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49화 (649/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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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호랑이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에서 치러지고 있는 결승전.

결과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THEY가 승리했다.

압도적이진 않았지만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누구도 THEY의 우승을 의심한 순간이 없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고 다음 차례가 다가왔다.

팬들이 그토록 기다렸을 인터뷰의 시간이다.

영광스런 우승이 당연하다는 듯 걸어나오는 다섯 선수들.

팀의 주장인 헤이샤오의 손에 마이크가 잡혔다.

헤이샤오의 물음에 관중들이 큰 함성으로 답한다.

경기장을 찾아온 약 10만의 관중들 중 떠난 사람은 거의 없다.

바로 어제 있었던 IC의 경기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어쩌면 헤이샤오는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꺼냈을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헤이샤오는 정말 좋아하는 선수에요."

"얼마 전에는 나의 팬이라고 하더니.. 참 가벼운 여자구나."

"칫, 솔직히 헤이샤오는 어쩔 수 없잖아요, 헤이샤오는!"

츠위가 옆에서 조잘조잘 헤이샤오가 과거 어떤 플레이를 선보였는지 늘여놓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주위가 워낙 시끄러워서 하나도 안 들리지만 말이다.

'맞아, 헤이샤오는 충분히 팬심을 가질 가치가 있는 선수지.'

그리고 내심 인정한다.

인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선수다.

중국도 아니고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원딜러.

그만한 타이틀을 인정 받는 일이 과연 쉬운 일이겠는가?

THEY부터가 엄청 인기가 많은 팀이지만 그 중에서도 헤이샤오는 정점을 찍는다.

아예 호불호가 안 갈리는 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팀이 못하든 잘하든 꾸준하게 잘하기도 했고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저희가 지난 스프링 시즌에 부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응원을 해준 팬들 덕분에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표전에서는 반드시 좋은 결과 약속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욱이 팬 관리에도 부족함이 없다.

북경LPL의 우승이란 자리를 차지하고도 겸허한 태도.

나와는 달리 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이름은 모르겠다만 북경LPL의 캐스터로 보이는 사람.

그가 헤이샤오를 향해 손바닥을 쫙 펼치며 인터뷰를 속행했다.

진짜 듣고 싶은 말.

잠깐 생각을 곱씹은 헤이샤오가 마이크를 고쳐 잡았다.

<예, 저희의 오랜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IC가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올마스터가 이끄는 쿡야가 IC를 꺾고 상해의 용으로 올라섰습니다! 다가오는 지역별 대표전에서 새로운 다크호스가 떠오르게 된 셈인데요.. 그 주장을 맡고 있는 올마스터에 대해 생각해두신 바가 있으신지요?>

어느 나라든 간에 방송 매체들은 이슈 만들기를 참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현장에서 듣고 있다고는 아마 꿈에도 상상 못하고 있겠지.

연이은 캐스터의 물음에 헤이샤오는 곤란하다는 듯 대답했다.

<글쎄요.. 직접 상대해본 적이 없는 선수에 대해 평을 하고 싶지는 않네요. 하지만 한 가지, IC를 대신하기엔 충분한 팀 같습니다. 저희 THEY가 우승까지 나아가는 길이 약간은 더 가팔라진 걸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맥이 빠지는 대답이다.

캐스터가 건넨 질문 목적에서 요리조리 잘 빠져나갔다.

IC의 주장, 츠타이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에이, 맥 빠지게 재미없네요."

"당사자가 아니라고 아주 막말하지?"

손바닥으로 츠위의 머리를 꾸욱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승전은 방금 인터뷰를 끝으로 사실상 더 볼 게 없다.

나는 잠시 꽃에 물을 주기 위해서 뒤를 돌았다.

츠위는 그 말이 도저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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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상해, 그리고 북경.

이어서 차례차례 각 지역의 LPL들이 종결 나고 있다.

과연 어느 팀이 우승의 영광과, 지역의 대표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인가.

이미 대부분의 지역들이 대략적인 결과가 예측되는 가운데.

중국 로드 오브 로드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두 군데였다.

한 곳은 남경(난징), 그리고 다른 한 곳은 중경(충칭)이었다.

두 지역 모두 공통된 사정이 있어 타지역들보다 평균 2주 가량이 느리다.

◈남경은 이제 겨우 준결승전 하고 있나.

안 봐서 모르겠는데 요즘 OMC 어떰?

요번에도 OMC가 우승할 각이냐?

▷글쎄, 그럭저럭 잘 나가고 있긴 한데 압도적이진 않아서 확신은 안 섬.

