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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언제나 하나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B조의 준결승전.
케이왈츠의 요청에 따라 경기가 중단되었다.
한창 경기가 무르익던 와중에 어째서 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뭐 때문인지는 알 것 같다.
<아, 케이왈츠에서 입장이 나왔습니다. 방금 전 리심과 마검사의 1대1에서 게임 상의 오류가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확인이 필요해 포즈 요청을 해왔습니다.>
포즈(Pause), 경기 승패에 영향이 갈 정도로 이상이 발견될 시 관계자를 통해 경기를 멈추는 행위다.
케이왈츠에서 요청을 했고 이를 받아들여 현재 경기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요청한 사항이란 방금 전 리심과 마검사의 1대1 대결 때문이었다.
<수입푸드의 이야기에 따르면 스킬 데미지가 손실된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 달라.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대략 알 것 같습니다.>
<솔직히 딜리심 치고는 조금 약하긴 했거든요? 지더라도 체력을 조금 더 깎을 수 있을 거라 저도 얼핏 생각을 했었는데.. 당사자인 수입푸드 입장에선 더 확연하게 봤을 수도 있겠네요.>
도마뱀 장군의 혼령과 미개한 방망이.
솔로랭크의 리심들이 선호하는 딜템이다.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괜찮다.
잘 못 큰 상황에서는 정글러가 딜템을 왜 가냐고.
정치 당하기 십상이지만 흥한 상황에서는 정말 괜찮다.
AD계수가 어지간한 라이너들 뺨친다.
저 두 개만 둘러도 딜링 능력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
<아이템 격차를 놓고 보자면 리심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았어요. 확인을 해보는 것도 분명히 의미가 있을 거라 사료됩니다.>
<확실히 아리송한 상황이네요. 저도 리심을 플레이 해봤지만 12분에 저 정도 딜템이 나오면 1대1에서 무쌍을 찍습니다. 물론 스킬을 전부 적중시킨다는 전제 하인데 맞혔죠. 지금 전문가분들이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니 모쪼록 시청자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버그인가, 아니면 단순한 착오인가.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중계진이 아니다.
관련 전문가들이 리플레이를 통해 확인한다.
필연적으로 시간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방송을 멈추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의 중앙 하늘에 떠있는 직육면체의 대형 스크린.
문제가 됐다는 리심 대 마검사의 교전이 조명됐다.
다시 봐도 마검사가 이겼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가장 먼저 탄성을 내뱉은 건 해설자인 하오핑이었다.
<리심이 날아오는 동시에 알파 슬래쉬! 발차기 데미지가 흡수된 것 같은데요?>
<그렇군요. 저는 그 장면을 못 봤지만.. 만약 말씀이 사실이라면 버그일까요? 아니면 음파보다 알파 슬래쉬의 판정이 좋았다는 이야기일까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충분히 리심이 이기거나 아니면 같이 죽는 그림이 그려졌던 것 같은데 말이죠.>
날아오는 리심을 빠르게 캐치해 무적 판정의 알파 슬래쉬로 피해냈다.
첫 번째 세트와 마찬가지로 입롤을 실현한 셈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다.
잘 커버린 리심은 평타조차 강력하다.
패시브의 공격 속도 증가 또한 적지 않은 수준이다.
결정타로 들어간 점멸궁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이었다.
<점멸궁이 아니라 궁점멸이네요! 판단이 굉장히 깔끔했습니다. 벽으로 밀어 넣고 자신이 이길 수 있다. 마검사가 평캔을 활용하면 러브샷의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아, 마검사가 이겼었죠?>
<구도를 보면 확실하게 리심의 승리 가능성이 높았는데.. 단순히 리플레이를 보는 게 조금 더 면밀한 확인 작업이 필요할 듯합니다.>
나름 게임 전문가에 속한다는 중계진이다.
해설위원들은 당연하고 더우니 버빈 또한 못지 않다.
그들조차 갈피를 못 잡을 만큼 상황은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그렇게 10분쯤 흘렀을까.
관련 전문가들이 드디어 답을 찾았다.
정확히는 올마스터 본인의 입에서 확답을 들었다.
<마침내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알파 슬래쉬로 발차기, 그러니까 공명의 일격을 흡수한 건 유효하다. 그리고 저희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이네요. 늘 애용하는 명상 평캔을 왜 사용하지 않았나, 의아했는데 궁극기 데미지를
경감시키는데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입롤이네요. 리심의 궁극기 타이밍을 정확히 예측해서 명상을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데미지가 반절로 감소합니다. 때려도 때려도 닳은 것 같지 않더라. 수입푸드가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해요. 하지만 결국 버그는 아닌 셈이죠?>
결국 버그는 아니었고 재경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버그는 커녕 슈퍼 플레이.
정밀한 스킬 활용으로 입롤을 실현해냈다.
