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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언제나 하나
상해 LPL의 B조 준결승전.
중국보다 해외에서 관심이 지대하다는 바로 그 경기다.
이미 결승전 진출을 확정한 IC의 상대가 오늘 결정된다.
<안녕하십니까, 최고의 방송! 유일한 방송! 오늘도 시청자들의 안락하고 유쾌한 주말을 위해 이 자리에 올라선 더우니 버빈입니다.>
이제는 정신을 차렸을까 싶은 더우니 버빈의 인사를 시작으로 LPL이 막을 올린다.
사실 중국 내에서의 시청률은 IC가 있던 A조에 비해 B조는 평균적으로 낮았다.
어느 나라든 간에 인기팀과 비인기팀은 차이가 심한 게 당연하다.
특히 IC같은 경우 THEY와 함께 중국에서 인기 많기로 손 꼽히는 팀이다.
상해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IC의 팬들이 상당수다.
그런데 그 IC의 에이스, 츠타이 선수가 지난 화요일에 폭탄 발언을 했다.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논란이 활발합니다! 쿡야-베이더스, 그리고 케이왈츠! 과연 어느 쪽이 결승전 진출의 영광을 가지게 될지. 저 더우니 버빈조차 감히 예상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저도 많이 궁금했는데 지난 A조의 준결승전 이후 츠타이가 명쾌하게 정리를 해주었죠. 특별한 카드가 있다면 쿡야가, 없다면 케이왈츠가! 뭐 결국 해봐야 안다는 소리긴 해요?>
정확히 일주일 전에 있었던 8강 세 번째 경기.
올마스터는 미드 마검사라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픽으로 일대 파란을 불러왔다.
프로 무대에서 게임을 혼자서 한다.
입롤도, 이런 입롤이 없을 정도의 경기를 실제로 해버렸다.
그 경기를 분명히 봤을 츠타이는 인터뷰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그가 다시 미드 마검사에 준하는 챔피언을 꺼낸다면 오늘 경기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꺼내지 못한다면 이미 분석이 된 미드 마검사 및 다른 챔피언들은 큰 효력을 거둘 수 없다.
해석해 보자면 미드 마검사는 더 이상 가망성이 없다는 소리다.
충분히 괜찮은 픽은 맞지만 시간을 두고 분석한다면 대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니까 그에 준하는 카드를 선보이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미드 마검사의 카운터! 여기에 대해서도 커뮤니티 사이트, 또 게임단 관계자 여러분들도 관심이 상당히 많습니다. 과연 어떤 픽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픽이라기 보다는 방법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크게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챔피언의 상성,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역시 갱이죠!>
현재 솔로랭크에서 마검사의 픽은 각광과 배척을 동시에 받고 있다.
역시 명불허전 3대 충 챔피언!
한 번 흥했을 땐 정말로 무섭다.
이게 죽어? 가 가능한 말도 안되는 폭딜의 소유자다.
반대로 한 번 말리면 알파 한 번 긁고 그대로 사망한다.
예나 지금이나 복불복이 굉장히 심하며 라인전 단계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리메이크 이전의 AP마검사처럼 말도 안되는 유지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라인도 평타를 때리면서 밀어야 합니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갱킹에 노출이 될 일이 잦습니다.>
<그말인 즉슨 초중반 날카로운 갱킹을 자랑하는 수입푸드 선수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챔피언 상성은 어떨까요?>
<예, 순수한 라인전 상성은 의외로 많이 타지 않는 편이다. 정확히는 숙련도에 따라 극복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선수들과 코치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특히 올마스터라면 어지간한 정도는 극복하지 않을런지요?>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더우니 버빈이지만 반박이 불가능하다.
지난번의 사달 이후로 누구보다 입을 조심해야 하는 그다.
어떻게 보면 굳이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진 올마스터를 까낼 거리 찾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이미 완벽하게 우두루급 태세 전환을 완료하며 캐스터 역할을 평범하게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지지 기반이 반反 해외 선수 일파이기 때문에 아예 버릴 수는 없다.
이번 만큼은 중립을 표방하는 하오핑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러고 보니 쿡야 뿐만 아니라 케이왈츠도 해외 선수들을 등용했죠? 이러한 구조를 띈 게임단들이 앞으로 LPL에서 대세를 이루는 건 아닌지. 솔직하게 우려가 가는 게 사실입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금일 경기를 치르게 된 두 팀 모두 성공적인 리모델링로 이름이 높죠. 하지만 말씀하신 우려가 현실로 될 가능성은 한없이 낮습니다.>
타국의 선수들을 영입해 자신들의 게임단 전력을 강화한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긴 하나 아주 박수를 쳐줄 만한 일은 아니다.
