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31화 (63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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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언제나 하나

수입푸드는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강력한 초중반에 비해 이후의 운영이 미숙하다.

아마추어 시절은 물론 동료 게이머, 코치들에게도 자주 듣던 이야기다.

이는 한국에서 활동하던 당시엔 치명적인 수준이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골머리를 싸매야만 했다.

하지만 이곳 중국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메타가 나와 아주 잘 맞아.'

지극히 공격 일변도의 게임 운영.

솔로랭크는 물론이고 프로 레벨에서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선수들이 직접 부딪쳐서 게임을 푸는 방식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라인전 단계에서 주워 먹을 것이 정말 많다.

라인전이 끝난 이후는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애시당초 운영이 미숙할 때 가장 힘든 점.

바로 상대가 싸움을 안 해준다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곳 중국은 서로가 싸우지 못해 안달이 났다.

한국처럼, 특히 가짜에어처럼 게임 질질 끄는 식으로 가지 않는다.

초중반에 본 스노우볼을 충분히 굴릴 수 있다.

'그러니까 올마스터를 상대로 씨름을 할 이유가 없다는 소리지.'

에이스인 올마스터를 말려서 게임을 굳히자.

그런 방식도 생각을 해봤지만 곱게 접었다.

카정을 갔는데 만약 역관광이 나버린다면?

방패치기도 씹어버리는 입롤을 한 녀석이다.

음파라고 피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무슨 해괴한 짓을 해버릴지 모르는 상대.

구태여 상대하기 보단 다른 팀원들을 찍어 누른다.

성장 격차를 벌려 이길 수밖에 없는 구도를 만든다.

그것을 가능케 만들 실력이 자신에게는 있다.

더욱이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정글이다.

제아무리 올마스터라 한들 마검사와 리심의 기동력 차이다.

정글러로서 벽을 넘을 수 있는 스킬의 유무.

또한 초반 갱킹력의 격차가 넘사벽이다.

결정적으로 올마스터가 어떤 식으로 마검사를 하는지 다 보았다.

'볼 게 그거밖에 없어서긴 했지만..'

미드 마검사를 플레이한 경기는 고작 8강에서 두 번이었다.

솔로랭크에서는 오직 정글 마검사만 했었다.

너프 전 버젼이지만 참고 삼아봤는데 정말 뜻하지도 않게 걸렸다.

'마검사는 레드에 의지한 딜갱 타입이야. 레드 버프의 지속시간까지 팀원들이 사리면 문제가 없어.'

직접 플레이도 해봤다.

리워크 이전과 달리 초반 DPS가 약하지 않다.

역갱 구도가 되면 충분히 힘을 쓸 수 있는 챔피언이다.

반대로 상대가 싸워주지 않으면 갱각을 찾기가 힘들다.

레드 버프가 사라지면 사실상 갱킹이 안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공백 타이밍에 아군들의 호응을 빌어 갱킹을 성공시키면 된다.

'바로 이 타이밍에..!'

마검사와 달리 블루 스타트를 한 자신은 레드 버프가 아슬아슬 남아있다.

설사 역갱을 당한다 해도 질래야 질 수가 없는 구도다.

남은 문제는 갱갈 라인을 찾아내는 것.

이를 강제로 해내기 위한 미드 빵테온이었다.

─Kwaltz ChuaN님이 탈리반 3세를 지목.

미드 마검사를 막아내기 위한 가장 합당한 해결책.

도진기의 아이디어를 빌렸다는 사실이 조금 껄끄럽지만 찔릴 것은 없다.

츄안이 빵테온을 하게 한 까닭은 마검사를 마크하기 위함 만이 아니었으니까.

빵테온을 선택한 진짜 이유는 바로 호흡이었다.

초반 강하기로 유명한 리심과 빵테온의 시너지.

초중반에 스노우볼을 굴리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의도치는 않았지만 전혀 다른 양상의 게임이 되었다.

상대 미드라이너는 마검사가 아니라 탈리반이다.

푸슉!

탈리반 3세의 창찌르기가 빠졌다.

이에 꿰뚫린 빵테온은 다소의 데미지를 입었지만 의도했던 바.

갱각을 잡는 방법에 대해 게임 시작 직전 이야기가 오갔다.

창찌르기가 빠진 탈리반은 깃창으로 도망가는 게 불가능하다.

탑 탈리반을 잡을 때 요긴하게 이용했던 메커니즘이다.

이것을 미드 탈리반에게도 똑같이 적용.

빵테온이 자랑하는 확정 스턴으로 야무지게 갱각을 만들어낸다.

터엉!

촤자자작!

스턴 이후 들어가는 빵테온의 풀콤보.

단단한 탈리반을 잡아내기에는 확실히 부족하다.

체력 관리가 준수해서 어지간하면 갱각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리심은 충분히 하고도 남아.'

