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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41화 (64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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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할 줄 알고 있었소

툭툭 두들기던 탑라인의 2차 포탑이 깨지기 직전이다.

공격 속도를 상승시켜 주는 대자연의 축복 덕에 미달리는 타워링이 빠르다.

여기서 조금 더 치면 분명히 깰 수는 있겠지만 대신 죽는다.

아니, 이미 죽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치던 포탑은 마저 깨고 싶어지는 사람의 심리.

상대는 의도적으로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움직였다.

때문에 일단 손을 뗐지만 지금도 살아 돌아가는 건 만만치 않다.

덜컹!

신호가 왔다.

누군가 깔아 놓은 덫을 밟았다.

쇈이 내 뒤를 잡기 위해 걸어오고 있다.

'저건 단순한 몰이에 불과하고.. 진짜는 따로 있겠지.'

뒤에서는 쇈, 앞에서는 분명 다른 적이 있을 것이다.

상대가 시야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진작에 알아챘다.

지금 이 순간 움직이고 있는 적은 분명 한둘이 아니다.

'최소 두 명, 많으면 네 명.'

상대의 조합은 기동성이 상당히 괜찮다.

챔피언 하나하나가 유틸이 좋다.

게다가 기동력의 신발까지 완비.

하지만 그 점은 문제될 게 없다.

"아, 말카림 탑 갔어요 탑!"

"그대로 쭉.. 빼면 살 수 있으려나?"

"탑은 탑이고 우리는 빨리 미드 압박해!"

바론 아래쪽 수풀을 지나던 말카림이 덫을 밟았다.

12초간 시야가 공유됨은 물론이고 약간의 데미지.

기동력의 신발은 비전투시에만 이동 속도가 증가한다.

즉, 덫을 밟은 순간 말카림은 한동안 느려지게 된다.

'상대의 위치를 파악할 수만 있다면 술래잡기는 어려울 게 없어.'

넓은 평야면 모를까 내가 있는 곳은 블루 지역, 정글이다.

미달리의 기동력이 극대화되는 장소다.

지금 내 시야에는 세 명의 적이 보인다.

타악!

나는 상대가 보이지만 상대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

꽤나 멀리 던진 창이 말카림의 체력바를 쭈욱 깎는다.

그럼에도 말카림은 걸음을 지체하긴 커녕 유령화를 켰다.

'오~ 무섭다 무서워.'

달려오는 기세가 마치 전차와도 같다.

내가 깔아 놓은 덫을 무작정 밟으며 돌격해온다.

취지는 좋지만 여기는 정글이다.

막무가내로 노려봤자 당해주지 않는다.

가볍게 도약해 블루 위쪽의 얇은 벽을 넘었다.

쿠워어어어!

말카림은 멈추지 않겠다는 듯이 궁극기를 사용해 따라왔다.

언월도가 돌려지며 내 체력바가 묵직하게 뜯긴다.

제법 아프지만 정글러의 일격은 치명적이지 않다.

잠깐 맞아주다 넘어왔던 벽을 되돌아 넘으며 체력을 회복한다.

문제는 그쪽에도 한 명 적이 있었다.

후욱-!

블루 밑쪽으로 돌아오던 쇈이 도발을 그었다.

단순한 도발이 아닌 점멸을 연계한 콤보.

깔끔하게 들이맞으며 내 체력을 또다시 깎아냈다.

발화까지 걸리자 나는 어쩔 수 없이 클린즈를 사용해 풀었다.

'시도는 좋았지만 돌진기를 다 써버리면 이제 나 못 잡을 텐데?'

리메이크 전 미달리는 도약 쿨타임이 짧다.

쿨타임 감소 최대치를 맞추면 무려 2.4초.

도주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번 더 벽을 넘어버리자 바론 앞에 도착했다.

돌진기와 스펠을 다 써버린 말카림과 쇈은 나를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이 있다.

적 서포터 필리언이 바론 위 삼거리에 깔아 놓은 덫을 밟았다.

'위에는 필리언, 아래는 이즈레알이라.. 산 넘어 산이구만.'

직선으로 쭉 도망가기는 글렀다.

필리언과 마주치게 되면 시간 조작과 탈력이 중첩된다.

뒤따라온 이즈레알이 넙죽 받아먹을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해야 내 생존 가능성이 1%라도 올라갈까.

판단을 마친 나는 위쪽, 정확히는 탑라인의 부쉬를 향해 뛰었다.

폴짝!

술래잡기의 시간이다.

짧게 도약하며 창을 던진다.

현재 미달리의 창은 리워크 전보다 1.5배 강하다.

더욱이 판정이 좋아 맞히기가 쉽다.

서로 시야가 보이고 있으면 모르되 일방적이다.

쇈의 체력바가 엄지발가락을 찧인 것처럼 아프게 깎인다.

화랑~!

체력을 회복 시켜주는 힐도 계수가 무려 0.7이나 된다.

스킬 쿨타임도 6초에 불과해 지속 전투력이 엄청나다.