E-스포츠가 아닌 일반 스포츠에서는 이를 우려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룰이 존재한다.
각 팀이 보유할 수 있는 해외 선수의 숫자라던지.
그러나 E-스포츠에선 아직 그러한 규칙이 제정되지 않았다.
혹시 지나친 과열 경쟁으로 번지는 건 아닐까?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 중국 LPL 시장의 변화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의견이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지가 않다.
사실 해외 선수를 영입해서 잘된 게임단은 그렇게 많지가 않거든요. 상해에서 조금 더 시야를 넓혀서 북경, 둥베이등 다른 지역을 살펴보시면 실패한 케이스가 훨씬 더 많을 정도입니다. 의사소통, 타지 생활 부적응 등의 문제 때문에 일반 스포츠와 달리 훨씬 더 힘이 듭니다.>
스포츠의 경우 까놓고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많이 유리하다.
키라던가 근육이라던가 신체 구조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지간한 테크닉은 그냥 신체 능력의 차이로 씹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E-스포츠의 경우 신체 능력이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미미하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대화를 통해 의견을 주고 받아야 한다.
룰만 알면 상관이 없는 스포츠에 비해 다른 점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인지 해외 선수의 영입을 통해 극적인 기량 상승을 보인 팀의 수는 지극히 적다.
물론 돈을 투자한 만큼 상승이 없지는 않긴 해도 효율면에서 자국 선수보다 좋다고 보기 힘들다.
아직 과도기인 만큼 시행착오도 감안을 해야 하겠지만 우려는 지나친 비약이다.
<세계 최고의 리그 LPL! 안 그래도 가장 컸던 E-스포츠의 시장이 더욱 더 몸집을 부풀리고 있는 만큼 해외 선수의 영입도 필요하다는 의견, 잘 들었습니다. 확실히 LPL에서 적응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니죠.>
해외 선수를 비방하는 색은 버렸지만 자국 리그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하다.
더우니 버빈이 사심 묻은 이야기를 자신이 원하는 결론으로 끝맺음 지었다.
하오핑도 구태여 반박하는 일은 없었다.
이윽고 양 팀의 세팅이 완료됐다.
첫 번째 세트의 밴픽이 자연스럽게 막을 올렸다.
그런데 모두의 기대와 예상에서 살짝 어긋난 부분이 있었다.
<치열한 밴픽 싸움 시작하는 가운데.. 케이왈츠에서 정글러로 수입푸드를 내보내지 않았네요?>
<이거 아쉽습니다. 지금까지 같이 나온 적이 없기는 하나 두 선수의 콤비를 기대하던 팬들이 많았거든요..>
케이왈츠는 두 명의 예비 선수를 가지고 있다.
미드와 정글이 각각 한 명씩 더.
식스맨 체제에서 한술 더 뜨긴 했지만 규정상 문제는 없다.
진짜 문제는 두 선수가 함께 나온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각각 개별로 나올 때도 팀의 기량이 몰라보게 상승할 정도다.
그 둘이 시너지를 낸다면 과연 얼마만큼 강력해질까.
안타깝게도 그 대답은 첫 번째 세트에서 찾을 수 없어 보인다.
<기대와 반비례해 우려도 있긴 합니다. 도진기 선수가 들어가면 게임이 안정적이에요. 반대로 수입푸드 선수가 들어가면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지죠. 두 선수가 섞였을 때 과연 어떤 쪽으로 성향이 변화할지 예측하기가 어렵죠?>
<직접 보지 않는 한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준비를 안 해오지는 않았을 거란 사실입니다. 첫 번째 세트는 전초전인 만큼 도진기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게임 운영을 하겠다. 조커 카드는 역시 아껴두는 것이 옳을 듯싶습니다.>
케이왈츠에선 서로의 실력을 가늠할 겸 안정적인 도진기를 내보냈다.
이는 지극히 보편적인 선택으로 나쁘지 않은 게임 풀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츠타이의 말대로 쿡야가 이길 공산이 높지 않을까.
만약 밴픽 구도가 무난했다면 그리 되었을지도 모른다.
역시나 준결승전에도 모습을 드러낸 올마스터의 마검사.
이를 케이왈츠에서 완벽하게 받아쳤다.
바야흐로 게임은 붙어봐야만 알 수 있는 구도가 성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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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케이왈츠의 기본 전략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첫 번째 세트에선 도진기.
두 번째 세트에선 수입푸드.
어떻게 보면 츠타이의 말대로 쿡야만 어부지리 하는 그림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두 선수의 생각은 지극히 달랐다.
혼자서도 충분 올마스터를 제압해낼 자신이 있다.
특히 마검사를 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아주 자신만만한 모양이네. 게임이 아주 쉬워지겠어.'