먼저 음파를 맞히고 돌격한다.

기절했던 탈리반은 당연히 피하지 못했다.

빠른 점멸 판단은 훌륭하지만 이미 게임 끝이다.

이쿠! 이쿠!

와드 방로로 따라가서 레드를 묻힌다.

패시브에 의해 40% 가속된 공격속도.

음파와 방로라는 2단 대쉬는 어거지에 가까운 갱킹이 가능하다.

마검사와 리심의 뒤집을 수 없는 갱킹력 차이가 승패를 결정짓는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크게 손해본 것도 없이 선취점을 거뒀다.

뿐만 아니라 자신은 점멸을 쓰지도 않았다.

만에 하나 역갱이 왔다면 잡고서 빠질 작정이었다.

역갱이 오지 않은 덕에 스펠을 아꼈고 게임의 스노우볼은 굴러간다.

'뒤늦게 와서 라인을 먹어봤자 꼴불견이지.'

역갱을 치지 못한 마검사가 한참은 늦게 와서 포탑에 밀린 CS를 받아 먹는다.

한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했던가?

그렇다는 그조차 정글로 만나면 이 지경이다.

이곳 중국에서 정글로 자신보다 우위에 서는 사람은 없다.

이번 LPL은 이를 증명해낼 수 있는 완벽한 무대다.

머릿속에 그렸던 선취점을 현실로 옮겨낸 순간.

승리에 대한 수입푸드의 자신감은 확고해졌다.

.

.

.

* * *

게임의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역시나 수입푸드.

초중반에 한해 세체정에 준한다는 소리를 듣던 그다.

'그것만큼은 인정할 만해.'

수입푸드는 조금 치우쳐진 피지컬파 정글러다.

챔피언의 컨트롤과 순간 판단력은 어지간한 수준을 뛰어넘었다.

세계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기량을 자랑한다.

그에 반해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 마디로 그는 라인전 한정 세체정.

다소 과장은 있다만 썩 어울리는 별명이다.

실제로 비슷한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말고 내가 알고 있던 미래에서 말이다.

'공격적인 중국 메타와 수입푸드의 스타일은 어울려.'

한국은 정말 끈덕진 운영을 장기로 삼는 팀이 많다.

이를 테면 가짜에어 독수리.

초중반에 웬만큼 망해도 꾸역꾸역 버텨간다.

그렇게 코어 아이템을 갖추면서 한타를 통해 뒤집는다.

혹은 글자 그대로 운영 스타일도 많다.

절묘한 합류 싸움을 통해 이득을 챙겨나간다거나.

강팀들이 초중반에 망해도 게임을 뒤집는 경우가 많은 게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중국에서는 초중반에 망한 게임은 열에 아홉은 그대로 흘러간다.

선수들이 너무 공격적이라 그냥 싸워준다.

내줄 건 내주면서 시간 질질 끌고 코어템 갖춰나가고 자신들이 원하는 구도의 한타 그려내고.

이런 거 하는 팀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샤샤샥-!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묵묵히 정글을 깎는다.

아군이 조금 힘들어하긴 하지만 원래 아프니까 청춘이다.

버텨나가다 보면 빛 볼 날.

'솔직히 없지.'

듣기로는 그 소리해서 유명해진 사람은 금수저라 카더라.

인생이라는 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부분이 참 많다.

요컨대 리심과 마검사의 관계가 그러하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 탑라이너 갈릭의 말화이트가 전사했다.

방어 아이템을 둘렀음에도 다이브를 피할 수 없었다.

블러디체리가 타워에 몸을 대고 리심이 딜을 박는다.

도마뱀 장군의 혼령이라는 정글용 AD아이템.

대회 무대에서는 잘 선택하지 않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리심은 퍼블 이후 킬을 한 개, 아니 방금 걸로 두 개를 더 먹었다.

잘 큰 리심이 캐리력을 발휘하기엔 공템만한 선택지가 없다.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죽네.. 블러디체리 스펠 전부 빠졌고 궁극기는 둘 다 빠졌어요."

갈릭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상황을 피드백한다.

안타깝게도 역갱은 불가능했다.

기동력의 신발에 방로라는 이동 스킬.

그릴 수 있는 동선에서 차이가 극명하다.

어떻게 센스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수입푸드의 기량을 생각한다면 더더욱이다.

때문에 일부러 휘둘리지 않고 정글만 깎았다.

그 결과.

─용을 처치했습니다!

갱킹력은 떨어져도 솔용 하나는 기가 막힌 마검사다.

특히 빨간 장갑이라는 아이템은 솔용에 최적화돼 있다.

탑라인의 포탑은 밀리겠지만 이렇게 되면 손해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겠지.'

이래 봬도 정글만 돌면서 나름대로 상대를 견제했다.

실질적인 역갱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동선을 낭비시켰다.

