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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33화 (63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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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할 줄 알고 있었소

케이왈츠의 부스 안은 침울한 공기가 감돌고 있다.

첫 번째 세트의 대패.

두 번째 세트는 역전패.

아니, 역전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도 뭣하다.

리심 대 마검사의 구도다.

초중반 영향력이 좋은 리심이 제 역할을 다했다.

그리고 마검사는 성장한 만큼 제 역할, 아니 그 이상을 해버렸다.

그저 챔피언의 특색에서 기인된 승기였을 뿐.

초반의 승기를 온전히 가져오지 못한 이상 역전조차 아니다.

'이거 야단났군.'

장웨이는 몸에 힘을 쭉 뺀 채 앉아있는 선수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코치로서 어지간한 상황은 상정해두고 있었지만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전의가 있었다면 바쁘게 피드백을 주고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건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다는 뜻이다.

'적당히 세 번째 세트를 치르고 빼는 게 나으려나.'

준결승전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괄목상대한 성장이다.

그리고 어차피 이번 시즌 이후로 케이왈츠는 양분된다.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지며 선수들 또한 조정이 생긴다.

마음을 가볍게 먹으려던 장웨이의 눈에 한 명의 선수가 띄었다.

도진기가 선수석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찾아보고 있었다.

아직 선수 교체를 하란 이야기는 안 했을 텐데.

관심이 인 장웨이는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세팅을 하려는 것은 아닌 모양이고..'

예정대로 라면 세 번째 세트는 도진기와 수입푸드의 합작이다.

하지만 경기를 그렇게나 탈탈 털린 이상 승산은 희박하다.

코치인 자신조차 그렇게 생각할 정도인데 선수들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구태여 무리하게 일으켜 세우다간 트라우마가 되는 수가 있다.

'도진기와 팀원들의 챔프폭..? 이런 자료까지 만들어 뒀어?'

본래는 코치인 자신이 하는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꽤나 자세하게 정리됐다.

그 자료를 보며 도진기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중국어가 아닌 탓에 무슨 이야긴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도진기는 아직 게임을 포기하지 않았다.

'남은 시간 7분, 아니 작전 타임을 요청하면 22분.'

선수가 포기를 하지 않았는데 코치인 자신이 가만히 있어서야 쓸까.

장웨이의 머릿속에 빠른 속도로 상황이 정리되었다.

주축이 되는 한 명만 정신을 차리고 있다면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섰다.

"수입푸드한테 그만 정신 차리고 선수석에 앉으라고 전해줘요. 그리고 나머지 세 명 너희들로 빨리 앉아. 다음 세트의 준비를 해야지."

이제 와서 무엇을 해본다 말인가.

코치 또한 이미 포기한 줄 알았다.

선수들은 얼탄 눈초리로 장웨이를 쳐다봤다.

그 순간 알아챘다.

단 한 명, 전의를 불태우는 이가 있었다

통역사를 통해 코치의 말을 전해 들은 수입푸드의 눈매가 달라졌다.

"세 번째 세트에서 오더를 맡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게임은 해야 한다.

혹시 이러한 사태가 났을 때를 대비한 계약서도 써버렸다.

하지만 코치의 명령을 따른다고 했을 뿐이다.

그리고 명령은 그에 합당한 근거가 있을 때만 성립한다.

경기는 지더라도 자존심을 꺾는 것은 불가하다.

그런 치졸한 수입푸드의 질투는 금방 사그라 들었다.

"봐, 이견 있어?"

장웨이의 엄지손가락이 단 한 명을 가리켰다.

수입푸드를 포함한 여섯 명의 선수들.

경기를 치르지 않았던 두 명 마저 단박에 알아챘다.

자신들이 패색에 젖어 한탄하고 있을 때 도진기만이 경기를 준비했다.

침착하게 혼자 패인을 분석하고 올마스터에 대응할 전략을 짜냈다.

전선에서 발을 빼버린 자신들에겐 발언권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대답은?"

"..하겠습니다."

통역사를 통한 대화는 아직까지도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구태여 통역이 필요하지 않았다.

거의 즉발로, 통역사가 당황할 정도로 언어를 뛰어넘은 소통이 이루어졌다.

어쩌면 수개월간의 중국 생활로 다소 배운 걸지도 모른다.

그런 사소한 증명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부터 20분이 안되는 시간 내에 짜내야 한다.

올마스터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그 난공불락의 성벽을 어떻게 공략함이 옳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어쩌면 후회만이 남을 수도 있다.

