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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할 줄 알고 있었소
챔피언 폭에 있어 올마스터 못지 않다.
아니, 충분히 올마스터 이상이다.
츠타이는 다가올 결승전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팀원들의 기량 차이까지 생각한다면 변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왠지 걸린다.
방금 전, 푸드득과의 대화를 통해 하나 실마리를 찾아냈다.
그것에 대해 운을 떼려던 찰나 본인이 등판해버렸다.
"오, 다들 있네 있어. 만두 사왔는데 어때?"
연습실의 문이 끼익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IC의 서포터 샤브샤브.
팀의 연장자이자 정신적 지주이다.
그가 기분 좋은 소식을 들고 왔다.
"마침 저도 할 말이 있던 참인데 먹으면서 하죠."
"뭔 일인데 그래? 할 말이라니, 긴장되게 시리."
휴게실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내부 토의.
게임단에서는 흔히 있는 일상이다.
토의의 주제는 당연히 다가오는 결승전에 대해서다.
정확히는 올마스터의 견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니까 내가 필리언을 서포터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미드로 쓰기까지는 좀 그렇고 서포터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
"음~ 만두 맛있다. 나도 샤브형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
샤브샤브는 중국에서 상당히 드문 케이스의 프로게이머다.
다른 선수들처럼 피지컬을 메인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진짜는 센스 있는 순간 판단력, 그리고 분석력.
피지컬도 부족하지는 않으나 메인은 저 두 가지다.
서포터라는 포지션을 소화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소질이다.
"하긴 어차피 살리는 게 목적이면 굳이 주문력이 높아야 할 이유는 없겠지."
"해보고 말씀 주세요.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맞으면.. 올마스터를 조금 더 압박할 수 있겠죠."
상대가 할 챔피언을 뺏어버린다.
이는 프로 무대에서 흔하게 있는 대처법이다.
그리고 IC는 이러한 선수 견제에 도가 텄다.
단순히 잘하기만 해서는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가 없다.
밴픽 전략으로 상대를 약화시키고, 아군은 강화시킨다.
프로게임단인 이상 당연히 갖춰야 할 전략의 한 갈래다.
결코 치사한 행위가 아니며 수준 높은 밴픽 전략은 게임 내적인 요소가 아님에도 극찬 받는다.
실제로 IC는 한국에서 가장 강했던 얼밤을 밴픽 전략을 활용해 격퇴한 적이 있었다.
매일라이프의 주 챔피언을 모두 봉인하고 탑라이너인 싸이 선수를 집중 공략했다.
"이번 결승전의 전략은 한 마디로 그 응용이니까. 가용할 수 있는 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그러고 보면 준결승전 인터뷰가 참으로 패기 넘쳤지. 혼자서도 할 수 있다라. 정말로 그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 경력이 없는 선수도 아닐 텐데."
IC의 정글러 일루젼이 어이가 없다는 듯 내뱉자 나머지 팀원들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온다.
비웃는다기 보단 상황이 정말 웃겼기 때문이다.
혼자서 자신들 IC를 상대한다?
제아무리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 한들 불가능한 일이다.
"올마스터에 대한 이야기는 제법 들었지. 아니, 안 들을 수가 없지. 만약 다른 팀을 상대로 였다면 정말 해낼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래, 다른 팀을 상대로라면."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나름 인지도가 높은 IC다.
이는 경력이나 실력 이전에 롤드컵 등 국제 대회를 치렀기 때문이 크다.
즉, IC는 전략적인 면에서 대응폭이 넓다.
단순하게 실력만 좋은 팀을 상대로라면 승산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정도야 불가능할 것이 없다고 IC의 팀원들은 올마스터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 IC를 상대로는 아니다.
어떻게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마크한다.
잔인하다는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으로 말이다.
"그래서 올마스터가 꺼낼 것 같은 픽에 대한 조사는? 하고 있어?"
"물론 하고 있지. 최근에는 부캐로 하고 있는 듯한데.. 이것도 조사 돌려보면 금방 나올 거야."
"솔로 넘버 서버 중에서 최근 승률이 높은 계정 위주로 알아보면 금방이겠지."
"야야~ 적당히들 해라. 그러다 울겠다."
만두를 먹던 팀원들이 입에서 파편이 튈 정도로 웃음 바다가 됐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너무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대처.
이 정도씩이나 하는 것은 그만큼 올마스터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중이떠중이 만만한 상대였다면 그냥 정면 승부로 박살 냈을 것이다.
감히 자신들 IC에게 도전을 하다니?
그것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르는 게 올마스터다.