글쓴이-아, 남경 삼? 그래도 웬만하면 OMC가 이기겠지? 나 IC 다음으로 OMC 좋아하는데 OMC도 떨어지면..

▷…확답은 못하겠고 낮지 않은 확률? 정 걱정되면 응원 오던가. CRH기차 타면 1시간 조금 더 걸림.

글쓴이-그럴까. 근데 가면 밥 사줌?

▷뭐지, 돌아버린 것인가?

약 한 달 반쯤 전에 열렸던 롤드컵을 출전했던 OMC.

배려 차원에서 남경은 타지역보다 LPL의 개막을 늦게 했다.

당연하게도 폐막식, 결승전 또한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사정이 있어 아직 준결승전을 시작도 안 한 남경이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중경도 슬슬 준결승전을 치르고 있는 와중이다.

먼저 준결승전을 치르게 된 팀은 이러저러 이야기가 많은 로얄CN이었다.

◈아.. 설마가 현실이 되어버릴라고 하네.

로얄CN이 결국 준결승전 가버렸구나.

제발 떨어지길 빌면서 학원 다녀와야겠다..

그 전까지 핸드폰도 꺼놔야지.

▷중경은 로얄CN 막을 팀이 딱히 없어 보이는데.

▷대진운이 꼬였다면 가능성이 있었지만 조 1위 진출이라 최소 결승전까지는 무난한 그림.

글쓴이-말을 꼭 그렇게 해야 하나? 만에 하나도 가능성 없어?

▷음.. 차라리 대표전에서 미끄러지는 걸 바라는 게 날듯. 솔직히 요즘 기세가 좋아서..

중국 내에서 인기가 바닥을 치는 로얄CN.

어떤 이들은 그들의 광탈만을 염원할 정도다.

하지만 그에 맞물려 로얄CN은 이번 섬머 시즌에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소속 지역인 중경은 중국 내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도시다.

사람이 많다는 건 그만큼 상업도 발달돼 있다는 이야기.

스폰서를 할 만한 기업들이 넘친다고 보면 된다.

E-스포츠의 열기 또한 상해나 북경에 뒤쳐지지 않는다.

그렇게 강팀들이 쟁쟁한 지역에서 로얄CN이 잘 나가고 있다.

당연하게도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있을 수가 없는 결과물이다.

◈로얄CN이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그냥 심심해서 LPL켰더니 경기하길래 봤는데 괜찮네.

팀이 공격적이면서 무리도 안 해서 게임도 재밌게 해.

솔직히 그 사건만 아니었으면 빨아줄 만한 팀이었는데..

▷ww강팀 제거할라고 일부러 져주기까지 하는 놈들인데 무슨.

글쓴이-아니, 단순하게 실력만 놓고 보면 괜찮지 않나 해서.

▷그 사건 완벽히 해명하고 이번 시즌도 우승하면 생각해볼 여지는 있을 듯.

▷글쎄, 그 정도로 한다 해도 그다지~

과거의 실수를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가지 엷게 하는 방법은 존재한다.

구설수 오르는 일이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자주 써먹는 방법이다.

실망을 시켜드려서 죄송하고 좋은 경기를 통해 보답하겠다.

헛소리가 맞긴 하지만 이를 기대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선수의 사생활이 어떻던 간에 경기만 재밌으면 됐지.

그렇게 점점 희석되어 가는 케이스도 찾아보면 은근히 많다.

로얄CN은 이 케이스에 해당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간다.

준결승전까지의 성적은 압도적이라고 불 수 있을 수준이었다.

조별 리그는 물론 8강까지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그 흐름을 이어나가려는 듯 현재 치러지고 있는 준결승전.

아직 첫 세트에 불과하지만 무난하게 승리를 점하고 있다.

아니, 해설진들의 말에 의하면 완벽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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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북경에서는 숙박을 하진 않았다.

츠위가 예약을 했다는 멋들어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상하이에 스파이스 버거가 있다면 북경에는 오리구이가 있다.

그 유명한 북경 오리로 기름칠 좀 하고 왔다.

배 터지게 먹고 관광도 하고, 다시 기차로 올라타 상해로 돌아가고 있는 와중이다.

"경기날 베이징에 갈 때도 기차를 타고 가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죠. 선수들의 독려차 잡은 여행이고 본방 때는 비행기를 예약할 거에요."

나는 츠위의 대답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 잔을 들어 입술을 적셨다.

놀랍게도 이 기차는 여러 개의 목적을 가진 칸으로 분리되어 있다.

내가 지금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칸은 카페칸이다.

