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직 나만이 마스터다-650화 (650/803)

650====================

베이징의 호랑이

부채꼴 범위로 퍼지는 광역 둔화.

확정 타겟팅으로 박히는 침묵.

레드팀 원딜러의 체력이 반피가 넘게 뜯겨 나갔다.

AP계수가 엄청난 파사딘이 아이템까지 갖춰지면 이만한 위력이 나온다.

못 커도 강력할 지경인데 잘 컸다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앞 궁극기를 썼다는 건 적의 사정거리 내에 들어왔다는 의미.

당연하게도 이를 두 눈 뜨고 지켜볼 상대가 아니었다.

쿠! 챠앙!

탈리반 3세가 깃창으로 파사딘을 노린다.

동시에 트와이스 페이크도 황금 카드를 뽑아 다가간다.

불리한 상황인 레드팀으로선 최선의 판단이다.

그리고 이는 분명 반쯤 성공했다.

띠잉~!

깃창에 연이은 황금 카드.

CC기로 묶어 놓고 모든 스킬을 쏟아붓는다.

블루팀의 주력인 파사딘이 반피가 깎였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체력이 깎이는 일은 없었다.

'원딜러가 뒤로 빼버린 상황이니까.'

파사딘의 QE를 맞으면 사실상 무력화된다.

스킬도 못 쓰는데 느려지기까지 한다.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

실수가 아닌 생존 본능에서 기인한 판단이다.

"방금 일부러 맞아준 건가요?"

"그렇지, 몸으로 이니시를 건 셈이야."

2코어가 나온 파사딘은 단단한다.

억겁의 스태프에 대악마의 한숨.

보호막을 사용한다면 결코 순삭은 당하지 않는다.

원딜러가 딜을 넣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만에 하나도 없다.

그렇게 한 차례 딜을 받은 파사딘이 조냐의 물시계를 사용한다.

<이건 한타 걸렸습니다! 두 다이브! 탈리반 깃창 빠진 이상 배인 프리딜이죠. 화력 차이가 심각합니다!>

<아비규환 속에서 트페 점멸로 도망가지만 파사딘에게 뒤 잡히고 말았네요. 이건 한 명도 살아 돌아갈 수 없는 그림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해설들의 말대로 한타의 구도는 일방적이다.

주요 스킬들이 빠진 상황에서 변수가 존재하겠는가.

로얄CN은 부담없이 다이브를 실행했고 킬을 쓸어담았다.

배인도, 파사딘도 적을 추격하는 귀재이다.

원딜러조차 파사딘의 둔화에 발목이 잡히며 마무리된다.

"더 볼 것도 없는 거 아니에요?"

"딱히 뭐 할 것도 없잖아. 녀석들처럼 술 마실 것도 아닌데."

쿡야의 다른 팀원들은 주점칸에서 한 판 거하게 벌리고 있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으므로 패스.

잠자리에 들 때까지 무료하던 참에 조금 더 경기를 보기로 했다.

두 번째 세트는 미드 2차 포탑 앞 한타에서 그냥 끝났다.

한 쪽이 아예 전멸을 당했으니 넥서스까지 미는 일은 여반장이다.

탱커가 포탑의 공격을 교대로 맞아주며 깔끔하게 마지막을 장식한다.

잠시간의 휴식 시간 후에 세 번째 세트가 시작되었다.

"하암.. 그러고 보니 이 팀을 상대로 주의할 점이 있었어요."

입을 가린 채 기다랗게 하품을 내쉰 츠위가 핸드폰을 만지작댄다.

이윽고 찾던 걸 찾았는지 국어책 읽는 듯한 어조로 읊었다.

로얄CN의 기본적인 밴픽 전략에 대한 정리였다.

"로얄CN, 미드&원딜이 중심이 되는 팀. 파사딘은 필밴 요망…"

어떤 이야기인지는 안 들어도 알 것 같다.

로얄CN의 미드라이너 차도리, 그리고 원딜러인 우직.

둘 다 한국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한다.

전자는 그렇고 그런 걸로, 후자는 모종의 동영상이 대박을 쳤다.

그리고 그 인지도에 비례해 실력 또한 뛰어나다.

하지만 다 알고 있는 정보라 그러려니 듣고 있던 그때.

파사딘을 밴 당한 로얄CN에서 이해가 안되는 픽 양상을 보였다.

─내가 살아있는 한 모두 죽는다!

무난한 탑솔러의 대명사 네네톤을 선픽 박는다?

심지어 가장 완벽한 대회형 탑솔러이자 네네톤의 카운터로도 유명한 쇈이 살아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에 대해 짚히는 바가 있는 걸까.

어느새 내 옆으로 의자를 끌어 당겨 앉은 츠위가 손바닥을 짝! 마주쳤다.

"미드와 원딜이 중심이 되는 팀이지만 탑솔러인 나우갓은 네네톤 장인.. 아니 네네톤 왕으로 유명해요."

뭐지, 그 낯간지러운 별명은?

한국에서 메딕의 네네톤이 유명하듯, 중국에서는 나우갓의 네네톤을 첫 손으로 꼽는 듯하다.

