요?"
"..조금."
솔직히 말해 내 미스가 맞다.
만약 힘을 숨기고 있는 거라면 그것까지 꿰뚫어 봐야 했음이 옳다.
전략과 전술, 그리고 분석력을 주특기로 삼는 프로게이머로서 은근하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진짜 자존심이 상하는 건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일을 망쳐버릴 때다.
"알고 있으면 후딱 말해봐."
"제가 알고 있는 것도 별건 아닌데. 비슷한 상황을 가진 게임단으로서 체크해둔 정도에요."
딱히 별것도 아닌 일로 게임단의 수준이 확 변할 리가 없지 않은가.
살짝 짜증이 일었던 나는 눈치채자마자 가라앉았다.
비슷한 상황을 가진 게임단.
이말인 즉, 케이왈츠도 누군가 한 명 해외에서 스카웃한 이가 있다는 소리다.
'그것도 한국 사람을.'
순간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이 일었지만 비약이다.
비슷한 상황이라는 게 꼭 한국인 게이머를 스카웃한 것일 리 없지 않은가.
북미나 유럽 지역에서도 충분 생각해볼 만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순간 일었던 생각은 맞아버렸다.
'설마 중국에 와있었을 줄이야..!'
케이왈츠는 어차피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비좁은 뇌세포에 기억을 할당할 이유가 없다.
선수명까지 일일히 쳐다보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 됐다.
한국에서 영입된 프로게이머.
도진기는 내 기억 한 구석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다는 이야기 분명 들었었다.
한국에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다.
"시현씨와 달리 스카웃된지는 꽤 됐어요. 경기에 나오는 건 이번이 두 번째지만요."
츠위의 설명을 듣고 나자 상황이 대략 정리가 된다.
도진기는 윈터 시즌 이후 중국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연습 기간상의 문제로 스프링 시즌에는 나오지 않았고 이번 서머 시즌이 첫 출전이다.
그런데 두 번째라니.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소리였다.
"모르셨어요? 조별 리그에서 유일하게 IC를 이긴 팀으로 잠깐 화제가 됐던 일이 있는데."
"..내가 그때 조금 바빴거든."
변명이긴 하다만 당시에 조금 바빴다.
1서버 랭킹 1위가 목전이라 사소한 일은 패스했다.
그 바람에 정말 중요한 일까지 넘겨버리고 말았다.
어째서 케이왈츠 같은 팀이 조별 리그에서 눈에 띄지 않았을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쿡야와 마찬가지로 본래 선수들끼리 경기를 치렀다고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한 번은 나왔었다.
중국의 명문 중 하나, 상해의 고룡이라 불리는 IC.
IC는 조별 리그에서 딱 한 번의 패배를 경험했다.
전승 진출이라는 위업에 제대로 먹줄을 그어진 셈이었다.
'그런데 그 먹줄을 그어버린 장본인이 바로 케이왈츠라고.'
도진기가 중심이 된 케이왈츠의 기량은 확연하게 달랐다.
LPL 8강 네 번째 경기의 첫 번째 세트.
B조 1위 스네이크 스포츠를 상대로 A조 4위 케이왈츠가 승기를 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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