가만히 두면 정말 일을 내버릴지도 모르는 상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준결승전에서도 내심 혀를 내두를 수준의 희한한 픽을 선보였다.
자신들이라도 필리언이나 미드 마검사 같은 픽을 준비없이 만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실수 끝에 한 세트 내줘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리미리 사전 조사를 통해 윤곽을 파악한다면 충분히 받아치고도 남음이다.
"결승전이 6일 남았나? 시간도 넉넉하네."
"우리야 진작에 끝났으니까 여유가 있지."
"간만에 재밌는 결승전이 되겠는데?"
"하긴 너무 쉽게만 올라가면 보람이 없긴 해."
상해의 고룡 IC에게 있어 LPL은 그저 발판밖에 되지 않는다.
대표전이야말로 활약해야 할 진짜 무대.
게임단 출범 이후 상해의 대표는 대부분 자신들이 되었다.
이번 LPL 또한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자신들은 지난 화요일에 결승전 진출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쿡야가 올라올 거라는 전제 하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
손자병법에서 일컨데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중국의 유명한 병법서를 실처해낼 여건이 충분하다.
여유만만, 하지만 결코 방심하지 않으며 결승전의 준비를 착착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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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중국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해 LPL의 결승전.
날이 갈수록 이슈는 커져 갈 수밖에 없었다.
잘 모르던 이들도, 커뮤니티 사이트들 하지 않던 사람들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왜? 솔로랭크에 아주 난리가 나버렸으니까!
◈마검사로 미드 간다는 놈은 대체 무슨 정신머리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우리팀 2픽이 마검사 픽 박더니 뜬금없이 미드래.
혹시 리메이크된 거 모르는 거 아닌가.
물어봤더니 겁나 진지하게 미드 AD마검사를 한다네?
전적 보고 소름 끼쳐서 칼닷지 함.
▷캬 올마스터충 등판kkkk
글쓴이-올마스터? 걔가 누구? 프로임?
▷인터넷 개통 방금 하셨나.. 올마스터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있네.
▷커뮤 안 하면 모를 수도 있지ww 근데 몰라도 어차피 알게 돼있음. 솔로랭크를 하는 한!
지난 8강에서는 그래도 미미했다.
미드 마검사라니?
카운터도 엄청 당할 테고 프로게이머나 할 수 있는 픽이다.
어차피 잠깐 반짝하고 사라질 게 분명하다.
그런데 준결승전에서 또 꺼내버렸다.
초중반 강하기로 손 꼽히는 빵테온과 리심을 썰어버린다.
성장 격차로 이긴 게 아니라 순수한 1대1이다.
심지어 리심을 상대로는 아이템이 불리하기까지 했다.
◈미드 마검사 숙련도만 받쳐주면 충분히 좋은 픽이야.
알파 슬래쉬로 스킬 하나 씹으면 1대1 무조건 이긴다.
오늘만 해도 내리 두 판 혼자 킬 싹 쓸어먹고 하드 캐리함.
너희들도 미리미리 꿀 빨아라.
미드, 정글 다돼서 라인 고민도 없음.
▷지 이긴 것만 딱 캡쳐해놨네www 최근 전적 6승14패!
▷마검사 승률 32% 실화냐?
▷이런 말은 하기 싫지만 진짜 벌레 챔피언이다.. 작성자도.
▷자기 딴에는 정말 캐리했다고 믿고 있겠지? 으 소름.
어찌저찌 스킬 잘 피하면 이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질 확률은 그 곱절의 곱절의 곱절이다.
어쩌다 한 번 뽀록 터진 걸로 자위하기 딱 좋은 챔피언!
3대 충 챔피언들은 그렇게 선정되었다.
◈솔랭에서 미드 마검사 만나면 빵테온 픽 박아라ww
대회충들 모두 자기가 이길 거라 철썩같이 의심 안 함.
딱히 할 줄 몰라도 상관없음.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꼴아박고 죽어준다kk
▷진짜 무서운 건 이게 실화라는 거다..
▷이거 정글도 똑같이 적용됨. 리심으로 정글 돌고 있으면 마검사가 자신의 강력함을 시험하기 위해 옴.
▷글쓴이-죽고 나서 전챗으로 ??치는 거 인정?
▷마잘알 인정합니다www
자기 자신의 승리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
전례가 없으면 모르되 있으니까 문제다.
8강, 그리고 준결승전에서 올마스터의 마검사가 입롤을 실현했다.
상성을 뒤집고, 3대1도 씹어먹는다.
아, 그렇구나 마검사는 패기구나.
인간으로서 결코 잃어버려선 안될 소중한 것을 잃고 말았다.
개념을 밥 말아 쳐먹었다.
