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44화 (644/803)

644====================

그리 할 줄 알고 있었소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억제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경기장 사방에 깔린 스피커가 크게 울린다.

울릴 때마다 곳곳에서 아쉬운 탄성이 터져 나온다.

자신들이 그렇게나 응원하던 IC.

첫 번째 세트에 이어 두 번째 세트까지 패배하는 그림이다.

<미드 억제탑 뿐만 아니라 봇 억제탑까지.. 글로벌 골드 차이가 돌이킬 수 없을 지경입니다.>

<바론이라서 막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리는 수밖에 없었죠. 최선의 선택인 건 맞지만 게임이 정말 많이 힘들어졌습니다..>

힘들어진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끝이 났다.

불과 3분 전만 해도 우세했던 상황이 거짓말 같다.

용한타 한 번으로 인해 게임은 비벼졌고 글로벌 골드 차이는 극과 극이다.

<역전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헤일만 순삭을 한다면..>

<그런데 슬슬 클린즈도 돌아오고 조냐의 물시계까지 나왔습니다. 실수를 해준다면 또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플레이를 보자면 희박하죠..?>

희망찬 더우니 버빈의 헛소리에 하오핑이 찬물을 끼얹는다.

관중들조차 구태여 항의하듯 큰 소리를 치는 일은 없었다.

어설픈 언변이 아닌 경기력으로 증명한다.

경기를 통해 보여준 임팩트가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고 있다.

<일단은 미드 봇 웨이브 관리해 놨고 어떻게 탑 깨지기 전에 한 번 거는 것만이 최선이겠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IC라면 할 수 있습니다! 푸드득의 파이어뱃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더우니 버빈의 부르짖음에 관중들이 환호한다.

그 기세가 열기로 환원되듯 하늘에서 불바다 미사일이 떨어진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 듯 이상적으로 깔렸다.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파이어뱃 본체 또한 앞점멸로 달려나가 지글지글 화염방사기를 내뿜었다.

<쇈이 도발 그어보지만 파이어뱃이 조냐로 받아쳤습니다! 느려진 한나와 헤이클린을 향해 점멸 쿵쾅까지 아름답게 들어갔어요!>

<역시 IC! 불리함을 뒤집을 수 있는 한타력이 있는 팀입니다! 입롤 같은 한타 실현해내며 추적! 추적합니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 입롤처럼 스킬 연계를 할 수 있다면 여지가 있다.

손에 땀을 쥐는 역전의 묘미가 있기에 로드 오브 로드는 인기가 많은 수 있다.

한순간에 넝마짝이 된 헤이클린이 전선을 이탈했다.

이를 계기로 IC의 모든 팀원들이 치고 나간다.

<앞라인 버텨주면서 크레이브즈가 프리딜 넣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아.. 헤일이 너무 셉니다. 딜을 거의 혼자 넣는데도 화력 차이가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오직 한 명.

침착함을 유지한 채 거리를 조절하며 카이팅을 하고 있다.

원딜러가 아니다.

올마스터의 헤일이 앞라인부터 순서대로 녹여버렸다.

파바방!

파바방!

광역딜로 쏟아지는 불빠따엔 인정사정이 없다.

나름대로 탱템을 두른 리심과 광우스타마저 버티질 못한다.

탱커조차 그럴지언데 딜러진은 오죽할까.

파이어뱃은 조냐가 풀리자마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확실히 팀원과의 협동을 통해 얻는 재미도 존재한다.

하지만 진짜 전율이 이는 순간은 혼자 다 때려 잡는 솔로 캐리.

IC의 팬을 자처하는 관중들조차 입이 떡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는다.

저 헤일을 대체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힐 기세로 전진해댄다.

이미 세 명의 적이 잡혔고 두 명의 적은 도주 중이다.

─전진하라!

자기 자신에게 회복을 걸며 빨라진 헤일이 크레이브즈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한 방, 한 방 정성스럽게 싸대기를 후려 갈기는데 맞딜조차 성립하지 않는다.

AP메이지 주제에 공격 속도가 최대치에 수렴하고 있다.

<산다라가 어떻게 스턴 걸고 궁극기 박아보지만 클린즈로 풀어내면서 조냐로 흡수합니다. 궁극기가 빠졌기 때문에 맞히면 잡았는데 맞아 주질 않습니다.>

<미니언 퍽퍽 쳐대면 힐쿨 기다릴 것도 없이 체력 쭉쭉 차죠. 저 구인묘의 격분검이 거의 안 쓰이는 아이템인데 굉장히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건.. 미드와 봇도 사정이 안 좋고 산다라 혼자 살아 돌아가봤자 게임 끝나는 분위기네요.>

절대 약하지 않은 불빠따가 광역으로, 그것도 초당 두 대 이상씩 뿌려진다.

방금의 한타는 과장없이 혼자서 다해먹는 느낌이었다.

물론 쇈이 실드를 줬기 때문에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그런 것도 없지는 않겠지만 사소한 부분이다.

중국 최고의 강팀 중 하나라는 IC가 올마스터 하나를 막지 못해 무너졌다.