부스에서 방금의 결과를 전파 받은 수입푸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방금의 솔킬로 어떤 스노우볼이 굴러갈지.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다.
<결과만 짤막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장비나 게임상의 오류가 아니었으므로 케이왈츠에는 경고가 1회 누적됩니다. 2회 누적시 다음 시즌 조별 리그에서 승점이 1점 감점됩니다.>
<솔직히 의문이 들만한 상황이긴 했어요. 당사자의 입장에서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떠올라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규칙은 규칙이고 무차별적인 포즈를 막기 위함이니 어쩔 수 없겠습니다. 시청자분들이 학수고대하셨던 경기, 이상없이 속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입푸드의 입장에서 억울해서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규칙은 규칙.
일반인이 아닌 프로게이머인 이상 모르는 것도 죄가 될 수 있다.
쓰디쓴 교훈과 함께 경고 1회라는 달갑지 않은 패널티를 얻게 됐다.
그럼에도 아직 게임 스코어는 2대5.
유리한 쪽은 명백히 케이왈츠다.
그럼에도 어째서일까?
시청자들의 눈은 수입푸드의 리심에서 돌아섰다.
그들의 기대는 올마스터의 마검사를 향해 쏟아졌다.
.
.
.
* * *
한 번 흥해버린 리심이 전라인을 들쑤실 수 있는 근원.
길가다 적 정글 만나면 1대1을 무조건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파와 방로를 이용해 따라 붙어서 레드라도 묻히면 끔찍하다.
만에 하나 포위가 돼도 탈출에 도움 주는 스킬이 너무나 많다.
특히나 현재 리심은 명실상부 OP챔피언.
스킬 하나하나의 부가 효과가 까다롭다.
방로의 쿨타임도 짧고, 땅치기에 공격 속도 저하까지 있고.
대회든 솔랭이든 가리지 않고 리심을 가져가지 못해 안달이 났다.
그런 리심도 마검사에게 걸리면 얄짤이 없다.
<아픈 교훈을 새겨 주겠소!>
정글에서 리심을 마주치자마자 다짜고짜 달려간다.
달려가서 영락검을 쭈욱 빨고 써컹써컹!
딜템을 올린 리심의 살점은 간단히 떨어져 나간다.
위기감을 느꼈는지 범의 일격으로 나를 차버리지만.
사샤샤샥-!
분명히 맞았다.
맞고서 알파 슬래쉬로 그었다.
빨간 장갑을 되팔아서까지 구입한 아이템.
금은 장식 머리띠의 제대로 된 활용법이다.
'날아가는 도중에 풀고 알파 슬래쉬를 긁으면 되지.'
일단 이론상 가능하고 실제로도 할 만하다.
반응이 느리면 못하겠지만 예상하고 있는 상태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언제 어느 타이밍에 궁극기를 사용할지.
상대의 호흡이 뻔히 보인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Qookya AllMaster님이 학살 중입니다!
방로로 도망가봤자 마검사의 이동 속도다.
기동력의 신발은 전투시 효율이 급감한다.
따라가서 몇 번 베어내니 한순간이다.
내 머리 위로 큼지막한 원이 그려진다.
푸우웅!
빵테온이 궁극기로 지원을 왔다.
하지만 한 발 늦어버렸다.
트와이스 페이크와 달리 즉발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체력이 적지 않게 남아있다.
위이이이잉..!
명상을 사용해 빵테온의 공격을 버텨낸다.
4초간 체력을 회복하며 받는 데미지를 50% 경감시킨다.
유통기한이 다가온 빵테온은 결정타를 주지 못했다.
그 전에 아군 미드의 백업이 도착한다.
<버거킹!>
빵테온을 가둬버리고 뚜까 팬다.
생존기가 없는 이상 어차피 도망도 못 간다.
나라도 데려가기 위해 빵테온이 안간힘을 쓴다.
두 번째 투창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사샤샤샥-!
맞았다면 다음 평타에 치명타가 터지며 죽었을 거다.
최대 체력의 15% 이하의 적에게 무조건 치명타를 터트리는 빵테온.
반대로 15%만 넘으면 마무리될 염려가 없다.
알파 슬래쉬로 회피하며 빵테온을 마무리한다.
─더블 킬!
Qookya AllMaster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원래 킬을 먹는 사람은 라이너가 아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캐리하는 사람이 킬을 먹는 거다.
그런데 이번 판에서 캐리하는 사람이 나다.
묻지도 따지지 않도 않는 자연스러운 킬양보와 함께 더블 킬을 달성했다.
"저 양날 도끼만 완성하고 탱템 올릴게요. 그게 좋아 보여서."
"그래, 박으랄 때 칼같이 박기만 하면 문제없어."
상대팀의 구심점은 리심이었다.
조합의 핵심이라기 보단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선봉장.
혼자서 전 라인을 빠르게 돌아다니며 판을 만들어낸다.
그 리심이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다.
