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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언제나 하나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마검사를 기대하는 팬이 많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한 번 해보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결정적으로 상대의 조합이 마검사를 해도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빵테온이 나와버리네.'
머리가 굳은 프로들이라면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선택지다.
대회에서 유통기한 챔피언인 빵테온을 꺼내다니?
서로가 궁극기만 배워도 라인전이 강하다는 장점이 무색해진다.
반대로 빵테온의 궁극기는 활용할 구석이 없을 정도다.
트와이스 페이크와 달리 하강하기 전에 넓다란 원이 보인다.
솔로랭크에서는 충분 먹힐 수 있겠지만 대회에서는 다르다.
과감하게 점멸이라도 써서 절대 킬을 안 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시간 조금만 끌어도 유통기한이 오는 챔피언.
그것이 현재 빵테온이 가진 이미지다.
도진기가 정말 과감하며 합리적인 선택을 해냈다.
"지금이라도 라인 스왑을 하는 게 어떨까요? 천옷 5포션 사면 충분히 버틸 만한데."
상대 말화이트를 카운터 치기 위해 싱나드를 잡은 아군 탑라이너 갈릭이 넌지시 물어온다.
빵테온은 명실상부 평타 기반형 챔피언의 하드 카운터.
나를 배려해 한 말이겠지만 미드와 탑의 라인 스왑은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상대가 탑봇 스왑이라도 하면 골치 아파져. 대회에서 임기응변은 좋지 않은 선택지로 적용될 때가 많아."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네요.. 거기까지는 생각도 못했네."
마검사로 말화이트를 상대하는 건 의외로 쉽다.
상대가 작정하고 방어룬을 도배하지도 않았을 테니 더더욱이다.
6레벨 이후로는 갱 때문에 힘들어지겠지만 그 전까진 맞파밍이 성립한다.
적당히 성장해서 다시 라인 스왑을 한다면 빵테온은 곤욕을 치르게 될 거다.
하지만 만에 하나 상대가 탑과 봇을 스왑이라도 한다면?
원딜러와 서포터의 견제는 마검사로선 대처가 불가능하다.
굳이 정글러가 오지 않아도 CS 한 입 먹기 힘들어질 테다.
행여 실수해서 킬이라도 내주면 게임이 그대로 터져버린다.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다.
설사 받쳐줬다고 해도 딱히 할 생각은 없지만.
'오랜만의 정면 대결인데 물러나면 체면이 안 서지.'
극상성을 뒤집어 엎어버린다.
이 얼마나 좋은 울림인가.
지금의 구도는 어느 정도 상정하고 있던 내였다.
사실 도진기가 할 줄은 몰랐고 츠타이.
챔프폭 넓고 의외의 픽 잘 꺼내기로 소문난 그라면 이렇게 받아치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나였더라도 마검사의 상대로 빵테온을 고려했을 것이다.
'마검사에게 이만큼 까탈스러운 챔피언이 없을 정도니까.'
그런 빵테온을 생각해내고 실행에 옮긴 도진기는 참으로 칭찬해줄 만하다.
만약 서로의 여건이 같았다면 이기는 것은 빵테온이 맞다.
하지만 예상을 했고, 때문에 대비책도 세워 놨다.
상대가 마검사의 픽을 예상했다면, 나는 마검사의 픽을 예상한 상대를 예상해냈다.
유치한 꼬리물기가 된 꼴이지만 정말로 마검사로 빵테온은 상대할 만하다.
스킬 구조를 완벽하게 카운터 치는 걸로 말이다.
사샤샤샥-!
이미 미니언은 도착했고 나와 빵테온의 눈치 싸움은 시작했다.
빵테온의 투창이 날아오자마자 알파 슬래쉬로 돌격한다.
사거리가 같은 만큼 선공권은 똑같이 있다.
서걱!
푸욱!
서로 한 번씩 평타를 교환하고 빠진다.
빠지는 과정에서 뒤따라온 빵테온이 투창을 날린다.
딜교환은 이기지도, 지지도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패시브가 생기는 다음 딜교환부턴 승산이 전혀 없겠지만.'
내가 딜교환을 한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근거리 미니언 막타 칠 겸사겸사.
다른 하나는 상대의 룬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마나가 차오르는 속도를 보니 마나 재생력 룬을 착용했다.
'타당한 결론이지.'
AD챔피언 간의 라인전에서 마법 저항력 룬은 의미가 적다.
나 또한 마법 저항력 룬을 착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으로 선택한 건 다름아닌 공격 속도.
방어룬을 들어 라인전을 버티는 방법도 물론 있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행위는 그런 뻔한 게 아니다.
사샤샤샥-!
근거리 미니언 한 마리가 죽는 타이밍에 맞춰 정확히 긁는다.
