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40화 (6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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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할 줄 알고 있었소

─소환자의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다 전제의 첫 번째 세트는 중요하다.

안 중요한 세트가 어디 있겠냐만은 오늘 경기는 그 중요도가 남다르다.

상대가 생각하고 있는 전략의 근간을 뒤흔든다.

그를 위한 미달리의 픽이다.

"아니, 쇈 방어력 봐. 왕룬에 방어 세 개 박았나 본데요?"

"쇈 무식하게 방어만 올리면 진짜 잡기 힘들어지겠다.. 그런데 저희 후반 보는 거 맞죠?"

"그래, 맞아."

마파두부의 물음에 대충 긍정을 표했다.

그렇다, 후반이다.

아군의 조합은 그 누구보다 후반을 보고 있다.

내가 하드 캐리할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중요한 건 그 후반을 어떻게 가느냐겠지.'

누군가 비웃을 수도 있는 판단이다.

미달리는 중반에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챔피언 아니냐?

라인 클리어도 안되고, 창을 못 맞히면 실직적인 딜량도 없고.

적어도 지금까지의 미달리는 분명히 그러했다.

하지만 곧 진행될 게임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미달리의 진면목은 겨우 포킹만이 아니니까.'

미니언이 도착함으로서 라인전이 시작된다.

현재 미달리는 리워크가 되기 전이다.

정글러가 아닌 탑이나 미드로 쓰이던 시절.

각각의 스킬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전혀 다른 챔피언이 돼버린다.

슈욱!

슈욱!

물론 그건 미래의 이야기고 일단은 파밍부터해야 한다.

현재 미달리의 가장 골 때리는 단점.

6레벨 전까지 퓨마폼으로 변신할 수 없다.

상대는 온갖 스킬 다 던지는데 미달리는 평타로 파밍이 끝이다.

화랑~!

평타로 파밍이 끝이긴 하지만 버티기가 힘들다는 소린 아니다.

미달리의 E스킬, 대자연의 축복.

체력을 회복시키며 공격 속도를 증가시킨다.

흔히 말하는 자힐이 되기 때문에 라인전을 충분 버텨낼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건 나를 제외한 나머지 라인이다.

'그래서 일부러 리심과 탈리반을 뺏어왔잖아.'

아군의 탑과 정글은 초중반이 아주 강력하다.

아무리 실력 차이가 난다고 해도 챔피언의 상성은 무시할 수 없다.

소규모 교전에서 잘못 비벼지는 건 상대도 원하는 바가 아닐 터.

미달리의 가장 큰 약점인 6레벨 이전까지가 수월해진다.

굳이 큰 이득을 볼 필요는 없다.

이번 결승전에서 내가 목표하는 건 솔로 캐리.

그것을 해내기 위한 발판만 마련하면 된다.

나머지는 내가 만들어나가야 할 일이다.

찰칵!

답답함을 느낀 코리아나가 라인을 쭉 밀고 귀환했다.

이렇게 파밍 구도로 갈 거면 자신은 아이템을 사와 더티를 하겠다.

아마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귀환 타이밍을 잡았을 테지만 틀렸다.

'이제부터는 게임의 양상이 전혀 달라질 거거든.'

내가 사리는 것은 오직 6레벨 이전까지다.

6레벨에 도달한 이상 소환자의 전장은 나의 차지다.

현재의 미달리는 상식을 뒤흔드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폴짝!

궁극기, 퓨마폼을 배운 미달리가 짧은 거리를 도약한다.

쿨타임이 고작 4초에 불과하며 얇은 벽까지 넘을 수 있다.

6레벨 전과 후를 기점으로 기동력이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기동력이 늘어나 봤자 어차피 미달리는 미달리다.

CC기도 없어서 로밍을 가봤자 크게 위협은 되지 않는다.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내가 진짜 노리는 건 따로 있다.

찰싹!

퓨마폼으로 라인을 빠르게 정리하고 탑을 향한다.