세 번째 억제탑이 분쇄됨으로서 3억제탑, 역전 불가능의 지표가 떴다.

구태여 철거하지 않아도 됐건만 깔끔하게 적진을 청소했다.

파아앙!

의미가 없는 걸 알고 있음에도 츠타이의 산다라가 공을 굴려 헤일을 저격한다.

그 순간을 역으로 노렸는지 헤일이 점멸로 뛰어넘었다.

곧바로 들어가는 홍염 한 방.

느려진 산다라는 반항해보지만 운명은 결정됐다.

<펜타 킬은 뜨지 않았습니다만.. 이건 사실상 펜타 킬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네요.>

<흠흠! 노련미를 살려 이상적인 한타 구도를 그렸음에도 용한타에서의 실수가 너무 아프게 작용했습니다. 잠시 광고 후에 세 번째 세트 진행될 예정이오니 채널 고정 해주십시오!>

첫 번째 세트에 이어 두 번째 세트까지 완전한 독주였다.

일반인이 솔로랭크에서 했다면 학교 가서 친구들한테 1주일은 우려먹을 만한 대역전극!

하물며 대회, 그것도 상해의 고룡 IC를 상대로 한 결승전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쓰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흑역사가 될지도 모를 한 페이지를 말이다.

.

.

.

* * *

한 판 정도는 상대의 역량을 잘못 측정했다.

그걸 배우는 교훈으로 넘어 가줄 수 있다.

하지만 무려 두 판을 연속으로 내줬다.

만에 하나 한 판을 더 게임을 내주면 그것으로 끝이 난다.

이 정도로 수세에 몰리면 백전노장의 IC라고 한들 긴박해진다.

절대로 하려 하지 않았던 작전 타임 요청이 불가피해졌다.

그렇게 15분의 시간을 추가로 벌었음에도 토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특별하게 잘 성장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세지?"

"아이템 시너지 때문 아닐까?"

"그걸 누가 몰라. 그걸 감안해도 너무 세잖아."

쿠단의 소용돌이, 그리고 구인묘의 격분검.

코어템 세 개가 갖춰진 헤일의 위력을 상상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용한타에서의 알알한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성장을 안 시키고 싶어도 계속 인원 배분하면서 시간 끌면 3코어는 못 막아."

"조금 더 CC기가 좋은 챔프로 가져가 볼까?"

"가도 클린즈로 한 번 풀어내면서 프리딜각 잡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제아무리 무적이 있다고 하나 CC기 연계 먹이고 다구리를 하면 끝이어야 했다.

그런데 코어템을 특이하게 갖추니 광역딜이 너무 세다.

모여 있던 것이 오히려 악수로 작용하고 말았다.

결국 용한타는 방아쇠가 되어 유리했던 게임이 뒤집어졌다.

두 번째 세트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그것만이었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이렇다 할 해법조차 떠오르지 않고 있다.

"헤일이 코어템 갖추기 전에 게임을 최대한 빨리 굴려보는 건 어때?"

"그러다가 무적 때문에 잘못 비벼져 버리면? 한 판 더 지면 다음이고 나발이고 없어."

"그럼 밴하는 것 밖에 없지. 마검사나 리픈 중에 하나를 살려야겠지만.."

밴카드 세 개를 오직 한 선수를 마크하기 위해 사용했다.

게임 안에서도 적지 않은 투자로 미드 라인을 말렸다.

그럼에도, 그럼에도다.

올마스터의 독주를 막아내기엔 아직도 부족하다.

5분, 10분 시간이 흘러간다.

넉넉했을 30분이 어느새 벌써 턱 끝까지 차올랐다.

장고 끝에 악수 난다고 했던가.

그 고민을 할 시간조차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다.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나랑 정글이 교대로 미드 점멸을 빼면서 킬각을 잡는 건 어때?"

"그렇게 되면 원딜이 너무 힘들어지지 않아?"

"상대 봇 수준 보건데 로밍 가도 괜찮아. 혼자 충분히 버텨."

팀의 연장자이자 서포터인 샤브샤브가 괜찮은 의견을 던졌다.

어차피 다른 팀원들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기량 차를 빠듯이 활용해 올마스터를 대놓고 말리자.

그러니까 게임에 영향을 못 주는 수준을 넘어서 미드 라인을 터트리자.

다른 라인에서 나게 될 손해는 어느 정도 감수할 만하다.

남은 시간이 불과 5분도 안되는 시점에서 아슬아슬 결론이 났다.

다른 네 팀원과 코치의 합의 하에 그것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이 정도라면 적어도 지금까지의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만족스런 전략이었고 실행할 가치는 차고 넘친다.

밴픽 구도에 따라 탑라이너인 푸드득도 한 손 얹기로 이야기가 오갔다.

그런데 밴픽이 시작하자마자 중대한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미드가.. 아니야?"

확인차 상대 선수들을 쭉 한 번 살펴보니 교체가 있었다.

쿡야의 정글러 마파두부가 빠졌다.

대신 그 자리엔 올마스터가 들어갔다.