알파 슬래쉬로 이동하지 않으며 상대를 긁는 노하우다.
빵테온의 체력이 조금 깎인다.
금방 회복을 하겠지만 상관없다.
결판이 나는 시점까지 머지않았다.
후욱!
미니언을 먹으러 들어가자 견제가 들어온다.
크리스탈 유리병에 마나 재생력 룬.
마나가 여유로운 상대는 스킬을 퍼붓는데 부담이 없다.
원거리 챔피언을 상대로는 큰 거 한 방이 낫겠지만 마검사는 근거리 챔피언.
CS를 먹을 때마나 견제를 욱여 넣는 게 낫다는 판단일 터다.
내가 천옷 5포션을 사와도 강제로 뚫어버리기 위함이기도 할 테다.
그렇게 예상하고 아이템과 룬을 선택했겠지만 틀렸다.
내 시작 아이템은 천옷이 아닌 힘의 영약이다.
이 또한 상대가 킬각을 잡기 힘들게 만드는 수비적인 선택.
그런 해석도 물론 가능하지만 이번 게임에 한해서는 그렇지 않다.
'예상을 하는 건 좋았지만 너무 넘겨 짚었어.'
빵테온의 선택은 일반적인 기준에선 당연코 옳다.
마검사는 반항이 불가능하고 갱만 조심하면 CS도 먹기 힘들어진다.
설사 힘의 영약을 사와도 1대1에서 빵테온이 질 수가 없다.
만약 내가 아니었다면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서걱!
미니언들 사이에서 빵테온을 친다.
미친 판단이다.
빵테온의 패시브는 평타를 막아낸다.
반항을 하고 싶어도 맞딜이 성립하지 않는다.
더더욱이 빵테온의 방패치기는 상대를 1초간 기절시킨다.
스킬을 쓴 직후 평타를 막아내는 패시브가 바로 충전된다.
마검사가 빵테온을 절대 이길 수가 없는 이유.
그것을 믿고 방심을 해주는 순간을 학수고대 기다렸다.
사샤샤샥-!
알파 슬래쉬를 돌리는 타이밍은 정해져 있다.
방패치기를 사용해 나를 덮치기 직전.
피해낼 수 있다면 마검사와 빵테온의 상성은 뒤집힌다.
스턴은 물론 데미지도 들어오지 않는다.
빵테온이 AD챔피언에게 강할 수밖에 없는 그 근원.
상성이 뒤집힌다는 것은 이를 의미한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빵테온을 잡는 것으로 3레벨에 도달했다.
곧바로 명상을 사용해 아슬아슬 살 수 있었다.
발화와 미니언의 공격을 버텨내며 끈질기게 생존해냈다.
위이이이잉..!
힘의 영약을 먹고, 인장을 제외한 모든 룬을 공격력과 공격 속도에 쏟았다.
알파 슬래쉬로 방패치기를 피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아슬아슬했다는 건 역시 카운터는 카운터라는 소리.
모든 이들이 100%라고 생각할 상성을 뒤집는 행위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해냈고, 이제부터는 나의 페이스가 온다.
강력한 라인전과 로밍 능력을 가졌음에도 어째서 빵테온이 쓰이지 않는가.
이번 게임에서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사샤샤샥-!
한 번 말려버린 빵테온은 급격하게 힘을 잃는다.
힘의 영약이 유지되는 동안은 섣불리 견제조차 할 수 없다.
와드를 박고 무난하게 더티 파밍.
마검사는 유령을 굉장히 잘 잡는다.
구태여 싸움을 걸 필요없이 무난하게 성장한다.
그것만으로도 게임의 주도권은 넘어온다.
빵테온은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명확하다.
정글 백업을 가거나, 봇라인 로밍을 가거나.
솔로랭크였다면 분명히 기회가 왔을 것이다.
하지만 대회에서는 의도적으로 싸움을 걸려주지 않는다.
좌불안석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꾸준히 성장한다.
"용 쪽에 시야 장악 깔끔하게 해놔."
"알겠습니다!"
라인전에서 견제를 받는 마검사는 성장이 지체된다.
반대로 한 번 풀리면 성장에 가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붙는다.
더티 파밍을 반복하며 빠르게 코어템을 완성시켰다.
'빵테온을 상대로 로밍은 악수가 될 수 있으니까.'
자칫 잘못 덮쳐지면 역으로 게임이 터진다.
변수가 있는 소규모 교전은 피하는 것이 옳다.
대신 미드 라인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용 주변의 시야를 장악한다.
영락검 전후로 확연하게 달라지는 마검사.
참았던 만큼 확실하게 뽑아낸다.
이제는 스노우볼을 굴릴 타이밍이다.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겠지.'
보통 이 정도 우위를 바탕으로 용을 잡으면 쿨하게 내준다.