정말 여건만 받쳐준다면 일대다가 입롤이 아니다.

그 여건은 미리 깔아 놓은 덫을 활용해 만들어나간다.

'바로 지금!'

위쪽에서는 필리언이.

강쪽에서는 이즈레알이.

아래쪽에서는 쇈과 말카림이 나를 삼중으로 포위한다.

위쪽은 아예 더 갈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여기서 선택해야 하는 도주로는 바로 역주행이다.

타악!

창이 던져지며 동시에 미달리의 신형이 사라진다.

노리는 것은 체력이 상당히 깎인 상태인 말카림.

쏘아진 창이 말카림에게 닿음과 동시에 물어뜯는다.

점멸과 도약을 사용해 반응할 틈도 없이 삭제시킨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한 명 잡아내기는 했으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순삭 당한 말카림과 함께 하던 나머지.

쇈이 나를 향해 도발을 쭈욱 긁는다.

그리고 그 위를 향해 이즈레알의 정조준 사격이 쏘아진다.

맞았다면 죽었겠지만 도발을 예측해 피해냈다.

더 이상 상대는 내 발목을 붙잡을 스킬이 없다.

폴짝폴짝 뛰어대며 그대로 역주행한다.

화랑~!

계속 뛰면서 6초마다 돌아오는 힐로 체력을 채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세 명의 적이 나를 무섭게 따라오는 듯하지만 멀다.

미달리 사냥을 하려면 깔끔한 스킬 연계로 순삭을 해야 했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무너질랑말랑 하던 포탑을 마저 깨고 도망친다.

상대의 입장에선 약이 아주 바싹 올랐을 테다.

'근데 여기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쭉 역주행해서 도망갈 수 있다면 오죽 좋으련만.

마지막까지 보이지 않았던 코리아나가 대기하고 있다.

미드 2차와 억제 포탑 사이에서 우두커니 기다린다.

뒤에는 쇈과 이즈레알이 무섭게 쫓아온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죽기는 했다.

하지만 적 쌍둥이 포탑 주변을 뛰어다니며 제법 오래 버텼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시간이라도 끌고 죽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그 사이에 아군이 필연적인 이득을 하나 만들어냈다.

─아군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다섯 명의 적이 나 하나 잡기 위해 시간을 낭비했다.

심지어 정글러인 말카림은 당하기까지 해버렸다.

상대 입장에서도 이 정도까지 투자할 생각은 없었겠지만 상황이 꼬이고 꼬였다.

"쇈 점멸 빠지고, 말카림 유령화 빠지고.. 개이득인데?"

"올마형 부활 기다렸다가 한타 하면 이기는 거 아니야..?"

"이기는 거 맞으니까 빨리 정비나 하렴."

사실 적당히 시선 끌다 살아 돌아가기만 해도 미드 1차는 밀겠구나.

딱 이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은 대박이 터졌다.

바론 버프를 두르고 있는 이상 주도권은 넘어왔다.

미달리의 가치가 가장 빛날 수 있는 무대.

일방적인 포격이 가능한 구도가 갖춰졌다.

.

.

.

* * *

미달리를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이상적인 건 역시 먼저 이니시를 거는 거다.

뭐, 미달리 뿐만 아니라 모든 포킹 조합에 대한 대처법이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그것이 안되는 상황이라면?

피하기 어려운 스킬도 아니니 그냥 안 맞으면 되는 거 아니냐?

그렇게 일축을 하기에는 만에 하나가 너무나도 두렵다.

<아, 이즈레알 맞았습니다.. 반피 훨씬 넘게 나갔고 이건 집 가야 하겠네요. 잘못하다 한 대 더 맞고 죽으면 억제탑까지 나갑니다.>

<미달리를 잘못 쫓다가 게임이 산으로 가버렸네요. 그래도 2차 포탑 내주는 선에서 막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흠흠! 물론 IC의 입장에서 말이지요.>

한 번의 실수로 인해 게임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미드 1차에 이어 2차까지 쭈욱 고속도로가 반쯤 개통됐다.

IC는 조합의 힘을 빌어 최대한 막으려고 했으나 역부족.

슈퍼 세이브를 자랑하는 쇈과 필리언조차 어쩔 수가 없었다.

멀리서 훅훅 들어오는 미달리의 날카로운 투창이 강제로 발걸음을 빼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한 턴 버텼고 게임은 분명 해볼 만한 수준이다.

<글로벌 골드 차이가 약간 벌어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조합과 성장 기대치를 생각해봤을 때 한타 잠재력은 IC가 앞서지 않습니까?>

<어.. 예. 저도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창을 맞고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죠.>

<정식 한타만 하면 IC의 승리다! 바론 버프는 사라졌고 이제 슬슬 용이 나타날 시점입니다. 이번 용한타에서 충분히 뒤집는 그림 IC라면 충분히 그려볼 만합니다!>

더우니 버빈의 갑작스런 물음에 하오핑이 얼떨떨한 어조로 대답한다.