"그래도 포기하기엔 이르지?"

"..네놈도 하는데 내가 안 할 수는 없으니 하는 것 뿐이야."

도진기와 수입푸드 사이에 어색한 대화가 오간다.

깨져버린 관계를 이어 붙이기엔 서로가 한참은 멀리 돌아왔다.

그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 관계로 까지는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경기에서 약간의 희망을 찾을지도 모른다.

장웨이는 딱히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오직 그 하나였다.

.

.

.

* * *

바야흐로 막바지엔 이르른, 아니 막다른 코너까지 몰렸다.

쿡야-베이더스 대 케이왈츠의 준결승전.

케이왈츠는 두 세트 연속 허무하게 게임을 내줬다.

경기의 내용이 실수로 인한 패배였나?

결코 그렇지 않았다.

누가 봐도 최선의 준비를 다해왔을 밴픽.

경기 또한 악착같이 치렀다.

그럼에도 대패했고 세 번째 세트에서는 희망이 없다.

그렇게 생각했으나 한 가지.

모두가 그 사실을 깜빡하고 말았다.

경기의 상황이 워낙 급박하고 흥겨운 나머지 잊어버렸다.

<츠타이 선수의 인터뷰가 떠오르는군요. 혼자서는 결코 올마스터를 넘어설 수 없다. 하지만 투 에이스 체제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건 오직 표면적인 부분이다.

첫 번째 세트에서 도진기, 두 번째 세트에서 수입푸드.

그리고 이번 세 번째 세트에서 드디어 두 명이 전부 나왔다.

<물론 아직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경기는 이제 겨우 초반을 갓 넘긴 상황이에요. 케이왈츠가 유리한 건 사실이나 뒤집어지는 것도 한순간입니다.>

게임 시간 7분.

게임 스코어 0대1.

케이왈츠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승기를 가져왔다고 보기엔 지나친 김치국이다.

하지만 그 1킬이 보통 1킬이 아니었다.

다름아닌 올마스터를 따냈다.

도진기의 아링과 수입푸드의 리심이 만들어낸 합작.

스펠을 전부 사용했다곤 하나 기분 좋은 출발임은 틀림없다.

<리심과 아링이라면 충분히 스노우볼 굴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대해 볼만한 것도 맞지만 저는 솔직하게 모르겠습니다. 만약 올마스터가 가져간 챔피언이 평범했다면, 하다못해 마검사만 됐어도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꼭 미드킬을 노릴 필요없이 로밍을 가도 되니까요. 그런데 지금 올마스터가 하고 있는 챔피언이 범상치가 않습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한 가지 사실.

츠타이가 인터뷰 했던 내용은 하나만이 아니었다.

투 에이스 체제라면 올마스터를 충분 마크할 수 있다.

하지만 올마스터가 기상천외한 픽을 꺼낸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 모른다.

아직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일단 픽 자체는 그리 되었다.

세 번째 세트에서 올마스터가 꺼내든 챔피언.

시간을 역행 시키는 마술사였다.

<미드 필리언이 이론상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공격 스킬도 하나고 마나 소모도 극심하고. 과거의 저라면 이 선수가 쇼맨십을 너무 과하게 하는 거 아닌가. 지탄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더우니 버빈이 멋쩍게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든다.

그 의도는 사실 순수하지 만은 않을 것이다.

과거에 했던 언행은 자신의 본심이 아니었고 올마스터가 그런 선수란 걸 몰라서 그랬던 거고.

합리화와 이미지 메이킹의 수단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거 더 이상 까내릴래야 까내릴 수가 없다.

설사 그가 과거의 컨셉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들 마찬가지다.

올마스터는 이미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의 지나친 발상을 비난하기 보단 지켜보자.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 지가 더욱 기대된다.

하오핑이 더우니 버빈의 설명을 보충해나갔다.

<사실 저도 이해는 잘 안 갑니다. 다른 미드 챔피언, 이를 테면 파사딘처럼 솔로 캐리가 가능한 픽도 있는데 굳이 필리언을 해야 했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아직은 확답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지켜보지 않으면, 이 선수는 지켜봐야만 생각을 알 수 있거든요.>

<정말이에요! 보고도 믿기지 않은 경기를 두 번 연속 선보였는데 이제 와서 더 의심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필리언으로는 대체 어떤 마술을 보여줄지. 정말로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지도 몰라요?>

빵테온의 방패치기를 흡수해내고, 리심의 궁극기를 명상으로 막아내고.