하지만 상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덤벼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빵테온의 유통기한이 찾아온다.
뽕을 뽑을 수 있는 타이밍은 지금이 마지막이다.
한타 조합에도 나름 자신이 있을 테니 걸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용을 치는 아군의 위로 동그랗게 원이 펼쳐진다.
동시에 적 말화이트와 리심이 아군을 덮쳤다.
꽈아아앙-!
제대로 요란하게 한타가 벌어졌다.
아비규환도 이런 아비규환이 없다.
상대팀 브루저가 세 명이 파고 들었다.
아군 싱나드와 탈리반도 적진에서 난리부르스를 치고 있다.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나 혼자 살금 숨어들었다.
미드 라인을 중심으로 시야를 장악해 놓았다는 점.
상대의 뒷라인이 어떤 포지션을 잡았는지 뻔히 보인다.
반대로 상대는 주변의 시야가 어두컴컴할 것이다.
<신속하게!>
상대가 이니시를 걸자마자 점멸로 벽을 넘었다.
엎치락뒤치락 난리법석인 한타의 소용돌이를 벗어났다.
궁극기를 켜고 빠르게 뒷라인을 향해 다가간다.
먼저 노리는 건 프리딜을 넣고 있는 이즈레알이다.
피슝!
피슝!
이즈레알이 싱나드를 따돌리며 요리조리 딜을 넣는다.
서포터인 인어가 받쳐주자 카이팅이 되고도 남음이다.
하지만 뒤에서 돌아와 쓱싹! 베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사샤샤샥-!
긁힌 순간 죽음이 확정이다.
영락검을 쭈욱 빨자 도망도 못 가게 만든다.
미드와 레벨 차이가 심한 원딜러는 순식간에 썰리고 만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원딜러를 열심히 지키던 인어 또한 보너스로 딸려온다.
적팀의 후방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물론 아군도 후방이 전멸한 상태다.
빵테온에 말화이트, 그리고 리심까지.
그렇게 대놓고 덮치는데 안 죽으면 그게 용하다.
일류의 원딜러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지만 그 정도까지 기대하진 않는다.
상대의 스킬&스펠을 빼고 퇴로를 차단한 것만으로도 제 역할은 다한 셈이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나머지 세 명의 적을 가뿐하게 제압한다.
사샤샤샥-!
싱나드를 상대한 탓에 제대로 된 방템이 없는 말화이트.
방패치기가 빠지고 코어템조차 완성되지 않은 빵테온.
제아무리 마검사를 상대로 좋은 픽이라 한들 정상이 아니다.
마지막 남은 리심은 싱나드에게 던져지며 마무리 당했다.
─쿼드라 킬!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마무리..!
"아니, 펜타 매너 안 해?!"
"도망갈 사이즈라 어쩔 수가 없었어요.."
현재 리심은 방로 쿨타임이 굉장히 짧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쉽다.
텁텁한 아쉬움을 원위치된 용을 잡으며 삼켜낸다.
미드 라인의 포탑을 철거하자 그럭저럭 달래진다.
찰칵!
코어템이 무서운 속도로 완성된다.
라인을 한 번 쭉 정리하자 유령의 영혼검이 일시불로 나왔다.
이 두 아이템이 갖춰진 순간 마검사의 스플릿은 폭발한다.
'카운터고 나발이고 씹어 먹을 정도로.'
마검사가 괜히 충 챔피언이 아니다.
당할 때는 진짜 밑도 끝도 없이 벌레 같다.
하지만 인기가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 번 킬을 쓸어 담고 성장했을 때의 쾌감!
상성이고 나발이고 적용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콩머스의 껍질마저 벗겨버렸겠는가.
빵테온의 패시브는 평타 기반의 하드 카운터가 맞다.
초중반까지는 평타 2~3방을 막고 시작하면 이길래야 이길 수가 없다.
그러나 아이템이 쭉쭉 갖춰진다면?
공속템이 나올수록 2~3방 정도 막는 건 의미가 떨어진다.
성장에서 차이가 나면 상성을 씹어 먹을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한 챔피언이기에 3대 충蟲 챔피언.
그들 각자는 그렇게 불리는 이유가 하나씩은 존재한다.
사샤샤샥-!
봇라인을 쭉쭉 밀고 올라간다.
이러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인원 손실이 발생한다.
혼자서 나를 막을 수 있는 챔피언은 단 하나도 없다.
특히 방패치기를 알파 슬래쉬에 씹혀본 경험이 있는 빵테온은 더더욱이다.
'누가 오더라도 결과는 매한가지겠지만.'
이미 수 차례 비슷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다.
솔로랭크 뿐만 아니라 LPL도 예외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준결승전 또한 이에 해당한다.
솔로캐리에 가장 적합한 챔피언.
마검사에게 한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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