딱히 로밍을 가기 위함이 아니다.

그냥 가서 덫을 몇 개 설치하고 온다.

철컹!

수풀 사이사이에 나무로 된 덫이 깔린다.

이 덫은 티몽의 버섯 등과 달리 대놓고 보인다.

하지만 부쉬에 깔면 들어가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문제가 있다면 밟는다 해도 별 일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덫들과 달리 CC기 효과도 없고 데미지마저 적다.

하다 못해 깔아서 주위 시야를 보는 효과도 없다.

때문에 미달리의 덫은 정말 과소 평가의 대상이었다.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 스킬 탑5에 들었을 정도였다.

'그 쓸모 없는 줄 알았던 덫이 알고 보니 엄청난 OP스킬이었지.'

미달리의 덫이 가지는 특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4분간 지속된다.

다른 하나는 밟으면 12초 동안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깎으며 시야를 공유한다.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사기 스킬로 탈바꿈 된다.

"말카림 미드 근처에서 얼쩡 걸린다."

"사라지기 직전에 탑 가는 무빙 밟았어. 조심해!"

덫을 밟으면 무려 12초동안 위치가 노출된다.

그런데 만약 밟은 사람이 정글러라면 어떻게 될까?

적 정글은 12초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눈에 보이는 뻔한 갱킹에 누가 당해준단 말인가?

부쉬 곳곳에 덫을 깔아 놓는 것만으로도 적 정글이 무력화된다.

반대로 아군 정글은 역갱 생각 안 하고 부담없이 찌를 수가 있다.

봇라인에서 한 차례 교전이 열렸다.

<버거킹!>

마파두부의 탈리반 3세가 필리언에게 궁극기를 박아 넣는다.

이미 점멸이 빠진 필리언은 꼼짝없이 갇혔다.

갇힌 상태로 죽은 다음 궁극기로 부활했다.

그렇게 한 턴을 버텨내면 쇈의 지원이 도착하고 만다.

탈리반은 쇈이 나타나기도 전에 냅다 점멸로 도망갔다.

"필리언 점멸 12분 30초. 궁극기 빠졌고 쇈은 바로 귀환 타고 있어."

"귀환 끊을 수 있으면 끊어봐."

"못 끊어, 못 끊어. 도발 점멸 잘못 그이면 죽는다. 나도 점멸 빠졌어."

봇라인의 갱킹은 결과적으로 킬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신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쇈의 궁극기를 뺄 수 있었다.

게다가 쇈은 궁극기를 쓴 탓에 탑라인의 CS를 두 웨이브나 손해 봤다.

'적 정글이 탑CS를 받아 먹었으니 큰 이득까진 아니겠지만.'

초점이 미드에서 벗어날수록 내가 활동하기 편해진다.

이미 적 정글에 더욱 더 많은 덫을 깔아 놨다.

그리고 아이템도 차곡차곡 갖춰지는 와중이다.

당장의 뚜렷한 변화 대신 장기적인 안목.

게임은 내 설계 대로 정확하게 흘러가고 있다.

적들도 슬슬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때다.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히고 있겠지.'

라인전 픽을 가져간 아군을 상대로 솔킬을 노리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글 싸움으로 간다면 호응 차이로 비빌 자신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해야 하는 정글러가 자꾸 발목을 잡혀 버린다.

갱각 좀 잡으려고 하면 덫을 밟아 동선이 노출되고 만다.

"말카림 레드 먹고 유령 간다. 되게 편리하네."

"이래서 계속 싸돌아다녔구나. 로밍도 아니면서 왜캐 촐싹거리나 했는데. 아 실수.."

단어 선택 잘못하면 현실 로밍이 될지도 모를 텐데.

뭐,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미드 미달리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

미달리는 당장이 아닌, 아주 장기적으로 게임을 풀어가는 챔피언이다.

어쨌든 라인전은 이보다 더가 없을 정도로 수월하다.