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왕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건지.

세 번째 세트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상대팀은 당연히 쇈을 가져갔다.

이 둘의 라인전은 기본적으로 쇈이 유리하다 평해진다.

네네톤이 미는 라인 받아먹으며 궁극기로 스노우볼만 굴려도 개이득.

1코어쯤 나오면 맞딜조차 쇈이 네네톤을 발라 먹는다.

하지만 그 전에 네네톤이란 픽의 강점을 살리겠다.

나우갓은 절대 조급해 하지 않고 신중하게 움직였다.

큰 몸집을 활용해 미니언을 가렸다.

투캉!

칼을 던져 CS를 먹으려던 쇈이 실수했다.

네네톤의 몸집 탓에 미니언을 클릭하지 못한 것.

당황한 쇈은 한 대 맞을 각오를 하고 다가갔으나.

쿠득!

쿠득!

네네톤이 앞무빙을 밟으며 평타를 갈겨댔다.

그렇게 쇈을 따라가 야성을 50 모으고 천참만륙.

강화된 Q스킬이 쇈의 체력을 묵직하게 뜯어낸다.

쿠러렁!

미니언과 쇈을 모두 긁은 탓에 체력도 회복됐다.

딜교환에서 일방적인 이득을 본 셈이다.

어떻게 해야 네네톤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지.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고 실전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와, 탑 저러다 어느 한 쪽은 죽게 될 것 같아서 떨려요."

츠위의 반응도 이해가 되는 노릇이다.

보는 입장에서 다 조마조마할 정도로 억척스럽다.

저러다 갱킹을 당하면 어떡하지.

네네톤에 한해서는 그런 걱정을 안 하는 편이 옳다.

섣부른 갱킹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챠라락!

어둠 속에서 이블퀸이 튀어 나온다.

동시에 쇈의 도발 점멸이 네네톤을 그었다.

어째서 쇈이 완전체 탑솔러라 불리는가.

생존기이자 갱호응기인 도발 덕분이 반이다.

하지만 도발은 상대를 완전하게 무력화 시키는 CC기가 아니다.

상대가 자신을 평타로 때리도록 강제하는 효과다.

이는 지금의 상황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네네톤의 야성이 쭉쭉 차오르기 시작한다.

꾸드득!

강화된 W스킬, 참혹한 난도질로 쇈을 스턴시킨다.

그러자 야성이 또 차오르며 다음 스킬을 강화시킨다.

쿠러렁!

천참만륙은 다수의 챔피언을 상대로 했을 때 진정한 위력을 발휘한다.

발화에 걸렸음에도 네네톤의 체력이 눈에 띄게 차오른다.

그러고 나서 2단 대쉬로 이블퀸을 긁으며 내뺀다.

<퍼스트 블러드..!>

야성에 의해 강화된 두 번의 스킬.

발화까지 더해지자 쇈은 버티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다.

네네톤은 비교적 챔피언 숙련도를 덜 타는 편이지만 장인들 사이에선 확실하게 갈린다.

라인을 밀면서 자신의 생존 가능성과 역킬각까지 완벽하게 본다.

그것이 흔히 유통기한 챔피언이라 불리우는 네네톤으로 게임 스노우볼을 굴리는 방법이다.

그런 면에서 있어 저 나우갓이라는 선수는 수준이 높다.

<쇈이랑 이블퀸 스펠 다 빠졌는데 결국 못 땄습니다. 역으로 죽어버리기까지 했으니.. 이건 탑라인이 굉장히 힘들어지겠는데요?>

<나우갓의 움직임이 굉장히 깔끔했습니다. 평타를 한 대 더 치고 싶을 수도 있던 상황인데 안 쳤죠. 딜계산이 됐다는 거고 살아 돌아가리란 확신도 있었다는 거에요. 역시 네네톤의 왕이라는 별명이 부족하지 않은 선수입니다!>

탑에서 저런 상황이 나오면 속된 말로 게임이 터졌다.

물론 현재 쇈이 상당히 OP인 만큼 해볼 만한 것도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블퀸이 미안하긴 한지 라인 관리를 빠듯하게 해주고 갔다.

'근데 이렇게 되면 이블퀸도 엄청 말린 셈이라 게임이 산으로 가지.'

현재 이블퀸은 솔로랭크에서 그냥 무조건 밴이다.

그 정도로 챔피언 스펙이 장난 아니게 높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대회에서는 썩 선호되는 픽이 아니다.

그나마 쇈이랑 조합을 이룰 때나 사용되는 정도.

이유인 즉, 은신 챔피언이라는 점이 대회 무대에선 의미가 떨어진다.

'작정하고 머리 굴리면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지 못할 것도 없으니.'

상대 정글은 현재 어디쯤 있을까.

대회 뿐만 아니라 팀랭에서도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다.

프로들은 이를 더욱 더 세심하게 하기 마련.

항시 은신이라는 장점으로 변수를 만들기 힘들다.

결정적으로 불리한 게임에서 할 게 사라진다.

