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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할 줄 알고 있었소
마법 관통력의 신발과 룬특성.
이 두 가지만 합해져도 원딜러에겐 거의 트루뎀이 들어간다.
마법 저항력 룬을 착용하지 않은 서포터를 상대라면 말할 것도 없다.
방심한 필리언에게 핵창이 틀어박혔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미드 억제 포탑을 낀 농성도 여기까지다.
필리언의 죽음을 신호로 팀원들이 움직였다.
먼저 돌격하는 건 군기가 빠릿하게 서있는 마파두부.
탈리반 3세가 코리아나를 노리며 궁극기를 때려 박았다.
<버거킹!>
이렇게 몰려들어 오는 그림이 되면 나쁠 것이 없는 상대의 조합이다.
필리언이 살아있을 때라면 역전각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금 전에 저세상으로 떠났다.
사인이었던 핵창이 한 번 더 시연된다.
갇힌 적을 상대로라면 내 창의 적중률은 100%다.
─더블 킬!
글자 그대로 원샷 원킬이다.
실상은 딸피된 코리아나를 받아먹은 거지만 어쨌든.
두 명이 죽고 시작한 이상 한타는 당연히 답이 없다.
남은 적은 후퇴했고 포탑은 헤이클린에 의해 허물어진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적팀의 억제탑을 파괴했습니다!
미달리란 픽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한 번 주도권을 잡게 되면 밑도 끝도 없다.
포킹도 포킹이지만 힐에 의한 전투 지속력.
주문력만 갖춰지면 탱커의 체력도 금방 채운다.
그리고 내 주문력은 500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대로 쌍둥이 포탑, 아니 넥서스까지 밀어붙인다.
타악!
최대 사거리로 던진 창 끝이 쇈에게 정확히 명중했다.
엉성한 마저템 정도는 없는 듯 꿰뚫어버리는 위력.
탱커 주제에 반피가 쭈욱 깎인다.
안 그래도 수적 열세인 적팀에서 한 명이 빠져버렸다.
─적팀의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속수무책 방관하는 수밖에 없다.
아쉬운 마음에 한 걸음 나오기라도 하면 영 좋지 않은 곳에 맞는 수가 있다.
탈리반 3세가 먼저 깃창을 내리 긋는다.
쿠! 챠앙!
말카림이 탈리반의 깃창에 띄워진다.
연이어 날아가는 창에 꼬치가 된다.
마무리하는 것은 점멸 물어 뜯기.
─적을 처치했습니다!
Qookya AllMaster님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AP미달리는 깡 주문력을 올렸을 때가 가장 세다.
퓨마폼의 Q스킬, 물어 뜯기가 AP계수를 받는 물리 피해다.
동시엔 들어가는 할퀴기와 도약.
하이브리드 데미지가 순식간에 탱커를 녹여냈다.
마지막 쌍둥이 포탑이 파괴되자 벌거숭이가 된 넥서스.
첫 번째 세트의 승리에 확실하게 못을 박는다.
"게임 끝난 거지? 맞지?"
"와.. IC를 이길 날이 오다니.."
"아무리 버스 탔다지만 믿기지가 않네…."
모니터 화면에 승리라는 두 글자가 떡하니 박혔다.
팀원들의 반응은 여느 때와 같은 기쁨과 환호가 아니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뭐, 그럴 만도 한가.'
Incredible Carrier.
약칭 IC는 THEY와 함께 중국 2대 강팀이었다.
최근에는 그에 준하는 팀들이 우후죽순 고개를 내밀고 있지만 얼마 전만 해도 중국에서는 이 이상 가는 팀이 없었다.
한국으로 따지면 얼밤과 불밤, 마진 공격대 정도일까.
그런 강팀을 꺾어버렸으니 실감이 나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신 차리고 다음 세트 생각해. 이제 겨우 첫 판 이긴 거고 아직 한참은 더 달려야 하니까."
기뻐하는 건 말리지 않겠지만 긴장을 풀려면 한참은 남았다.
5전 3선승제 첫 번째 세트.
물론 중요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다.
다전제에서 첫 번째 세트를 가져갔다는 이점을 살려야만 한다.
상대는 이전 경기에서 행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만한 기량이 차고 넘치는 팀.
그러니까 상대의 예상을 또다시 뒤엎어야 한다.
.
.
.
* * *
첫 번째 세트의 패배.
적잖이 당황스러울 상황임에도 IC는 침착했다.
구태여 작전 타임을 요구하는 일은 없었다.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
상해의 고룡은 언제나 굳건한 위신을 과시해야 한다.
고작해야 한 번 졌을 뿐.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는 범위다.
"라인전에서 확실하게 찍어 누를 수 있는 픽을 해야 해. 첫 판은 너무 안정적이었어."