잠자코 게임하는 건 그나마 양반
자기가 이길 거라 생각하고 깝죽 대다가 죽어준다.
올마스터가 빵테온 이기길래 개겨 봤는데..
응, 네 손은 올마스터가 아니야.
한심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들이 솔로랭크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도 마검사충은 가끔 사람 구실 할 때라도 있지..
미드 필리언충 봄?
5분동안 먹은 CS가 한 자리 수임.
과장 아니고 실화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지켜봤는데 포탑에 미니언 다 먹히고 앉아있음.
개답답해서 내가 떠먹여주고 싶더라.
▷kkkk원래 필리언으로 막타치기 힘들어. 평타 모션이 극악이라.
▷롤 모든 챔피언들 중에서 가장 최악일 걸? 해본 사람은 암.
▷커스텀에서 한 번 해봤는데 CS 하나하나를 예측샷으로 먹어야 하는 수준임.
▷마나 소모도 쩔고 터지는데도 4초 걸려서 스킬 파밍도 안된다.
안 쓰이는 챔피언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마검사도, 필리언도 직접 해보니 단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속된 말로 뽕이 빠지기엔 한참은 남았다.
그런데 그 뽕, 과연 빠질 일만 있을까?
다가오는 결승전은 커다란 분기점을 예고한다.
쿡야가, 올마스터가 또 하나 터트리기라도 한다면 정말 솔로랭크에 피바람이 불어 닥칠지도 모른다.
◈상해LPL 결승전 난생 처음으로 기대해보네.
원래 상해는 전통적으로 IC가 무조건 올라오는 곳인데 거기서 이변 생기면 볼만할 듯.
솔직히 난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올마스터 빠는 애들도 많더라고.
해외에서는 무슨 전설급의 프로게이머라며?
▷글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이지. 북미, 유럽, 한국 차례대로 정복하고 중국 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글쓴이-그 정도야? 배팅하면 대박각임?
▷토토는 느 알아서 하시고요. 쨌든 팩트가 그럼.
▷매경기 특이한 챔프 하기로도 유명한데ww 이번 결승전에서도 뭐하나 꺼내 주려나?
▷또 꺼내면 진짜 솔로랭크 터진다.. 솔랭 수질 때문에라도 올마스터가 이기면 안돼.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올마스터의 인지도는 쭉쭉 올라간다.
그리고 더욱 더 두터워진다.
올마스터? 아, 그 마검사 하는 사람! 딱 그 정도 인식에서.
올마스터? IC랑 결승전에서 붙는다던데. 꽤 잘하나 보네?
확실하게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도 사실.
모르면 간첩일 수준인 해외와 달리 중국 내에서는 인식이 불완전하다.
자국 리그가 세계 최고인 줄 알고 있는 중국인들이다.
직접 실력을 증명하지 않는 한 믿지 않는다.
그 기회는 차차 다가오고 있다.
돌아오는 토요일에 열릴 예정이라고 하는 상해 LPL의 결승전.
Incredible Carrier 대 쿡야-베이더스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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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
높이로도, 면적으로도 뒤지지 않는 거대한 경기장이다.
최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해LPL이 치러지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오늘 그곳에서 아주 화려한 빅 이벤트가 벌어진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한국인이 될지도 모른다라?
최근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놓칠수야 없는 희소식이다.
CBS의 한 시간 빠른 여덟 시 뉴스에 실시간으로 보도가 되고 있었다.
<중국에서 가장 큰 도시! 시청자 여러분들도 분명 들어보셨을 상하이, 상해입니다! 야경이 아름답다고 유명한 이곳 상해에서 오늘 특별한 소식이 기대된다고 하죠? 유리나 특파원의 생생한 보도 함께 만나보시죠!>
이윽고 화면이 돌아가면 중국 상하이의 풍경을 비친다.
현장에 나와 있는 한 명의 여기자.
그 뒤에는 거대한 경기장이 엿보인다.
아니, 경기장이 맞기는 한 걸까?
어둠이 슬슬 짙어지는 시간대임에도 확실하게 보인다.
경기장으로 추측되는 건물의 주위는 온통 물바다.
깊고 넓은 호수로 둘러 쌓여있다.
"로드 오브 로드! 이른 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는 국내에서도 한창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슈가 되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라고 해요. 중국에서도 못지 않게 E-스포츠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저 거대한 경기장 보이시나요? 바로 저곳에 오늘 한국 선수가 결승전을 치를 예정입니다."
카메라가 상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의 정면을 비친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통해 호수를 건너고 있다.
몇 명쯤 될까 짐작조차 불가능한 어마어마한 인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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