현재 로드 오브 로드는 핑크 와드를 몇 개고 박을 수 있다.

돈만 있으면 무제한인데 유리하면 돈이 많다.

보이게 된 순간 이블퀸은 한낱 뚜벅이 정글러로 전락한다.

"탑이 말린 탓에 동선도 제한됐고 6레벨 찍은 네네톤은 갱킹도 불가능하고. 사실상 끝났네."

"정말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잔인하게 압박하네요. 로얄CN에게 네네톤을 내주면 절대 안될 것 같아요."

네네톤의 왕이라고 하나 장인충은 아니다.

나우갓은 파이어뱃을 비롯한 몇 가지의 챔피언을 더 다룰 줄 안다.

하지만 네네톤 만큼은 아니기 때문에 웬만하면 자르는 게 좋다.

츠위가 나름대로 조사해온 액셀 파일에 의하면 그렇게 정리가 돼있었다.

"한국에는 청개구리라고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반대로 하고 싶단 말이야."

"..청개구리 이야기는 중국에도 있어요. 저는 전문가가 아니니 어디까지나 참고 삼아 말씀 드린 거지만.. 적어도 게임 내에서는 장난치지 않을 시현씨라 믿어요."

믿는다는 사람의 눈초리에 의심이 묻어있는 듯하지만 어쨌든.

로얄CN이 미드와 원딜러를 제외하고도 충분 이상으로 강력한 팀이라는 건 알겠다.

강력하니 지난 시즌에 우승도 했고, 롤드컵에서도 준결승이란 성적을 거둘 수 있었겠지.

결과가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지표는 되는 법이다.

'네네톤, 네네톤이라….'

네네톤이라 하니 얄궂은 생각이 떠올랐다.

마침 시기상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상황이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겠지만 어쩌면.

아직 대진표는 커녕 진출팀조차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고민할 이야기는 아니다.

.

.

.

* * *

가장 빠르게 끝났던 지역은 상해다.

그 다음으로 막을 내린 곳은 북경이다.

차례대로 하나하나 지역별 리그가 종료된다.

그리고 드디어 가장 시작이 늦었던 남경과 중경도 우승팀이 결정되었다.

◈휴우~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다.

첫 판 지고 시작해서 분위기 안 좋았던 건 그냥 실수였나 봐.

세 판 내리 가져가면서 3대1 관광~

기차 타고 남경 가서 직관까지 한 보람이 있네.

IC 떨어지고 좀 그랬는데 OMC라도 올라가서 다행이다.

▷롤드컵 때문에 스케줄 빡셌을 텐데 어떻게 이겼나 보네.

글쓴이-컨디션 난조 느낌 있긴 했음. 그래도 대표전 전까지 추스를 수 있을 듯?

▷저번에 밥 사달라던 빌런인가. 결국 남경까지 갔다 와버렸군.

글쓴이-나름 재밌게 놀고 왔음. 결과도 만족스럽고.

전통적인 중국의 2대 강호는 THEY와 IC다.

여기에 조금 뒤늦게 숟가락을 얹진 팀이 OMC.

시즌2 중반기부터 두각을 드러내며 시즌3에 이르러선 오히려 기세가 추월했을 정도다.

중국 대표로서 시즌3 롤드컵에 진출하기 까지 했으니 증명이 더 필요 있겠는가.

어떻게 보면 로얄CN과 비슷한 케이스지만 데뷔 시기가 훨씬 빠르다.

게다가 팀의 색깔도 굉장히 공격적이라 팬층이 두텁게 쌓인 편이다.

떨어진 IC를 대신해 OMC를 응원하게 된 팬들도 상당히 많다.

명실상부 부정할 여지가 없는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다.

마찬가지로 우승 후보를 따졌을 때 빼놓을 수가 없는 팀.

지난 스프링 시즌의 우승팀이기도 한 로얄CN도 결승전을 마쳤다.

아주 무난하게 우승을 차지하며 세간의 악평을 뿌리쳤다.

◈이런 말하면 까일 것 같긴 하지만 솔직히..

이번 시즌도 왠지 로얄CN이 대표전 우승할 것 같다.

똑같이 롤드컵 하고 왔는데도 컨디션 난조 같은 것도 없고..

게임 하는 것만 보면 더 잘해진 것 같기도 하더라.

▷아니지. 이번에는 THEY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그때처럼 개수작도 못 부리지kk 정의구현 당할 일만 남았어.

글쓴이-근데.. 지금 로얄CN이 중경에서 전승으로 우승함. 심지어 조별 리그랑 결승전조차 무패임.

▷뭐, 진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고? 다른 곳도 아니고 중경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간간히 일어나는 팀이다.

특정 팀이 너무 많은 투자를 한 탓에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해졌다.

다른 팀들을 완전히 찍어 누르며 대표전에 진출.

그런 케이스는 의외로 흔하게 있었다.

하지만 결국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

개들의 왕은 결코 사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중경이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지난 시즌보다, 롤드컵보다 더욱 강렬해진 기량.

로얄CN의 전승 우승은 일대 파란을 몰고 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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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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