방금처럼 탑갱을 가면 솔용을 하는 리액션을 취했다.

반대로 미드와 봇을 노리면 역갱을 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리심보다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 작음에도 어느 정도는 마크할 수 있었다.

때문에 상대는 쭉 눈치를 봐왔지만 이제부터는 아니다.

용을 그냥 내주고 자유롭게 갱킹을 하는 걸 선택했다

수입푸드가 그런 판단을 내린 이상 이제는 마크하기가 힘들어졌다.

어떻게 상대의 움직임을 예상한다고 기동력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속전속결로 간다면 도착했을 땐 이미 상황이 끝나있다.

역갱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찰칵!

리심과 마검사의 태생적인 갱킹력 차이.

어쩔 수 없이 휘둘려야 했지만 여기까지다.

목표했던 최소한의 아이템이 갖춰졌다.

빌지워터의 해군칼.

공격 속도의 신발.

영락검까지 기다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게임이 터지는 수가 있다.

'슬슬 술래를 바꿀 시간이야.'

경기 시간 9분.

게임 스코어는 1대5.

아군이 크게 밀리고 있다.

그래도 아예 무너져버린 라인은 없다.

탈리반도, 말화이트도 조금 말렸지만 제 역할은 할 수 있다.

일부러 그런 챔피언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미드의 경험이 적은 마파두부는 숙련도 있는 탈리반을 연습시켰다.

지금부터라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까놓고 내가 잘해야 한다.

리심을 상대로 1대1의 승부를 건다.

한 번 더 입롤을 실현시킨다.

사샤샤샥-!

조금 리스크를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적 정글로 들어가 카정을 치는 것.

호랑이굴에 기어 들어가 점심 식사를 가로챘다.

상대의 반응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빨랐다.

파악!

감히 내 정글을 뺏어 먹을 생각을 하다니?

리심의 음파가 나를 향해 정확하게 명중했다.

.

.

.

* * *

어처구니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다.

수입푸드는 상대의 판단력에 혀를 찼다.

'게임은 말리고 역갱도 못 치니까 카정을 온다. 최악의 판단을 내리는구만.'

솔로랭크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한 쪽은 정글이 전라인을 터트리고.

다른 한 쪽은 아무것도 안 하고 정글만 돈다.

아무것도 안 한 정글러는 뭐라도 해야겠다 싶다.

그래서 선택하는 게 바로 카정.

우습기 짝이 없는 판단이다.

'3킬 먹은 리심한테 원콤이 나봐야 정신을 차리지.'

도마뱀 장군의 혼령.

여기에 미개한 방망이가 추가됐다.

이쯤 되면 어지간한 라이너도 1대1을 찜 쪄 먹는다.

이제 겨우 반코어 가량 나온 마검사는 우스울 지경이다.

싸우게 되면 질래야 질 수가 없다.

하지만 상대도 앵간히 얍삽해서 정글만 빼먹고 도망갔다.

음파를 던지면 닿을 거리긴 하겠지만 맞아줄 리가 있을까.

'그런데.. 이게 맞네?'

딱히 예측샷으로 던진 게 아니다.

직선으로 던졌으니 올마스터 정도라면 당연히 피하겠지.

그런데 설마가 현실이 돼버렸다.

간혹 고수들간의 대결에선 무빙을 안 하는 게 좋은 결과를 낳을 때가 있다.

지금의 상황이 아마 그러한 경우일 테다.

굴러들어 온 떡이라면 받아먹어 주는 게 예의다.

사샤샤샥-!

발차기로 날아가니 상대가 반격을 해댄다.

최선의 선택이겠지만 애시당초 음파를 맞은 시점에서 끝났다.

평타로 적당히 체력을 깎다가 궁극기로 뻥 까버리면 죽는다.

그렇게 될 거라 머릿속에서는 이미 딜계산을 끝내놨다.

'뭐지? 내가 딜계산을 실수 했나?'

어째서인지 마검사가 생각보다 조금 더 단단하다.

수입푸드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해답을 찾아냈다.

벽에 까버리고 평타 한두 대 더 치면 이긴다.

이~쿠우!

리심의 궁극기 범의 일격은 상대를 멀리 차버린다.

하지만 두터운 벽을 향해 차면 그 자리에서 에어본 효과만 받는다.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궁-점멸에 상대는 그대로 당해줬다.

이렇게 몰아넣고 두 대 더 두들기면 자신의 승리.

틀림없이 그래야만 했다.

'아니 풀콤보를 박았는데 대체 왜..?'

공템 두 개가 나온 리심의 풀콤보다.

서포터는 원콤이고 미드라이너도 실피가 남는다.

넉넉하게 평타까지 박았으니 질 수가 없다.

분명 그래야 할 텐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어떻게 당한 건지 영문조차 모르겠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수입푸드가 포즈를 요청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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