확실히 조합만 놓고 보자면 IC가 웃어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니시가 부족하면 모르되 말카림과 쇈이라면 무조건 걸 수는 있다.

그리고 어느 쪽도 양보하기 싫은 용이 다시 나타날 시점이다.

첫 번째 용은 허무하게 내준 쿡야지만 이번 용은 지키려고 할 테다.

자신들이 유리한데 내줄 이유가 하나 없다.

양 팀의 대격돌이 자연스럽게 예상이 간다.

현실로 옮겨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말카림 유령화 켰습니다! 쇈 궁극기까지 씌워지며 이니시! 점멸 없는 미달리 깔끔하게 물었습니다!>

<물긴 물었는데 이건 클린즈로 빠져나가는 각이네요. 하지만 한타는 걸렸고 구도는 양 팀 모두 나쁘지 않습니다!>

유령화를 켜고 닥돌한 말카림에 쇈의 궁극기까지 더해진다.

포탑을 끼고 있지 않은 이상 무조건 걸릴 수밖에 없는 강제 이니시다.

그렇게 한타는 시작됐고 구도는 흔히 말하는 앞라인 싸움.

미달리를 무는데 실패했음에도 승기를 가져가는 건 IC 쪽이었다.

<이즈레알이 프리딜! 이즈레알을 잡을 사람이 없습니다!>

<탈리반 혼자 들어가봤자 이건 카이팅 당하다 끝납니다. 얼음 장갑이라서 쉽게 죽지도 않거든요?>

2코어가 완성된 중반 타이밍의 이즈레알.

이를 제대로 마크해낼 브루저가 쿡야는 부족했다.

한 번 프리딜을 쏟아내기 시작하니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코리아나의 보조까지 더해지자 결정적이었다.

<양 팀 앞라인 정리되면서 승기 잡은 이즈레알이 몰아붙입니다!>

<헤이클린 대탄환 점멸로 피하면서 평타! 평타! 트리플 킬! 한타 정리되는 그림 그려지는 가운데.. 갑자기 필리언이 죽었습니다.>

<멀리서 던진 창에 로또 터지면서 한 방에.. 어? 코리아나 앞점멸 했다가 역으로 죽어버렸어요..?!>

제대로 된 포킹 조합은 아니지만 구심점은 역시 미달리다.

강제로 한타를 걸었고 스킬 활용이 좋았던 탓에 우세를 점했다.

잠깐이나마 전사자의 수는 쿡야가 많았다.

IC는 당연히 밀어붙이려 했고 그 과정에서 방심한 필리언이 창을 맞아 골로 갔다.

하지만 이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츠타이의 코리아나가 앞점멸을 하는 판단을 내렸다.

체력도 코리아나가 위였고, 미달리는 분명 점멸이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방금 창을 썼으니 투창은 쿨타임일 것이다.

상황만 놓고 보자면 확실하게 이길 수밖에 없는 그림이다.

문제는 이 상황 자체를 올마스터가 의도했다는 부분이었다.

<코리아나가 앞점멸 하자마자 힐로 체력 채우면서 역관광 시켜버렸죠. 흔히 말하는 힐낚시입니다. 우연인지 설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되면 게임 또다시 비벼집니다.>

<이즈레알 거기서 앞비전 해봤자 미달리 못 잡아요. 그리고 미달리는 체력 계속 채웁니다? 이거 결국은 따라 잡히는 구도인데.. 아, 창 맞고 그냥 죽네요. 마무리가 뜨고 말았습니다..>

한타의 구도는 분명 완벽했다.

이즈레알이 가장 강력한 타이밍에 가장 이상적인 한타 그림이 그려졌다.

그리고 실제로 실수하지 않고 카이팅하며 킬을 쓸어 먹었다.

남은 것은 잔당 소탕과 용을 챙기는 것 뿐.

이 과정에서 사소한 방심이 말도 안되는 한타 대패를 불러일으켰다.

살아남은 미달리와 쏘냐가 용을 챙겨 간다.

<미처 확인을 못했었는데 미달리가 어느새 테자이의 재능약탈자를 구입해놨네요..? 방금 한타로 8스택 쌓였고 집 가면 아마 라둔의 죽음투구 완성될 겁니다.>

<갖춰지면 아마 주문력이 거의 500에 육박하지 않을까.. 이제부터는 한 대 잘못 맞으면 정말 죽을 수도 있겠는데요...>

회심의 용한타는 실패로 끝이 났다.

팀은 전멸하고 용까지 뺏겨버렸다.

글로벌 골드의 차이는 더욱 더 벌어졌다.

아직 게임이 끝난 건 아니라지만 과연 이 게임에 희망이 있을까?

쇈의 궁극기가 빠짐으로서 게임의 주도권은 완전히 넘어갔다.

또다시 포탑에 쳐박혀 일방적으로 과녁이 돼야 한다.

언제 어느 각도로 날아올지 알 수 없는 강렬한 한 방.

잘못 맞으면 이제는 픽하고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필리언이 부활을 써줄 틈조차 없을 것이다.

이윽고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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