길가다 나를 만나게 되면 줄행랑을 쳐야 한다.
그냥 궁극기로 뻥 차버리고 내빼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금은 장식 머리띠까지 갖춰지니 도주조차 불가능하다.
게임의 주도권은 완전히 넘어오고 말았다.
설상가상 빵테온은 유통기한까지 와버렸다.
'적 조합도 주도권을 가진 상태면 확실히 나쁘진 않아.'
뒤에서 빵테온이 덮치고 앞에서 블라디가 유령화를 켜고 달려드는 그림.
주도권만 있다면 시야 장악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주도권을 뺏기면 하나하나가 따로 노는 조합이 된다.
특히 먼저 걸렸을 땐 답이 없을 정도다.
─Qookya AllMaster님이 랄라를 지목!
아군의 탱커는 두 명이다.
그리고 적팀은 라인 클리어가 부실하다.
즉, 이니시를 거는데 부담이 없다.
심지어 나를 막을 CC기가 부실하기까지 하다.
딱 한 명만 죽일 수 있으면 그 뒤는 게임 오버다.
꽈아아앙-!
말화이트가 궁극기를 냅다 꼴아 박는다.
함께 맞은 이는 블러디체리뿐.
상대가 포탑을 꼈다는 걸 감안한다면 썩 훌륭한 이니시는 아니다.
그렇긴 하지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그저 덤이다.
<버거킹!>
탈리반 3세의 궁극기가 랄라를 향해 직격한다.
공중에 뜬 채로 피떡이 돼버린다.
여기에 알파 슬래쉬가 한 번 쓱싹! 그이자 순삭.
서포터가 버텨낼 수 있는 데미지가 아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만약 리워크 전이었다면 난리가 날 상황이다.
무조건 킬을 먹어야만 쿨타임이 리셋.
하지만 지금의 마검사는 킬이든 어시든 상관없다.
나머지 다섯 적들이 나를 향해 총공세를 퍼부어온다.
이~쿠우!
터엉!
리심이 나를 냅다 까버리고 빵테온이 덮친다.
연계 자체는 완벽했지만 이미 글렀다.
랄라가 없는 이상 살인전차는 멈추지 않는다.
사샤샤샥-!
칼같이 금은 장식띠로 풀어내고 알파 슬래쉬.
빵테온이 찔러대는 심장약탈자는 허공을 가른다.
주력 스킬이 빠진 이상 1대1에서 마검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세 명의 적이 남아있다.
아군 원딜러인 헤이클린은 아직 황금기를 맞지 못했다.
2코어는 커녕 1코어에 공속 신발 달랑 갖췄다.
초반에 리심과 빵테온의 로밍에 휘둘린 결과다.
즉, 상대의 입장에선 나만 마크하면 어떻게 버텨낼 수 있다.
촤아앙!
블러디체리의 궁극기가 나와 두 명의 탱커에게 끼얹어진다.
적 원딜러 이즈레알이 빽포지션을 잡으며 열심히 카이팅한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챔피언 선택에서 이미 글렀다.
마검사를 상대로 도저히 효율적이지 못하다.
써컹!
점멸 평타로 마법 화살을 뛰어넘으며 썰어버린다.
스킬 의존도가 높은 이즈레알의 화력이 급감한다.
맞딜은 성립되지 않음이다.
부랴부랴 도망가봤자 알파 슬래쉬로 따라간다.
─더블 킬!
이즈레알을 따낸 직후 명상.
블러디체리의 궁은 구태여 금은 장식띠를 쓸 필요가 없다.
명상만 잘 써도 데미지가 거의 안 들어오는 수준이다.
랄라가 죽은 시점에서 상대는 나를 잡아낼 결정타가 부족했다.
─트리플 킬!
리심은 빵테온이 죽자마자 그냥 내뺐다.
결코 추잡한 도망이 아닌 현명한 선택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딜리심의 극명한 한계이기도 하다.
상대는 더 이상 게임을 버텨나갈 힘이 없다.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하였습니다!
유리할 때 바론 가지 마라.
특히 적팀의 정글러가 리심이나 거미여왕이면 더더욱이다.
잃은 체력에 비례한 %뎀과 단타가 한 번에 들어가면 질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굳이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옳다.
"모여서 시야 장악하고 낚시 간다."
""알겠습니다!""
현재 시즌3에는 망원 렌즈가 없다.
바론 낚시가 정말로 잘 먹히는 시기다.
운영이 미숙한 중국 리그에서는 게임 굳히기 수준이다.
이윽고 한 마리의 대어가 낚였다.
'솔킬을 기점으로 게임이 망했으니 멘탈도 날라갔을 만해.'
원래부터 라인전 이후의 운영이 미숙하기 짝이 없는 수입푸드다.
조금 흔들어주자 알아서 틈을 드러내준다.
말화이트의 궁극기가 리심을 덮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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