밀리기는 커녕 소소한 이득을 보며 글로벌 골드를 앞서고 있다.

적팀으로서는 이 답답한 뫼비우스의 띠를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을 테다.

'포탑을 내주더라도 라인전만 끝내면 이길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나.'

상대의 조합이 한타를 바라본 구성인 만큼 아주 틀린 소린 아니다.

정말로 옳은 선택이 될지는 겪어 봐야 알 일이지만 말이다.

.

.

.

* * *

올마스터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상대.

IC의 생각은 중반을 향해 다가가는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그저 게임이 조금 말렸을 뿔이다.

글자 그대로 조금이다.

"탑 1차 주고 용 챙기자. 리심 적당히 묶어 두고 궁극기 써."

"알았어. 이번 웨이브만 먹고 바로 갈게."

IC는 경력이 굉장히 긴 축에 속하는 팀이다.

어지간한 변수로는 당황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꽉 막힌 듯한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법도 모르지 않다.

─아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쇈이라는 챔피언이 가진 전략적 가치.

궁극기를 사용해 바로 아군의 곁으로 올 수 있다.

그 대가로 탑라인의 포탑이 파괴되기는 했지만 오히려 노렸던 바다.

"용 챙겼고.. 봇 1차 공략하자."

"쇈이 뒤 잠깐만 봐주면 1차 무조건 밀 수 있어."

"의병대 살 돈 나와?"

"나와. 천천히 해."

포탑이 깨졌다는 건 라인전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의도적으로 활용해 라인전을 종료시키고 한타 페이스에 접어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용까지 챙긴다면 가히 성공적.

하지만 IC는 겨우 용 정도로 멈춰줄 생각이 없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상대 탑라이너 리심은 탑에 있다.

그리고 아군의 쇈은 잠시나마 봇에 있다.

잠시 동안의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봇라인의 1차 포탑을 철거.

이렇게 되면 탑 1차를 내준 것을 성공적으로 메꾼다.

"용까지 가져갔으니 엄청난 이득이지. 글로벌 골드도 뒤집혔을 걸?"

"탑도 미니언 손실 거의 없고 레벨 차도 슬슬 따라잡았네."

"상대 라인 클리어 안 좋으니까 미드 압박 가자. 탑 밀고 바로 내려와."

불리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운영.

사실 운영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공식에 가깝다.

쇈 잡았을 때 게임 답답하면 이런 식으로 풀면 되더라.

오랜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방금의 판단은 멋들어지게 맞아 떨어져 주도권은 순식간에 넘어왔다.

이제부터 천천히 몰아붙이면 한타 조합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

반대로 경험이 부족한 상대는 슬슬 실수를 저지를 타이밍이다.

올마스터 혼자서는 모든 빈틈을 막아낼 수 없다.

날카롭게 던져대는 창은 까다롭겠지만 그 뿐이다.

게임의 승리에는 전혀 지장이 가지 않는다.

"타워 조금씩 치다가 거의 파괴될 때쯤에 이니시 걸자. 빠르게 할 필요는 없어."

"그런데 올마스터는 어딨지? 창도 안 날리고 대체.."

"탑이다! 스플릿으로 시간 벌려는 모양인데?"

어차피 자신이 미드 라인에 가도 간간히 창 던지는 게 끝이다.

그렇게 판단했을 올마스터는 스플릿을 돌며 시선을 끌려한다.

급한 데로 짜낸 듯한 궁여지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윗쪽 동선 먹고 말카림이랑 쇈이 잘라 먹는 게 어때?"

"AP미달리라서 물기만 하면 순삭 난다. 발화 있지?"

"발화 있고 궁쿨 100초 정도."

"눈치 못 채게 천천히 하자 천천히. 잘만 하면 바론이야..!"

기동성이 좋은 미달리는 스플릿에 괜찮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탑으로 종종 쓰이는 AD미달리의 경우다.