설마 미드를 선픽으로 가져갈 일이 있을까.
도진기는 그 첫 번째 단추가 꿰어지기 만을 기다렸다.
다른 이면 몰라도 올마스터다.
분명히 저질러 버릴 거라 믿었고 설마는 정말 현실이 되었다.
"코치님, 그럼 상정했던 픽 가져가도 되겠죠?"
"마검사가 상대라면 안될 것도 없지만.. 너도 알다시피 후반에 갈수록 좋지가 않아."
자신감이 찬 도진기의 물음에 장웨이 코치가 영 탐탁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게 도진기가 주장한 챔피언은 프로 무대에서 쓰이지 않는다.
분명 라인전도 강력하고 스노우볼 굴리기도 좋다.
하지만 대회에서는 어지간하면 기피하는 픽이다.
"빵테온이 그러한 선입견이 강하긴 하죠. 하지만 마검사를 상대로는 다릅니다. 말씀드렸잖아요?"
이미 코치와 같은 팀의 선수들을 납득시켰다.
확실히 이만한 대응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웨이도 노파심에 한 소리 했을 뿐 내심 감탄했을 정도였다.
"라인전에서 디나이를 하고 스플릿 또한 철저히 마크한다.. 다른 라인에서 반반만 간다면 빵테온을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갈 만하지."
"그겁니다. 마검사가 일반 마법사 챔피언을 상대로는 숙련도로 극복할 여지가 있지만 평타 기반 챔피언의 카운터인 빵테온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니까요."
도진기는 굳이 일반적인 대회용 미드에 한정하지 않았다.
먼저 마검사를 상대하기 용이한 챔피언들에게 눈을 돌렸다.
후보는 여러가지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건 역시 빵테온.
설사 마검사를 라인전에서 말려도 한타에서 변수가 생길 우려가 있다.
너프가 되긴 했으나 한 번 킬을 먹었을 때의 폭발력은 무시할 수 없다.
올마스터의 기량을 생각한다면 결코 기우가 아니다.
때문에 선정한 챔피언이 바로 빵테온이었다.
'스플릿 구도가 된다면 주도권을 가지는 건 이쪽이니까.'
빵테온이 안 쓰이는 이유는 다름아닌 유통기한이다.
후반에 갈수록 다른 챔피언들보다 한타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스플릿으로 마검사를 묶어둔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러면서 자신은 궁극기로 한 발 빠르게 합류해 이득을 본다.
나머지 네 명의 선수들이 기량은 이쪽이 확연하게 우위.
변수 없이 승리를 챙겨갈 수 있는 구도가 성립됐다.
남은 건 이를 게임에서 풀어나가는 일 뿐이다.
"그런데 과연 올마스터가 이 정도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코치님은 너무 걱정이 많으시다니까요. 올마스터가 뛰어난 선수인 건 맞지만 결코 초인은 아닙니다."
과거 도진기는 올마스터와 이러저러 일이 있었다.
패배로 물든 흑역사지만 거기에서 얻은 교훈도 있다.
올마스터는 분명 잘한다.
하지만 그라고 무적인 건 아니다.
'주도권만 내주지 않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어지간한 상성은 독특한 플레이나 판단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올마스터다.
인정하는 일이지만 이는 대비할 시간이 없었던 솔로랭크의 이야기다.
치밀하게 계산해 변수를 없에 간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전제 조건으로 상대가 방심을 해주어야 한다는 점이 있지만 이미 저질렀다.
올마스터는 역시나 패기롭게 마검사 선픽을 박으며 과시해왔다.
'이번 경기에서 내가 이기고 수입푸드가 진다. 그렇게 되더라도 아쉬울 것 까진 없겠지.'
상대의 방심 덕분에 이번 경기는 높은 확률로 이길 것이다.
그렇지만 준결승전 무대는 5전 3선승제의 다전제.
완전하게 게임에 올인하는 올마스터가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졌는지 도진기는 알고 있었다.
더욱이 감정적인 수입푸드는 분명 올마스터가 원하는 대로 놀아날 가능성이 크다.
경기의 승리는 솔직하게 기대하지 않는다.
정말로 원하는 건 수입푸드가 오늘을 기해 정신을 차리는 것.
그리고 자신이 케이왈츠에서 견고한 입지를 다지는 것이었다.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제법 알아들을 수 있게 된 중국어.
도진기는 중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 상당한 노고를 들이고 있다.
결단코 막무가내 망나니처럼 생활하는 수입푸드보다 저평가를 받을 수는 없었다.
지금껏 쏟아온 온갖 노고가 빛을 발할 시간이다.
방심한 올마스터를 향해 날카로운 죽창을 꽂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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