"미달리가 안정적으로 클 시간을 줬다는 게 커. 초반에 어떻게든 한 번 땄어야 했는데."
피드백은 빠르게 오갔고 결론은 이미 나왔다.
가장 큰 패배의 요인이 무엇인가.
기량 차가 나는 상대로 지나치게 수비적인 픽을 했다.
무난하게 한타에 간 올마스터의 캐리력을 과소평가 해버렸다.
"픽이 수비적이었던 바람에 끌려 다닌 감이 있지?"
"말카림이 6레벨 전에 갱킹이 안되다 보니까 상대의 성장을 너무 방치해버렸어."
"이번 세트는 육식 정글로 가져가자. 우리가 굳이 쇈으로 운영을 할 필요가 없잖아."
서로가 비등비등한 상황에서 게임 가장 손쉽게 뒤집는 픽이 쇈이다.
하지만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운영 픽을 한 건 실수였다.
솔로랭크에서 양학을 할 때 탱커를 하는 일은 없지 않은가?
아무리 잘해도 탱커가 한타에서 할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하다.
실력 차이가 난다는 장점을 살리려면 공격적인 픽으로 몰아붙여야 했다.
"요는 우리가 게임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돼. 마음대로 하라고 방치해두니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기는 거야."
"그러게.. 미달리가 설마 채 코어템도 나오기 전에 날뛸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아니 그건 어느 정도 생각은 해뒀잖아. 특이한 플레이를 해버릴 수도 있다고. 우리가 할 건 변하지 않았어."
첫 번째 세트는 조금 온화하게 갔다.
안정적으로 파밍 후에 한타에서 올마스터를 마크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올마스터의 미달리가 상상 이상으로 껄끄러웠다.
게다가 두 수 이상 아래라고 생각했던 쿡야의 선수들.
그 생각 자체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달라졌다.
"나머지 선수들이 한타를 침착하게 잘해. 보통 이 정도 급 애들은 조금만 치고 들어가면 알아서 진영 붕괴되는데.. 구심점이 있어서 그런가?"
"올마스터가 다른 팀원들에게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커. 무난하게 한타 가는 건 다시 생각해봐야겠어."
"근데 그것도 올마스터가 건재할 때의 이야기지. 올마스터만 말리면 나머지도 자연스레 무너질 거야."
두 번째 세트에서 IC가 취할 전략은 명료해졌다.
한타에서만 마크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한층 더 과격하게 라인전부터 말려버려야 한다.
쿡야의 장수라고 할 수 있는 올마스터를 뒤흔들면 나머지 팀원들에게도 영향이 갈 거다.
로드 오브 로드 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흔히 있는 에이스 집중 마크지만 한술 더 뜬다.
웬만한 수로는 올마스터를 막을 수 없다.
IC는 이미 내렸던 판단을 한 겹 더 두껍게 보완했다.
.
.
.
* * *
중국 열두 지역의 중의 하나.
상해 지역의 LPL은 이례적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타지역의 팬들은 물론 해외에서도 엄청나게 이슈가 됐다.
올마스터도 올마스터지만 상대하는 팀이 무려 IC다.
중국에서 손 꼽혔던 팀인 만큼 해외 인지도도 부족하지 않다.
그런데 무대가 무려 결승전이기까지 하니 이목이 모이는 건 당연했다.
<첫 번째 세트, IC로서는 굉장히 아쉽게 됐죠.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IC가 질 이유가 하나 없거든요!>
<이전 세트에서 IC가 특별히 실수를 했다기 보단 올마스터에게 너무 휘둘린 감이 있지 않았나요?>
<흠흠! 그러니까 그게 실수라는 겁니다.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IC가 아닙니다.>
언제나 그렇듯 인기 있는 방송을 지향하며 현장에서 가장 지분률이 높은 IC의 편을 들어준다.
더우니 버빈의 헛소리는 둘째 치고 작전 타임조차 요청하지 않은 IC가 과연 멘탈을 제대로 추스렸을지.
그리고 이전 세트에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지.
최고 시청자 수가 천만 단위를 돌파한 만큼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도 엄청나게 불꽃이 튀고 있다.
◈미달리까지 밴 넣으면 밴카드 부족한 거 아니야?
마검사, 자드, 리픈.
큰일났다.
여기서 뭘 살려도 캐리력 장난 아닐 테데..
▷최근에 날뛴 건 마검사니.. 마검사 제외한 두 놈 중 하나?
▷자드는 무조건 잘라야 돼. 작정하고 자드 하면 진짜 게임 혼자 한다.
▷올마스터가 자드를 그렇게 잘해?
▷딴 거 말고 LCF 결승전 마지막 경기만 봐바. 자세한 설명은 생략.