몸이 종잇장인 AP미달리는 탱커 두 명이서도 손쉽게 잡을 수 있다.

IC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미드 라인의 시야 주도권을 가져왔다.

자신들의 와드는 깊숙하게, 반대로 상대팀의 와드는 지워나갔다.

수적 열세로 인해 포탑에 박혀 있는 적들은 감히 나올 수 없다.

그리고 진짜 목표인 잘라먹기를 시도한다.

2차 포탑 깊숙히 들어온 이상 빠져나갈 구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달리를 잡기만 한다면 바론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

IC는 굴러온 떡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포위망을 구축했다.

.

.

.

* * *

경기의 흐름은 중계진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라인전에서 힘을 못 쓰기는 개뿔.

특유의 기동력을 살린 미달리가 게임을 간접적으로 지배했다.

<미달리의 덫에 이런 활용법이 있었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보통은 라인 클리어 용도로나 쓰는 스킬인데 말이지요..>

자존심 따윈 옛날 옛적에 개나 줘버린지 오래다.

더우니 버빈이 정말 놀랍다는 표정으로 올마스터의 플레이를 칭찬하고 있다.

확실히 놀랄 만도 한 게 현재 미달리의 덫은 애매하다.

밟아봤자 데미지도 미미하고 CC기로서의 효과도 없다.

실질적인 교전에서는 활용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밀린 라인을 받아먹거나 더티 파밍을 할 때 사용하는 스킬.

좁지만 나름 광역 스킬이라 요긴하게 쓰이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공격적으로 활용하니 적 정글이 어딜 돌아다녀도 다 보입니다. 시야 노출 효과가 진짜 오래가네요!>

<한 번 밟으면 무려 12초동안 위치가 보입니다. 동선이 노출돼선 안되는 정글러에게는 정말 치명적이에요. 만약 탈리반이 조금만 더 과감하게 움직였다면 킬까지 만들어볼 수 있지 않았나..>

<흠흠! 그래도 IC가 어떤 팀인데 쉽게 무너지겠습니까. 현재 게임만 봐도 다시 글로벌 골드 역전됐고 미드 1차 미는 분위기입니다.>

눈치를 봐야 하는 탓에 올마스터의 플레이를 칭찬하긴 했으나 그래도 타야 하는 라인은 역시 IC다.

라인전에서 잠시 주춤했던 IC는 탑 1차를 버리는 과감한 선택으로 용과 봇 1차 포탑을 챙겼다.

그리고 현재 미드 라인에서 공성을 통해 조금씩 쿡야를 밀어붙이고 있다.

백전연마의 노장답게 말려버린 상황에서도 게임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스플릿을 하고 있는 미달리를 계속 놔두면 탑 2차가 터질 수도 있겠는데요? 아무리 미드라곤 하지만 1차와 2차를 교환하면 손해입니다?>

<아닙니다. 일부러 미달리가 활개치도록 놔둔 겁니다. 미드 압박을 하면서 천라지망을 펼쳤어요. 미달리가 스플릿에 집착하는 순간 목숨도 함께 끝납니다!>

미달리의 스플릿을 결코 방관한 것이 아니다.

IC는 게임을 넓게 보고 천천히 그물망을 짜나갔다.

그 인내는 이윽고 결실을 맺게 된다.

쿡야의 네 팀원들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IC의 팀원들이 표범 사냥을 나섰다.

<이거 정말 꿈에도 모를 수 있습니다. 철두철미하게 시야 작업 해놨거든요? 쿡야의 시야에는 IC의 움직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요!>

<움직입니다. 쇈이 직선으로 빠지고 말카림이 위로 돌아갑니다. 기동력의 신발이라 빠르거든요? 필리언도 째깍째깍! 바쁘게 올라갑니다!>

정면에서는 쇈이, 위에서는 말카림과 필리언이다.

정글러도 서포터도 기동력의 신발을 신은 탓에 빠르다.

좁혀지는 포위망에서 빠져나갈 길은 도무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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