별의별 희귀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두 세트를 내리 캐리해냈다.

이제 와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놀라기까지 할까.

이 선수라면 뭘 해도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보는 것이 옳다.

더우니 버빈에 이어 쥔차이까지 오늘 경기 내내 긍정적인 태도다.

고작 일주일만에 중계진의 태도가 급변한 셈이다.

어느새 올마스터를 띄워주는 분위기다.

상해의 용이 될 자격이 생기지 않았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그러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무난한 파밍 구도입니다. 아직까지는 딱히 무언가 보여주지 않았네요.>

<한타를 기다리는 걸까요? 지금까지 보여준 마검사는 라인전 단계에서 하나는 반드시 터트렸는데 색깔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의도했던 바와 게임이 다르게 흘러간 걸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알 수 없는 이야기지만 말이죠.>

이전 세트와는 전혀 다른 무난한 파밍 구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휴전 협정이다.

올마스터가 무언가 터트려주길 관중들도, 시청자들도, 이제는 중계진들까지 학수고대 기다린다.

이윽고 한 번 필연적인 사건이 터졌다

<킹트록스 맞딜 안됩니다?! 리심 레드 있어요!>

<벽만 넘으면 무조건 도망갈 수 있을 텐데.. 기가 막힌 플레이! 아링을 향해 정확히 배달했습니다!>

두 번째 세트보다는 살짝 예기가 빠진 듯한 수입푸드지만 완전히 맛이 가진 않았다.

쿡야의 정글러, 마파부두의 킹트록스를 집요히 따라다니며 사건을 만들어냈다.

도주각을 주는 척 방심시키고 궁-점멸을 사용해 배달.

아링이 호응할 수 있는 각을 깔끔하게 그려줬다.

샤락!

슈웅!

점멸을 사용해 벽을 넘은 아링이 황천질주로 대쉬한다.

유혹이 깔끔하게 맞으며 킹트록스를 녹여버린다.

게임 시간 10분이 넘어 정글러가 잡혀버렸다는 건 크다!

비등비등 했던 게임에 무게추가 하나 얹어질 뻔했다.

<아, 킹트록스가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거 상황이 웃기게 됐네요.>

<이렇게 되면 오히려 케이왈츠가 빼야 하는 각이죠? 리심도 아링도 궁극기 빠졌고, 봇라인에서 지원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결국 사상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요. 무혈의 승리를 거둬냈습니다.>

한 번 죽어버렸던 킹트록스가 다시금 생명을 얻었다.

필리언의 궁극기, 시간 회귀.

아군을 지정해 되살릴 수 있다.

따내지도 못했지만 죽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쿡야는 소소한 스펠 이득을 거두게 됐다.

방금의 교전이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졌을지.

까놓고 말해서 그냥 모르겠다.

슬슬 라인전이 끝나가고 있음에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올마스터가 필리언으로 보여주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첫 번째 한타가 열린다.

이제 드디어 제대로 된 사상자가 나올 것만 같다.

2% 박진감이 부족했던 게임에 드디어 승부수가 던져졌다.

.

.

.

* * *

세 번째 세트에서 꺼내버린 카드.

사실 꽤나 아끼고 있던 비장의 수였다.

하지만 꺼내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고민을 했었는데.. 역시 꺼내길 잘했어.'

도진기와 수입푸드의 관계를 생각해본다면 호흡이 안 맞을 공산이 컸다.

부스 건너 편을 간간히 쳐다보자 생각은 확고해졌다.

대충 봐도 그쪽 분위기는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세 번째 세트가 시작하기 직전에 확연히 달라졌다.

'무언가 계기가 있었던 걸까?'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호흡이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면 그저 준비하면 될 뿐이다.

도진기와 수입푸드를 상대로 받아칠 수 있는 카드.

상대와 아군의 조합을 생각했을 때 필리언만한 게 없었다.

째깍! 째깍!

필리언이 등에 진 거대한 시계가 빠른 속도로 돌아간다.

궁극기의 남은 쿨타임은 50초.

킹트록스를 살린 교전에서 사용해버린 지라 어쩔 수가 없다.

궁극기 쿨타임이 무려 3분이나 되는 필리언이다.

'이제부터는 아니겠지만.'

어째서 꾹꾹 참으며 파밍을 지향했는가.

그 답은 방금 전에 완성됐다.

필리언이 12레벨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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