▷리픈도 솔로랭크에서 엄청 잘하던데.. IC가 골 좀 때리겠다.
밴카드는 어째서 세 개밖에 되지 않을까?
저 올마스터라는 괴물은 대체 챔프폭이 얼마나 되는 걸까?
어느 쪽을 원망해야 할지 참으로 깝깝하다.
IC의 팬들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두 번째 세트의 밴픽이 막을 올렸다.
<밴픽의 양상은 전체적으로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또다시 미달리가 살아버리는데요?>
<여기서 미달리를 밴 해봤자 끌려 다니는 것밖에 안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리고 수비적이었던 조합을 180도 바꿨습니다. 산드라, 그리고 리심! 라인전에 힘을 팍 줬습니다!>
이전 세트에서의 임팩트가 지워지지 않았을 텐데도 침착한 대처다.
미달리는 어차피 라인전에서만 말리면 힘을 쓰지 못하는 카드다.
특히 초반 라인전이 엄청 약해서 작정하고 조질 수가 있다.
그것이 가능한 챔피언이 바로 산드라와 리심.
IC는 주눅 들긴 커녕 초강수를 꺼내왔다.
<츠타이가 라인전 강력하게 엄청 잘합니다. 이전 세트는 팀의 컨셉에 맞춰 파밍 구도로 갔지만 이제는 본신의 기량을 억누르지 않겠다는 거죠.>
<만약 미달리 픽하면 파밍조차 힘들지 모릅니다. 산다라가 라인전 하나는 손에 꼽는 챔피언이거든요? 과연 올마스터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결정됐습니다. 헤일, 헤일 가져갔네요!>
사실상 IC의 본진이나 다름없는 경기장 내부는 숙연하다.
그들이 관심있는 건 어떤 게임이냐가 아니라 누가 이기냐다.
그에 반해 중계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심점은 사뭇 고조되었다.
이전 세트와 전혀 다른 구도의 게임.
선수들 수준도 높으니 재미는 약속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무엇보다 공격적이라는 게 참 마음에 든다.
<게다가 푸드득도 라인전 스노우볼 굴릴 수 있는 파이어뱃! 라인전을 만만하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연합니다.>
<재밌는 게 이번에는 오히려 쿡야가 수비적인 챔피언들을 가져갔어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다른 컨셉의 조합이 완성됐다는 건 그 만큼 양 팀의 밴픽 가위바위보 싸움이 치열하다는 소리입니다.>
이렇게나 조합이 확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양 팀 모두 조합이 말리지 않았다.
그만큼 수준 높은 밴픽 공방을 주고 받았다는 증거다.
하지만 겉모습이 그러할 뿐 실제 경기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체 없이 막을 올리는 두 번째 세트.
그 시작은 현장의 관중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IC가 과감한 판단으로 확실하게 이득을 보고 시작했다.
난데없는 서포터의 1레벨 로밍에 올마스터의 점멸이 빠졌다.
<고민하지 않고 점멸을 쓴 판단 덕분에 체력은 별로 깎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안 그래도 밀리는 미드&정글 싸움에서 힘이 많이 빠지죠?>
<잘못하면 갱킹을 당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백업 속도 등에서 차이가 나거든요. 치밀한 계산 하에 들어간 로밍이 성과를 거둬냈습니다!>
쿡야라고 대처를 안 한 게 아니다.
혹시 모를 인베를 위해 와드를 깔아놨다.
그런데 그 와드가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특성으로 얻을 수 있는 1분 짜리 짝퉁 와드.
골드로 구입한 일반 와드는 주요 골목에 배치하는데 사용됐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 있었을 사소한 빈틈이다.
IC는 이를 주목했고 1분 와드가 사라지자마자 미드를 덮쳤다.
블루를 리쉬하고 온 광우스타와 2레벨을 찍은 리심.
올마스터는 어쩔 수 없이 점멸로 빠져야만 했다.
이로 인해 만들어질 빈틈을 놓칠 만한 IC가 아니었다.
<산다라의 점멸 스턴 깔끔하게 들어가면서 한나 전사! 미드 라인의 백업 차이가 선취점을 만들고 말았네요!>
<헤일 입장에서는 따라갈 수가 없지 않았을까요? 가다가 자칫 리심이라도 만나면 점멸이 없어서 반항도 못할 텐데..>
<흠흠! 이게 다 츠타이가 판을 잘 짜놨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IC가 주도권 가져가며 화끈한 경기력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쿡야로서는 시작이 상당히 꼬여버렸다.
한 번 탄력을 받으면 까다로워지는 산다라와 리심.
제대로 활개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이후로도 게임은 IC의 주도 하에 흘러간다.
강력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전 라인을 들쑤신다.
말려버린 게임에서 헤일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올마스터는 오직 묵묵하게 미니언을 깎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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