미드 라인의 공백은 예비 선수인 아몬드가 채웠다.

"미드가 아니라 정글이야..?"

"설마, 그냥 준결승에서 탈리반&마검사 스왑한 것처럼 또 페이크치려는 거겠지."

"아니. 올마스터 정글러도 꽤나 수준급이잖아. 가능성은 낮지 않아."

상대가 정글을 하게 된다면 여태껏 세워 놓은 전략이 전부 물거품이 되고 만다.

IC의 선수들은 노심초사 상대방의 밴픽이 의도대로 흘러가길 기도해야만 했다.

이제 와서 다른 전략을 짜기엔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일단 밴은 자드 마검사 헤일.. 이렇게 간다?"

"자드는 밴하는 게 맞고 마검사는 미드&정글 다되니까 자르고 헤일은.. 역시 자르고. 그게 맞겠네."

"리픈도 어지간히 위협적이긴 하지만 탈력만 잘 쓰면 마크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을 거야."

사람이 위기 상황에서 몰리면 패턴이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당황해서 정말 아무것도 못해버리거나.

오히려 엔돌핀이 돌면서 정신이 더 침착해지거나.

산전수전 다 겪어본 IC는 후자에 속했다.

뭐, 후자에 속한다 해도 침착해지는 거지 없는 답이 나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어떻게 궁여지책을 짜냈고 이는 다시 곱씹어 봐도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그렇게 가장 문제가 될 수 있었던 밴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남은 문제는 상대가 어떤 픽을 가져갈 것인가.

그리고 올마스터는 대체 미드인가, 아니면 정말 정글을 할 속셈인가.

이윽고 상대의 마지막 픽이 결정되며 IC의 선수들은 한시름을 놓았다.

"미드 카지트에 정글 노텀이네. 올마스터 챔프폭 중에 노텀도 분명히 있었지?"

"정말 정글이든 아니면 미드든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아. 뭐.. 또 숨겨진 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초반이 강력한 픽은 아니야. 충분히 말려볼 여지가 있어."

"조합도 우리가 훨씬 강력하고. 아까 했던 이야기 그대로 게임으로 풀기만 하면 돼."

라인전이 강력한 산다라.

1픽으로 뺏어온 탈리반 3세.

라인전도 로밍도 탁월한 쓰렉귀.

한 번 주도권을 잡으면 밑도 끝도 없이 치고 들어갈 수 있는 조합이다.

한타 뿐만 아니라 라인전 단계에서의 스노우볼이 기가 막히다.

정멸이 빠진 상대를 강제 CC기 연계를 통해 순식간에 요리한다.

"나도 라인전 조금만 풀리면 로밍 마음대로 다니니까 올마스터만 어떻게 말려보자."

"올마스터 집중 포커싱 하면 탑은 도와줄 짬이 없는데?"

"상대 스타일 수비적이라서 혼자서도 문제 없어. 솔킬 따는 건 힘들겠지만 로밍 갈 짬은 만들고도 남아."

마지막으로 탑까지 얼음마녀를 픽했다.

푸드득으로선 아끼고 아꼈던 카드였다.

지난 스프링 시즌의 결승전에서 자신들의 패퇴시킨 팀.

지역 대표전에서 로얄CN을 격파하기 위해 갈고 닦은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지면 더 이상 뒤는 없다.

비장의 수단을 꺼내더라도 확실하게 오늘의 결승전을 이겨야 한다.

IC의 조합은 대단히 공격적이었으며 안정감까지 있었다.

얼음마녀도, 산다라도 솔로랭크에서 잘 쓰이지 않는 픽이다.

그런 챔피언을 결승전 마지막 세트가 될지 모를 경기에서 꺼낸다.

오래된 팀임에도 사고 방식이 낡지 않았다는 증거다.

"큰 실수만 안 하면 스노우볼 빠듯하게 굴릴 수 있어. 그리고 저런 원맨팀은 한 번 무너지면 계속해서 무너지는 거 알지?"

"당연하지. 결국 최후의 승자는 우리야."

3초, 2초, 1초 이윽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포지션의 위치를 보건데 올마스터가 픽한 챔피언은 카지트.

카지트는 분명 지금으로부터 몇 개월 전만 해도 OP였다.

조금만 버티면서 파밍을 하면서 한타에서 메뚜기처럼 날아다닌다.

그랬던 카지트의 영광도 너프가 되면서 끝이 났다.

솔직히 위협이 되는 픽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올마스터.

미달리나 헤일처럼 기괴한 행위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때문에 완벽하게 준비했고 올마스터 하나는 확실하게 끝장낼 수 있다.

그런데 게임의 시작부터 첫 단추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꼬여버렸다.

"미드가 아니라 정글 카지트..?"

"저거 정글은 돌 수 있나?"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미드 카지트가 아니라 정글 카지트.

또다시 기괴한 픽을 선보이며 정신을 혼미하게 흔들어 놓았다.

게임의 양상이 어떻게 될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좌측 상단에 있는 추천 버튼! 잊지 않고 눌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독자님들이 주시는 쿠폰 덕에 힘내서 연재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