이외에도 레스토랑칸, 주점칸, 편의점칸 등이 존재한다.

"..혹시 여행이 마음에 안 드셨나요? 참고로 이 여행 코스 혼자서 오시려면 가격이…"

"잠깐, 여기 중국은 통상적인 물가 관념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에 굳이 듣고 싶지 않아. 단순히 오래 걸리길래 말한 것 뿐이야."

한 수십 만원 나오겠거니 한 그 대나무 집 식당도 0이 하나 더 붙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곳도 최소한 200은 잡아야 되지 않을까.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평생 인연 없을 여행의 가격을 알아내어 주눅 들고 싶지는 않다.

"후후, 중국이 워~낙 크잖아요. 그래도 비행기를 이용하면 두 시간 내외일 테니 걱정 마세요!"

"그건 다행이네. 그런 것치고는 시차도 없고 당일 날 출발해도 별 문제는 없겠어."

직접 육체를 움직이는 게 아닌 E-스포츠는 그래도 덜한 편이지만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다.

이렇게 먼 곳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면 거의 반드시 시차의 문제가 생긴다.

별 이상이 없을 것 같아도 은근하게 영향이 간다.

나만 해도 LCF때문에 L.A에서 파리로 갔을 때 시차 때문에 제법 고생을 했다.

머리가 인지한 것과 달리 생체 시계의 흐름은 조절이 불가능하다.

즉, 컨디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고생을 안 해도 되는 셈이니 한시름 놓았다.

"경기장을 미리 한 번 본 것도 큰 소득이고.. 츠위가 일을 아주 열심히 하네."

"당연하죠! 그리고 그 말을 해야 할 사람은 고용주인 저거든요?"

그런 느낌이 하나도 안 나서 잊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고용주였다.

어쨌든 간만에 제대로 숨을 돌리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나머지 팀원 녀석들도 나름대로 즐기고 있는 모양이니 보는 내가 흡족하다.

동시에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결승전을 끝냈으면 당연히 휴식 시간을 가져야지.

그렇게만 생각을 했던 나는 중국LPL이 가지는 특수성을 까먹고 말았다.

"북경이 끝났다는 건 다른 지역도 슬슬 끝나가는 지역이 있다는 건데.. 오늘 내일로 잡힌 경기 중에 주의해야 할 팀 있어?"

"음.. 잠시만요. 지금 확인해 볼게요."

츠위가 가지고 있던 노트북을 손가락으로 톡톡 누르더니 화면을 유심히 쳐다본다.

맞은 편에 앉은 나는 화면이 보이진 않지만 추측은 간다.

아마 서류 파일로 대략 정리를 해놓은 모양이다.

생각 이상으로 기특하신 우리 구단주 나으리다.

"다시 봐도 딱히 없네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하나 있기는 한데.. 이미 시작했어요."

노트북에서 모니터만 쏘옥 잡아 빼더니 나를 향해 건네온다.

직접 보고 확인하라는 의미인가.

건네 받아 화면을 보니 액셀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오늘, 그리고 이 시간에 경기를 벌이고 지역은 중경.

결승전이 아닌 준결승전이라 신경을 끄려던 찰나 눈에 밟혔다.

"이건.. 보는 게 날 듯한데 연결이 되나?"

"못할 것도 없죠. 쿡야TV에 접속하면.. 자, 간단해요."

굳이 정식 방송이 아닌 자기네 회사 플랫폼을 이용해 연결한다.

뭐, 그만큼 송출에 자신이 있다는 소리겠지.

이윽고 노트북의 화면에 중경LPL의 준결승전이 띄워졌다.

이미 첫 번째 세트가 끝났고 두 번째 세트 또한 승기가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어때요?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고화질 시청이 가능하다구요?"

"..그래, 많이 팔아서 부자되려무나. 아, 이미 부자였지."

그 프리미엄 서비스 덕분인지 경기의 양상이 한 눈에 잡힌다.

스코어로 봐도, 글로벌 골드 상황으로 봐도 블루팀이 앞서고 있다.

경기의 주도권 또한 확 틀어 잡은 상황이라 역전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블루팀에 속한 다섯 선수들이 준수한 플레이로 게임을 굳혀나간다.

그중에서도 굳이 한 사람, 이번 게임에서 가장 잘해주고 있는 듯한 이는 미드였다.

3코어를 갖춘 파사딘이 과감하게 이니시를 열었다.

미드 2차 포탑 앞으로 뛰어들었다.

부왁!

파사딘의 앞 궁극기를 신호로 한타가 시작됐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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